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절 소비문화의 현주소
1. 아낌없이 쓰련다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세상살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이다. 단지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생리적인 차원을 떠나서 식생활습관은 그 나라 국민의 성격을 잘 반영해 준다. 그 예로써 일본 음식의 절약성과 담백성은 일본인들의 깔끔하고 근검절약하는 기질을 잘 나타내 준다. 프랑스 음식의 예술성은 그들의 예술적 기질을, 미국 음식의 실용성은 미국인의 실용주의를 잘 반영하고 있다.
우리의 음식문화를 살펴 보면, 가정에서건 식당에서건 음식의 낭비가 매우 심하다. 가정에서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 우선 반찬의 가지수가 많아야 잘 차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설사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풍성하게 준비하는 습관이 있다. 손님 입장에서도 음식은 조금 남기는게 미덕인 것처럼 되어 있다. 또한 식당에 가보면 미처 손도 안댄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이 허다하다.
이는 다분히 형식적인 모양 갖추기나 전시적 혹은 낭비적 식생활 습성이 몸에 밴데서 연유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잘못된 음식문화는 소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낭비가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손해를 가져오는가를 모르는데서 비롯된 소치이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하천의 오염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처럼 전국의 강물이 썩는 이유가 비단 공장의 폐수 때문만은 아니다. 수질오염 원인의 절반 이상이 생활하수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약 9만톤. 그 중에서 1/3인 3만톤(5톤 트럭으로 계산할 때 6천대 분)이 음식 쓰레기이다. 이는 돈으로 계산하면 무려 8조원에 해당하는 액수로서, 경부고속전철을 놓을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한 사람이 버리는 쓰레기량이 외국의 2배에 달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쓰레기도 돈이다
몇해전 미국은 엄청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가까운 남미에 돈을 주고 쓰레기를 수출하려다 그곳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과거에 쓰레기의 개념은 설사 조금 욕을 먹는다 할지라도 버리기만 하면 누군가가 치워 주는 남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쓰레기가 돈이 되었기 때문이다.
쓰레기에 비용개념이 도입되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양만큼 돈을 내도록 하는 쓰레기종량제는 우리의 생활습관에 조그만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주부들은 쓰레기 발생요인을 없애기 위해 치약이나 장난감 등을 살 때 그 자리에서 포장지를 벗겨내는가 하면, 쓰레기가 많이 남는 식품을 기피대상 1호로 꼽고 있다.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된 이후 등장하고 있는 새 풍속도이다.
쓰레기종량제의 기본 취지는 쓰레기의 감량화·재생·재활용 및 위생처리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상당하다. 종량제에 따라 쓰레기 감량효과는 연간 38%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쓰레기 처리비용의 절감은 연간 4천억원, 매립지 절감은 서울과 부산시민이 1년간 버리는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또 재활용품에 의한 경제적 효과도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쓰레기종량제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종전의 쓰레기수거료는 실제 자기부담률이 12.7%였고 나머지는 국고에서 지원했다. 이번에 종량제 실시와 함께 쓰레기봉지 가격에 반영된 비용수준은 자기부담률이 30% 정도이고 이는 곧바로 물가에 0.4%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비용을 100% 현실화하는 2000년까지는 1.9% 인상효과). 이같은 수수료율의 현실화는 소득역진적인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 쓰레기 자체의 경제학이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상품구매의 소규모화, 가구의 경박단소화, 제품의 내구성 선호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생산자도 소비자들의 선호 변화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과도한 포장이나 환경파괴적인 재질의 포장재(예컨대 스티로폴 등) 사용을 자제할 것이다. 가전업계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폐가전품을 곧바로 버리지 말고 대리점 등에서 새 가전제품 구입과 함께 이를 교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쓰레기종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단체·중앙정부·기업 모두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99명의 주민이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1명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99명의 노력은 헛되이 되고 만다. 지방자치단체는 분리된 쓰레기를 적절하게 수거·운반·처리해야 하고, 중앙정부는 재활용산업이 시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개발 지원과 판매지원책 마련에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는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소비에 대한 사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무조건 크고 새로운 것이어야 좋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작고 오래된 것도 좋다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작은 일에서부터 한가지씩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이 생활혁명을 가져오는 지름길이다.
