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현실감 있는 경제원론 강의시간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I. 경제학 교수의 자성(自省)
교육방법에 관한 연구와 논의 미비: 한국경영학회에서는 90년대 초부터 학부생들에게 경영학원론 강좌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였다. 특히 현실감있는 경영학 교육을 시키기 위해 학회 내에 '경영사례연구원(院)'을 설치하고 임기 5년의 원장을 위촉해서, 원장소속 학교와 기업체의 지원으로 우리나라 기업에서 실제 발생했던 현장사례들을 모티브로 활용해 현실사례를 교재용으로 재구성해 만든 사례분석(case study)을 『경영교육연구』라는 학술지에 발표하고 수록해서 창작연구물로써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학과 교수들은 경영학 강의교재용 사례연구를 다른 교수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과에서는 대체로 예전과 동일한 과목을 동일한 방법으로 가르쳐왔다.
경제학회에서도 경제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현 회장체제 이전에는 학부생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별로 크게 고민하지 않았으며, 물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비록 수 년 전부터 '한국경제교육학회'가 창설되어 고등학교 사회교사와 대학교 경제학교수들이 함께 경제교육방법에 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마당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참여하는 교수들은 주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사회교사들이 대부분이며, 대학의 경제학전공 교수들은 불과 수 십 명에 불과해 경제학전공 교수들의 참여도는 매우 미진한 편이다.
II. 경제원론 강의의 의의와 과제
(1) 경제학원론 강의의 의의
경제원론의 강의는 경제학을 전공으로 공부하려는 전공생이나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비전공생들이 처음 접하는 과목이다. 경제원론 강의에 대한 인상은 경제학 전체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 또는 편견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여 매우 중요한 강의과목이라고 생각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경제원론 강좌에서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경제학에 대한 시각을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이들이 고등학교 사회경제나 정치경제시간에 접한 경제학 학습을 통해 경제학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몇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학은 '어렵다, 재미없다.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쓸모가 없다'라는 것 등이다.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하는 것은 그러한 인식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학문으로 몇 년 공부한 학생이나 경제학과를 졸업한 학생들까지도 갖고 있는 공통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이 처음 접하는 과목인 경제학원론 강의가 중요한 까닭은 고등학교 시절에 각인되었던 경제학은 어렵고 쓸모가 없는 학문이라는 시각이 크게 잘못된 것임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회이며, 전공학생들에게는 경제학에 대한 매력을 더해 앞으로도 더욱 더 공부하고 싶은 동기를 강화시켜 줄뿐만 아니라 경제학과에 진학한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비 전공학생들에게도 경제원론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학과목도 추가로 수강해 보고 싶은 동기를 부여해 주며, 자기 동기나 후배들에게 경제원론강의를 수강하도록 권고하고 싶은 과목임을 확실하게 설득시켜 줄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러한 기회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원론 강의교수들의 과제이며, 도전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경제원론 강의를 잘못 하면 경제학 및 경제학 전공에 대해 가졌던 꿈과 희망 그리고 기대를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는 정치, 사회, 문화 어느 분야보다도 현실생활과 직결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비전공학생들도 경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욕구는 분명하다. 이제 경제학교수들의 과제는 그들이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경제원론 강의를 통해 그 잠재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는 것이다.
(2) 경제학원론 강의는 왜 재미없고 쓸모 없다고 하는가?
나무를 보기보다는 나뭇가지에만 몰입하는 강의: 경제학원론 수강생들이 강의가 재미없고 쓸모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교수들이 경제학원론을 강의할 때 기술적 디테일(technical detail)에 너무 치중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고시를 비롯한 취직시험 등 경제학교수들이 출제하는 각종 시험에서 전반적인 경제(학)적 사고능력을 검증하기보다는 경제이론의 기술적 디테일들의 암기여부를 검증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물론 채점의 편의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말이다.) 아울러 시험의 변별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진력하다보니 학교 밖에서 실시되며 비전공자들도 다수 응시하는 경제학시험에서도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과정 종합시험수준의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경제원론 교재는 새로 출제된 주제를 커버하기 위해 두꺼워진다.
일방통행방식의 강의: 경제학 강의가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현실세계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경제학지식의 편린들을 암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비록 경제학자들에게는 매우 가치 있고 흥미로운 것이기는 하지만, 일반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지도 않은 경제이론들 사이의 차이점들을 비교하는데 지나치게 집중하고, 관련된 기술적 디테일들을 습득하고 암기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교수가 그러한 지식의 편린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주입식 강의방법(schooling)에 치중할 때 학생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비록 교수가 Teaching은 열심히 해도 학생들이 피동적으로 앉아 듣기만 하는 주입식 강의에서는 Learning이 부실해져 학생들을 지루하게 만들기 쉽다.
진도 위주의 강의: 경제원론 강의가 재미없는 이유는 제한된 강의시간에 교수들이 되도록 많은 내용을 커버하는데 진력하다 보니, 이론의 뼈대만 가르칠 뿐 이론의 맛을 보여주는데 충분한 시간을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천 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원론교재를 구입하게 해 놓고, 강의시간에는 정작 그 일부만 커버한다면 학생들에게 미안할 노릇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다 보니 수요공급이론만 해도 '가격의 결정원리'를 가르치는데 진력할 뿐, 그런 과정에서 다루게 되는 시장, 수요곡선, 공급곡선 등과 관련된 아주 재미있는 주제들에 대한 논의를 커버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현실경제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강의: 진도에 집착한 나머지, 제한된 강의시간에 너무 많은 분량을 커버하려 하다보니, 교수들이 이론의 뼈대만 가르칠 뿐 현실경제와 관련시켜 이론의 유용성을 명시적으로 보여줄 시간이 없어, 수강생들은 배운 이론이 현실경제의 어떤 경우에 어떻게 활용 또는 응용될 수 있는지를 잘 깨닫지 못한 나머지 경제이론은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신입생들이 경제원론 시간에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수요공급원리를 현실경제와 연결시킨 강의사례를 참고로 소개하고자 한다.
