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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인터넷주 거품과 기대수익

물리학자와 화학자, 경제학자가 멀리 바다 낚시를 갔다가 조난을 당했다. 며칠을 표류하다
배 밑에서 통조림 몇 개를 발견했는데, 불행히도 뚜껑을 열 도구가 없었다. 물리학자가 한참 고민 끝에 ‘뚜껑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날카로운 도구를 찾자’고 제안했다. 화학자는 ‘바닷물에서 화학적 반응을 유도할 촉매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안 듣고 있던 경제학자는‘열었다고 가정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현실과 맞지 않는 가정을 많이 하는 경제학에 대한 유머러스한 비판이다.

실제로 경제학에는 가정이 많이 등장한다. 너무나 복잡한 현실세계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가정(假定)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가정하에서 경제법칙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들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증가’하는 수요의 법칙을 고려해 보자.
그러나 가격이 올라도 소득이 증가하면 수요는 늘어날 수 있지 않는가. 경쟁사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우리 제품의 수요는 덩달아 증가할 수 있지 않는가. 모두 옳은 대답이다. 그렇다고 수요의 법칙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 법칙은 소득과 경쟁상품의 가격, 품질 등 가격 이외에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서만 성립하는 것이다.
모든 경제법칙은 가정이 무너지면 법칙 자체도 성립하지 않는다. 경제전망도 특정한 가정하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경제예측은 결과를 읽기전에 어떤 가정하에서 만들어진 것인가를 먼저 파악해야만 한다.
엄밀한 가정하에서 이론을 유도한 다음 그 가정을 현실에 맞게 하나하나 완화시켜 나가는 것이 경제학의 방법이다.
경기예측은 흔히 일기예보에 비유된다.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오늘 대기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처럼, 경제학자들은 내일의 경기전망을 위해 복잡한 경제현상을 분석한다. 장기의 일기예보가 정확하지 않은 것처럼 경기예측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러한가. 우선 수많은 요인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기상예보는 대기의 움직임만 보지만, 경기전망은 모든 가능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자연재해와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같은 외생변수는 물론 소비자의 가계지출, 기업투자 등과 같은 경제주체들의 행태까지 파악해야 한다.
불확실한 소비자의 행태도 경기예측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자신의 미래 소비지출에 대한 확고한 계획이 없는 사람은 정확한 경기예측을 기대할 자격이 없는 셈이다. 어쩌면 정확한 경기예측은 큰 수정볼을 굴리는 예언자와 역술가들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이유로 어떤 이는 경제학이 너무 추상적이고, 현실경제와는 거리가 먼 복잡한 수학적 모형만 강단에서 가르친다고 혹평한다.
최근에는 경제학자들이 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도 경제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경제학은 불행히도 자연과학과는 달리 마음대로 실험할 수 없는 학문이다.
수많은 국민들에게 전혀 새로운 경제모델을 어떻게 실험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현실에 가까운 가정들을 많이 설정하여 가상의 실험실을 만들고, 모의실험을 통해 경제예측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실험실의 가정대로 현실경제가 움직인다면 경제예측의 정확도가 크게 높아진다. 반대로 실험실이 현실경제와 다르다면 새로운 가정으로 예측을 다시 실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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