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절 경제학의 등장
1. 공짜 점심은 없다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따지고 보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마음대로 갖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국가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물론이거니와,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강도질과 도둑질 등 각종 범죄행위가 들끓는 것도, 알고 보면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 데 비해, 이를 충족시켜줄 자원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절약해가며 서로 나누어 갖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여, 누구에게 언제 소비하도록 할 것인가. 이는 모든 사회가 공동으로 직면하는 원초적 경제문제가 되었다.
부족함은 경제문제를 낳았고, 경제문제는 공짜가 설 땅을 잃게 만들었다. 어느 저명한 경제학자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만찬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적 진리야 많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것들도 결국 따지고 보면 역사를 통해 거듭 증명되어온 한 가지 단순한 사실로 귀결됩니다. 즉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란 없다는 것입니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2. 내 떡과 남의 떡
공짜가 사라지면서 무료재도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는 대가를 치루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재화는 존재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돈이나 노력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재화를 경제재(經濟財, economic goods)라고 한다. 현실세계에서 무료재가 거의 사라지면서 세상은 온통 경제재로 바뀌었다. 이제 모자라는 것일수록 그만큼 구하기 어렵게 되었고, 어렵게 구한 것일수록 아깝게 여기게 되었다.
모자라다 보니 내 것은 내주고 싶지 않고 남의 것은 갖고 싶어진다. 문제는 남의 것을 갖고 싶은 데 공짜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똑같은 크기의 떡일지라도 남의 떡은 커 보이고, 내 떡은 작아 보인다. 상대방도 자기가 가진 떡보다는 내 떡이 더 커 보인다. 여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찾아진다. 즉, 서로 크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의 것을 맞바꿈으로써 자연스럽게 교환이 일어났다.
바꿈은 서로 덜 아까운 내 것을 내주고, 더 갖고 싶은 상대방의 것을 차지하는 행위이다. 내가 내준 것이 상대방에게 주는 값이고, 받아내는 것이 내 물건의 값이다. 매매는 서로 아쉬워하는 동시에 서로 만족해하는 매력적인 경제행위이다.
물건의 값이 생기면서부터 모든 재화에는 가격이라고 하는 이름표가 붙게 되었다. 김유정의 소설 『소장수』에서 조복만은 소장수 황거풍에게 거금 50원을 받고 아내를 판다. 아니 아내를 내주고 돈을 산다. 화폐가 상품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남들도 화폐를 원하는 이상, 그것을 내주고 물건을 되사면 그만이니 간직해 둘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게 되었다.
3. 돈벼락 이야기
그렇다고 해서 화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 "신이시여, 벌을 주시려거든 꿀벌을 주시고, 벼락을 내리시려거든 돈벼락을 내려주소서." 이처럼 간절한 기도가 받아들여져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10억원씩의 돈벼락이 떨어졌다고 하자. 이제 사람들은 편하게 먹고 지낼 수 있다. 10억원이면 월이자가 1%만 된다고 해도 한달에 1천만원의 이자수입이 생긴다. 이자만 쓸래도 하루에 30만원 이상씩을 매일 써야 한다. 이제 먹고 사는 일에 기를 쓰고 매달리지 않아도 되리라. 세상에 흔한 것은 돈이니 아낌없이 써도 될테니까.
선천적으로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애써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양말공장, 벽돌공장, 간장공장 사람들도 가진 것이라곤 돈밖에 없으니, 만드는 일보다는 쓰는 일에 정신이 없다. 백화점에 가도 넘치는 것은 돈이니 신물나게 펑펑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쓰기만 하다 보니 가게의 물건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가진 돈을 다 준다 해도 구멍난 양말, 깨진 벽돌조각, 먹다 남은 간장조차 구할 수 없다. 급기야 난지도 쓰레기장에는 쓸만한 물건이 없는지 뒤지는 사람들로 새벽부터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이제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쓴다는 것은 동화속의 이야기이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손수 만들어서 써야 한다. 다시 스스로 씨앗을 뿌리고 텃밭을 일구는 도리밖에 없다. 카인과 아벨의 다시 쓰는 창세기가 시작될 판이다. 그러니 돈벼락이 떨어져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해도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제 우리가 알게 된 분명한 사실 두 가지는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점과 세상에는 부족한 것 천지라는 사실이다. 결국 세상에 공짜란 없고, 모두 다 부족한 것 뿐이니 아껴 쓸 도리밖에 없다. 아낄 필요가 있으니 아끼는 일에 관한 이치도 알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경제(절약)할 필요가 있으니, 어떻게 먹고 입고 쓰는 것이 가장 절약하는 길이며, 낭비하지 않는 길인가를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생겼다. 이래서 생긴 것이 경제학(economics)이다. 즉,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부족함의 법칙과 절약의 원리가 이땅에 경제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1. 공짜 점심은 없다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따지고 보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마음대로 갖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국가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물론이거니와,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강도질과 도둑질 등 각종 범죄행위가 들끓는 것도, 알고 보면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 데 비해, 이를 충족시켜줄 자원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절약해가며 서로 나누어 갖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여, 누구에게 언제 소비하도록 할 것인가. 이는 모든 사회가 공동으로 직면하는 원초적 경제문제가 되었다.
