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형설지공/경제경영

[인터뷰]이수그룹 김상범회장 인터뷰

매출액이 1조원 안팎인 중견그룹들도 구조조정이 새해 경영의 화두다.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어 중견그룹들의 사업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견그룹의 경영전략을 최고경영자 인터뷰를 통해 알아 본다.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을 첫번째로 만났다.

- 중견그룹들은 회사채 발행을 제대로 못하고 신규차입도 어려워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한다. 이수그룹은 자금운용에 문제가 없는가.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는 4백억원 가량 된다. 이 가운데 올해 갚아야 할 빚은 얼마 안된다. 이수화학 등 전 계열사가 이익을 내고 있고 부채비율이 1백%를 밑돈다. 이수세라믹과 페타시스를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했다. 직접금융 조달 형편이 나아졌다. 5년 안에 무차입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

- 지난해부터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주력인 이수화학의 지분을 해외에 넘기려고 한다.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매년 수백억원씩 이익을 남기는 회사여서 외국 투자가들의 관심이 크다. 외자유치는 여러 갈래로 추진하고 있고 곧 성과가 있을 것이다."

- 지난해 회장에 취임해 생명공학 등 신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생명사업본부를 만들어 항암제.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신약개발은 위험부담이 크지만 매년 3백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신약개발 연구소를 세우고 국내 종합병원과 합작업체를 설립할 것이다."

- 금융사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전공이 금융이다. 대학졸업 후 미국에서 유학할 때 이 분야를 공부했다. 적성에도 맞는 것 같다. 1995년 그룹에 입사해 창업투자업체인 페타캐피탈과 투자자문회사들을 설립했다. 제대로 된 투자은행을 경영하는 것이 꿈이다."

- 대우의 자금이 이수그룹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최근 3년 동안 세무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수와 대우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장인(김우중 대우그룹 전회장) 이 어려워지자 그런 소문이 난 것 같다."

- 金 전회장이 출국한 후 만난 적이 있나.

"한 번도 뵙지 못해 사위로서 불효를 하고 있다. 해외에 나갈 때 현지에서 전화 통화를 몇 번 한 적이 있을 뿐이다. 장인이 아프리카 수단에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안다. 나는 장인의 수행 비서를 1년쯤 했다. 장인의 경영활동을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다."

-3남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이수건설의 지분을 50% 정도 갖고 있어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 형님 두 분은 개인 사업에 몰두하고 그룹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회사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는데.

"조직을 정예화하려고 애를 쓴다. 올해부턴 임직원의 복장을 자율화했다. 장치산업이다 보니 임직원들의 사고가 보수적인 편이다. 인사와 교육을 통해 이를 바꿔 볼 생각이다."

◇ 김상범(41) 회장은〓김준성 전 경제부총리의 3남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법학대학원을 졸업해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김우중 대우그룹 전회장의 고명딸인 선정씨와 결혼한 직후 2년 동안 대우그룹 국제법무실 실장을 지냈다.

95년 이수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그룹에 들어와 이듬해 그룹 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그룹을 총괄했고 지난해 회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