3. 물, 물, 물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보니, 이제는 안심하고 마실 물조차 귀하게 되었다. 식수로서의 수도물에 대한 불신이 증대되면서 최근에는 마시는 물을 파는 장사들이 큰 재미를 보게 되었다. 식수의 오염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양산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인구행동연구소(PAI)는 최근 한국을 '물부족국가'로 분류하고, 2000년대에는 '물기근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1천 2백mm에 이르지만, 여름철 홍수로 전체 강수량의 37%를 바다로 그냥 흘려 보내고 있다.
반면에 물소비량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수도물 사용량은 394리터로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의 2배에 달한다. 국민소득은 중진국이면서 물은 선진국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물값이 선진국의 10-20%에 불과한데다 물을 희소한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수원마저도 크게 오염이 되어 깨끗한 물을 마시기는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요즘 날개 돋힌듯 팔려 나가는 것이 소위 말하는 '생수'(먹는 물)이다. 한국의 생수시장은 국내산 생수들 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 브랜드 생수들까지 대거 몰려 들어 불꽃 튀는 '물전쟁'을 벌일 판이다.
국내시장 선점을 노리고 이미 상륙했거나 상륙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외국생수는 유명브랜드만 줄잡아 20여개에 이른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낯익은 브랜드의 명성을 앞세워 값을 국산생수의 9백-1천원(1.5리터 한병)보다 약 3배까지 비싼 고가 전략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한국 상륙 1호를 기록한 '바이킹'생수는 노르웨이 만년설에서 채취한 물을 그대로 밀봉해 수질이 뛰어나다고 선전한다. '에비앙'생수는 알프스산맥 몽블랑의 자연수를 모은 생수로 생수 수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명 브랜드란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마시는 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마운틴 밸리 스프링'은 1925년부터 백악관과 상원에 독점공급되는 등 상류층 생수임을 자랑하고 나선다.
게다가 국내생수시장 쟁탈전의 다크호스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산 생수는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일성이 생전에 애용했다는 신덕샘물을 비롯하여 금강산샘물, 박연폭포물, 위장병에 좋다는 백두산천지샘물 등 종류도 여러가지이다. 특히 북한산 생수는 수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다 실향민의 향수까지 등에 엎고 있어 국내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 먹는 물과 쓰는 물
우리들의 선입견 가운데 하나가 수도물은 마시는 물인 줄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수도물은 생활용수로 더 많이 쓰인다. 요리, 세척, 세탁, 청소, 목욕, 화장실, 세차 등 실로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게 수도물이다. 사실 식수로서 소비되는 수도물의 양은 비율로 따질 때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쓰이는 용도에 관계없이 똑같은 품질의 수도물을 사용하고 있다. 마실 물은 가장 깨끗히 정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청소하는 물은 목욕하는 물보다 깨끗하지 않아도 된다. 세차하는 물은 그보다 덜 깨끗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용도에 관계없이 세차하는 물도 마시는 물과 똑같이 깨끗한 물이다. 이는 마치 고급스런 종이를 아이들 연습장으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제적으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경제이론적으로는 수도물의 공급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가정으로 공급되는 기존의 수도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식수로 사용할 수도물은 마을의 동별 정수장에서 생수 형태로 시판하는 것이다. 물론 식수는 전보다 싼 값에 공급하는 대신, 가정용 생활용수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필요없이 아까운 물을 낭비하는 행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만일 지방자치단체가 지금보다 훨씬 깨끗한 수도물을 엄격하게 정수하여 동단위 정수장을 통해 판매한다면, 시민들은 시중의 비싼 생수보다 훨씬 값싸고 질좋은 식수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이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 필요 이상의 물의 과소비를 억제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 아낌없이 쓰련다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세상살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이다. 단지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생리적인 차원을 떠나서 식생활습관은 그 나라 국민의 성격을 잘 반영해 준다. 그 예로써 일본 음식의 절약성과 담백성은 일본인들의 깔끔하고 근검절약하는 기질을 잘 나타내 준다. 프랑스 음식의 예술성은 그들의 예술적 기질을, 미국 음식의 실용성은 미국인의 실용주의를 잘 반영하고 있다.
