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확보.소비자보호 논란
전 세계헤비급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은 새해 1월 29일 영국 맨체스 터에서 시합을 갖는다. 그의 출연료(?)는 1000만달러(120억원)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만약 1회전에 KO승을 시킨다면 3분 안에 120억원 상당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반면 국내 프로 권투선수 가운데 연봉 2000 만원이 안되는 선수들이 태반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타이슨은 권투업 계에서 독과점업자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이슨을 독과점업자라며 규제하겠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타이슨 때문에 상대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권투선수들의 아픔보다는 타이슨의 주먹을 구경하면서 느끼는 희열이 더 크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또한 프로권투 시장에 진입규제가 있을 리 만무하다. 누구라도 주먹이 세면 권투선수가 될 수 있다.
독과점자 출현은 스포츠나 연예계 뿐 아니라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에서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매머드급 업체들이 생겨나고, 기업 인수·합병은 독과점을 가속화시킨다.
<> PCS 3사 결사적 반대
국내에서도 해태음료와 SK텔레콤의 기업결합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 분하다. 한쪽에선 기업결합으로 독과점 폐해가 클 것으로 걱정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로 오히려 국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한다고 밝히자 PCS 3사는 독과점 체제 저지에 나섰다. 신세기통신 대주주인 포철과 코오롱의 신세기통신 지 분을 SK텔레콤이 인수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독과점 폐해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경실련도 반대성명을 냈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는 “SK텔레콤이 신세기통 신을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게 돼 가격경쟁은 물론이고 서 비스 경쟁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반면 SK텔레콤은 통신망의 경우 국가 기간시설인 만큼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형화가 필수적이라고 해명한다. 정부가 통신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까지 막는다면 과잉투자를 방치하는 꼴이란 입장이다.
공정위는 해태음료 처리를 놓고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료업계에선 롯데컨소시엄이 해태음료를 인수할 경우 독점체제를 구축해 2000억원 정도의 소비자 부담이 생겨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 해태음료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선 설사 독과점이 생긴다 해도 구조조정에 따른 이득이 크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독점에 따른 폐해와 그로 인한 효율성 증대 가 운데 어느 쪽이 큰가의 판단은 공정거래위원회 몫이다.
<> 용어해설 = 독과점(시장지배적 지위)
흔히 독과점으로 쓰이고 있는데 정확한 법적 용어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말한다.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체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데 흔히 이를 독과점업체라 부른다. 독과점업체는 1개사 시장점유율 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다.
독과점규제의 근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한다. 규제의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독과점규제 위반(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기업결합 제한·경제력집중 억제) △불공정거래 행위 △불공정하도급 행위 △부당표시·광고행위 △불공정약관 △사업자단 체 금지행위 △부당내부거래 행위 △부당공동행위 등이 포함된다. 독과점 법을 어길 경우 시행조치·과징금·이행강제금 부과 조치 등을 내리게 된다. <이제경 기자>매경ECONOMY2000.01.04
[독과점 어떻게 볼 것인가] 기업구조조정 우선
기업이 자신의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업간의 인수·합병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소비자후생 증진을 위한 독점금지법에 근거해 이를 정부가 간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규모나 수준 이상의 기업인수나 합병은 정부에 의해 허락되지 않거나 기존의 독점시장구조도 정부에 의해 분해되기도 하는 것이 독과점금지법을 가장 왕성하게 적용하고 있는 미국에서 목격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에 의해 바람직 하지 않은 시장구조나 기업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독과점법과 이와 유사한 법을 도입하고 있는 많은 나라의 경우 이러한 법의 기본목적은 독과점의 폐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며, 좀더 강하게 표현하면 소비자보호가 이 법의 유일한 목적이다.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독점금지법에 근거해 기업의 인수·합병을 허용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경우 그 판단 기준이 해당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나 증진을 가져올 수 있느냐에 있어야 한다. 정부가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추진하거나 허용하고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 결과로 나타나는 시장의 독과점화 현상에만 국한해 문제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기업경쟁력 회복이 우선돼야
기업의 국제경쟁력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선택이 시장구조의 경쟁화와 양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매부 좋고 누이 좋은 결정이 이뤄진다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느 쪽에 더 정부의 정책방향이 주어져야 하는가 하는 현실적인 선택이 남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선택에 있어 기업경쟁력 확보라는 목적에 우선해 바람직한 시장구조라는 측면만이 강조된다면 (정부의 개입에 의한 기업구조조정이 성공적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로 하고) 이는 주객이 전도된 선택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후생의 극대화라는 목적을 갖는 독점금지법 하에서도 생산의 효율성은 강조되고 이를 우선적으로 취하는 정책이 선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산업의 생산이 생산량의 증대와 함께 평균생산비 하락 현상이 발생하며, 따라서 이러한 이점을 취하기 위해 특정 기업에 어느 수준의 생산량 확보가 보장돼야 한다면 독과점이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생산의 효율성을 무시한 시장의 경쟁구도만을 고려하는 정책이 독점금지법에 의해서조차도 맹목적으로 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에서의 비효율성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전되며, 사회전체적으로도 후생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독점을 인정해 생산의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사후적으로 