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환과정과 계약법의 경제적 역할
"약속은 단순히 나의 현재의 가치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미래 행동의 신뢰에 호소하는 것이다." -Charles Fried, Contract as Promise (1987)
계약법은 해당 재화에 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일방으로 재산권의 자발적 교환을 촉진시키는 것과 관련한 문제를 다룬다. 교환과정은 법적인 조정이 없이 확실히 이행될 수 있다고 가정되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계약 쌍방이 계약상의 의무를 동시에 이행했을 때에만 가능하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동시성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때, 교환과정에서, 법이 구제해 주어야 하는, 기회주의(opportunism)와 예기치 않은 우발상황(unforeseen contingencies)이라는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A는 집이 완성되었을 때 돈을 지불하기로 하고 B에게 집을 짓도록 했다. 집이 지어지고 있는 동안 그리고 어떠한 지불이 이루어지기 전에, B는 A의 기회주의적 행위에 무방비상태(포로)가 된다. 왜냐하면 그는 만일 A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기가 어렵다는(특히 만일 집을 지은 땅이 A의 소유일 때) 것을 알게 될 것이다.1) 그래서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계약이 부재할 때,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한 후에 A는 B에게 가격을 낮추도록 강요할 것이다. 집이 지어지고 난 후에는 반대로 A가 B의 기회주의적 포로가 된다. A는 수년동안 그 집으로부터 서비스의 흐름을 받기를 원한다. 만일 B가 집의 질을 나쁘게 지어서 사용한지 몇 달 후에 집이 허물어진다면, A의 기대는 무참히 무너질 것이다.2)
이러한 계약상의 기회주의 문제는 경제행위의 순차적(sequential) 특성으로부터 발생한다. 만약 계약적 교환이 동시적이라면, 계약권리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이행이 부재하면, 단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경제행위에의 투자라는 편의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효율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A는 자신의 소를 팔려고 하고 이 소를 살려는 B, C 두명의 경매자가 있다고 하자. 이 소는 B에게는 $50, C에게는 $100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A는 $30의 가치만을 부여한다고 하자. 따라서 소가 B보다는 C에게 팔리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B는 현금 $50를 가지고 있고, C는 현재 현금이 없기 때문에 1주일 안에 $75를 A에게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만일 법이 그런 약속을 강제하지 않는다면(즉 A가 C로부터 돈을 받지 못할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A는 지금 B에게 소를 팔기가 쉬울 것이다. 만일 C가 약속을 어기고, 법이 구제를 해주지 못할 것이란 생각으로, A가 B에게 소를 파는 것은 한 부분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교환을 방해함으로써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게 된다. (차후에 B는 C에게 소를 되팔 수 있을 것이므로, 이 또한 추가적인 거래비용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D는 셔츠 한벌을 $5에 팔고 있고, D의 셔츠보다 세배는 더 오래 가기때문에 자신의 셔츠가 더 가치있다고 주장하는 그의 경쟁자, E는 한벌에 $6에 팔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살펴보거나 만져보는 것만으로는 두 제품 사이에 명백한 차이점은 없다. E는 자신의 셔츠의 우수한 내구성을 보즌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의 약속이 법적인 이행성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그이 주장의 진실성을 의심할 것이며, 대신에 D의 셔츠를 사게 될 것이다. 이것은 또다시 차선의 결과이다.