현실사례와 연결시킨 시장기능의 강의: 경제원론 강의에서 수요공급이론 강의는 대체로 시장기능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하는데, 그저 시장의 기능을 (1) 정보의 제공, (2) 탐색비용의 절감 등등 평면적으로 열거하는데 그치고 넘어 가면 정말 흥미 없는 강의가 되기 쉽다. 왜냐하면 시장이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중학교 학생정도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경제적 니드(needs)를 충족시켜주는 방법에는 기증과 상업화라는 두 가지가 있는데, 시장거래는 현실경제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임을 일깨워준 다음 현실경제에서 이를 응용하는 사례를 분석하거나 토론하게 하면 배우는 이론을 훨씬 더 재미있고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필요한 인간장기는 기증에 의해서만 조달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상업화(시장거래)에 의해 조달할 수 있도록 '죽은이의 장기 매매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리도록 하면 시장기능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강의시간을 아주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
현실경제와 연결시킨 수요공급의 법칙강의 사례: 수요공급이론을 강의할 때도 균형가격의 결정원리는 솔직히 말해서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혹은 "아, 그렇군요!"라며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복할 만큼 학생들을 지적으로 흥분시킬 정도로 신기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수요공급이론을 가르치면서 수요의 법칙과 공급의 법칙을 나타내는 곡선 두 개를 그려 가지고 균형가격의 결정관계만을 설명하고 넘어가면 정말 맛이 없는 뼈대만 가르치는 셈이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수요곡선이 도대체 우하향 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그것이 현실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러한 균형가격결정원리에 관한 지식이 소비자나 생산자에게 어떤 의미나 교훈을 주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수요의 법칙에 관한 뼈대를 가르친 다음에 수요곡선의 의미를 수량 축을 기준으로 특히 공급업자의 입장에서 파악해 보게 하면 매우 재미있는 함의를 깨닫게 할 수 있다. 아래는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졸저(拙著)의 수요곡선에 관한 일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수요곡선을 각 가격수준별로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수량을 나타내는 곡선으로 인식하였다. 그것은 가격 축을 기준으로 수요곡선의 의미를 파악한 것이다. 좀 더 재미있는 것은 수량 축을 기준으로 수요곡선의 의미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수량 축을 기준으로 수요곡선은 각 수량단위별로 소비자가 상품을 소비해서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효용의 크기를 객관화된 숫자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해당수량을 소비하기 위해 소비자가 치를 용의가 있는 최고가격(maximum offering price)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자기가 얻는 효용의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치를 소비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수요량이 증가함에 따라 그 가격수준이 하락하는 이유는 추가 소비로 얻는 효용이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곡선은 비록 소비자들의 행태를 나타내지만, 정작 수요곡선에 관심이 있는 것은 공급업자들이다. 왜냐하면 수요곡선을 공급업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공급업자들이 해당 수량을 판매하고자 할 때 받을 수 있는 최고가격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비록 간단하지만 수요의 법칙, 즉 수요곡선이 우하향 한다는 원리는 가격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합리적 가격관리전략을 함축하고 있다. 첫째, 효용에 걸맞게 가격을 매겨야만 소비가 뒤따른 다는 원리를 시사하고 있다. 둘째, 소비자들로 하여금 수요량을 증대시키도록 하려면, 즉 보다 많이 판매하려면 가격을 인하해 주어야 한다는 원리를 시사하고 있다. 셋째, 효용이 낮으면 값을 인하해 주어야만 판매할 수 있다는 원리를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의 법칙의 이론적 함의는 기업가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효용이 단순히 소비량의 증가로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공시간대 별, 요일 별, 방법 별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 상품이나 서비스를 분할해서 가격을 차별화 해서 효용에 걸 맞는 가격관리를 하는 것도 합리적 가격관리전략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
[현실경제 응용사례] 술집의 시간대별 수요곡선
여러분은 아마도 종축에는 가격(P), 횡축에는 수량(Q)을 표시한 그림에 그려진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에만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요곡선이 갖는 의미 가운데 중요한 것은 횡축을 기준으로 수요곡선은 소비자의 효용을 화폐라는 단위로 나타낸 효용곡선이라는 점이고, 공급업자 입장에서는 생산해서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최고가격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이제 종축에는 여전히 가격(P)을 표시하지만, 횡축에는 시간(time of the day)을 표시한 술집의 시간대별 수요곡선(효용곡선)을 그려보자. 아무리 술꾼이라 하더라도 오후 6시 이전에는 술 마시는데 따른 효용이 매우 낮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후 6시가 되면 효용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오후 8시쯤 되면 효용이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그렇지만 밤 10시가 지나면 다시 효용은 하락할 것이다. 술꾼에 따라 효용의 크기는 매우 다르겠지만 적어도 패턴은 비슷한 모양일 것이다. 따라서 술꾼들의 술집에서 술 서비스에 대한 수요곡선은 [그림 3-1]에서 보는 바와 비슷할 것이다.(시간대별 효용이 차이가 있음을 드라마틱하게 보이기 위해서 부드러운 연속곡선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림 3-1] 술집의 시간대별 수요곡선
5만원 | +----------+
| | |
| | |
3만원 | | +-----------DD(효용)
| |
1만원 | +-------+
| |
5천원 +--------------+
|
+----------------------------------------------- 시간
6 p.m. 8 p.m. 10 p.m.
만약 술집 주인이 기본 차지(charge)를 3만원으로 정하면 밤8시-10시 시간대는 손님들이 만원을 이루겠지만, 낮시간부터 오후 8시까지는 파리를 날리게 될 것이다. 보다 합리적인 가격관리전략은 오후 6시이전 까지는 5천원만 받고, 오후 6시-8시까지는 만원을 받고, 대신 오후 8시-10시 시간대 입장하는 고객에게는 5만원씩 받으며, 다시 오후 10시 이후에는 3만원을 받는 것이 효용에 걸 맞는 차별화 가격관리이다. 물론 그렇게 할 때 술집의 수입도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1.결혼예식장 예식서비스의 요일별(주중과 토요일과 일요일) 수요곡선(효용곡선)을 그리고 여러분이 예식장사장이라면 어떤 가격전략을 채택하겠는지 논의하시오.
2 결혼예식장 예식서비스의 하루 동안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밤 시간대별 수요곡선도 상정해 보고 합리적 가격관리전략을 논의하시오.
3.위와 같은 또 다른 사례를 현실경제에서 찾아보아 합리적 가격관리 전략을 제시하시오.(힌트: 병원의 낮과 저녁진료, 주중과 주말진료)
4. 여러분이 배운 수요곡선이론의 현실적 유용성에 대한 소감을 피력하시오.
=================================================================
현실경제와 연결시킨 공급의 법칙강의 사례: 공급의 법칙을 가르치면서도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을 그려 놓고, 가격을 기준으로 공급곡선의 의미, 즉 가격과 공급량 사이의 정의 관계라는 이론적 관계만을 설명하면 정말 재미없는 강의가 되기 쉽다. 그것에 더해서 공급곡선을 그려 놓고, 공급량을 기준으로 공급곡선의 의미를 파악해 보면, 공급곡선은 해당 수량을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최저비용을 뜻한다. 따라서 공급곡선은 공급자들이 해당수량을 시장에 공급할 때 받고자 하는 최저가격(minimum asking price)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해당 수량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최저생산비용을 환수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급곡선을 수요자의 입장에서 파악해 보면 매우 흥미있는 경제원리를 깨닫게 할 수 있다. 즉 공급곡선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소비(향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공급곡선이 나타내는 만큼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원리, 즉 '세상에 공짜가 없다(no free lunch)'는 경제원리를 가르쳐 준다.
그렇지만 현실경제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향유하는 사람과 대가를 치르는 사람이 다를 경우도 있음을 일깨워 주면서, 그에 관련된 주제로, 예컨대 경노사상을 제고시킨다면서 정부가 노인들에게 대중탕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던 현실경제 사례를 제시하며, 공급의 법칙에 의하면 '세상에 공짜가 없다'니, 누가 노인들의 목욕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부담하는지 논의하도록 해 본다. 결국 그 비용을 대중탕에 드나드는 서민들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제원리를 학생들이 깨닫게 될 터인데, 그러면 공급곡선 강의시간이 훨씬 더 재미있고 그 이론을 배우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학생들은 알게 될 것이다. 이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대학생들의 일반버스 요금을 할인해 주도록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논리적 근거를 질문해 보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공급의 법칙에 근거해서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겠는지 물어보고, 일반 버스승객들이 부담하게 될 것임을 이해하게 한다. 대학생들에게는 버스요금을 할인해 주면서 구로공단 청소년들에게는 할인해 주지 않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 보라며 형평에 맞는지 토론도 하게 한다. 그러면 공급의 법칙이 현실경제의 다양한 경제이슈에 대해 함의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그것을 배우는 의의와 재미를 납득할 것이다.
III. 즐거운 강의실: 경매
우리는 이론의 기술적 디테일보다는 간단한 개념과 기본이론만을 가지고, 현실경제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가 라는 '사례분석(case study)'을 통해 경제이론에 대한 흥미와 현실적 유용성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들 스스로 창의성을 계발할 기회를 주면 성취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므로 그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강의는 어떤 의미에서 'Performance'라고 말할 수 있다. 강의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교수는 교재라는 대본을 가지고 청중(수강생)을 위해 무대장치(OHP 등), 연출, 주연 연기를 동시에 수행한다. 비록 동일한 대본(교재)을 가지고 어떻게 연출하고 연기하는 가에 따라 수강생들을 감동시킬 수도 있고 따분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다양한 장르의 연출을 통해 강의실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방도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학생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게임을 통해서 경제원리를 가르치면, 경제원리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의실을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게임은 강의실에서 배우는 경제이론과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하며, 현실경제와도 연결시킬 수 있으면 더욱 흥미롭고 교육적일 수 있다. 그러한 두 가지 목적을 달성시켜 줄 수 있는 강의방식 가운데 하나가 경매게임(auction game)이라고 생각한다.
