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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제 5 절 경제와 경제학

제 5 절 경제와 경제학


1. 빛과 그림자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가만히 살펴 보자. 하루하루의 일과는 경제문제와 결코 동떨어질 수 없음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가정주부들은 매일 시장에 나가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먹거리들을 구입한다. 직장인들은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며, 바쁘면 비싼 요금을 주고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국립공원 내장산의 환상적인 가을단풍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공원입구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여타의 일상생활도 다 마찬가지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얻는 즐거움은 그 자체가 경제생활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경제생활의 구석구석에는 경제원리가 담겨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흔히 눈에 잘 보이는 경제현상만 보고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경제원리는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경제현상에는 반드시 경제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마치 경제현상이 빛이라면 경제원리는 그림자와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경제현상에 존재하는 경제원리를 밝혀 내어 모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경제학이다. 경제와 경제학은 그런 관계이다.


2. 살림살이 꾸리기


먼저 경제의 어원을 살펴 보면, 우리말의 '경제'와 그에 해당하는 영어의 '이코노미'는 그 생성과정에서 상당한 대조를 보인다. 서양에서는 그리스말로 집을 의미하는 '오이코스'(oikos)와 경영하거나 관리한다는 뜻의 '노미아'(nomia)를 합한 '오이코노미아'(oikonomia)가 변해서, '집안살림을 관리한다'는 뜻의 '이코노미'(economy)가 되었다.

한편 동양에서 말하는 '경제'라는 단어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로서, 이는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경제와 이코노미는 같은 뜻이면서도 그 접근방법에서는 판이하게 다르다. 즉, 이코노미는 집이라는 작은 단위에서 유래된 반면, 경제는 국가라는 큰 단위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는 경제행위의 중심점을 개인으로 보느냐, 정부로 보느냐의 시각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경제행위가 곧 국익의 증진에 기여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동양에서는 나라를 잘 다스려야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방법의 차이는 실제의 경제운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흔히 경제학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영국의 애덤 스미스(A. Smith)가 지은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의 내용을 보면, 개개인이 스스로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것이 국가의 이익극대화를 가져온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반면에 동양의 접근방법은 자못 다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농사가 잘되어 풍년이 들면, 농민들이 부지런히 일했다거나 기후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임금님이 나라를 잘 다스린 결과라거나 고을의 원님이 덕망이 높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어쨌든 경제 또는 이코노미는 그 출발점이 개인이 되었든 국가가 되었든지 간에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꾸려 나간다'는 의미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란 살림살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살림살이에는 집안의 살림살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살림살이나 나라의 살림살이도 있다. 따라서 경제에는 가계경제와 기업경제 그리고 국민경제가 있으며, 더욱 크게는 나라와 나라간의 경제활동인 국제경제도 있다. 경제의 3주체를 가계·기업·정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살림살이를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수입과 지출내역을 기록하는 장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장부를 통해서 1년 동안 살림살이를 얼마나 잘 꾸려나갔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가계의 살림살이를 기록한 장부를 가계부라고 하고, 기업의 살림살이는 회계장부를 보면 알 수 있으며, 국가의 살림살이는 예산이라고 하는 장부를 통해서 기록되고 관리된다.


3. 빵 이야기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빵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도 된다.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 속담 중에는 "사랑은 달콤하다. 그러나 빵과 함께 있을 때만이 맛이 있다."는 말도 있다. 이는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문제가 바로 빵을 어떻게 만들어서 서로 나누어 갖고 원하는만큼 먹을 수 있느냐의 문제임을 의미한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는 것이 빵의 역사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일꾼들이 하루 일을 끝마치면, 그 대가로 화폐가 아니라 빵을 받았다. 생명의 양식으로서의 빵은 언제나 사회사와 문학의 일부가 되어 왔다. 성서가 나오기 훨씬 전에 이집트인들은 그들의 신들을 찬양하는 뜻으로 나일강에 빵을 던졌다고 한다. 2세기에 로마 황제들은 백성들에게 '빵과 서커스'를 주면 배부르고 기분전환이 되어 폭동을 일으킬 위험이 줄어들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프랑스혁명 당시에 민중이 빵을 달라고 외치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시오"라고 응수했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모든 전쟁이나 국가의 흥망성쇠는 음으로 양으로 먹고 사는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빵문제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해결하는 나라는 오늘날 예외없이 강대국이 되고 있으며, 아무리 정치적으로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나라는 국가의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이함을 우리는 20세기말에 극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또한 부족함은 필연적으로 선택을 강요한다. 결국 어떤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고 합리적인 선택인가를 따져 보는 일은 부족한 가운데서 만족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방법이 되었다. 이 때부터 합리적 선택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것은 곧 경제학의 학문으로서의 의의와 역할에 대한 분명한 자리매김을 해주었다. 즉, 경제학은 한마디로 말해서 선택의 학문(science of choice)인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이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마음의 양식이고, 수학은 사람들을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도록 만들어주며, 의학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경제학은 모든 선택의 문제와 관련하여 차분하고 지혜로우며 남보다 앞서가는 삶을 살도록 해준다.


4. 이가 빠진 동그라미


독일의 시인 칼 부세(K. Busse)의 '산너머 저 산너머'란 시가 있다. '저 산너머 멀리 헤메어가면, 행복이 산다고들 말하기에, 아 남들과 어울려 찾아갔다간, 울면서 되돌아왔네, 저 산너머 멀리 저 멀리에는 행복이 산다고들 말하건만'

행복이란 쉽게 오를 수 있는 언덕이 아니다. 많이 가지면 오를듯 하지만, 이내 멀어지고 만다. 가진 사람은 가진 사람대로, 못가진 사람은 못가진 사람대로, 제각기 오르는 행복의 동산은 잡힐듯 잡힐듯 잡히지 않는 아지랭이속의 동산이다.

우리 가요 중에 '이가 빠진 동그라미'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한 조각을 잃어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있었다. 슬픔에 찬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 길을 떠났다. 벌판을 지나고 바다를 건너며 비탈진 산길을 낑낑 올라,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제 짝을 찾아 냈다. 기쁨에 찬 동그라미는 지나온 얘기를 하려 했으나 입이 닫혀 말을 못하니 그제서야 자신이 동그라미임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손에 넣으면 가장 행복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여 주저앉아 버린다. 양식이야 창고 속에 쌓아 두고 빼먹을 수 있지만, 행복은 쌓아 두었다가 빼먹는 것이 아니다. 잔뜩 쌓아 두고 소비만 할 수 있는 행복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더 바랄 것 없이 풍족하다고 해서 행복도 그만큼 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복은 부족함이 있을 때 채워질 수 있다. 부족한 듯한 여백, 그 여백이 도리어 큰 행복의 샘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행복하지 않다면 내일 행복하기 위하여, 오늘 행복하다면 내일 더 행복하기 위하여, 땀흘리며 뛰어가는 길이 행복이 샘솟는 길이다.

결국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부유하면서도 가난한 사람이 있고, 가난하면서도 부유한 사람이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없는 것만 생각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자기의 분수를 알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학문인 경제학은 행복의 방법론을 제시해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경제학은 행복의 샘터를 찾아 떠나는 나그네들의 길벗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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