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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법경제학노트]공용수용이론 (Takings)

1. 수용이론의 경제적 기초

많은 국가들은 자국의 헌법에 사적소유권의 공용수용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23조 3항에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시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제23조의 3항을 공법학자들은 공용수용(eminent domain 또는 takings)이라 부르며, 민간 재산권을 부분적으로만 제한하는 국가행위는 공용제한 또는 규제수용(regulatory takings)이라 일컫는다.

정부의 민간자산에 대한 공용수용에 있어서 선행되어야 할 두가지 요건은 첫째, 공익(public interest)을 위한 수용이어야 하며, 둘째, 수용시 정당보상(just compensation)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강제적 수용으로 인해 비효율성이 야기되는 대표적 상황은 특정 재화에 대하여 가치를 높게 부여하는 측으로부터 낮은 측으로 그 재화가 이전될 때이다. 예를 들어 갑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시가가 3천만원이지만 집안 댇로 내려오는 토지이기 때문에 주관적 가치는 매우 크다. 갑이 평가하는 가치를 1억원이라고 하자. 따라서 정부가 4천만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공사업을 위해 3천만원을 주고 공용수용하면 갑은 7천만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공용수용조항의 정당보상 기준을 시가가 아닌 피수용자의 유보가격(reservation price)으로 책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강제성이 실질적으로 감축될 것이다. 그러나 이 때에는 피수용자의 버티기(holdout)가 발생한다.

공용수용조항의 정당성은 일단 거래비용의 극복에 있다는 명제가 초기 경제적 접근의 골자이다 (Posner, 1992). 특정 사업이 공익성과 경제성을 충족시킬 때 소요되는 민간자산의 양 또는 소유자 숫자가 많아질수록 정부가 직면하는 거래비용이 높아지므로 이를 낮추기 위한 장치가 바로 공용수용조항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정당보상은 국가의 과도한 공용수용을 제한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가장 경제적 시각이었다. 국가 역시 예산제약하에서 운용된다는 점을 인정하였을 때, 정당보상이 없다면 국가는 모든 사업을 수행할 때 공용수용하기 쉬운 생산요소(예:토지)를 과다투여할 유인을 갖게 되므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공용수용에 관한 경제적 접근은 높은 거래비용하에서 피수용자의 도덕적 위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며, 공익성 및 정당보상 조건은 수용자의 도덕적 위해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일반명제를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2. Michelman의 수용이론 : 경제효율성과 반도덕화비용

공용수용에 관하여 최초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는 Michelman이라 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정부의 특정 행위가 어떤 상황에서 공용수용을 구성하는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효용주의자라면 다음의 세가지 요소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 세가지는 효율성이익(efficiency gains), 반도덕화비용(demoralization costs), 합의비용(settlement costs)이다.

효율성이익은 "정부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실을 초과하여 창출되는 편익이다. 편익은 정부행위의 잠재적 수혜자가 그 행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급할 의사가 있는 화폐금액으로 측정되며, 손실은 그 행위에 동의하는데 대해 요구하는 화폐금액으로 측정된다" (Michelman, 1967).

반도덕화 비용은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피해당사자 및 그에 대한 동조자들이 느끼는 비용을 상쇄시켜 줄 만한 금액과, 피해자, 동조자,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반도덕화를 목격한 후 (인센티브가 왜곡되거나 사회동요가 발생하여) 미래에 생산활동이 감소함으로서 발생하는 손실의 현재가치로써 구성된다.

합의비용은 반도덕화비용을 적절히 제거하기 위해 보상문제를 합의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노력, 자원의 화폐가치이다. 즉 광의의 거래비용이라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주요 개념을 정립한 후 Michelman은 공용수용 및 보상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의 지침을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먼저 공용수용 여부에 관하여, 수용으로 발생하는 편익(B)이 보상(C)을 초과하더라도 그 순편익이 반도덕화비용(D) 및 합의비용(S) 보다 모두 작을 때에는 수용하지 말하야 한다는 것이다.



If (B-C) < min {D, S}, no takings (1)



식(1)이 성립하는데도 수용한다면, 정부의 그러한 행위는 원천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식(1)이 성립하지 않을 때, 즉 순편익이 반도덕화비용과 합의비용 중 어느 하나보다 크다면, 수용이 허용된다. 따라서 이제는 보상여부가 관건이 된다. 만약 합의비용이 반도덕화비용보다 작다면 보상하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보상하지 않는다.