우리의 음식문화를 살펴 보면, 가정에서건 식당에서건 음식의 낭비가 매우 심하다. 가정에서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 우선 반찬의 가지수가 많아야 잘 차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설사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풍성하게 준비하는 습관이 있다. 손님 입장에서도 음식은 조금 남기는게 미덕인 것처럼 되어 있다. 또한 식당에 가보면 미처 손도 안댄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이 허다하다.
이는 다분히 형식적인 모양 갖추기나 전시적 혹은 낭비적 식생활 습성이 몸에 밴데서 연유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잘못된 음식문화는 소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낭비가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손해를 가져오는가를 모르는데서 비롯된 소치이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하천의 오염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처럼 전국의 강물이 썩는 이유가 비단 공장의 폐수 때문만은 아니다. 수질오염 원인의 절반 이상이 생활하수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약 9만톤. 그 중에서 1/3인 3만톤(5톤 트럭으로 계산할 때 6천대 분)이 음식 쓰레기이다. 이는 돈으로 계산하면 무려 8조원에 해당하는 액수로서, 경부고속전철을 놓을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한 사람이 버리는 쓰레기량이 외국의 2배에 달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쓰레기도 돈이다
몇해전 미국은 엄청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가까운 남미에 돈을 주고 쓰레기를 수출하려다 그곳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과거에 쓰레기의 개념은 설사 조금 욕을 먹는다 할지라도 버리기만 하면 누군가가 치워 주는 남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쓰레기가 돈이 되었기 때문이다.
쓰레기에 비용개념이 도입되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양만큼 돈을 내도록 하는 쓰레기종량제는 우리의 생활습관에 조그만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주부들은 쓰레기 발생요인을 없애기 위해 치약이나 장난감 등을 살 때 그 자리에서 포장지를 벗겨내는가 하면, 쓰레기가 많이 남는 식품을 기피대상 1호로 꼽고 있다.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된 이후 등장하고 있는 새 풍속도이다.
쓰레기종량제의 기본 취지는 쓰레기의 감량화·재생·재활용 및 위생처리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상당하다. 종량제에 따라 쓰레기 감량효과는 연간 38%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쓰레기 처리비용의 절감은 연간 4천억원, 매립지 절감은 서울과 부산시민이 1년간 버리는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또 재활용품에 의한 경제적 효과도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쓰레기종량제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종전의 쓰레기수거료는 실제 자기부담률이 12.7%였고 나머지는 국고에서 지원했다. 이번에 종량제 실시와 함께 쓰레기봉지 가격에 반영된 비용수준은 자기부담률이 30% 정도이고 이는 곧바로 물가에 0.4%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비용을 100% 현실화하는 2000년까지는 1.9% 인상효과). 이같은 수수료율의 현실화는 소득역진적인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 쓰레기 자체의 경제학이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상품구매의 소규모화, 가구의 경박단소화, 제품의 내구성 선호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생산자도 소비자들의 선호 변화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과도한 포장이나 환경파괴적인 재질의 포장재(예컨대 스티로폴 등) 사용을 자제할 것이다. 가전업계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폐가전품을 곧바로 버리지 말고 대리점 등에서 새 가전제품 구입과 함께 이를 교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쓰레기종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단체·중앙정부·기업 모두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99명의 주민이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1명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99명의 노력은 헛되이 되고 만다. 지방자치단체는 분리된 쓰레기를 적절하게 수거·운반·처리해야 하고, 중앙정부는 재활용산업이 시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개발 지원과 판매지원책 마련에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는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소비에 대한 사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무조건 크고 새로운 것이어야 좋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작고 오래된 것도 좋다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작은 일에서부터 한가지씩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이 생활혁명을 가져오는 지름길이다.
