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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취업

서당개도 풍월을 읊으려면 3년이 걸린다








풍월을 읊는 서당개와 파랑새 증후군

우리 속담에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 속담의 원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소위 ‘발상의 전환’이란 걸 이 속담에도 한 번 적용해 보면 서당개가 풍월을 읊으려면 최소 3년은 걸린다는 얘기가 된다. 현명한 우리 선조들께서 서당개가 풍월을 읊는데 걸리는 시간을 1년도 아니고 2년도 아닌 3년으로 생각하신 데에는 아마 어떤 일을 흉내라도 내는 데는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또 한 가지 더. ‘파랑새 증후군’에 대해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말은 벨기에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며 수필가인 메이털 링크의 동화극 <파랑새>에서 유래한 것인데 소설의 주인공처럼 먼 미래의 행복에 대한 몽상에만 빠진 채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정열을 쏟지 못함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통계 하나만 더. 모 취업 사이트에서 직장인 53만7천6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그 중에서 12만3천527명이 취직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었으며 또 그 중에서 가장 많은 65.7%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을성의 미학
눈치 빠른 네티즌이라면, 아니 눈치가 전혀 없는 네티즌만 아니라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바로 ‘참을성의 미학’에 대해 논의해 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예년에 비해 이직/전직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것만은 사실이다. IMF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또한 경력관리의 측면에서 이제 이직/전직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다. 따라서 ‘이직/전직’ 그 자체에 대해서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문제는 왜 이직/전직을 하느냐, 즉 이직/전직의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데 있다.

정확한 통계 결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아닐까 한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 ‘연봉이 낮아서’, ‘근무 환경이 나빠서’, ‘상사가 맘에 들지 않아서’ 등등. 모두 직장을 그만두기에 충분한 이유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일도 적성에 맞고 연봉까지 높으면서 근무 환경은 쾌적하기 이를 데 없는데다가 능력과 인품을 골고루 겸비한 상사가 있는 직장’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위에서 언급된 이유들로 인해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이직/전직을 고려해 봤을 거란 이야기다. 그럴 때마다 그만둔다면 우리는 아침에 넥타이를 바꿔 메듯,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자주 직장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직/전직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정말 나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고 경력관리를 위해 전략적인 사고와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어려운 결심’을 한 건지, 아니면 단지 맘에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쉬운 결심’을 한 건지 말이다.

여기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자칫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정도로밖에 안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구체적인 실례 하나만 들어보자.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인 아웃백 스테이크의 서울대점 점장 강은영 씨. 그녀는 최연소 점장으로 올해 나이가 갓 26에 불과하다. 남들 눈엔 젊은 나이에 고생도 않고 초고속 승진을 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녀가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매니저를 거쳐 지금의 점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4년 10개월. 분명 그리 짧은 시간만은 아니다. 그 4년 10개월 안에는 분명 ‘적성에 맞지 않을 때’도 있었을 것이며, ‘연봉이 낮을 때’도 있었을 것이며 ‘근무 환경이 맘에 들지 않았을 때’도 있었을 것이며, ‘상사가 맘에 들지 않았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 때마다 직장을 옮겼다면 그녀는 지금 또 다시 어느 회사의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연봉이 낮아서 옮긴 새로운 직장은 적성에 맞지 않을 수 있고, 적성에 맞지 않아 옮긴 직장은 근무 환경이 나쁠 수 있으며, 근무 환경이 나빠 옮긴 직장은 상사가 맘에 들지 않을 수 있고, 상사가 맘에 들지 않아 옮긴 직장은 연봉이 낮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물 긷고 바닥 청소부터 하는 마음으로
어릴 적에 중국 무협 영화를 참 좋아했었다. 그런 영화들은 대부분 레퍼토리가 천편일률적이었는데 어릴 적에 원수에게 부모님을 잃은 주인공이 유명한 사부를 찾아가 피나는 무술 수련 끝에 원수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무술을 가르쳐주는 사부들은 또 하나같이 똑같아서 절대 처음부터 무술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처음엔 그저 물 긷고 바닥 청소하는 허드렛일부터 시킬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견뎌내야만 원수를 꺾을 수 있는 무술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도 물 긷고 바닥 청소하는 것을 참아낼 수 있는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출처: 사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