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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취업

모든 회사가 다 내 회사??








물량과 전략.

아주 아주 먼 옛날, 오징어를 너무나 좋아하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의 식탁에는 매 끼니때 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온갖 종류의 오징어 요리가 올라왔고 간식으로도 오직 오징어만을 찾았다. 하지만 왕에게는 근심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오징어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 어떤 달에는 오징어가 아주 많이 잡혀 흡족한 마음으로 실컷 먹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어떤 달에는 오징어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아 입맛만 다셨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왕은 전국에서 물고기 잡는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는 어부 두 명을 불렀다. 왕이 내린 명령은 어떻게든 많은 양의 오징어를 잡아 오라는 것. 이긴 사람에게는 엄청난 양의 보물을 상으로 내릴 테지만 패배하는 사람에겐 대신 무서운 벌을 내리겠다는 엄포까지 내렸다.

첫 번째 어부는 무조건 양으로 승부했다. 수십 척의 배, 수백 명의 인력을 동원해 바다를 완전 그물로 도배해 버렸다. 그래서 일단 닥치는 대로 잡은 다음 거기서 오징어만을 따로 분리해냈다.

반면에 두 번째 어부는 치밀한 계획 하에 오징어잡이를 시작했다. 일단 오징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바다를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오징어의 이동흐름을 분석한 뒤 오징어잡이를 위해 특수 개발된 그물을 사용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두 번째 어부의 배가 오징어로 가득 찰 무렵 첫 번째 어부의 배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뒤엉켜 있었고 그나마 오징어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면접을 포기하는 이유는?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과 HR 전문 업체 IT잡피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84.4%가 구직 활동 중 면접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러한 수치보다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그 이유다.

도대체 왜 면접의 기회까지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했을까? 회사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이상한 회사로 의심이 가서, 직무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원했기 때문에, 급여수준이 안 맞아서 등이 가장 주된 이유였다.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 ‘묻지마 구직’의 결과다. 정말 이 회사에 꼭 가고 싶다, 이 회사 아니면 안 된다가 아니라 마치 스팸 메일 뿌리듯(물론, 취업에 대한 구직자의 열망을 비하하려는 뜻은 절대 없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기업 이름 하나 들어가 있지 않은 이력서, 천편일률적인 이력서들을 스팸 메일처럼 느낄 수도 있는 일이다)이력서를 뿌리고 나서 괜찮은 회사 하나 걸리기를 바라는 것은 감나무 밑에 가만히 누워 연시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 설사 우연찮게 연시가 떨어진다 해도 위에서처럼 조건이 맞지 않아 면접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좁혀서 올인 하자
일단 과감하게 범위를 좁혀보는 것이 어떨까? 자신이 정말 가고 싶은 곳과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의 목록을 뽑아 그 둘의 교집합을 10군데 정도 찾아낸 다음 각각의 회사 특징에 맞게 10개의 이력서를 작성하는 정도의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여겨진다. 회사가 다르니까 창립 이념도, 직무도, 근무 조건도 다 제각각일 것이다. 나라는 인재가 그 회사의 이념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나라는 인재가 그 직무에서 정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즉 준비된 맞춤형 인재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뻔 한 이야기지만 인사 담당자의 입장에서 자신 회사의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력서에 손이 갈까, 회사를 꼼꼼히 파악하고 있는 이력서에 손이 갈까? ‘저는 그냥 일반적으로 이런 능력이 있는 인재입니다’라는 이력서에 마음이 갈까, ‘저는 귀사의 어떤 업무에서 구체적으로 이런 능력을 발휘해서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라고 밝힌 이력서에 손이 갈까?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불특정 다수에게 다량의 이력서를 보낼 경우 이력서 하나하나에 일일이 신경을 쓸 수가 없다. 그러다보면 자연 함량미달의 이력서가 나오게 마련이다. 반면 10개 정도의 이력서만, 마치 연애편지 쓰는 마음가짐으로 심혈을 기울여 쓴다면 이력서의 명품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우던 과목 중 가장 뻔 한 이야기로 가득 찼던 과목이 바로 도덕이었다. ‘부모님께 효도해라’,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라’, ‘쓰레기 버리지 마라’, ‘공중도덕을 지켜라’ 등등. 하지만 그 뻔 한 이야기를 그대로 실천하기란 정말 힘들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늘 한 이야기 역시 그 동안 숱하게 나왔던 것이고 뻔 하기 그지없지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이야기다. 오징어가 많은 바다가 어딘지, 오징어를 잡기 좋은 시간대는 언제인지, 어떤 그물을 써야 오징어를 잘 잡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했던 어부처럼 목표를 분명히 하고 범위를 줄인 다음, 그 곳에 올인 하는 구직자세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출처: 사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