1. 좌석경매게임
경제원론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경제원리가 '희소성의 원리'이다. 아울러 경제의 3대 과제라고 부르는 What, How, For Whom에서 분배문제 역시 매우 중요한 경제의 과제로 경제학원론 첫 강의에서 강조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두 가지 원리를 몸소 체험하게 하면서 동시에 강의시간을 매우 흥미있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좌석경매게임이다.
경제원론 수강생이 많은 경우 출결체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정좌석제를 실시할 때, 전통적인 방식은 날짜를 지정해서 선착순으로 좌석을 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학생들에게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가 '희소성의 원칙'임을 강조하고, 좌석은 희소한 자원이며, '경제원론' 강의시간인 만큼, 기존의 선착순배정원칙을 탈피하고, 지정한 일시에 좌석경매를 통해 좌석을 할당(분배)한다고 학생들에게 고지한다. 좌석경매 수입금으로 초코파이를 구입해서 배분할 것임도 사전에 공고한다.(이것만으로 경제원론 시간은 흥미를 돋굴 수 있다.) 물론 초코파이 분배방법도 토론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도 공고한다. 그러면서 담당교수는 각 좌석의 번호를 기재한 좌석표를 사전에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지난 학기에 활용했던 좌석경매원칙은 아래와 같으며, 학생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읽어볼 수 있도록 담당교수의 홈페이지에 있는 과목별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경매경험 및 소감:
학생들은 희소성이란 단순히 공급량이 필요로 하는 수량보다 적을 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 강의실에는 100개의 좌석이 있었고 수강생은 80명이었지만 좌석 한 개에 몇 천원의 돈을 내고도 갖고싶어 할만큼 학생들이 앉고 싶어하는 좌석은 희소하다는 원리를 깨닫게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희소성이란 단순한 수량개념으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고 품질도 함께 감안해야 하는 개념임을 이해할 수 있다.
경매수입은 학생들에게 500원짜리 초코파이를 80명 수강생들에게 한 개씩 배정해도 충분할만큼 4만원이 조금 넘었다. 초코파이를 분배하는 기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한 개씩 나눠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좌석경매에 따라 좌석을 지정한 다음에 이러한 방식과 전통적인 선착순 지정방법 가운데 어느 것이 효율적인 분배방법인가에 대해 토론하도록 하니 경제의 과제인 For Whom 문제의 의의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이 보다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2. 매몰비용과 1달러 지폐 경매
경제원론 과목에서 중간고사 이후 비용이론을 강의하면서 매몰비용의 개념을 배우게 된다.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게 하고 또한 강의실을 즐겁게 하기 위해 1달러짜리 미국 돈을 경매에 붙인바 있다.
경매안내 및 규칙:
5월 2일(화) 강의시간에 1달러짜리 지폐를 호가경매합니다. 관심있는 사람은 잔돈을 준비하기 바랍니다. 실제로 경매를 통해 낙찰된 가격에 진짜 1달러짜리 지폐를 판매합니다. 만약 최고 응찰가격이 100원이면 100원에 낙찰되면,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낙찰받은 학생에게 100원을 받고 판매합니다. 손교수의 약속이니 속임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1) 누구든지 응찰할 수 있으며 동일한 학생이 응찰금액을 인상해서 계속 응찰할 수 있으며 고가응찰금액은 저가응찰금액을 대체한다.
(2) 최고가로 응찰한 학생에게 낙찰되며 낙찰받은 학생은 최고응찰가격을 지급하고 담당교수로부터 1달러짜리 지폐를 받는다.
(3) 최저응찰가격은 100원이며, 100원씩 상향조정된다.
(4) 특기사항: 다만 응찰했지만, 낙찰받지 못한 여타 학생들은 자기가 응찰한 최고금액을 경매참가비로 납부해야 한다.
경매진행 및 소감:
경매 시행 날 강의시간에 담당교수가 학생들에게 1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 보여주면서 경매를 시작하였다. 앞줄에 앉아있는 학생 가운데 한 명을 지정해서 경매에 응찰하는 학생들의 이름과 응찰가격을 계속해서 기록하도록 요청했다.
처음에는 100원, 200원으로 경매가 시작되었다. (만약 100원으로 1달러짜리 지폐를 낙찰 받으면 큰 이득이고, 낙찰 받지 못한다고 해도 경매참가비로 100원을 지급하는 셈이니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을 터이었다.)
그렇지만 응찰가격은 금방 900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경매가격이 900원에 이르러서이다. 1,000원으로 호가할 것인지에 대해 약간 망설이게 된다. 최근 환율이 1,000원 내외이므로 100원을 인상해서 1,000원으로 호가하면 별이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900원까지 응찰한 학생은 100원만 더 비용을 부담하면 1달러짜리 지폐를 낙찰받을 수도 있고, 그러면 아무런 손실이 없다. 만약 경매에 응하지 않으면 900원은 매몰비용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응찰가격은 1,000원으로 상승한다. 그렇지만 응찰가격은 계속 상승한다. 왜냐하면 900원에 낙찰받지 못한 학생은 1,100원에 응찰해서 낙찰되면 100원만 손해이지만, 포기하면 900원이 매몰비용이 되어 손해이기 때문이다.
경제원론 강의시간에 두 반에서 1달러짜리 지폐를 각각 한 장씩 경매하였다. 최후 낙찰가격은 한 반에서는 2,000원이었으며 다른 반에서는 6,000원이었다. 두 학생이 극도로 경쟁한 결과였다. (조금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결과라고 보이지만, 비용 가운데 암묵적 비용이라고 할만한 자존심 상실 같은 것을 감안하면 꼭 비합리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두 반에서 총경매수입은 약 1만원 내외였으며, 경매수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자, 응찰한 학생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초코파이를 사다 함께 먹자는 의견이 많았다. (담당교수가 사전에 경매수입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좌석경매 수입으로 초코파이를 사다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경매가 있었던 날 다음 강의시간에 담당교수가 조금 더 보태서 초코파이 1개씩을 나눠주면서 즐겁게 함께 먹었다.
경매게임을 통해서 학생들은 매몰비용의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였으며, 가격이 환율에 이르러서는 한계이득과 한계비용을 감안해서 행동함으로써 의사결정에 한계개념이 중요하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고 본다. 경매하는 동안 특히 응찰금액이 1,000원을 넘어가는 순간 강의실은 웃음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물론 초코파이를 함께 먹는 동안 학생들과 교수 사이에 마음의 간격도 좁아지는 것 같았다.(달러 지폐 경매를 또 하자는 학생들도 있었다.)
3. 세미나 발표 팀 및 사회자 선정과 점수경매
미시경제원론 부분을 커버하는 1학기 경제원론 강의에서 중간고사 이전과 기말고사 이전에 한 차례씩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에서는 경제원론에서 배우는 내용과 연관된 현실경제에서 찾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였다.
(1) 제1차 세미나: 모의 2000년도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개최
미시경제원론 강의에서 수요공급이론을 배운 다음 최고가격제와 최저가격제 등을 통한 정부의 가격규제효과를 배우게 된다. 최저가격제도의 사례분석으로 최저임금제도의 경제적 효과를 강의하게 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내용을 강의할 때 세미나 개최를 공고하고 주제로 '2000년도 적정 최저임금심의'를 선택하였다.
제1차 세미나: 2000년도 모의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개최
1. 세미나에 출연할 3개 위원팀을 점수경매에 의해 결정한다.
2. 경매일시: 3월 24일(금) 강의시간
3. 세미나 일시: 2000년 4월 4일(화) 강의시간
4. 세미나 장소: 멀티미디어 강의실
5. OHP와 빔프로젝터 이용 가능
6.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구성: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세미나 발표자 선정 경매(응찰과 낙찰)규칙:
1. 경매를 통해 3개의 위원을 대표할 팀을 선정한다.
