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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취업

날개 달린 토끼보다는 날개 없는 호랑이가 낫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영어사랑

대학 도서관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크게 세 부류의 학생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주로 졸업반이나 고학년 학생들인 경우가 많은데 각종 고시 및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부류다.

두 번째 부류는 저학년 학생들이 많은데 주로 전공 서적을 뒤적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학년, 고학년, 졸업반 할 것 없이 거의 전 연령대의 학생들을 포함하고 있는 부류가 있는데 바로 토익을 비롯한 영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젠 한자도 사랑해야 하는 시대
씁쓸한 맘을 금할 길 없지만 언제부턴가 영어는 우리의 모국어인 한글만큼, 아니 한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언어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 위력은 아주 막강해서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도 업 ? 직종 가릴 것 없이 일단 이 영어를 정복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사실 언어란 학문이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도 아니고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거리엔 영어학원이 넘쳐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영어책과 힘겨운 씨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하나 더 들려오고 있다. 바로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채용 시 구직자들의 한자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올 하반기 채용시험부터 한자능력 자격 소지자에게 최고 20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으며 현대 중공업 역시 올해부터 한자시험을 부활시켰고 현대, 기아차그룹, 한화그룹, 현대상사, 조흥은행 등도 한자시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무역협회 조사 결과 협회 소속 기업 중 한자능력을 보거나 보겠다고 답한 업체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늘었으며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76%가 입사 때 한자시험을 보는 것에 대해 찬성했다고 한다.

영어 하나만 해도 벅차 죽겠는데 이제 한자까지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상대국으로 떠오르면서 한자의 필요성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세계화 시대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한민국이란 좁은 땅덩어리에서, 같은 피부색을 가지고 같은 언어를 쓰는 한국 사람하고만 경제활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영어나 한자의 필요성, 혹은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람을 뽑는다면?
이 세상에서 왕따 되기로 독하게 맘먹지 않는 이상 영어공부나 한자공부가 무의미하다고 떠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무엇이 주(主)고 무엇이 부(副)인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사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자신의 전공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일단 무턱대고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이제 무턱대고 한자 공부에도 매달려야 할 처지다. 하지만 주지해야 할 사실은 뛰어난 영어실력과 한자실력을 갖추는 것이 취업 성공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지언정 절대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리크루팅 관련 잡지 혹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취업 성공기를 찾아서 읽어보도록 하자. 직업도, 준비과정도 다 각양각색이지만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들이 있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이 뚜렷했다.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일찍부터, 꾸준히 관련분야의 지식과 이론을 습득하고 현장에서 실무를 배우며 감각을 익혔다.

분명한 것은 영어실력과 한자실력이 이들의 취업성공에 도움은 주었을지언정 단지 영어실력이 좋아서, 한자실력이 좋아서 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귀하가 기업의 채용을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라면 과연 누굴 채용대상 1순위에 놓을까? 채용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많아 당장 업무투입이 가능한 사람? 아니면 영어를 잘 하는 사람? 혹은 한자를 잘 하는 사람? 그 대답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날개 달린 호랑이가 되자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란 속담이 있다. 땅 위에서는 무서울 게 없는 호랑이가 날개까지 달았으니 이제 하늘에서도 거칠 게 없을 것이다. 속담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토끼에 날개를 단 격’이라고. 물론, 날개 없는 토끼보다는 날개 달린 토끼가 훨씬 생존능력이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날개 달린 토끼는 아무리 날개를 달아봤자 하늘의 왕자 독수리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영어, 한자. 꼭 해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날개의 역할을 할 뿐이다. 날개를 달기 전에 일단 호랑이부터 먼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출처: 사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