설령 계약법이 없다 하더라도 자발적인 교환체계(exchange system)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계약 일방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이용한 것에 대한 댓가로, 장래에 자신과 거래할 사람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3) 그러나 순수하게 자발적인 교환체계는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계약 불이행의 편익이 계약이행의 비용을 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법의 기본 기능은 최적 경제행위를 유도하고 값비싼 자기방어수단(self-protective measures)의 사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계약 당사자들로 하여금 계약 상대방에 대한 기회주의적 행위를 방지하는 데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제조업자 A가 상인 B에게 일정지역에 대해서 독점판매권을 부여했다. 즉, A는 계약기간 내에는 동일 지역내의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동의한 것이다. Benjamin Cardozo 판사의 유명한 의견에서, 법적은 독점판매권에 대한 계약은 상인에게 제조업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암묵적(implied) 조건을 포함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조건이 없다면, B는 A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다른 제조업자의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그 계약이 A에게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계약은 완전히 편향된(one-sided) 것으로, 이렇게 의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예는 기회주의의 또 다른 측면인 독점의 경우를 보여준다. 제조업자와 상인 사이의 계약은 상인에게 독점권을 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계약하에서, 제조업자는 특정 지역내의 다른 경쟁 상인들에게 자신의 상품을 팔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은 계약 당사자들이 상인이 자유롭게 독점권의 이점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가정하고, 최선의 노력조항(best-efforts)을 삽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하에, 계약법은 최초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 이외의 다른 기능을 하게 된다. 즉 누락조항(missing clauses)의 첨부기능을 통해서 당사자들의 합의를 채워넣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 또한 계약이행의 순차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이행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우발상황을 당사자들이 예측하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발상황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양 당사자들이 예측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주의깊게 계약서에 일일이 세부조항을 기록하는 것에 따른 비용은 계약이행의 편익을 초과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원이 그러한 우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것을 다루는 데 필요한 계약조항을 작성하는 것이 보다 더 저렴한 비용이 들 것이다. 이를 위해, 법원은 만약 해당 우발상황에 대해 계약 당사자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애초부터 어떤 계약을 맺었을 것인가를 고려해서 처리하는 것이다 (법원의 특수상황 처리).
다음은 경제학적 분석이 어떻게 계약상의 누락조항을 채워넣는 것에 사용될 수 있는가에 관해 예를 들어 살펴보자.
A는 B로부터 한 달 이내에 배달이 이루어 질 것을 조건으로 상품을 구입하였다. 그러나 이 한달 동안에 B의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여 해당 상품이 소실되었다. 계약서에는 배달 이전의 손실위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B는 더 낮은 비용으로 자신의 창고에 화재가 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거나, 혹은 화재에 대비하여 보험을 들 수 있었으므로,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B에게 위험을 부담하도록 했을 것이다.
Wisconsin주는 주건축사의 감독하에 주청사의 익벽을 만들도록 Bentley라는 사람을 고용하였다. 그는 건축사의 계획에 따라 작업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건축사의 계획이 부실해서 익벽은 완공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붕괴되었다. 주정부는 Bentley가 그러한 사고에 대해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것을 보증하였다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계약서에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아무런 조항이 들어있지 않았으며, 양측 모두 분명히 건축사의 잘못 때문에 익벽이 붕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정부는 소송에서 패소하였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옳은 결과이다. 주정부는 건축사에 대한 세심한 결정과 감독을 통해서 Bentley보다는 낮은 비용으로 붕괴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insurance)은 예기치 못한 우발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으며, 계약은 종종 보험의 방식을 띄게 된다. 그러나 Bentley는 주정부보다 더 낳은 보험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Bentley는 외부로 나가서 보험에 들 수 있었겠지만, 주정부는 특정 위험에 대하여 스스로 보험에 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환의 보조수단으로서 계약의 개념에 대해 논의해 왔지만, 이러한 논의는 아래에서 보여지는 예들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좁은 시각이다.
(1) 대학학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어는 부자의 약속을 믿고 부업을 포기했는데, 그 부자는 약속을 어겼고 나는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2) A는 12일까지 B에게 상품을 배달하기로 하였는데, B는 이번달 12일로 생각한 반면, A는 다음달 12일로 생각하였다. A는 B가 기대했던 날짜에 상품을 배달하지 못하였다.
(3) 철강회사가 60일 이내에 교량건설회사에 철근을 납품하기로 약속하였는데, 철강회사가 노조원의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되었고, 철근을 납품을 할 수 없었다.
첫 번째 예의 경우, 교환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부업을 포기한 것은 부유한 약속자에게 어떠한 이익(advantage)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그는 내가 일자리를 포기했는지 조차 모르고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예에서도, 실제로나 의도적으로도 교환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 당사자들은 서로 다른 거래를 의미한 것이다. 세 번째의 경우, 약속자(promisor)의 사정에 의해서 계약이 이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세가지 사례 모두 이행을 하지 못한 당사자에게 제재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경제적 논의가 존재한다.