독점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는 판단이 이러한 선택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시장이 독과점화된다고 하더라도 보다 낮은 생산비용에 의해 기업이 보다 높은 국제경쟁력을 갖는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취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경제 위기상황에서 기업의 경쟁력, 특히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그 결과 나타나는 시장구조의 독과점화를 수용하는 정책적 선택을 보였으며 이는 일본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영국의 경우 경제활성화를 위해 행한 많은 국유산업의 민영화 과정을 통해 볼 때 민영화 후의 시장구조를 상당히 염두에 두고 민영 화를 추진했으나 시장구조가 최우선인 정책은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승자가 모든 것을 얻는다(winner takes all)’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최근의 역동적인 세계 시장 환경 하에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시장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중심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이 시장의 경쟁구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무시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박원규 경희대 사회과학대학장>매경ECONOMY2000.01.04
[독과점 어떻게 볼 것인가] 소비자보호 우선
최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발표는 이동통신 시장의 독점화를 걱정하게 만든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은 이미 45%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주도적 사업자다.
그런데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 SK텔레콤은 거의 6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과 다른 군소회사는 공정한 경쟁을 하기 어렵다. 이 시장은 SK텔레콤에 의해 독점화 될 것이 틀림없다.
시장이 독점화되면 가격이 높아지고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시장이 독점화되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
그렇기 때문에 반독점법이 있고 독점금지정책을 시행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하려고 하는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이 독점금지정책은 소비자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금지정책이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정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DJ정부가 들어선 후 2년 동안 귀가 따갑도록 들어 온 중요정책 중의 하나가 빅딜(big deal)이었다. 중복과잉 투자가 이루어진
산업에서는 기업의 수를 줄여 중복과잉 투자분을 해소하겠다는 발상이 빅딜정책 이었다.
예컨대 LG반도체를 현대로 넘기고, 삼성자동차를 대우자동차로 넘기면 이 산업에서 기업 수가 적어지면서 중복과잉 투자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장을 독점화시켜 중복과잉 투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빅딜정책이다. 어떤 산업이든, 기업의 수가 줄어들면 그 시장은 구조적으로 독점화되기 때문이다.
<> 빅딜정책이 독과점 심화
정부가 시장을 독점화시켜 생산자 입장에서 산업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발상도 문제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독점금지 정책의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빅딜정책에 완전한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이다.
독점을 방지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화를 심화시키는 빅딜정책에 대해 완전히 입을 닫고 있었다. 빅딜은 중복과잉 투자를 해소해 그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측면에서도 결코 성공한 정책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부도난 기아자동차를 회생시키는 정책이 더 시급했다고는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은 자동차 시장을 매우 높은 독점시장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대우자동차가 경영 위기에 빠져 있는 현시점에서는 현대자동차에 의한 자동차시장의 독점화를 심히 우려해야 할 상황에 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아자동차의 매각시 자동차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할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시장이 독점화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70~80%의 상품시장이 구조적으로 과점이다. 과점이란 그 시장에 기업의 수가 4개 내외의 소수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국가 전체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기업의 수가 그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장이 구조적으로 과점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기업의 수가 아주 많으면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쟁시장이 되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 한 기업이 대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요산업에서 기업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소수의 기업이 영업하는 과점시장은 경쟁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서로 협조적으로 영업하는 비경쟁적 담합이 이루어지기가 쉽다. 거기다가 한 회사가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 이런 시장은 주도적 기업 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독점적 과점이 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과점시장을 별도의 정책대상으로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많이 나타나고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독점금지 차원에서 엄격하게 처리 해야 한다. 특히 생산자 입장에서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헤비급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은 새해 1월 29일 영국 맨체스 터에서 시합을 갖는다. 그의 출연료(?)는 1000만달러(120억원)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만약 1회전에 KO승을 시킨다면 3분 안에 120억원 상당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반면 국내 프로 권투선수 가운데 연봉 2000 만원이 안되는 선수들이 태반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타이슨은 권투업 계에서 독과점업자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이슨을 독과점업자라며 규제하겠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타이슨 때문에 상대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권투선수들의 아픔보다는 타이슨의 주먹을 구경하면서 느끼는 희열이 더 크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또한 프로권투 시장에 진입규제가 있을 리 만무하다. 누구라도 주먹이 세면 권투선수가 될 수 있다.