2. 경매에는 3명-5명으로 팀을 구성해서 팀별로 대표하기를 희망하는 위원이름으로 응찰한다.
3.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을 대표할 3개의 위원 팀에 각각 모두 응찰할 수 있다.
4. 경매에 응찰할 최대점수는 20점, 최저점수는 1점, 응찰점수단위도 1점으로 하며, 팀별로 낙찰된 점수는 균분해서 중간고사 성적에 합산한다.
5. 낙찰기준: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순으로 경매하며, 위원별로 최저 점수로 응찰한 팀을 낙찰시킨다. 근로자위원 팀으로 응찰했다가 낙찰되지 못한 팀도 다른 위원으로 응찰할 수 있다.
6. 동점응찰 팀 처리기준:
보다 많은 숫자의 멤버로 구성된 팀을 우선 낙찰시킨다.
동일 숫자의 멤버 팀이 경합하면 남녀혼성 팀을 우선적으로 낙찰시킨다.
남녀혼성팀이 경합하면 가장 다양한 전공학생들로 구성된 팀을 낙찰시킨다.
그래도 경합하는 경우에는 대표자의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낙찰시킨다.
7. 세미나 사회를 맡을 학생 1명도 경매로 선정하는데, 최대점수는 5점으로 한다. 사회자는 발표팀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동점응찰 사회자 처리는 다음 기준에 따른다.
여자응찰자를 우선 낙찰시킨다.
고학년도 학생을 우선 낙찰시킨다.
그래도 경합하면 가위 바위 보 게임으로 낙찰시킨다.
8. 경매에 응찰할 땐 팀원 이름과 응찰점수를 적은 응찰쪽지를 제출한다.
9. 낙찰 받은 팀이 세미나에 출연하지 않을 경우 중간고사 점수에서 낙찰 받은 점수를 공제한다.
10. 비록 낙찰 받지 못해 세미나에서 발표하지는 못한 팀들도 제시된 주제에 대해 세미나 발표직전까지 특정 위원을 대표하는 팀별 리포트를 제출하면 내용의 질에 따라 일정 점수를 팀원 모두에게 부여한다.
11. 발표 당일 세미나에서 발표하지 않는 팀들은 노사공위원들의 발표 및 토론을 참고해서 최종 적정최저임금수준을 결정해서 보고하고, 그 수준(각 팀들이 보고한 최저임금의 평균)에 가장 가까운 최저임금을 제시한 위원팀은 특별 보너스 점수를 부여받는다 (점수의 크기는 담당교수가 정한다).
12. 발표 당일 세미나에서 발표하지 않는 팀들은 노사공위원들의 준비 및 발표에 관해 담당교수가 제시한 평가표에 따라 우열순위를 매기면, 담당교수는 평가단의 평가순위에 따라 특별보너스 점수를 각 출연 위원 팀에 차등 부여한다(점수의 크기는 담당교수가 정한다).
13. 기타 추가 규칙이 필요한 경우 담당교수가 결정한다.
제1차 세미나 진행소감:
세미나를 통해 수강생들은 수요공급이론에 근거한 최저임금제도의 이론적 효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에 관한 연혁, 내용에 대해 소상하게 알게 되었으며, 우리나라 현실경제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실제 메커니즘도 잘 알게 되었다.
세미나를 통해 경제원론 시간에 배우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 매우 현실성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수 있었다.
1차 세미나가 끝나는 시각이 오후 1시여서 발표팀원들과 담당교수는 교정의 그늘에 있는 벤치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다가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뒤풀이를 했다. 그런 기회에 세미나에 대한 발표팀 학생들의 반응, 개선점 등에 대한 정보(feedback)를 얻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강의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세미나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발표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열심인데 반해 나머지 학생들은 관전하는 피동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제시된 이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비록 세미나에 발표팀으로 참가하지는 않지만, 나머지 학생들도 팀을 구성해서 제시된 주제에 관해 팀리포트를 제출하게 함으로서, 모든 수강생들이 세미나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를 하게 함에 따라 질의응답과 토론에 모두를 참여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또한 팀 리포트를 제출하는 팀을 모두 출연팀의 평가단으로 위촉해서 발표와 질의응답을 평가하게 했다. 평가표는 "사전준비, 발표, 질의응답"이라는 3가지 항목에 "매우잘했다(5), 잘했다(4), 그러그렇다(3), 잘못했다(2), 매우잘못했다.(1), 모르겠다.(0)"(괄호안은 성적 가중치)라는 다섯가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단들은 팀별로 토론을 벌려 항목별 평가점수를 기록해서 세미나가 있던 날 다음 강의시간에 제출하도록 했다. 담당교수는 각 평가단(팀)들의 평가점수를 평균해서 발표팀 별 등급을 매겨 보너스 점수를 주었으며, 각 평가단들이 제시한 적정최저임금을 평균해서 노사공팀 가운데 가장 가까운 임금수준을 제시한 팀에게 추가 보너스점수를 부여하였다.
결론적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세미나에서 일정한 역할이 주어졌고, 그것이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매우 효과적인 것처럼 보였다.
IV. 결론
학생들로부터 경제원론 강의가 어렵고, 재미없고, 쓸모가 없다는 반응을 받는 까닭은 교수들이 너무 기술적 디테일(technical detail)을 강의하는데 치중하고, 많은 이론들을 빠짐없이 가르쳐 주기 위해서 진력하다 보니, 주둥이가 작은 병에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대도 병 안으로 들어가는 물의 양은 적듯, 교수가 가르치는 만큼 학생들이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수가 경제원론 강의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경제이론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기초이론만을 가르치되, 너무 세부적인 사항에 몰입시키지 말고, 특히 이론의 의의와 현실경제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또한 15주 동안 계속되는 경제학 강의시간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벤트(?)'를 준비하면 강의시간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강의실에서 커버한 이론과 연관된 현실경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가지고, 두 차례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발표자를 점수경매를 통해 선정하는 것을 비롯해, 좌석경매, 1달러짜리 지폐 경매, 세미나 팀 선정 경매 등은 나름대로 교육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즐겁게 해 주는데 매우 효과적인 이벤트였다.
매 학기 경제원론 강의가 끝나면 무기명으로 수강소감을 쓰게 해서 이를 모아 담당교수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데, 필자의 경제원론 시간에 비록 심오한 이론을 많이 배웠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적어도 경제원론이 현실경제에서 매우 유용하고 또 흥미로운 이론임에 틀림없다는 인상은 확실하게 주었다고 본다.
더욱이 두 차례의 세미나는 팀웍, 발표력, 임기응변능력 등을 제고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그리고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강의실에서 경제이론적 분석만을 하고 넘어가는 것에 비해 수강생들은 세미나를 통해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강의실에서 배운 경제원리가 현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팀별 협력학습을 통해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세미나가 좋았다는 학생들의 소감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팀별로 합숙까지 하면서 작품을 함께 완성했던 경험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는 평이었다.
[참고문헌]
손정식, "모의재판 접근방법을 활용한 경제교육방안 연구: 할인율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경제교육학회 학술세미나, 2000. 8. 11, pp. 1-15.
손정식, "모의증권투자 게임의 경제교육적 효과," 경제교육연구, 한국경제교육학회, 2000. 2, pp. 123-146.
