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낀 우리의 지식재산권 실태
"오른손에 논문, 왼손에 특허."
논문을 쓰는 데만 신경을 쓸 뿐, 특허에 관심이 적은 학자나 연구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일본이 내건 슬로건이다. 그동안 일본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해 온 결과, 세계 제1의 특허 출원국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질적인 면에서 미국에 뒤지고 있기 때문에 학자들에게 특허취득을 더욱 채찍질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일본의 도전을 의식하면서 지적재산권의 우위를 지켜 나가기 위해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주요기업의 경영자와 유명 학자들로 구성된 '미 경쟁력평의회'는 특허출원 건수, 연구개발 예산, 연구원 수 등을 종합한 '혁신성 지수'에서 일본과 미국이 역전되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한편 유럽도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합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특허의 철저한 보호, 특허 수속비용의 삭감 및 지연의 해소를 겨냥한 단일한 유럽 특허제도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 양적으로는 우수하나 질적으로는 턱없이 부족
지금 선진 각국은 사활을 건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출원 실태는 어떠한가?
지식재산권의 양적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출원대국에 속할 정도로 무척 많다. 세계지적소유권기관(WIPO)가 펴낸 통계자료에 의하면 96년 산업재산권의 출원은 우리나라가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약 28만 8천여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하여 24만9천여건, 18만 4천여건에 머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앞서고 있다. 적어도 이 면에서는 세계적인 일등국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많다. 우선 지식재산에 관한 국제수지를 보면, 97년 우리나라는 외국에 우리의 기술을 수출하여 1억 6천만달러를 벌어 들인데 비해, 외국으로부터의 기술 수입은 24억 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해외로부터의 기술의 도입이 기술 수출의 15배 가량이나 돼 지식자산의 국제무역에서 22억 5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으로 영향력이 큰 특허일수록 많이 인용된다는데 착안하여 만든 '특허의 기술적 가치 지수'를 통해 보면 더욱 엄청난 벽을 느낄 수 있다. 이 지수에 의하면 우리의 특허기술 수준이 미국의 1/70, 일본의 1/30 수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 쓸만한 특허는 1%에도 못 미쳐
그러면 왜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우리의 특허의 질이 낮은 이유는 특허에 관심을 갖게 된 역사가 짧았던 탓으로 독자적인 연구개발로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할 여지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특허 출원이 양적으로 크게 늘어난 배경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특허에는 거품이 존재한다. 특히 자동차처럼 경쟁이 심했던 분야는 특허 출원수가 무척 많았던 데서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삼성자동차과 쌍용자동차의 시장참여로 한창 경쟁이 심했던 95년의 경우, 자동차 5사의 산업재산권 출원수가 5만5,710건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경제위기를 맞아 경쟁관계가 무너진 97년에는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데에 이어 98년에는 3,298건으로 급격히 줄었던 것이다. 실제 어느 대기업의 경우, 특허는 2만여건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돈이 될만한 특허는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50여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비록 거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특허취득에 열을 올리는 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학식이 높고 항상 연구에 몰두하는 대학 및 정부출연 연구소의 우수한 인력들은 특허에 관심이 적었고, 기업들은 이들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세계적인 연구개발의 조류는 독창성과 함께 시장성에 있다. 시장에서 제품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연구원들의 두뇌와 함께 기업의 사업적 감각이 동시에 결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産學硏)의 협력관계가 절실하다. 연구자들도 논문발표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기술을 특허권으로 시장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기업도 대학 등의 우수 인재의 머리를 빌어 특허의 수준을 높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대학·연구소와 기업간에 활발한 공동연구와 인적교류가 이루어질 때 우리의 특허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모처럼 불기 시작한 특허의 붐을 기업에서 연구원 개개인에까지 확산시켜 충실한 특허를 양산해 내는 일이다. 기업·대학·연구소의 모든 인력이 서로 힘을 모을 때, 우리나라는 비로소 거품강국에서 명실상부한 특허강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 96년 세계 산업재산권 출원 순위는 일본 643,685건, 미국 451,090건, 한국 288,373건, 중국 277,006건, 독일 249,459건, 영국 192,084건의 순이다.(WIPO 통계자료집의 통계를 『'99 지식재산백서』(특허청 1999)에서 재인용)
일반적으로 지식재산권이라 하면 저작권, 특허, 실용신안, 상표, 의장을 모두 포함하며 이중 특허, 실용신안, 상표, 의장권을 산업재산권이라 한다.
** 특허청(1999,『'99 지식재산백서』)은 Michael B. Albert, Phyllis Genther Yoshida, Debra van Opstal(1998)의 자료를 토대로 특허의 기술가치를 산정했는데, 92-96년 기술적 가치수치는 미국 308,003 일본 117,265 독일 23,550, 영국 9,354 대만 6,813 한국 4,332였다.
특허의 기술적가치 = CII × 미국내 특허 획득 건수
CII = 특정기술의 인용회수/평균적 인용회수
CII : Current Impact Index
"오른손에 논문, 왼손에 특허."