부자의 무책임한 약속은 그 약속이 깨졌을 때 피약속자(promisee)에게 상당한 비용을 초래할 의존(reliance)을 발생케했다. 약속자에게 피약속자의 의존비용에 대해 책임을 부과함으로서 미래에는 이러한 비용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의존을 발생시키는 기부약속과 그렇지 않은 약속과는 구분해야 한다. 내가 사소한 선물을 주기로 약속했다가 다음날 취소한 경우에, 내 약속에 의존이 발생했다면 과다의존이기 때문에, 나는 법적으로 약속이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구매자와 판매자가 날짜를 혼동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산업의 관례상 달(month)에 대해 특정한 언급이 없는 경우, 배달 날짜는 현재 달을 나타내는 것으로 가정하자. A는 그 산업에 새로 진입했고 그러한 관례에 대해 몰랐다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A에게 B가 이해한대로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신참기업(newcomers)들에게 거래관행을 즉시 익히게 하는 유익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이 최적 결과라 할지라도,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① 기존 기업이 거래관행에 대한 정보를 신참기업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것인지 여부.
② 신참기업이 이러한 정보를 획득하는 데 장애를 주는 반경쟁적 행위의 가능성.
세 번째 경우에서, 철강회사는 아마도 노조원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에 대한 예측, 그리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서 보다 더 낳은 지위에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철강회사에게 그러한 위험을 부담케 하는 것은(이행지연으로부터 구매자가 입게되는 손해를 배상케 함으로써), 장래에 그러한 이행지연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비용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소화 하는 방법일 것이다.
계약법은 거래비용을 낮추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발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법부가 효율적인 조항을 삽입하는 데 실패한다면, 미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일 비효율적인 계약법의 원칙 내지 원리가 존재하고 그것이 새로운 입법과 해석에 의해 끊임없이 수정·보완되지 않는다면 계약 당사자들이 얼마든지 보다 효율적인 내용의 계약을 작성하여 그 법원칙의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고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 우리는 여기서 왜 건축업자들이 일반적으로 건축진행단계에 따른 대금의 분할지급을 요구하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비록 계약법이 있다 해도 이를 활용하는데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분할지급이라는 사적계약을 통해 상대방의 기회주의를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박세일, p.203).
2) 예컨대 법이 채무의 불완전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제도 등을 구비히고 이를 강제하지 않으면 A는 B의 기회주의를 막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축과정을 일일이 감시·감독해야 하는 비효율을 낳는다 (박세일, p.204)
3) 이것이 계약법이 없어도 자발적인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그것은 특히 계약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에 명예와 신용의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경우이다 (박세일, p.202).
"약속은 단순히 나의 현재의 가치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미래 행동의 신뢰에 호소하는 것이다." -Charles Fried, Contract as Promise (1987)
계약법은 해당 재화에 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일방으로 재산권의 자발적 교환을 촉진시키는 것과 관련한 문제를 다룬다. 교환과정은 법적인 조정이 없이 확실히 이행될 수 있다고 가정되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계약 쌍방이 계약상의 의무를 동시에 이행했을 때에만 가능하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동시성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때, 교환과정에서, 법이 구제해 주어야 하는, 기회주의(opportunism)와 예기치 않은 우발상황(unforeseen contingencies)이라는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A는 집이 완성되었을 때 돈을 지불하기로 하고 B에게 집을 짓도록 했다. 집이 지어지고 있는 동안 그리고 어떠한 지불이 이루어지기 전에, B는 A의 기회주의적 행위에 무방비상태(포로)가 된다. 왜냐하면 그는 만일 A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기가 어렵다는(특히 만일 집을 지은 땅이 A의 소유일 때) 것을 알게 될 것이다.1) 그래서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계약이 부재할 때,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한 후에 A는 B에게 가격을 낮추도록 강요할 것이다. 집이 지어지고 난 후에는 반대로 A가 B의 기회주의적 포로가 된다. A는 수년동안 그 집으로부터 서비스의 흐름을 받기를 원한다. 만일 B가 집의 질을 나쁘게 지어서 사용한지 몇 달 후에 집이 허물어진다면, A의 기대는 무참히 무너질 것이다.2)
이러한 계약상의 기회주의 문제는 경제행위의 순차적(sequential) 특성으로부터 발생한다. 만약 계약적 교환이 동시적이라면, 계약권리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이행이 부재하면, 단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경제행위에의 투자라는 편의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효율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A는 자신의 소를 팔려고 하고 이 소를 살려는 B, C 두명의 경매자가 있다고 하자. 이 소는 B에게는 $50, C에게는 $100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A는 $30의 가치만을 부여한다고 하자. 따라서 소가 B보다는 C에게 팔리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B는 현금 $50를 가지고 있고, C는 현재 현금이 없기 때문에 1주일 안에 $75를 A에게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만일 법이 그런 약속을 강제하지 않는다면(즉 A가 C로부터 돈을 받지 못할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A는 지금 B에게 소를 팔기가 쉬울 것이다. 만일 C가 약속을 어기고, 법이 구제를 해주지 못할 것이란 생각으로, A가 B에게 소를 파는 것은 한 부분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교환을 방해함으로써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게 된다. (차후에 B는 C에게 소를 되팔 수 있을 것이므로, 이 또한 추가적인 거래비용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D는 셔츠 한벌을 $5에 팔고 있고, D의 셔츠보다 세배는 더 오래 가기때문에 자신의 셔츠가 더 가치있다고 주장하는 그의 경쟁자, E는 한벌에 $6에 팔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살펴보거나 만져보는 것만으로는 두 제품 사이에 명백한 차이점은 없다. E는 자신의 셔츠의 우수한 내구성을 보즌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의 약속이 법적인 이행성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그이 주장의 진실성을 의심할 것이며, 대신에 D의 셔츠를 사게 될 것이다. 이것은 또다시 차선의 결과이다.