손정식, "게임접근방법을 이용한 경제이론의 이해: 코스의 정리에 관한 실제 강의 사례를 중심으로,' 『경제연구』, 한양대학교 경제연구소, 1999. 11, pp. 117-132.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I. 경제학 교수의 자성(自省)
교육방법에 관한 연구와 논의 미비: 한국경영학회에서는 90년대 초부터 학부생들에게 경영학원론 강좌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였다. 특히 현실감있는 경영학 교육을 시키기 위해 학회 내에 '경영사례연구원(院)'을 설치하고 임기 5년의 원장을 위촉해서, 원장소속 학교와 기업체의 지원으로 우리나라 기업에서 실제 발생했던 현장사례들을 모티브로 활용해 현실사례를 교재용으로 재구성해 만든 사례분석(case study)을 『경영교육연구』라는 학술지에 발표하고 수록해서 창작연구물로써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학과 교수들은 경영학 강의교재용 사례연구를 다른 교수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과에서는 대체로 예전과 동일한 과목을 동일한 방법으로 가르쳐왔다.
경제학회에서도 경제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현 회장체제 이전에는 학부생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별로 크게 고민하지 않았으며, 물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비록 수 년 전부터 '한국경제교육학회'가 창설되어 고등학교 사회교사와 대학교 경제학교수들이 함께 경제교육방법에 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마당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참여하는 교수들은 주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사회교사들이 대부분이며, 대학의 경제학전공 교수들은 불과 수 십 명에 불과해 경제학전공 교수들의 참여도는 매우 미진한 편이다.
II. 경제원론 강의의 의의와 과제
(1) 경제학원론 강의의 의의
경제원론의 강의는 경제학을 전공으로 공부하려는 전공생이나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비전공생들이 처음 접하는 과목이다. 경제원론 강의에 대한 인상은 경제학 전체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 또는 편견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여 매우 중요한 강의과목이라고 생각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경제원론 강좌에서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경제학에 대한 시각을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이들이 고등학교 사회경제나 정치경제시간에 접한 경제학 학습을 통해 경제학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몇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학은 '어렵다, 재미없다.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쓸모가 없다'라는 것 등이다.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하는 것은 그러한 인식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학문으로 몇 년 공부한 학생이나 경제학과를 졸업한 학생들까지도 갖고 있는 공통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이 처음 접하는 과목인 경제학원론 강의가 중요한 까닭은 고등학교 시절에 각인되었던 경제학은 어렵고 쓸모가 없는 학문이라는 시각이 크게 잘못된 것임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회이며, 전공학생들에게는 경제학에 대한 매력을 더해 앞으로도 더욱 더 공부하고 싶은 동기를 강화시켜 줄뿐만 아니라 경제학과에 진학한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비 전공학생들에게도 경제원론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학과목도 추가로 수강해 보고 싶은 동기를 부여해 주며, 자기 동기나 후배들에게 경제원론강의를 수강하도록 권고하고 싶은 과목임을 확실하게 설득시켜 줄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러한 기회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원론 강의교수들의 과제이며, 도전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경제원론 강의를 잘못 하면 경제학 및 경제학 전공에 대해 가졌던 꿈과 희망 그리고 기대를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는 정치, 사회, 문화 어느 분야보다도 현실생활과 직결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비전공학생들도 경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욕구는 분명하다. 이제 경제학교수들의 과제는 그들이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경제원론 강의를 통해 그 잠재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는 것이다.
(2) 경제학원론 강의는 왜 재미없고 쓸모 없다고 하는가?
나무를 보기보다는 나뭇가지에만 몰입하는 강의: 경제학원론 수강생들이 강의가 재미없고 쓸모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교수들이 경제학원론을 강의할 때 기술적 디테일(technical detail)에 너무 치중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고시를 비롯한 취직시험 등 경제학교수들이 출제하는 각종 시험에서 전반적인 경제(학)적 사고능력을 검증하기보다는 경제이론의 기술적 디테일들의 암기여부를 검증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물론 채점의 편의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말이다.) 아울러 시험의 변별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진력하다보니 학교 밖에서 실시되며 비전공자들도 다수 응시하는 경제학시험에서도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과정 종합시험수준의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경제원론 교재는 새로 출제된 주제를 커버하기 위해 두꺼워진다.
일방통행방식의 강의: 경제학 강의가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현실세계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경제학지식의 편린들을 암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비록 경제학자들에게는 매우 가치 있고 흥미로운 것이기는 하지만, 일반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지도 않은 경제이론들 사이의 차이점들을 비교하는데 지나치게 집중하고, 관련된 기술적 디테일들을 습득하고 암기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교수가 그러한 지식의 편린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주입식 강의방법(schooling)에 치중할 때 학생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비록 교수가 Teaching은 열심히 해도 학생들이 피동적으로 앉아 듣기만 하는 주입식 강의에서는 Learning이 부실해져 학생들을 지루하게 만들기 쉽다.
진도 위주의 강의: 경제원론 강의가 재미없는 이유는 제한된 강의시간에 교수들이 되도록 많은 내용을 커버하는데 진력하다 보니, 이론의 뼈대만 가르칠 뿐 이론의 맛을 보여주는데 충분한 시간을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천 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원론교재를 구입하게 해 놓고, 강의시간에는 정작 그 일부만 커버한다면 학생들에게 미안할 노릇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다 보니 수요공급이론만 해도 '가격의 결정원리'를 가르치는데 진력할 뿐, 그런 과정에서 다루게 되는 시장, 수요곡선, 공급곡선 등과 관련된 아주 재미있는 주제들에 대한 논의를 커버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현실경제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강의: 진도에 집착한 나머지, 제한된 강의시간에 너무 많은 분량을 커버하려 하다보니, 교수들이 이론의 뼈대만 가르칠 뿐 현실경제와 관련시켜 이론의 유용성을 명시적으로 보여줄 시간이 없어, 수강생들은 배운 이론이 현실경제의 어떤 경우에 어떻게 활용 또는 응용될 수 있는지를 잘 깨닫지 못한 나머지 경제이론은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신입생들이 경제원론 시간에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수요공급원리를 현실경제와 연결시킨 강의사례를 참고로 소개하고자 한다.