독과점자 출현은 스포츠나 연예계 뿐 아니라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에서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매머드급 업체들이 생겨나고, 기업 인수·합병은 독과점을 가속화시킨다.
<> PCS 3사 결사적 반대
국내에서도 해태음료와 SK텔레콤의 기업결합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 분하다. 한쪽에선 기업결합으로 독과점 폐해가 클 것으로 걱정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로 오히려 국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한다고 밝히자 PCS 3사는 독과점 체제 저지에 나섰다. 신세기통신 대주주인 포철과 코오롱의 신세기통신 지 분을 SK텔레콤이 인수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독과점 폐해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경실련도 반대성명을 냈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는 “SK텔레콤이 신세기통 신을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게 돼 가격경쟁은 물론이고 서 비스 경쟁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반면 SK텔레콤은 통신망의 경우 국가 기간시설인 만큼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형화가 필수적이라고 해명한다. 정부가 통신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까지 막는다면 과잉투자를 방치하는 꼴이란 입장이다.
공정위는 해태음료 처리를 놓고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료업계에선 롯데컨소시엄이 해태음료를 인수할 경우 독점체제를 구축해 2000억원 정도의 소비자 부담이 생겨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 해태음료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선 설사 독과점이 생긴다 해도 구조조정에 따른 이득이 크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독점에 따른 폐해와 그로 인한 효율성 증대 가 운데 어느 쪽이 큰가의 판단은 공정거래위원회 몫이다.
<> 용어해설 = 독과점(시장지배적 지위)
흔히 독과점으로 쓰이고 있는데 정확한 법적 용어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말한다.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체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데 흔히 이를 독과점업체라 부른다. 독과점업체는 1개사 시장점유율 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다.
독과점규제의 근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한다. 규제의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독과점규제 위반(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기업결합 제한·경제력집중 억제) △불공정거래 행위 △불공정하도급 행위 △부당표시·광고행위 △불공정약관 △사업자단 체 금지행위 △부당내부거래 행위 △부당공동행위 등이 포함된다. 독과점 법을 어길 경우 시행조치·과징금·이행강제금 부과 조치 등을 내리게 된다. <이제경 기자>매경ECONOMY2000.01.04
[독과점 어떻게 볼 것인가] 기업구조조정 우선
기업이 자신의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업간의 인수·합병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소비자후생 증진을 위한 독점금지법에 근거해 이를 정부가 간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규모나 수준 이상의 기업인수나 합병은 정부에 의해 허락되지 않거나 기존의 독점시장구조도 정부에 의해 분해되기도 하는 것이 독과점금지법을 가장 왕성하게 적용하고 있는 미국에서 목격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에 의해 바람직 하지 않은 시장구조나 기업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독과점법과 이와 유사한 법을 도입하고 있는 많은 나라의 경우 이러한 법의 기본목적은 독과점의 폐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며, 좀더 강하게 표현하면 소비자보호가 이 법의 유일한 목적이다.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독점금지법에 근거해 기업의 인수·합병을 허용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경우 그 판단 기준이 해당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나 증진을 가져올 수 있느냐에 있어야 한다. 정부가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추진하거나 허용하고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 결과로 나타나는 시장의 독과점화 현상에만 국한해 문제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기업경쟁력 회복이 우선돼야
기업의 국제경쟁력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선택이 시장구조의 경쟁화와 양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매부 좋고 누이 좋은 결정이 이뤄진다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느 쪽에 더 정부의 정책방향이 주어져야 하는가 하는 현실적인 선택이 남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선택에 있어 기업경쟁력 확보라는 목적에 우선해 바람직한 시장구조라는 측면만이 강조된다면 (정부의 개입에 의한 기업구조조정이 성공적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로 하고) 이는 주객이 전도된 선택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후생의 극대화라는 목적을 갖는 독점금지법 하에서도 생산의 효율성은 강조되고 이를 우선적으로 취하는 정책이 선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산업의 생산이 생산량의 증대와 함께 평균생산비 하락 현상이 발생하며, 따라서 이러한 이점을 취하기 위해 특정 기업에 어느 수준의 생산량 확보가 보장돼야 한다면 독과점이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생산의 효율성을 무시한 시장의 경쟁구도만을 고려하는 정책이 독점금지법에 의해서조차도 맹목적으로 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에서의 비효율성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전되며, 사회전체적으로도 후생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독점을 인정해 생산의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사후적으로 독점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는 판단이 이러한 