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절 기회비용

제 4 절 기회비용


1. 순간의 선택


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다. 이 시간에 하고 싶은 일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가령 영화도 보고 싶고, 전시회장도 들르고 싶다. 친구도 만나고 싶고, 데이트도 즐기고 싶다. 피자파이도 먹고 싶고, 치킨도 생각난다. 야구장도 가고 싶은데, 밀린 과제물이 발목을 잡는다. 무엇보다 내일 치룰 시험도 걱정이다.

이럴 때는 시간이 원망스럽다. 무한정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 다 할텐데.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하는 수 없이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하기로 마음 먹는다. 데이트 생각은 간절하지만, F학점을 면하기 위해서는 시험공부부터 해야 한다. 보고 싶은 애인을 못만나는 일이 가장 아쉽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누구나 경험했을 법하다. 생활하다 보면 예외없이 직면하는 문제들이다. 경제생활도 마찬가지이다. 갖고 싶은 것은 너무도 많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다 갖고 싶은데 선택을 강요하다니, 참으로 속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다. 선택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순간 순간의 가벼운 선택에서부터 일생일대의 중차대한 선택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 속에서 산다. 그러니 선택을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무작정 선택해서는 안된다. 잘된 선택은 만족을 주지만, 잘못된 선택은 후회를 낳는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한 번의 선택은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선택은 중요하다.


2. 튤립 이야기


중세기 유럽에서 나왔다고 하는 튤립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눈부시게 어여쁜 한 소녀가 있었다. 세 사람의 총각이 동시에 구혼을 했다. 한 사람은 황태자였다. "당신이 나와 결혼해 준다면 왕관이 당신 것이 될 것이오"라고 말했다. 돈 많기로 소문난 상인의 아들도 있었다. "나와 결혼해 주시오. 우리 집에 있는 황금덩어리가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세번째 청혼자는 늠름하고 잘생긴 기사였다. "만일 나와 결혼해 준다면 멋진 보검을 당신께 바치오리다."

소녀는 황홀했다. 세 총각 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셋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망설이고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 청혼자 세 사람은 그만 실망한 나머지 모두 떠나가 버렸다. 소녀는 몹시 절망했다. 망설인 자신을 비관하다가 끝내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그후 소녀의 무덤에서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의 이름이 튤립이라 전한다.


3. 데이트와 F학점


선택에는 시기와 포기가 따른다.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결정의 시기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없다. 또한 선택은 반드시 포기를 동반한다. 하나의 선택은 동시에 백의 포기를 의미한다. 우리네 인생살이의 모든 과정이 선택이자 포기의 연속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몇 가지를 선택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나의 선택은 수많은 포기의 대가이다. 하나하나의 선택은 허송할 수 없는 운명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같은 시간에 시험공부를 포기하고 데이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시험을 엉망으로 치뤄 F학점을 받았다면 후회할 것이다. 데이트는 나중에 하고 시험부터 잘 치룰 것을. 이 때 F학점은 데이트의 대가이다. 데이트를 택함으로써 F학점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룬 것이다. 그러므로 데이트에 들어간 진정한 비용은, 데이트 자금이 아니라 데이트로 인해 받은 F학점이다.

이렇듯 한 번 선택을 잘못하면 많은 비용을 치뤄야 한다. 하나를 선택했다는 것은 다른 선택의 기회들을 포기했다는 의미이다. 포기한 기회들은 한결같이 놓치기 아까운 것들이다. 그 가운데 가장 아까운 기회와 바꾼 비용이 기회비용(機會費用, opportunity cost)이다. 즉, 기회비용이란 여러 가지 중에서 어떤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기회들 가운데 최선의 기회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말한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데이트의 기회비용은 F학점이다.

선택을 잘하게 되면 포기한 다른 선택의 기회가 그리 아깝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회비용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포기한 기회가 너무도 아까울 것이므로 기회비용은 매우 높을 것이다. 일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잘못된 선택은 후회를 낳고, 후회는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때로는 혹독한 대가를 치룰 수도 있다. 이처럼 선택에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현명하게 해야 한다.


4. 잘생긴 구슬 꿰기


대학을 다닌다는 것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했을 경우 벌 수 있는 소득을 포기하면서 결정한 선택이다. 만일 그렇게 선택한 대학생활을 무의미하고 실속없이 보내 버린다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 즉, 후회스런 선택이 될 것이다. 차라리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장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쯤 승진과 함께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대학생활을 잘못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루는 것이 된다.

결혼을 한다는 것도 중요한 선택행위이다. 결혼 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배우자로서의 선택후보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일단 한 사람을 선택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의 배우자는 많은 '배우자후보'들을 포기한 대가인 것이다. 그런데 만일 결혼생활이 불행해 진다면 그것은 선택행위를 잘못한 것이 된다. 이처럼 잘못된 선택은 때로는 일생을 두고 혹독한 대가를 치루지 않으면 안된다.

급기야 이혼까지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면 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때 위자료는 잘못된 결혼을 선택한데 따르는 일종의 기회비용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만나 잘 산다는 것은 서로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 말고도, 덤으로 위자료에 해당하는 돈만큼을 벌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우리들의 삶은 순간순간의 선택이라는 구슬을 끝없이 꿰어가는 과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무 구슬이나 닥치는 대로 꿰어서는 보배라고 할 수 없다. 잘생긴 구슬로 골라 꿰어야 진짜 보배가 된다. 성공적인 삶의 조건도 그와 비슷하다. 기회비용을 고려한 현명하고 올바른 선택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순간순간의 선택이 현명한 선택으로 이어질 때 그의 삶은 잘생긴 구슬들로 꿰어진 보배로운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