현실사례와 연결시킨 시장기능의 강의: 경제원론 강의에서 수요공급이론 강의는 대체로 시장기능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하는데, 그저 시장의 기능을 (1) 정보의 제공, (2) 탐색비용의 절감 등등 평면적으로 열거하는데 그치고 넘어 가면 정말 흥미 없는 강의가 되기 쉽다. 왜냐하면 시장이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중학교 학생정도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경제적 니드(needs)를 충족시켜주는 방법에는 기증과 상업화라는 두 가지가 있는데, 시장거래는 현실경제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임을 일깨워준 다음 현실경제에서 이를 응용하는 사례를 분석하거나 토론하게 하면 배우는 이론을 훨씬 더 재미있고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필요한 인간장기는 기증에 의해서만 조달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상업화(시장거래)에 의해 조달할 수 있도록 '죽은이의 장기 매매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리도록 하면 시장기능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강의시간을 아주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
현실경제와 연결시킨 수요공급의 법칙강의 사례: 수요공급이론을 강의할 때도 균형가격의 결정원리는 솔직히 말해서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혹은 "아, 그렇군요!"라며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복할 만큼 학생들을 지적으로 흥분시킬 정도로 신기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수요공급이론을 가르치면서 수요의 법칙과 공급의 법칙을 나타내는 곡선 두 개를 그려 가지고 균형가격의 결정관계만을 설명하고 넘어가면 정말 맛이 없는 뼈대만 가르치는 셈이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수요곡선이 도대체 우하향 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그것이 현실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러한 균형가격결정원리에 관한 지식이 소비자나 생산자에게 어떤 의미나 교훈을 주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수요의 법칙에 관한 뼈대를 가르친 다음에 수요곡선의 의미를 수량 축을 기준으로 특히 공급업자의 입장에서 파악해 보게 하면 매우 재미있는 함의를 깨닫게 할 수 있다. 아래는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졸저(拙著)의 수요곡선에 관한 일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수요곡선을 각 가격수준별로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수량을 나타내는 곡선으로 인식하였다. 그것은 가격 축을 기준으로 수요곡선의 의미를 파악한 것이다. 좀 더 재미있는 것은 수량 축을 기준으로 수요곡선의 의미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수량 축을 기준으로 수요곡선은 각 수량단위별로 소비자가 상품을 소비해서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효용의 크기를 객관화된 숫자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해당수량을 소비하기 위해 소비자가 치를 용의가 있는 최고가격(maximum offering price)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자기가 얻는 효용의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치를 소비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수요량이 증가함에 따라 그 가격수준이 하락하는 이유는 추가 소비로 얻는 효용이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곡선은 비록 소비자들의 행태를 나타내지만, 정작 수요곡선에 관심이 있는 것은 공급업자들이다. 왜냐하면 수요곡선을 공급업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공급업자들이 해당 수량을 판매하고자 할 때 받을 수 있는 최고가격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비록 간단하지만 수요의 법칙, 즉 수요곡선이 우하향 한다는 원리는 가격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합리적 가격관리전략을 함축하고 있다. 첫째, 효용에 걸맞게 가격을 매겨야만 소비가 뒤따른 다는 원리를 시사하고 있다. 둘째, 소비자들로 하여금 수요량을 증대시키도록 하려면, 즉 보다 많이 판매하려면 가격을 인하해 주어야 한다는 원리를 시사하고 있다. 셋째, 효용이 낮으면 값을 인하해 주어야만 판매할 수 있다는 원리를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의 법칙의 이론적 함의는 기업가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효용이 단순히 소비량의 증가로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공시간대 별, 요일 별, 방법 별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 상품이나 서비스를 분할해서 가격을 차별화 해서 효용에 걸 맞는 가격관리를 하는 것도 합리적 가격관리전략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
[현실경제 응용사례] 술집의 시간대별 수요곡선
여러분은 아마도 종축에는 가격(P), 횡축에는 수량(Q)을 표시한 그림에 그려진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에만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요곡선이 갖는 의미 가운데 중요한 것은 횡축을 기준으로 수요곡선은 소비자의 효용을 화폐라는 단위로 나타낸 효용곡선이라는 점이고, 공급업자 입장에서는 생산해서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최고가격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이제 종축에는 여전히 가격(P)을 표시하지만, 횡축에는 시간(time of the day)을 표시한 술집의 시간대별 수요곡선(효용곡선)을 그려보자. 아무리 술꾼이라 하더라도 오후 6시 이전에는 술 마시는데 따른 효용이 매우 낮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후 6시가 되면 효용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오후 8시쯤 되면 효용이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그렇지만 밤 10시가 지나면 다시 효용은 하락할 것이다. 술꾼에 따라 효용의 크기는 매우 다르겠지만 적어도 패턴은 비슷한 모양일 것이다. 따라서 술꾼들의 술집에서 술 서비스에 대한 수요곡선은 [그림 3-1]에서 보는 바와 비슷할 것이다.(시간대별 효용이 차이가 있음을 드라마틱하게 보이기 위해서 부드러운 연속곡선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림 3-1] 술집의 시간대별 수요곡선
5만원 | +----------+
| | |
| | |
3만원 | | +-----------DD(효용)
| |
1만원 | +-------+
| |
5천원 +--------------+
|
+----------------------------------------------- 시간
6 p.m. 8 p.m. 10 p.m.
만약 술집 주인이 기본 차지(charge)를 3만원으로 정하면 밤8시-10시 시간대는 손님들이 만원을 이루겠지만, 낮시간부터 오후 8시까지는 파리를 날리게 될 것이다. 보다 합리적인 가격관리전략은 오후 6시이전 까지는 5천원만 받고, 오후 6시-8시까지는 만원을 받고, 대신 오후 8시-10시 시간대 입장하는 고객에게는 5만원씩 받으며, 다시 오후 10시 이후에는 3만원을 받는 것이 효용에 걸 맞는 차별화 가격관리이다. 물론 그렇게 할 때 술집의 수입도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1.결혼예식장 예식서비스의 요일별(주중과 토요일과 일요일) 수요곡선(효용곡선)을 그리고 여러분이 예식장사장이라면 어떤 가격전략을 채택하겠는지 논의하시오.
2 결혼예식장 예식서비스의 하루 동안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밤 시간대별 수요곡선도 상정해 보고 합리적 가격관리전략을 논의하시오.
3.위와 같은 또 다른 사례를 현실경제에서 찾아보아 합리적 가격관리 전략을 제시하시오.(힌트: 병원의 낮과 저녁진료, 주중과 주말진료)
4. 여러분이 배운 수요곡선이론의 현실적 유용성에 대한 소감을 피력하시오.
=================================================================
현실경제와 연결시킨 공급의 법칙강의 사례: 공급의 법칙을 가르치면서도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을 그려 놓고, 가격을 기준으로 공급곡선의 의미, 즉 가격과 공급량 사이의 정의 관계라는 이론적 관계만을 설명하면 정말 재미없는 강의가 되기 쉽다. 그것에 더해서 공급곡선을 그려 놓고, 공급량을 기준으로 공급곡선의 의미를 파악해 보면, 공급곡선은 해당 수량을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최저비용을 뜻한다. 따라서 공급곡선은 공급자들이 해당수량을 시장에 공급할 때 받고자 하는 최저가격(minimum asking price)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해당 수량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최저생산비용을 환수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급곡선을 수요자의 입장에서 파악해 보면 매우 흥미있는 경제원리를 깨닫게 할 수 있다. 즉 공급곡선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소비(향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공급곡선이 나타내는 만큼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원리, 즉 '세상에 공짜가 없다(no free lunch)'는 경제원리를 가르쳐 준다.
그렇지만 현실경제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향유하는 사람과 대가를 치르는 사람이 다를 경우도 있음을 일깨워 주면서, 그에 관련된 주제로, 예컨대 경노사상을 제고시킨다면서 정부가 노인들에게 대중탕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던 현실경제 사례를 제시하며, 공급의 법칙에 의하면 '세상에 공짜가 없다'니, 누가 노인들의 목욕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부담하는지 논의하도록 해 본다. 결국 그 비용을 대중탕에 드나드는 서민들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제원리를 학생들이 깨닫게 될 터인데, 그러면 공급곡선 강의시간이 훨씬 더 재미있고 그 이론을 배우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학생들은 알게 될 것이다. 이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대학생들의 일반버스 요금을 할인해 주도록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논리적 근거를 질문해 보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공급의 법칙에 근거해서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겠는지 물어보고, 일반 버스승객들이 부담하게 될 것임을 이해하게 한다. 대학생들에게는 버스요금을 할인해 주면서 구로공단 청소년들에게는 할인해 주지 않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 보라며 형평에 맞는지 토론도 하게 한다. 그러면 공급의 법칙이 현실경제의 다양한 경제이슈에 대해 함의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그것을 배우는 의의와 재미를 납득할 것이다.
III. 즐거운 강의실: 경매
우리는 이론의 기술적 디테일보다는 간단한 개념과 기본이론만을 가지고, 현실경제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가 라는 '사례분석(case study)'을 통해 경제이론에 대한 흥미와 현실적 유용성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들 스스로 창의성을 계발할 기회를 주면 성취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므로 그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강의는 어떤 의미에서 'Performance'라고 말할 수 있다. 강의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교수는 교재라는 대본을 가지고 청중(수강생)을 위해 무대장치(OHP 등), 연출, 주연 연기를 동시에 수행한다. 비록 동일한 대본(교재)을 가지고 어떻게 연출하고 연기하는 가에 따라 수강생들을 감동시킬 수도 있고 따분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다양한 장르의 연출을 통해 강의실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방도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학생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게임을 통해서 경제원리를 가르치면, 경제원리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의실을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게임은 강의실에서 배우는 경제이론과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하며, 현실경제와도 연결시킬 수 있으면 더욱 흥미롭고 교육적일 수 있다. 그러한 두 가지 목적을 달성시켜 줄 수 있는 강의방식 가운데 하나가 경매게임(auction game)이라고 생각한다.
