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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취업

대학원, 어학연수 꼭 가야 하는 건가요??








나이 들면 취업도 못하는 세상

며칠 전 수십만의 이태백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바로 세계일류를 지향한다는, 그 유명하다는 삼성 그룹이 공채를 실시하면서 취업 재수생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올 8월 및 내년 2월 졸업생들에게만 응시 자격이 주어지고 그 이전에 졸업한 구직자들에겐 아예 입사 지원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속사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정책을 펴면서 삼성이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취업시장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즉, 삼성이란 회사가 워낙 좋다보니 너도나도 들어오고 싶어 하고 심지어는 다른 멀쩡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조차 자신의 업무는 제쳐두고 삼성입사를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채용 시 졸업연도를 제한하지 않을 경우 많은 다른 회사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결국 이는 취업시장의 왜곡을 낳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기 때문에 졸업연도 제한 조치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단 삼성만이 이러한 졸업연도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 현대 건설 등 유명 대기업 역시 졸업연도 제한 조치를 시행 중에 있다. 여기서 이러한 조치가 과연 옳은 것인가 그렇지 못한 것인가를 논할 생각은 없다.

뭐 찬성은 찬성 나름대로, 반대는 반대 나름대로 내세울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단,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은 이제 졸업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취업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이태백으로 표현되는 현재의 극심한 취업난을 생각했을 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되리란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준비된 구직자’로 가는 험난한 길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사회를 방불케 하는 취업시장에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구직자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대학원 진학에, 어학연수에, 각종 공모전에, 인턴십까지. 최근엔 기업들이 한자 실력까지 요구하는 판이라 이제 한자공부까지 해야 할 처지다.

그 무게감이 실로 피부에 와 닿는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한 때 ‘준비된 대통령’이란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준비된 구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학연수도 다녀와야 하고 틈틈이 한자공부도 해야 하며 공모전과 인턴십을 놓치지 않을뿐더러 대학원까지 가야 하는 것일까? 예상했겠지만 물론 대답은 ‘NO'이다.










준비 하지 마라??
얼마 전 국내 유명 취업 사이트의 한 관계자가 모 대학에서 취업특강을 한 내용이 아주 인상에 깊이 남았다. 내용인즉슨, 취업을 위해 대학원가고 어학연수 가는 것을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며 말리라는 것이다. 아니 대학원 가고 어학연수 가는 것을 도시락 싸들고 따라 다니며 말리나니?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그만 생각해보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기업들이 채용 공고를 내면서 지원 자격이란 것을 내건다. 대졸 이상, 토익 몇 백점 이상, 무슨 전공 우대 이런 식으로. 이러한 지원 자격은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려면 최소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미가 있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건에 최적화된 사람을 찾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마케팅 분야 담당자를 뽑는 채용 공고가 다음과 같이 올라왔다고 하자.

4년제 대학이상 졸업자(2005.2월 졸업예정자 포함)
전학년 평균 성적 80점(B학점) 이상자
영어성적 TOEIC 750점, TOEFL(CBT220,PBT560), TEPS 660점 이상자


이 채용 공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니 좀 더 쉽게 이야기 해 보자. 이 채용공고를 보고 두 명의 지원자가 응시했다. 갑은 전학년 평균 성적이 A- 이상이고 토익점수 역시 900점이 넘는다. 하지만 마케팅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을은 전학년 평균 성적이 B밖에 되지 않고 토익점수 역시 750을 간신히 넘었다. 대신에 을은 마케팅에 관해 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도 있다. 만약 당신이 인사담당자라면 누구를 뽑겠는가?

짐작컨대 아마도 을을 뽑겠다고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아까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취업 사이트 관계자도 아마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영어점수가 아주 높다고 학력이 아주 높다고 취업이 훨씬 더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점수나 학력은 대부분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한가를 보는 조건사항일 경우가 많고 승부는 마케팅이면 마케팅, 개발이면 개발, 기획이면 기획 그 분야에 얼마큼 최적화된 인재인가 하는 점이다.










압축적으로 승부하자
무턱대고 남들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심정에서 어학연수 다녀오고 대학원 졸업하느라 1, 2년 늦어지는 바람에 나이제한에 걸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취직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경우를 일반화시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여러 대기업의 졸업연도 제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직기간이 1년을 넘어가고 백수로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취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업에서 어떤 능력을 원하는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직무에서 일을 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구체적으로 필요한지를 꼼꼼히 파악하고 압축적으로 준비를 하자. 들인 시간의 양이 많다고 해서 그 결과도 좋으라는 법은 결코 없다.

 


출처: 사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