3. 물, 물, 물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보니, 이제는 안심하고 마실 물조차 귀하게 되었다. 식수로서의 수도물에 대한 불신이 증대되면서 최근에는 마시는 물을 파는 장사들이 큰 재미를 보게 되었다. 식수의 오염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양산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인구행동연구소(PAI)는 최근 한국을 '물부족국가'로 분류하고, 2000년대에는 '물기근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1천 2백mm에 이르지만, 여름철 홍수로 전체 강수량의 37%를 바다로 그냥 흘려 보내고 있다.
반면에 물소비량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수도물 사용량은 394리터로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의 2배에 달한다. 국민소득은 중진국이면서 물은 선진국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물값이 선진국의 10-20%에 불과한데다 물을 희소한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수원마저도 크게 오염이 되어 깨끗한 물을 마시기는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요즘 날개 돋힌듯 팔려 나가는 것이 소위 말하는 '생수'(먹는 물)이다. 한국의 생수시장은 국내산 생수들 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 브랜드 생수들까지 대거 몰려 들어 불꽃 튀는 '물전쟁'을 벌일 판이다.
국내시장 선점을 노리고 이미 상륙했거나 상륙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외국생수는 유명브랜드만 줄잡아 20여개에 이른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낯익은 브랜드의 명성을 앞세워 값을 국산생수의 9백-1천원(1.5리터 한병)보다 약 3배까지 비싼 고가 전략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한국 상륙 1호를 기록한 '바이킹'생수는 노르웨이 만년설에서 채취한 물을 그대로 밀봉해 수질이 뛰어나다고 선전한다. '에비앙'생수는 알프스산맥 몽블랑의 자연수를 모은 생수로 생수 수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명 브랜드란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마시는 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마운틴 밸리 스프링'은 1925년부터 백악관과 상원에 독점공급되는 등 상류층 생수임을 자랑하고 나선다.
게다가 국내생수시장 쟁탈전의 다크호스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산 생수는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일성이 생전에 애용했다는 신덕샘물을 비롯하여 금강산샘물, 박연폭포물, 위장병에 좋다는 백두산천지샘물 등 종류도 여러가지이다. 특히 북한산 생수는 수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다 실향민의 향수까지 등에 엎고 있어 국내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 먹는 물과 쓰는 물
우리들의 선입견 가운데 하나가 수도물은 마시는 물인 줄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수도물은 생활용수로 더 많이 쓰인다. 요리, 세척, 세탁, 청소, 목욕, 화장실, 세차 등 실로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게 수도물이다. 사실 식수로서 소비되는 수도물의 양은 비율로 따질 때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쓰이는 용도에 관계없이 똑같은 품질의 수도물을 사용하고 있다. 마실 물은 가장 깨끗히 정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청소하는 물은 목욕하는 물보다 깨끗하지 않아도 된다. 세차하는 물은 그보다 덜 깨끗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용도에 관계없이 세차하는 물도 마시는 물과 똑같이 깨끗한 물이다. 이는 마치 고급스런 종이를 아이들 연습장으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제적으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경제이론적으로는 수도물의 공급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가정으로 공급되는 기존의 수도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식수로 사용할 수도물은 마을의 동별 정수장에서 생수 형태로 시판하는 것이다. 물론 식수는 전보다 싼 값에 공급하는 대신, 가정용 생활용수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필요없이 아까운 물을 낭비하는 행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만일 지방자치단체가 지금보다 훨씬 깨끗한 수도물을 엄격하게 정수하여 동단위 정수장을 통해 판매한다면, 시민들은 시중의 비싼 생수보다 훨씬 값싸고 질좋은 식수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이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 필요 이상의 물의 과소비를 억제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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