1. 좌석경매게임
경제원론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경제원리가 '희소성의 원리'이다. 아울러 경제의 3대 과제라고 부르는 What, How, For Whom에서 분배문제 역시 매우 중요한 경제의 과제로 경제학원론 첫 강의에서 강조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두 가지 원리를 몸소 체험하게 하면서 동시에 강의시간을 매우 흥미있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좌석경매게임이다.
경제원론 수강생이 많은 경우 출결체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정좌석제를 실시할 때, 전통적인 방식은 날짜를 지정해서 선착순으로 좌석을 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학생들에게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가 '희소성의 원칙'임을 강조하고, 좌석은 희소한 자원이며, '경제원론' 강의시간인 만큼, 기존의 선착순배정원칙을 탈피하고, 지정한 일시에 좌석경매를 통해 좌석을 할당(분배)한다고 학생들에게 고지한다. 좌석경매 수입금으로 초코파이를 구입해서 배분할 것임도 사전에 공고한다.(이것만으로 경제원론 시간은 흥미를 돋굴 수 있다.) 물론 초코파이 분배방법도 토론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도 공고한다. 그러면서 담당교수는 각 좌석의 번호를 기재한 좌석표를 사전에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지난 학기에 활용했던 좌석경매원칙은 아래와 같으며, 학생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읽어볼 수 있도록 담당교수의 홈페이지에 있는 과목별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경매경험 및 소감:
학생들은 희소성이란 단순히 공급량이 필요로 하는 수량보다 적을 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 강의실에는 100개의 좌석이 있었고 수강생은 80명이었지만 좌석 한 개에 몇 천원의 돈을 내고도 갖고싶어 할만큼 학생들이 앉고 싶어하는 좌석은 희소하다는 원리를 깨닫게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희소성이란 단순한 수량개념으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고 품질도 함께 감안해야 하는 개념임을 이해할 수 있다.
경매수입은 학생들에게 500원짜리 초코파이를 80명 수강생들에게 한 개씩 배정해도 충분할만큼 4만원이 조금 넘었다. 초코파이를 분배하는 기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한 개씩 나눠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좌석경매에 따라 좌석을 지정한 다음에 이러한 방식과 전통적인 선착순 지정방법 가운데 어느 것이 효율적인 분배방법인가에 대해 토론하도록 하니 경제의 과제인 For Whom 문제의 의의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이 보다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2. 매몰비용과 1달러 지폐 경매
경제원론 과목에서 중간고사 이후 비용이론을 강의하면서 매몰비용의 개념을 배우게 된다.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게 하고 또한 강의실을 즐겁게 하기 위해 1달러짜리 미국 돈을 경매에 붙인바 있다.
경매안내 및 규칙:
5월 2일(화) 강의시간에 1달러짜리 지폐를 호가경매합니다. 관심있는 사람은 잔돈을 준비하기 바랍니다. 실제로 경매를 통해 낙찰된 가격에 진짜 1달러짜리 지폐를 판매합니다. 만약 최고 응찰가격이 100원이면 100원에 낙찰되면,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낙찰받은 학생에게 100원을 받고 판매합니다. 손교수의 약속이니 속임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1) 누구든지 응찰할 수 있으며 동일한 학생이 응찰금액을 인상해서 계속 응찰할 수 있으며 고가응찰금액은 저가응찰금액을 대체한다.
(2) 최고가로 응찰한 학생에게 낙찰되며 낙찰받은 학생은 최고응찰가격을 지급하고 담당교수로부터 1달러짜리 지폐를 받는다.
(3) 최저응찰가격은 100원이며, 100원씩 상향조정된다.
(4) 특기사항: 다만 응찰했지만, 낙찰받지 못한 여타 학생들은 자기가 응찰한 최고금액을 경매참가비로 납부해야 한다.
경매진행 및 소감:
경매 시행 날 강의시간에 담당교수가 학생들에게 1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 보여주면서 경매를 시작하였다. 앞줄에 앉아있는 학생 가운데 한 명을 지정해서 경매에 응찰하는 학생들의 이름과 응찰가격을 계속해서 기록하도록 요청했다.
처음에는 100원, 200원으로 경매가 시작되었다. (만약 100원으로 1달러짜리 지폐를 낙찰 받으면 큰 이득이고, 낙찰 받지 못한다고 해도 경매참가비로 100원을 지급하는 셈이니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을 터이었다.)
그렇지만 응찰가격은 금방 900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경매가격이 900원에 이르러서이다. 1,000원으로 호가할 것인지에 대해 약간 망설이게 된다. 최근 환율이 1,000원 내외이므로 100원을 인상해서 1,000원으로 호가하면 별이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900원까지 응찰한 학생은 100원만 더 비용을 부담하면 1달러짜리 지폐를 낙찰받을 수도 있고, 그러면 아무런 손실이 없다. 만약 경매에 응하지 않으면 900원은 매몰비용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응찰가격은 1,000원으로 상승한다. 그렇지만 응찰가격은 계속 상승한다. 왜냐하면 900원에 낙찰받지 못한 학생은 1,100원에 응찰해서 낙찰되면 100원만 손해이지만, 포기하면 900원이 매몰비용이 되어 손해이기 때문이다.
경제원론 강의시간에 두 반에서 1달러짜리 지폐를 각각 한 장씩 경매하였다. 최후 낙찰가격은 한 반에서는 2,000원이었으며 다른 반에서는 6,000원이었다. 두 학생이 극도로 경쟁한 결과였다. (조금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결과라고 보이지만, 비용 가운데 암묵적 비용이라고 할만한 자존심 상실 같은 것을 감안하면 꼭 비합리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두 반에서 총경매수입은 약 1만원 내외였으며, 경매수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자, 응찰한 학생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초코파이를 사다 함께 먹자는 의견이 많았다. (담당교수가 사전에 경매수입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좌석경매 수입으로 초코파이를 사다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경매가 있었던 날 다음 강의시간에 담당교수가 조금 더 보태서 초코파이 1개씩을 나눠주면서 즐겁게 함께 먹었다.
경매게임을 통해서 학생들은 매몰비용의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였으며, 가격이 환율에 이르러서는 한계이득과 한계비용을 감안해서 행동함으로써 의사결정에 한계개념이 중요하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고 본다. 경매하는 동안 특히 응찰금액이 1,000원을 넘어가는 순간 강의실은 웃음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물론 초코파이를 함께 먹는 동안 학생들과 교수 사이에 마음의 간격도 좁아지는 것 같았다.(달러 지폐 경매를 또 하자는 학생들도 있었다.)
3. 세미나 발표 팀 및 사회자 선정과 점수경매
미시경제원론 부분을 커버하는 1학기 경제원론 강의에서 중간고사 이전과 기말고사 이전에 한 차례씩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에서는 경제원론에서 배우는 내용과 연관된 현실경제에서 찾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였다.
(1) 제1차 세미나: 모의 2000년도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개최
미시경제원론 강의에서 수요공급이론을 배운 다음 최고가격제와 최저가격제 등을 통한 정부의 가격규제효과를 배우게 된다. 최저가격제도의 사례분석으로 최저임금제도의 경제적 효과를 강의하게 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내용을 강의할 때 세미나 개최를 공고하고 주제로 '2000년도 적정 최저임금심의'를 선택하였다.
제1차 세미나: 2000년도 모의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개최
1. 세미나에 출연할 3개 위원팀을 점수경매에 의해 결정한다.
2. 경매일시: 3월 24일(금) 강의시간
3. 세미나 일시: 2000년 4월 4일(화) 강의시간
4. 세미나 장소: 멀티미디어 강의실
5. OHP와 빔프로젝터 이용 가능
6.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구성: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세미나 발표자 선정 경매(응찰과 낙찰)규칙:
1. 경매를 통해 3개의 위원을 대표할 팀을 선정한다.
2. 경매에는 3명-5명으로 팀을 구성해서 팀별로 대표하기를 희망하는 위원이름으로 응찰한다.
