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기(경북대 교수, 경제학)


  21세기 초 가까운 장래에 자본주의는 어떠한 모습을 할 것인가? 21세기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존재 조건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자본주의와 노동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가까운 장래에 예기치 못한 대격변이 없다고 한다면, 21세기 자본주의의 미래는 20세기말 자본주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경향들로부터 어느 정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세기말 자본주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요 추세들은 어떠한가? 그러한 추세들은 노동의 삶의 조건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첫째, 자본주의가 국민적 자본주의로부터 '글로벌 자본주의'로 전환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힘이 커지는 반면 국민국가의 힘은 약화되고 있다. 경제의 개방화와 자유화가 크게 진전되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는 국민경제들간의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이 이전에 비해 크게 증대하였다. 글로벌화에 따라 성장의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기도 하지만, 성장, 고용, 물가 등 거시경제에 대한 국가 경제정책의 효과는 그만큼 약화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30년간의 자본주의의 황금시대에서 처럼 성장을 지속하고 준완전고용을 유지하며 물가를 안정시키기는데 있어서 국가의 재정금융정책이 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세계경제의 변화에 따라 고용과 임금소득이 매우 가변적으로 되어 임금노동자의 삶의 불안정성은 이전에 비해 크게 증대하고 있다.    
  둘째, 금융이 자유화되고 글로벌화됨에 따라 국제금융자본의 투자 혹은 투기 활동에 좌우되는 환율과 이자율 그리고 주가의 변동이 산업자본의 생산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국제투기자본이 야기하는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금융시장이 경제불안과 경제위기, 노동시장 불안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투자활동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지역에서의 성장과 고용증대를 가져오는 주요한 하나의 요인이 되지만, 국제금융자본의 투자 혹은 투기 활동은 위기와 실업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그래서 금융의 자유화와 글로벌화는 임금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셋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결합, 고생산성과 고임금의 결합에 기초한 포드주의적 축적체제가 해체되고, 금융주도 축적체제가 출현하고 있다. 포드주의 측적체제에서는 노동자의 고임금에 기초한 대량소비가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금융주도 축적체제에서는 금융자본의 투자활동이 성장과 고용을 좌우한다. 금융주도 축적체제에서는 기업경영에서 금융자산의 수익성 제고가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임금안정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에게 고수익이 보장될 때 기업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고 국민경제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의 수익성 증대를 위해서 감량경영과 고용조정 그리고 임금삭감을 추진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따라서 금융주도 축적체제가 21세기에도 지속될 경우 노동의 처지는 그만큼 더욱 불리해질 것이다.
  넷째, 국가의 개입없는 자유 시장경제가 효율성을 향상시켜 국민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신자유주의가 지구촌을 지배하고 있다. 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반동으로서 출현한 신자유주의는 무역과 금융의 자유화, 규제철폐와 민영화, 사회복지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과 같은 경제정책의 실시를 주창한다. 자본의 자유를 제약하고 노동의 자유를 확대하려고 했던 사회민주주의와는 달리, 신자유주의는 노동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자본의 자유를 확대하려고 한다. 무역과 금융의 자유화는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규제철폐와 민영화는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회복지 축소는 노동력 재생산 조건을 악화시켰으며, 노동시장 유연화는 고용불안을 증대시키고 고실업을 초래하였다. 시장만능의 사고와 적자생존의 경쟁의 원리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논리를 압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사회의 양극화와 보다 많은 주변화된 인구를 배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다섯째,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에서 창의성있는 인적자원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지식기반경제가 출현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지식을 창출하는 교육의 역할이 큰 중요성을 가진다. 이때 지식은 유연자동화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기술과 그 기술체계에서 유연하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기능 숙련,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지적 숙련, 생산시스템내에서 매개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갖춘 사회적 숙련 등을 말한다. 지식기반경제는 21세기사회가 지식사회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소유 여부가 물적 생산수단 소유 여부와 함께 사회계급 분화의 중심적 요소가 된다. 노동자 개인의 지위도 지식 소유의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아울러 지식이 '지식 자본'으로 되느냐 아니면 '지식 노동'으로 되느냐에 따라 노사간의 힘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식은 자본과 노동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요소가 된다.  
  여섯째, 생산영역에서는 정보기술에 적합한 더 적은 고도숙련 노동자들만 남고 더 많은 저숙련 노동자들은 방출되고 있다. 생산영역에서 구축된 노동자들은 서어비스와 유통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서어비스와 유통 영역에서도 정보기술이 확산되면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급변하고 있는 신기술의 추세를 볼 때,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다면 리프킨이 예측하는 것처럼 21세기에는 고실업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기술적 요인에 의한 구조적 실업이 장기지속될 것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업은 단순히 유효수요의 증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고용의 유지와 창출문제가 최대의 잇슈로 등장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물론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겠지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요청될 것이며, 정부부문도 기업부문도 아닌 '제3섹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이 증대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20세기말 자본주의의 추세들이 21세기에도 지속된다고 한다면, 21세기에 노동의 존재조건은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21세기 초반의 자본주의가 국제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neoliberalist global capitalism)로 된다고 한다면, 노동의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는 역전불가능한 것일까? 금융의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금융자본의 이해가 우선적으로 관철되는 정치경제적 과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과 시민사회의 결합된 힘을 통해 금융의 자유화 및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를 규제하거나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금융자본의 이해가 아니라 노동의 이해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인적자원에 기반한 발전모델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지식기반경제의 출현은 그 실현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주도 축적체제가 아닌 인적자원기반 축적체제를 구축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결합의 토대위에서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는 대안적 발전모델을 실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21세기를 눈앞에 둔 '노동'의 가장 긴요한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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