부족함은 경제문제를 낳았고, 경제문제는 공짜가 설 땅을 잃게 만들었다. 어느 저명한 경제학자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만찬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적 진리야 많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것들도 결국 따지고 보면 역사를 통해 거듭 증명되어온 한 가지 단순한 사실로 귀결됩니다. 즉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란 없다는 것입니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2. 내 떡과 남의 떡
공짜가 사라지면서 무료재도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는 대가를 치루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재화는 존재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돈이나 노력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재화를 경제재(經濟財, economic goods)라고 한다. 현실세계에서 무료재가 거의 사라지면서 세상은 온통 경제재로 바뀌었다. 이제 모자라는 것일수록 그만큼 구하기 어렵게 되었고, 어렵게 구한 것일수록 아깝게 여기게 되었다.
모자라다 보니 내 것은 내주고 싶지 않고 남의 것은 갖고 싶어진다. 문제는 남의 것을 갖고 싶은 데 공짜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똑같은 크기의 떡일지라도 남의 떡은 커 보이고, 내 떡은 작아 보인다. 상대방도 자기가 가진 떡보다는 내 떡이 더 커 보인다. 여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찾아진다. 즉, 서로 크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의 것을 맞바꿈으로써 자연스럽게 교환이 일어났다.
바꿈은 서로 덜 아까운 내 것을 내주고, 더 갖고 싶은 상대방의 것을 차지하는 행위이다. 내가 내준 것이 상대방에게 주는 값이고, 받아내는 것이 내 물건의 값이다. 매매는 서로 아쉬워하는 동시에 서로 만족해하는 매력적인 경제행위이다.
물건의 값이 생기면서부터 모든 재화에는 가격이라고 하는 이름표가 붙게 되었다. 김유정의 소설 『소장수』에서 조복만은 소장수 황거풍에게 거금 50원을 받고 아내를 판다. 아니 아내를 내주고 돈을 산다. 화폐가 상품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남들도 화폐를 원하는 이상, 그것을 내주고 물건을 되사면 그만이니 간직해 둘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게 되었다.
3. 돈벼락 이야기
그렇다고 해서 화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 "신이시여, 벌을 주시려거든 꿀벌을 주시고, 벼락을 내리시려거든 돈벼락을 내려주소서." 이처럼 간절한 기도가 받아들여져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10억원씩의 돈벼락이 떨어졌다고 하자. 이제 사람들은 편하게 먹고 지낼 수 있다. 10억원이면 월이자가 1%만 된다고 해도 한달에 1천만원의 이자수입이 생긴다. 이자만 쓸래도 하루에 30만원 이상씩을 매일 써야 한다. 이제 먹고 사는 일에 기를 쓰고 매달리지 않아도 되리라. 세상에 흔한 것은 돈이니 아낌없이 써도 될테니까.
선천적으로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애써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양말공장, 벽돌공장, 간장공장 사람들도 가진 것이라곤 돈밖에 없으니, 만드는 일보다는 쓰는 일에 정신이 없다. 백화점에 가도 넘치는 것은 돈이니 신물나게 펑펑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쓰기만 하다 보니 가게의 물건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가진 돈을 다 준다 해도 구멍난 양말, 깨진 벽돌조각, 먹다 남은 간장조차 구할 수 없다. 급기야 난지도 쓰레기장에는 쓸만한 물건이 없는지 뒤지는 사람들로 새벽부터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이제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쓴다는 것은 동화속의 이야기이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손수 만들어서 써야 한다. 다시 스스로 씨앗을 뿌리고 텃밭을 일구는 도리밖에 없다. 카인과 아벨의 다시 쓰는 창세기가 시작될 판이다. 그러니 돈벼락이 떨어져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해도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제 우리가 알게 된 분명한 사실 두 가지는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점과 세상에는 부족한 것 천지라는 사실이다. 결국 세상에 공짜란 없고, 모두 다 부족한 것 뿐이니 아껴 쓸 도리밖에 없다. 아낄 필요가 있으니 아끼는 일에 관한 이치도 알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경제(절약)할 필요가 있으니, 어떻게 먹고 입고 쓰는 것이 가장 절약하는 길이며, 낭비하지 않는 길인가를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생겼다. 이래서 생긴 것이 경제학(economics)이다. 즉,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부족함의 법칙과 절약의 원리가 이땅에 경제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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