If S < (B-C) & S
If S < (B-C) & S>D, takings but no compensation (3)



식(2)에서 만약 S가 순편익보다 작다면 피수용자에게 보상해 줌으로써 S보다 더 큰 D가 발생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총효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식(3)에서 D를 없애기 위해 그보다 많은 S를 지출해야 하므로 보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설사 합의비용 역시 순편익보다 작다고 할지라도(즉 D0이고, 보상여부는 상관치 않기 때문이다.





3. Blume, Rubinfeld, Shapiro의 수용이론 : 도덕적위해의 극복

Michelman의 논문 이후 경제분석은 보상결정에 따른 피수용자의 도덕적 위해 분야에서 심화되었다. 이 문제에 관한 최초의 분석은 Blume, Rubinfeld, Shapiro(1984)였다. 기본논지는 무조건 보상하게 되면 피수용자의 도덕적위해로 인하여 비효율성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효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보상결정을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 계곡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갑은 숙박시설을 지으려고 한다. 편의상 두가지 시설을 고려한다고 하자. 첫째, 야영장은 작은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지만 그 자본의 감가상각은 매우 빠르다. 둘째, 호텔은 큰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며 장시간 지속되고 더욱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 두가지 숙박시설을 비교한 후 갑은 호텔의 수익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계곡 옆을 흐르는 강이 범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범람하면 호텔의 경우 유실되는 자본의 훨씬 많을 것이다.



상황1. 여기서는 자연재해만을 고려한다. 갑은 범람할 확률이 0.2이나,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방법이 달리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산을 해본 결과 이 상황에서는 그냥 야영장을 설치하는 것이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정은 사회후생을 역시 극대화시킬 것이다.

상황2. 갑이 의사결정을 하기 전 의회에서 수해보상법을 제정했다. 즉 자연수해를 입었을 경우 손실된 재산의 시장가치를 보상해준다. 물론 보상금은 납세자의 부담이다. 이 상황에서 갑은 틀림없이 호텔을 지을 것이다. 즉 갑이 직면하는 위험을 납세자가 전부 떠맡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갑의 도덕적위해로 인한 외부효과가 존재하므로 호텔건축은 비효율적이다.

상황3. 자연재해는 존재하지 않는 대신 근처 정부의 댐공사 때문에 공용수용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원유가의 급등 등과 같은 외생적 사건이 발생하면 수력발전을 하는 것이 훨씬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와 갑은 이 같은 댐의 수익성과 그러한 외생적 사건이 발생활 확률이 0.2임을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중립적으로 행동한다고 전제한다. 즉 정부쪽에서의 도덕적 위해는 없다고 가정한 후, BRS는 이때 정부가 공정보상을 약속하는 것이 비효율적임을 증명하였다.

여기서의 비효율성의 원천은 갑이 자신의 토지에 투자한 자본 때문이다. 수용한 토지는 더욱 효율적인 용도에 사용되지만 이미 투자한 자본은 사회적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비효율성은 은 갑이 이윤극대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적의 시설을 건축했을 때 발생하는 비효율성이다. 왜냐하면 갑은 수용가능성을 무시한 최적규모를 건축했기 때문에 수용시 자본의 상당부분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즉 투자의 상당부분이 매몰화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수용시 복원할 수 없는 자본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이동성이 완벽한 자본 또는 인력에 대해 완벽히 보상하는 것은 비효율성을 야기시키지 않을 것이다.





4. Epstein의 규제수용이론 : 수용절차와 공정성

Epstein는 Michelman의 이론에 깔려있는 Pigou식 가정, 즉 정부중립성을 거부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정부 또는 입법부가 정당한 일만 한다는 명제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고 Epstein은 이론을 전개한다.

예컨대, 전자에서는 합의비용이 지나치게 높을 때에는 수용을 하더라도 보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후자에서는 수용이 있다면 반드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과연 어떤 경우에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에 관한 검토 내지는 절차를 집중적으로 논하고 있다.

Epstein는 공공재, 공유문제, 기타 시장실패 요인들이 존재하므로 정부개입의 여지가 존재한도고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공용수용이란 개념을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정부개입의 정도 및 방식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려 하였다. 소위 '규제수용(regulatory takings)'의 개념을 정립시킨 것이다.



