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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취업

이력서, 자기소개서는 자서전이 아닙니다








반장선거의 설렘

초등학교 시절 한 학기에 두 번씩, 그러니까 1년에 총 4번은 아주 떨리는 맘으로 등굣길을 걸었던 때가 있었다. 바로 반장선거를 하는 날이었다. 반장 선거에 후보로 나서든 혹은 그렇지 않든 50명 가까운 학생들의 당시 심정을 대표하는 단어는 바로 ‘설렘’일 것이다. 한 번 후보로 나가볼까 하는 두근거림과 개표를 지켜보며 이번엔 누가될까 하는 두근거림. 한 가지 재미있는 기억은 후보로 나섰던 아이들의 소견발표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었다는 것이다.

“제가 반장이 된다면…이러저러한 것을 하고…누구보다 학급과 학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비록 이렇게 천편일률적인 소견발표라 할지라도 직접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렇게 긴장될 수가 없다. 두 손엔 땀이 나고 머릿속은 하얘지고 심장박동 수는 빨라져만 가고. 어제 밤을 새서 연습했는데 말은 꼬이기만 한다.











넘쳐나는 붕어빵 이력서, 자기소개서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3.9%, 15세~29세 사이의 청년실업률은 8.7%로 나타났다. 1월 실업률로는 4년 만에 최고 높은 수치라고 한다.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인다는 ‘희망적’인 뉴스가 간간히 흘러나오는 것과는 무관하게 실업률의 상승이라는 ‘절망적’인 뉴스는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별 다른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회복으로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이상 일단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첫걸음이 바로 이력서, 자기소개서일 것이다.

한 취업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사담당자의 87.5%가 내용이 똑같거나 비슷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비슷한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대해 인사담당자의 50.0%는 감점대상이라고 했으며 11.9%는 아예 탈락요인이라고까지 했다. 즉, “저는 0남 0녀 중 00로 태어나 유복하지는 않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고 취미는 독서와 음악 감상이며, 학창시절에는 줄곧 개근상을 탔으며…부족한 점이 많지만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와 같은 이력서, 자기소개서는 곧 감점대상이자 탈락대상이라는 뜻이다.











이력서, 자기소개서는 대통령에 출마하는 마음으로

사실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는 것은 힘든 일인 동시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취업사이트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이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지원하는 기업에 맞게 이력서, 자기소개서도 다르게 써야 한다고 한다. 광고 전단지 뿌리듯 똑같은 이력서, 자기소개서 하나로 여러 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지원하는 기업마다 매번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새로 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다. 어릴 적 반장 선거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 때의 설렘으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쓰자는 것이다. 사실 결과만 따지고 보면 천편일률적인 소견발표가 대부분이지만 당시엔 밤을 새가며 그것을 준비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단, 이제는 나이도 먹고 어른이 됐으니 반장에 출마하는 마음이 아니라 대통령에 출마하는 마음으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써야겠다. 마지막으로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 시 참고가 될 만한 몇 가지만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1. 시점을 독특하게 해 보라.
보통 자기소개서는 1인칭 시점, 즉 ‘나’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가장 평이하고 무난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튀는 맛은 좀 덜하다. 공무원이나 금융권 등 다소 보수적이고 틀에 짜인 회사에 지원한다면 적절할 수 있다.
신선한 느낌을 어필하고 싶다면 3인칭 시점을 활용해 보는 것도 적절하다. 특히 이 3인칭 시점은 1인칭 시점에 비해 객관적이고 치우침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인사담당자에게 설득하는데 유리하다.

2. 첫 세줄, 첫 문단은 자기소개서의 생존여부를 결정한다.
자기소개서 중 열에 아홉은 첫 세줄, 첫 문단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저는 인자하신 부모님 밑에서 몇 째로 태어나….”, “저는 평온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자라며” 등등.
알다시피 인사담당자는 하루에도 수백 통에 달하는 자기소개서를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인자하신 부모님’과 ‘평온한 가정’에서 자란 지원자들만 하루에 수백 번도 넘게 만나는 것이다. 역으로 첫 세줄, 첫 문단을 조금만 개성 있게 표현해주면 인사담당자에게 색다른 자기소개서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평범하지 않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으로 시작한다든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해 시작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3. 자신만의 헤드라인을 만들어라
자기소개서는 보통 성장과정, 성격, 학창시절, 경력사항, 특기, 지원동기, 장래희망 및 포부 등으로 구성된다. 문단으로 구성될 수도 있고, 작은 항목별로 나누어 쓸 수도 있고, 하나의 글로 이어 쓸 수도 있는 등 형식은 자유다. 관건은 인사담당자에게 얼마나 많은 내용을 각인시키느냐 하는 것. 무난한 성장과정, 무난한 성격, 근면 성실한 생활신조가 전부인 자기소개서는 그야말로 무난하게 서류철 속에서 잠자게 될 것이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뽑아 자신만의 제목, 자신만의 헤드라인을 만든다면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도 그만큼 오래 남을 수 있을 것이다.

4. 지원 동기와 포부는
무작정 ‘열심히 하겠다’는 식의 일반론은 금물이다. 지원하는 회사의 경영이념과 비전, 업무, 발전 가능성을 숙지하고 이에 맞춰 하고 싶은 일과 어떤 결과를 이루고 싶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써라.


 


출처: 사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