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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제 4 절 족할 줄 아는 삶

제 4 절 족할 줄 아는 삶


1. 시골 쥐와 서울 쥐


고대 로마문명을 연구한 에드워드 기본(E. Gibbon)은 로마가 망한 것은 "당시의 로마로서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고 말하면서 "더 이상 타락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타락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타락의 원리는 사치와 낭비 속에서 성숙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부자 나라였던 아르헨티나가 정부의 부패와 국민의 무분별한 과소비로 인하여 지금은 못사는 나라로 전락하고 만 것은 가장 최근에 볼 수 있는 하나의 예이다. 우리는 소비를 통하여 만족을 얻는다. 그러나 큰 만족은 반드시 소비를 많이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만족은 내게 꼭 필요한 것만을 소비할 때 얻어진다. 그것은 정말 좋은 음식맛은 호흡하기 곤란할 정도로 배부르게 먹었을 때보다는 약간 부족한 듯 적당히 먹었을 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유명한 이솝 우화 중의 하나로 '시골 쥐와 서울 쥐'가 있다. 시골 쥐가 서울 쥐를 초대했다. 시골 쥐는 자기가 정성껏 가꾼 밀과 콩, 고구마, 감자 따위를 잔뜩 차려 놓았다. 그런데 서울 쥐는 언짢은 얼굴을 하고는 통 먹질 않았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맛 없는 음식은 먹지 않아. 쇠고기나 치즈, 케이크처럼 맛 있는 것만 먹지."

시골 쥐는 몹시 부러웠다. "자넨 참 좋겠구먼." 그러자 서울 쥐가 말했다. "집이나 음식이 참 초라하네 그려. 자네, 서울에 가지 않겠는가? 맛 있는 음식 배불리 먹고, 아주 깨끗한 집에서 지내며, 밤이면 번쩍거리는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시골 쥐는 매우 기뻐하며 서울 쥐와 함께 서울에 갔다. 서울의 집에는 과연 으리으리한 식탁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근사한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 두 마리의 쥐는 좋아라 하고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사람이 들어와 빗자루를 휘두르며 후리쳐서 쥐들을 내쫓았다.

숨이 멎을 듯 화들짝 놀란 시골 쥐는 말했다. "이것이 자네가 그렇게도 좋다고 자랑하던 서울 생활인가? 맛 있는 음식을 두려워 하면서 먹는 것보다, 맛은 덜 해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편이 차라리 행복하지. 나는 시골로 돌아가겠네. 잘 있게나."

이 이야기는 마음의 평화가 없으면 아무리 잘 살고 넉넉해도 행복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물질적으로 조금 부족하고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한 삶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지나치게 과도한 소비보다는 자신의 형편에 맞는 합리적 소비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살찌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2. 다시 찾아가는 행복


우리의 옛 조상들이 즐겨 읽었던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보면, '지족가락, 무탐칙우'(知足可樂, 務貪則憂), 즉, "족할줄 알면 즐거울 것이요, 탐하기에 힘쓰면 근심이 끊이지 않으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들의 물질적인 욕망은 끝이 없으나 이는 근심만을 초래할 뿐이며, 적은 것에도 만족할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족안분'(知足安分)이라고 했다. 분수를 알고 만족할줄 알아야 한다.

작가 마빈 해리스(M. Harris)는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에서 "행복이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고, 부유함이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고 소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고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저 산너머에 있지 않다. 행복은 내앞에 있다. 바로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저 너머에 있을 것같아 찾으러 나섰다가 울면서 되돌아오는 것이 행복이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아끼고 어루만지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은 나의 가까이에서 내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각자의 자화상을 그려볼 때가 아닌가 한다. 족할줄 아는 삶. 그 속에 행복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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