Epstein은 수용절차 중 피수용자가 불만을 제기했을 때(즉 국가대 민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법관이 심사숙고 해야 할 네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① 수용발생 여부의 숙고 : 규제수용에 관련된 갈등조정의 첫 번째 단계는 과연 수용이 발생했는가를 숙고하는 것이다. 그는 많은 정부행위에는 특정 민간들의 자산가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부분적 수용과 동일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사용·수익·양도 등 어떤 식으로든 재산권에 영향을 주었다면 수용발생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② 공익성 여부의 숙고 : 수용발생을 확인한 후에는 공익을 위한 것이었는가를 검토한다. 그에게 있어서 공익을 위한 사용이란 주로 공공재, 공유문제,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③ 자발적 승낙과 경찰권능 여부의 숙고 : 수용의 공익성이 인정되었다면, 보상부재에 대한 피수용자의 불만을 검토한다. Epstein은 보상면제를 정당화하는 두가지 조건을 강조한다. 하나는 피수용자의 자발적인 승낙(consent)이 있었을 때이고, 다른 한가지 조건은 사기·절도·강도 등 민간의 불법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경찰권을(police power)으로서 규제를 할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능한 다양한 정책중 해당 규제가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④ 암묵적 동종보상 여부의 숙고 : 승낙이나 경찰권능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어떤 다른 방식으로든 피수용자에게 보상이 돌아갔는가를 숙고한다. Epstein은 이러한 비금전적 보상을 '암묵적 동종보상(implicit in-kind compensation)'이라 명명하였다. 이 개념은 공용수용으로 인한 비용과 편익이 장기적으로 서로 상쇄되는 경향이 있을 때에는 국가가 피수용자에게 특별히 보상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Epstein은 이를 이익의 상호성(reciprocity of advantages)으로 간주하면서, 피수용자에게 돌아가는 편익과 부담을 법관이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 정부 도덕적위해의 억제

전술한대로 BRS의 이론은 정부쪽에서의 도덕적위해는 없다는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 가정이 깨어진다면, 잠재적인 피수용자들은 정부의 도덕적 위해에 대응하려고 각종 조치를 취할 것이므로 결국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수용의 소문이 토지의 소유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Kanner(1973)는 이를 수용우려(condemnation blight)라 명하였다. 일단 수용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민간으로 흘러들어갔을 때 일군의 토지수요자들은 과다건축하려는 도덕적위해를 보이겠지만, 사실 대부분 (위험회피적인) 소유자들에게는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임차인들과 장기임대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 수용시 설사 시장가격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더라도 실제로 그들의 비용은 훨씬 커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해당 재산의 가치가 하락한다. 만약 정부쪽의 도덕적위해가 없다면 이러한 현상은 피수용자의 도덕적위해를 억제하는 효과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수용정보를 과다하게 흘릴 것인데, 이는 수용에 대한 저항 및 보상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용우려는 비효율성과 불공정성을 초래한다.

이러한 정부의 도덕적위해 때문에 발생하는 수용우려를 억제하기 위해 Kanner는 근거없이 취소되는 수용, 즉 사후적으로 비효율성을 야기시킨 수용우려에 대해서는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용우려로 인한 보상을 기피하기 위해 공식발표는 하지 않은 채 비공식적으로 소문만 흘려 보내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기 전 소유주들이 행한 투자, 그리고 발표 후에 발생한 수용우려에 대해서 가능한 보상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식발표 후의 투자에 대해서는 '효율적' 또는 '선의'의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사용함으로써 기회주의적 투자행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수용가능성을 확실하게 발표할수록 취소시 보상액을 높게 책정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공식발표 이전에 이루어진 모든 투자는 최대한 보상하고, 발표 이후의 투자는 효율성 기준으로 엄선해서 보상하고, 수용우려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이를 보상액에 포함하고, 수용계획의 취소시에도 보상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피수용자의 기회주의적 행위가 줄어들고, 정부는 수용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를 발표하는 데 더욱 신중을 기함으로써 결국 쌍방의 도덕적위해가 경감될 것이다.



■ 참고문헌

김일중·양진석, "국가 대 민간 갈등 : 공용수용의 헌법조항을 중심으로," 공공경제, 제4권 제1호, 1999. 5.
Blume, Lawrence, Daniel Rubinfeld, and Perry Shapiro, "The Taking of Land: When Should Compensation Be Paid?,"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99, 1984.
Epstein, Richard, Takings: Private Property and the Power of Eminent Domain,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85
Kanner, Gideon, "Condemnation Blight: Just How Just is Just Compensation?," Notre Dame Lawyer, vol. 48, 1973, pp.765-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