설령 계약법이 없다 하더라도 자발적인 교환체계(exchange system)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계약 일방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이용한 것에 대한 댓가로, 장래에 자신과 거래할 사람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3) 그러나 순수하게 자발적인 교환체계는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계약 불이행의 편익이 계약이행의 비용을 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법의 기본 기능은 최적 경제행위를 유도하고 값비싼 자기방어수단(self-protective measures)의 사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계약 당사자들로 하여금 계약 상대방에 대한 기회주의적 행위를 방지하는 데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제조업자 A가 상인 B에게 일정지역에 대해서 독점판매권을 부여했다. 즉, A는 계약기간 내에는 동일 지역내의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동의한 것이다. Benjamin Cardozo 판사의 유명한 의견에서, 법적은 독점판매권에 대한 계약은 상인에게 제조업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암묵적(implied) 조건을 포함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조건이 없다면, B는 A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다른 제조업자의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그 계약이 A에게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계약은 완전히 편향된(one-sided) 것으로, 이렇게 의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예는 기회주의의 또 다른 측면인 독점의 경우를 보여준다. 제조업자와 상인 사이의 계약은 상인에게 독점권을 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계약하에서, 제조업자는 특정 지역내의 다른 경쟁 상인들에게 자신의 상품을 팔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은 계약 당사자들이 상인이 자유롭게 독점권의 이점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가정하고, 최선의 노력조항(best-efforts)을 삽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하에, 계약법은 최초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 이외의 다른 기능을 하게 된다. 즉 누락조항(missing clauses)의 첨부기능을 통해서 당사자들의 합의를 채워넣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 또한 계약이행의 순차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이행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우발상황을 당사자들이 예측하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발상황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양 당사자들이 예측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주의깊게 계약서에 일일이 세부조항을 기록하는 것에 따른 비용은 계약이행의 편익을 초과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원이 그러한 우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것을 다루는 데 필요한 계약조항을 작성하는 것이 보다 더 저렴한 비용이 들 것이다. 이를 위해, 법원은 만약 해당 우발상황에 대해 계약 당사자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애초부터 어떤 계약을 맺었을 것인가를 고려해서 처리하는 것이다 (법원의 특수상황 처리).
다음은 경제학적 분석이 어떻게 계약상의 누락조항을 채워넣는 것에 사용될 수 있는가에 관해 예를 들어 살펴보자.
A는 B로부터 한 달 이내에 배달이 이루어 질 것을 조건으로 상품을 구입하였다. 그러나 이 한달 동안에 B의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여 해당 상품이 소실되었다. 계약서에는 배달 이전의 손실위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B는 더 낮은 비용으로 자신의 창고에 화재가 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거나, 혹은 화재에 대비하여 보험을 들 수 있었으므로,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B에게 위험을 부담하도록 했을 것이다.