3.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을 대표할 3개의 위원 팀에 각각 모두 응찰할 수 있다.
4. 경매에 응찰할 최대점수는 20점, 최저점수는 1점, 응찰점수단위도 1점으로 하며, 팀별로 낙찰된 점수는 균분해서 중간고사 성적에 합산한다.
5. 낙찰기준: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순으로 경매하며, 위원별로 최저 점수로 응찰한 팀을 낙찰시킨다. 근로자위원 팀으로 응찰했다가 낙찰되지 못한 팀도 다른 위원으로 응찰할 수 있다.
6. 동점응찰 팀 처리기준:
보다 많은 숫자의 멤버로 구성된 팀을 우선 낙찰시킨다.
동일 숫자의 멤버 팀이 경합하면 남녀혼성 팀을 우선적으로 낙찰시킨다.
남녀혼성팀이 경합하면 가장 다양한 전공학생들로 구성된 팀을 낙찰시킨다.
그래도 경합하는 경우에는 대표자의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낙찰시킨다.
7. 세미나 사회를 맡을 학생 1명도 경매로 선정하는데, 최대점수는 5점으로 한다. 사회자는 발표팀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동점응찰 사회자 처리는 다음 기준에 따른다.
여자응찰자를 우선 낙찰시킨다.
고학년도 학생을 우선 낙찰시킨다.
그래도 경합하면 가위 바위 보 게임으로 낙찰시킨다.
8. 경매에 응찰할 땐 팀원 이름과 응찰점수를 적은 응찰쪽지를 제출한다.
9. 낙찰 받은 팀이 세미나에 출연하지 않을 경우 중간고사 점수에서 낙찰 받은 점수를 공제한다.
10. 비록 낙찰 받지 못해 세미나에서 발표하지는 못한 팀들도 제시된 주제에 대해 세미나 발표직전까지 특정 위원을 대표하는 팀별 리포트를 제출하면 내용의 질에 따라 일정 점수를 팀원 모두에게 부여한다.
11. 발표 당일 세미나에서 발표하지 않는 팀들은 노사공위원들의 발표 및 토론을 참고해서 최종 적정최저임금수준을 결정해서 보고하고, 그 수준(각 팀들이 보고한 최저임금의 평균)에 가장 가까운 최저임금을 제시한 위원팀은 특별 보너스 점수를 부여받는다 (점수의 크기는 담당교수가 정한다).
12. 발표 당일 세미나에서 발표하지 않는 팀들은 노사공위원들의 준비 및 발표에 관해 담당교수가 제시한 평가표에 따라 우열순위를 매기면, 담당교수는 평가단의 평가순위에 따라 특별보너스 점수를 각 출연 위원 팀에 차등 부여한다(점수의 크기는 담당교수가 정한다).
13. 기타 추가 규칙이 필요한 경우 담당교수가 결정한다.
제1차 세미나 진행소감:
세미나를 통해 수강생들은 수요공급이론에 근거한 최저임금제도의 이론적 효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에 관한 연혁, 내용에 대해 소상하게 알게 되었으며, 우리나라 현실경제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실제 메커니즘도 잘 알게 되었다.
세미나를 통해 경제원론 시간에 배우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 매우 현실성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수 있었다.
1차 세미나가 끝나는 시각이 오후 1시여서 발표팀원들과 담당교수는 교정의 그늘에 있는 벤치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다가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뒤풀이를 했다. 그런 기회에 세미나에 대한 발표팀 학생들의 반응, 개선점 등에 대한 정보(feedback)를 얻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강의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세미나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발표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열심인데 반해 나머지 학생들은 관전하는 피동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제시된 이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비록 세미나에 발표팀으로 참가하지는 않지만, 나머지 학생들도 팀을 구성해서 제시된 주제에 관해 팀리포트를 제출하게 함으로서, 모든 수강생들이 세미나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를 하게 함에 따라 질의응답과 토론에 모두를 참여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또한 팀 리포트를 제출하는 팀을 모두 출연팀의 평가단으로 위촉해서 발표와 질의응답을 평가하게 했다. 평가표는 "사전준비, 발표, 질의응답"이라는 3가지 항목에 "매우잘했다(5), 잘했다(4), 그러그렇다(3), 잘못했다(2), 매우잘못했다.(1), 모르겠다.(0)"(괄호안은 성적 가중치)라는 다섯가지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단들은 팀별로 토론을 벌려 항목별 평가점수를 기록해서 세미나가 있던 날 다음 강의시간에 제출하도록 했다. 담당교수는 각 평가단(팀)들의 평가점수를 평균해서 발표팀 별 등급을 매겨 보너스 점수를 주었으며, 각 평가단들이 제시한 적정최저임금을 평균해서 노사공팀 가운데 가장 가까운 임금수준을 제시한 팀에게 추가 보너스점수를 부여하였다.
결론적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세미나에서 일정한 역할이 주어졌고, 그것이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매우 효과적인 것처럼 보였다.
IV. 결론
학생들로부터 경제원론 강의가 어렵고, 재미없고, 쓸모가 없다는 반응을 받는 까닭은 교수들이 너무 기술적 디테일(technical detail)을 강의하는데 치중하고, 많은 이론들을 빠짐없이 가르쳐 주기 위해서 진력하다 보니, 주둥이가 작은 병에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대도 병 안으로 들어가는 물의 양은 적듯, 교수가 가르치는 만큼 학생들이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수가 경제원론 강의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경제이론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기초이론만을 가르치되, 너무 세부적인 사항에 몰입시키지 말고, 특히 이론의 의의와 현실경제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또한 15주 동안 계속되는 경제학 강의시간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벤트(?)'를 준비하면 강의시간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강의실에서 커버한 이론과 연관된 현실경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가지고, 두 차례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발표자를 점수경매를 통해 선정하는 것을 비롯해, 좌석경매, 1달러짜리 지폐 경매, 세미나 팀 선정 경매 등은 나름대로 교육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즐겁게 해 주는데 매우 효과적인 이벤트였다.
매 학기 경제원론 강의가 끝나면 무기명으로 수강소감을 쓰게 해서 이를 모아 담당교수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데, 필자의 경제원론 시간에 비록 심오한 이론을 많이 배웠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적어도 경제원론이 현실경제에서 매우 유용하고 또 흥미로운 이론임에 틀림없다는 인상은 확실하게 주었다고 본다.
더욱이 두 차례의 세미나는 팀웍, 발표력, 임기응변능력 등을 제고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그리고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강의실에서 경제이론적 분석만을 하고 넘어가는 것에 비해 수강생들은 세미나를 통해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강의실에서 배운 경제원리가 현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팀별 협력학습을 통해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세미나가 좋았다는 학생들의 소감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팀별로 합숙까지 하면서 작품을 함께 완성했던 경험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는 평이었다.
[참고문헌]
손정식, "모의재판 접근방법을 활용한 경제교육방안 연구: 할인율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경제교육학회 학술세미나, 2000. 8. 11, pp. 1-15.
손정식, "모의증권투자 게임의 경제교육적 효과," 경제교육연구, 한국경제교육학회, 2000. 2, pp. 123-146.
손정식, "게임접근방법을 이용한 경제이론의 이해: 코스의 정리에 관한 실제 강의 사례를 중심으로,' 『경제연구』, 한양대학교 경제연구소, 1999. 11, pp. 117-132.
'형설지공 > 경제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크아웃(Work-out): 기업회생프로그램 (0) | 2001.03.03 |
---|---|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안내 (0) | 2001.03.03 |
품귀문제 해소방안: 수요감축원리의 현실경제 응용사례 (0) | 2001.03.03 |
수요공급원리의 현실응용사례: 숙박대란과 얌체상혼 논란 (0) | 2001.03.03 |
경제적 유인 중요성의 현실응용사례: 영수증의 복권화 (0) | 2001.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