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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우리가 지식재산권의 강국이 되려면

우리가 지식재산권의 강국이 되려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매년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49개국을 대상으로 한 99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국인 특허출원 건수 및 내국인의 해외특허출원 등록 건수가 각각 6위, 11위로 상위 그룹에 속해 있으나, 특허와 저작권 보호는 41위로 거의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재산권과 관련하여 학교나 연구소내 지식재산권 지원부서를 만들어 주자, 지식재산권 심사를 신속하게 하자, 지식재산권의 거래를 위한 유통시장을 만들자는 등 지식재산권의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기본부터 제대로 갖추는 일이다. 우리가 진정한 특허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을 개발하려는 연구자세와 남의 아이디어를 존중해 주는 기본바탕이 절실한 것이다.



◆ 불법복제를 없애는 일이 선행되어야



우선 지식재산권이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 최근 '한글'이란 워드프로세스로 잘 알려진 '한글과 컴퓨터'란 회사가 죽을 뻔하다가 다시 살아났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워드'를 제치고 국내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지만 불법복제품 탓으로 오랜 기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해에 개인용 컴퓨터(PC)가 180만대나 팔리는데 반해 '한글' 프로그램은 30만개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금년 들어 정부가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불법복제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바람에 이 회사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 회생의 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형자산에 대한 소유권 개념이 희박하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그냥 복사해서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했고 대학생들의 십중 팔구는 교과서를 구입하지 않고 복사해서 쓴다고 한다. 남이 만들어 잘 팔리다 싶으면 어느새 복제품이 판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동안 정부 관료나 대학 교수들 마저도 말로는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필요하다하면서 남이 공들여 개발한 프로그램들을 아무 죄의식 없이 카피해 쓰고는 했다. 이처럼 불법복제가 판치는 분위기 하에서는 독자적인 연구개발에 땀흘릴 사람은 없으며 수준 높은 특허기술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가 성숙되어야



다음으로 발명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는 창조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 미국이 과학기술의 메카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교육제도 뿐 아니라 기업의 문화가 창의성을 존중하여 독자적인 연구를 가능케 하였기 때문이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에사키(江崎玲於奈) 박사도 일본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소니에서 연구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았지만, 노벨상을 탄 발명품은 결국 미국에 건너가 완성시킬 수밖에 없었다.



일찍이 미국의 특허권 공세에 시달린 국가는 일본이었다. 이에 따라 모방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한 일본은 80년대부터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독자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일본 통산성은 기업들에게 지식재산권의 확보를 독려하게 되었다. 미국과 같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 풍토를 갖는 학교나 기업 조직을 갖고 있지 못한 일본으로는 그 씨앗을 시장 속에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어 새로운 개량 제품을 개발해내는데 맞추었다. 이 무렵 섬유업계는 탄소섬유나 항균방취 기능섬유와 같은 신소재를 창조하였고, 그밖의 전자업체들은 소형 비디오카메라 관련 기술에서부터 게임소프트웨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기술 상품을 속속 개발해 냈다.



그 결과, 일본은 이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위 특허출원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기술에 관한 한 미국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부단히 기술개발을 독려하여 특허 수출을 크게 늘렸지만, 아직도 외국으로부터의 특허 수입이 더 크다. 그래서 일본은 교육제도 등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전면 개선하지 않고서는 특허 최강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는 미국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선배나 스승의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과감히 비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회저변에 깔려 있어야 한다. 창의성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라나고 이런 연구의 결과가 지식재산권으로 철저히 보호될 때 혁신시스템은 정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