선택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시장이 독과점화된다고 하더라도 보다 낮은 생산비용에 의해 기업이 보다 높은 국제경쟁력을 갖는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취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경제 위기상황에서 기업의 경쟁력, 특히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그 결과 나타나는 시장구조의 독과점화를 수용하는 정책적 선택을 보였으며 이는 일본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영국의 경우 경제활성화를 위해 행한 많은 국유산업의 민영화 과정을 통해 볼 때 민영화 후의 시장구조를 상당히 염두에 두고 민영 화를 추진했으나 시장구조가 최우선인 정책은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승자가 모든 것을 얻는다(winner takes all)’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최근의 역동적인 세계 시장 환경 하에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시장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중심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이 시장의 경쟁구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무시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박원규 경희대 사회과학대학장>매경ECONOMY2000.01.04
[독과점 어떻게 볼 것인가] 소비자보호 우선
최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발표는 이동통신 시장의 독점화를 걱정하게 만든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은 이미 45%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주도적 사업자다.
그런데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 SK텔레콤은 거의 6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과 다른 군소회사는 공정한 경쟁을 하기 어렵다. 이 시장은 SK텔레콤에 의해 독점화 될 것이 틀림없다.
시장이 독점화되면 가격이 높아지고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시장이 독점화되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
그렇기 때문에 반독점법이 있고 독점금지정책을 시행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하려고 하는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이 독점금지정책은 소비자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금지정책이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정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DJ정부가 들어선 후 2년 동안 귀가 따갑도록 들어 온 중요정책 중의 하나가 빅딜(big deal)이었다. 중복과잉 투자가 이루어진
산업에서는 기업의 수를 줄여 중복과잉 투자분을 해소하겠다는 발상이 빅딜정책 이었다.
예컨대 LG반도체를 현대로 넘기고, 삼성자동차를 대우자동차로 넘기면 이 산업에서 기업 수가 적어지면서 중복과잉 투자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장을 독점화시켜 중복과잉 투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빅딜정책이다. 어떤 산업이든, 기업의 수가 줄어들면 그 시장은 구조적으로 독점화되기 때문이다.
<> 빅딜정책이 독과점 심화
정부가 시장을 독점화시켜 생산자 입장에서 산업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발상도 문제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독점금지 정책의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빅딜정책에 완전한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이다.
독점을 방지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화를 심화시키는 빅딜정책에 대해 완전히 입을 닫고 있었다. 빅딜은 중복과잉 투자를 해소해 그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측면에서도 결코 성공한 정책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부도난 기아자동차를 회생시키는 정책이 더 시급했다고는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은 자동차 시장을 매우 높은 독점시장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대우자동차가 경영 위기에 빠져 있는 현시점에서는 현대자동차에 의한 자동차시장의 독점화를 심히 우려해야 할 상황에 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아자동차의 매각시 자동차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할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시장이 독점화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70~80%의 상품시장이 구조적으로 과점이다. 과점이란 그 시장에 기업의 수가 4개 내외의 소수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국가 전체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기업의 수가 그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장이 구조적으로 과점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기업의 수가 아주 많으면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쟁시장이 되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 한 기업이 대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요산업에서 기업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소수의 기업이 영업하는 과점시장은 경쟁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서로 협조적으로 영업하는 비경쟁적 담합이 이루어지기가 쉽다. 거기다가 한 회사가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 이런 시장은 주도적 기업 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독점적 과점이 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과점시장을 별도의 정책대상으로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많이 나타나고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독점금지 차원에서 엄격하게 처리 해야 한다. 특히 생산자 입장에서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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