논문을 쓰는 데만 신경을 쓸 뿐, 특허에 관심이 적은 학자나 연구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일본이 내건 슬로건이다. 그동안 일본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해 온 결과, 세계 제1의 특허 출원국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질적인 면에서 미국에 뒤지고 있기 때문에 학자들에게 특허취득을 더욱 채찍질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일본의 도전을 의식하면서 지적재산권의 우위를 지켜 나가기 위해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주요기업의 경영자와 유명 학자들로 구성된 '미 경쟁력평의회'는 특허출원 건수, 연구개발 예산, 연구원 수 등을 종합한 '혁신성 지수'에서 일본과 미국이 역전되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한편 유럽도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합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특허의 철저한 보호, 특허 수속비용의 삭감 및 지연의 해소를 겨냥한 단일한 유럽 특허제도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 양적으로는 우수하나 질적으로는 턱없이 부족
지금 선진 각국은 사활을 건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출원 실태는 어떠한가?
지식재산권의 양적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출원대국에 속할 정도로 무척 많다. 세계지적소유권기관(WIPO)가 펴낸 통계자료에 의하면 96년 산업재산권의 출원은 우리나라가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약 28만 8천여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하여 24만9천여건, 18만 4천여건에 머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앞서고 있다. 적어도 이 면에서는 세계적인 일등국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많다. 우선 지식재산에 관한 국제수지를 보면, 97년 우리나라는 외국에 우리의 기술을 수출하여 1억 6천만달러를 벌어 들인데 비해, 외국으로부터의 기술 수입은 24억 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해외로부터의 기술의 도입이 기술 수출의 15배 가량이나 돼 지식자산의 국제무역에서 22억 5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으로 영향력이 큰 특허일수록 많이 인용된다는데 착안하여 만든 '특허의 기술적 가치 지수'를 통해 보면 더욱 엄청난 벽을 느낄 수 있다. 이 지수에 의하면 우리의 특허기술 수준이 미국의 1/70, 일본의 1/30 수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 쓸만한 특허는 1%에도 못 미쳐
그러면 왜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우리의 특허의 질이 낮은 이유는 특허에 관심을 갖게 된 역사가 짧았던 탓으로 독자적인 연구개발로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할 여지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특허 출원이 양적으로 크게 늘어난 배경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특허에는 거품이 존재한다. 특히 자동차처럼 경쟁이 심했던 분야는 특허 출원수가 무척 많았던 데서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삼성자동차과 쌍용자동차의 시장참여로 한창 경쟁이 심했던 95년의 경우, 자동차 5사의 산업재산권 출원수가 5만5,710건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경제위기를 맞아 경쟁관계가 무너진 97년에는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데에 이어 98년에는 3,298건으로 급격히 줄었던 것이다. 실제 어느 대기업의 경우, 특허는 2만여건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돈이 될만한 특허는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50여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비록 거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특허취득에 열을 올리는 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학식이 높고 항상 연구에 몰두하는 대학 및 정부출연 연구소의 우수한 인력들은 특허에 관심이 적었고, 기업들은 이들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세계적인 연구개발의 조류는 독창성과 함께 시장성에 있다. 시장에서 제품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연구원들의 두뇌와 함께 기업의 사업적 감각이 동시에 결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産學硏)의 협력관계가 절실하다. 연구자들도 논문발표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기술을 특허권으로 시장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기업도 대학 등의 우수 인재의 머리를 빌어 특허의 수준을 높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대학·연구소와 기업간에 활발한 공동연구와 인적교류가 이루어질 때 우리의 특허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모처럼 불기 시작한 특허의 붐을 기업에서 연구원 개개인에까지 확산시켜 충실한 특허를 양산해 내는 일이다. 기업·대학·연구소의 모든 인력이 서로 힘을 모을 때, 우리나라는 비로소 거품강국에서 명실상부한 특허강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 96년 세계 산업재산권 출원 순위는 일본 643,685건, 미국 451,090건, 한국 288,373건, 중국 277,006건, 독일 249,459건, 영국 192,084건의 순이다.(WIPO 통계자료집의 통계를 『'99 지식재산백서』(특허청 1999)에서 재인용)
일반적으로 지식재산권이라 하면 저작권, 특허, 실용신안, 상표, 의장을 모두 포함하며 이중 특허, 실용신안, 상표, 의장권을 산업재산권이라 한다.
** 특허청(1999,『'99 지식재산백서』)은 Michael B. Albert, Phyllis Genther Yoshida, Debra van Opstal(1998)의 자료를 토대로 특허의 기술가치를 산정했는데, 92-96년 기술적 가치수치는 미국 308,003 일본 117,265 독일 23,550, 영국 9,354 대만 6,813 한국 4,332였다.
특허의 기술적가치 = CII × 미국내 특허 획득 건수
CII = 특정기술의 인용회수/평균적 인용회수
CII : Current Impact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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