Wisconsin주는 주건축사의 감독하에 주청사의 익벽을 만들도록 Bentley라는 사람을 고용하였다. 그는 건축사의 계획에 따라 작업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건축사의 계획이 부실해서 익벽은 완공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붕괴되었다. 주정부는 Bentley가 그러한 사고에 대해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것을 보증하였다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계약서에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아무런 조항이 들어있지 않았으며, 양측 모두 분명히 건축사의 잘못 때문에 익벽이 붕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정부는 소송에서 패소하였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옳은 결과이다. 주정부는 건축사에 대한 세심한 결정과 감독을 통해서 Bentley보다는 낮은 비용으로 붕괴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insurance)은 예기치 못한 우발상황에 대한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으며, 계약은 종종 보험의 방식을 띄게 된다. 그러나 Bentley는 주정부보다 더 낳은 보험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Bentley는 외부로 나가서 보험에 들 수 있었겠지만, 주정부는 특정 위험에 대하여 스스로 보험에 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환의 보조수단으로서 계약의 개념에 대해 논의해 왔지만, 이러한 논의는 아래에서 보여지는 예들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좁은 시각이다.
(1) 대학학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어는 부자의 약속을 믿고 부업을 포기했는데, 그 부자는 약속을 어겼고 나는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2) A는 12일까지 B에게 상품을 배달하기로 하였는데, B는 이번달 12일로 생각한 반면, A는 다음달 12일로 생각하였다. A는 B가 기대했던 날짜에 상품을 배달하지 못하였다.
(3) 철강회사가 60일 이내에 교량건설회사에 철근을 납품하기로 약속하였는데, 철강회사가 노조원의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되었고, 철근을 납품을 할 수 없었다.
첫 번째 예의 경우, 교환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부업을 포기한 것은 부유한 약속자에게 어떠한 이익(advantage)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그는 내가 일자리를 포기했는지 조차 모르고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예에서도, 실제로나 의도적으로도 교환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 당사자들은 서로 다른 거래를 의미한 것이다. 세 번째의 경우, 약속자(promisor)의 사정에 의해서 계약이 이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세가지 사례 모두 이행을 하지 못한 당사자에게 제재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경제적 논의가 존재한다.
부자의 무책임한 약속은 그 약속이 깨졌을 때 피약속자(promisee)에게 상당한 비용을 초래할 의존(reliance)을 발생케했다. 약속자에게 피약속자의 의존비용에 대해 책임을 부과함으로서 미래에는 이러한 비용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의존을 발생시키는 기부약속과 그렇지 않은 약속과는 구분해야 한다. 내가 사소한 선물을 주기로 약속했다가 다음날 취소한 경우에, 내 약속에 의존이 발생했다면 과다의존이기 때문에, 나는 법적으로 약속이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구매자와 판매자가 날짜를 혼동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산업의 관례상 달(month)에 대해 특정한 언급이 없는 경우, 배달 날짜는 현재 달을 나타내는 것으로 가정하자. A는 그 산업에 새로 진입했고 그러한 관례에 대해 몰랐다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A에게 B가 이해한대로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신참기업(newcomers)들에게 거래관행을 즉시 익히게 하는 유익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이 최적 결과라 할지라도,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① 기존 기업이 거래관행에 대한 정보를 신참기업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것인지 여부.
② 신참기업이 이러한 정보를 획득하는 데 장애를 주는 반경쟁적 행위의 가능성.
세 번째 경우에서, 철강회사는 아마도 노조원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에 대한 예측, 그리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서 보다 더 낳은 지위에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철강회사에게 그러한 위험을 부담케 하는 것은(이행지연으로부터 구매자가 입게되는 손해를 배상케 함으로써), 장래에 그러한 이행지연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비용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소화 하는 방법일 것이다.
계약법은 거래비용을 낮추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발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법부가 효율적인 조항을 삽입하는 데 실패한다면, 미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일 비효율적인 계약법의 원칙 내지 원리가 존재하고 그것이 새로운 입법과 해석에 의해 끊임없이 수정·보완되지 않는다면 계약 당사자들이 얼마든지 보다 효율적인 내용의 계약을 작성하여 그 법원칙의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고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 우리는 여기서 왜 건축업자들이 일반적으로 건축진행단계에 따른 대금의 분할지급을 요구하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비록 계약법이 있다 해도 이를 활용하는데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분할지급이라는 사적계약을 통해 상대방의 기회주의를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박세일, p.203).
2) 예컨대 법이 채무의 불완전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제도 등을 구비히고 이를 강제하지 않으면 A는 B의 기회주의를 막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축과정을 일일이 감시·감독해야 하는 비효율을 낳는다 (박세일, p.204)
3) 이것이 계약법이 없어도 자발적인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그것은 특히 계약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에 명예와 신용의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경우이다 (박세일,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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