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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제 1 절 자원과 재화

제 1 절 자원과 재화


1. 옥황상제 이야기


이 세상에는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 그 중에서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 '행복'이다. 누군가가 내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행복해지려고 산다고 말할 것이다. 행복의 열쇠를 찾아 끝없이 이어진 길을 간다고 말할 것이다. 땅위의 모든 물이 흐르고 흘러서 마침내 바다로 가듯이, 어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행복의 바다를 향해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을 구할 수 있을까. 진부한 물음 같지만 해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을 '행복 = 소유/욕망'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면 사람이 행복해지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욕심을 줄이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원하는 것을 많이 갖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욕심을 버리든지 많이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옥황상제가 세상에서 가장 욕심없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신하를 시켜 세상에서 욕심없기로 소문난 사람들을 불러오도록 했다. 길을 가다가 첫번째 사람을 만났다.

옥황상제는 길바닥의 돌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고는 물었다. "이 황금을 갖고 싶으냐?" 그러자 첫번째 사람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아무도 없자 이렇게 대답했다. "네, 감사히 받겠읍니다." 이 말은 듣고 옥황상제는 실망했다.

조금 더 가니까 이윽고 두번째 사람이 나타났다. 다시 길바닥의 돌을 금으로 바꾸어놓고는 물었다. "이 황금을 갖고 싶으냐?" 그러자 그 사람은 "아니오"하고 대답했다. 옥황상제는 매우 기뻐서 또 물었다. "그럼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내게 말해 보아라." 그는 한참을 주저하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서 말했다. "저 큰 돌을 황금으로 변하게 해주십시오." 옥황상제는 크게 실망했다.

잠시 후에 이번에는 세번째 사람을 만났다. "이 황금을 갖고 싶으냐?" "아니오, 싫습니다." "그럼 이것은 어떻느냐?"하고는 바위처럼 큰 돌을 황금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니오, 다 싫습니다."

그러자 옥황상제는 "드디어 욕심없는 사람을 찾았구나"하고 속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다시 물었다. "그럼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저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돌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재주를 가르쳐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옥황상제는 세상에서 욕심없는 사람을 찾는 일을 아예 포기하고 말았다 한다.

이야기는 또 있다. 옛날 절약골이라는 마을에 살림 잘 하기로 소문난 '알뜰이'라는 이름의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한 번은 동네 잔치집에 갔다가 고기를 만진 손을 가마솥에 씻었다. 그 물로 고기국을 끓인 다음 밥상에 올렸다. 이 사실을 안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칭찬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몹시 서운해 했다. "기왕 고기 만진 손을 우물에 담궜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이상의 우스개 이야기들처럼 사람이란 누구나 욕심이 많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욕망을 억제하여 행복을 얻는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2. 공짜의 낙원


그렇다면 이제 행복해지는 길은 원하는 재물을 많이 갖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갖고 싶은 것 맘껏 갖고, 하고 싶은 짓 실컷 한다면, 그 어찌 행복하다 아니할 것인가. 노래말처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취할 수 있으니' 세상에 부러울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세상이 온통 금동산이라면, 그토록 갖고 싶던 금을 누구나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금밥그릇에 밥을 담아 금숟가락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금으로 만든 집도 짓고, 금도금한 차도 탈 수 있다.

가는 곳마다 샘이 넘쳐 흐른다면, 물걱정할 필요가 없다. 맘껏 마시고, 실컷 목욕하고, 원없이 쓰고도 콸콸 넘칠 것이다. 봉이 김선달의 신화는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무한정 존재하는 세상. 차별이나 제한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세상. 그 세상은 우리 모두가 그토록 찾던 파라다이스요, 꿈에도 그리던 무릉도원이다. 에덴의 동산에서 붸겨난 아담의 두 아들, 카인과 아벨이 목자와 농부가 된 이래 그토록 찾던 천국이다.

필요한 것은 누구나 맘껏 가질 수 있으니 세상의 모든 것은 공짜 아닌 것이 없다. 온통 공짜의 세상이니 아까울 것도 없다. 아낄 필요도 없고 아끼는 일에 관한 이치를 알 필요도 없다. 경제(절약)할 필요가 없으니 경제를 배운다는 것은 아무 쓸모 없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지구상에서 더 많은 것을, 더 좋은 것을 차지하려는 개인이나 국가의 오랜 다툼도 애당초 없었으리라.


3. 도깨비 방망이


옛날 어느 마을에 욕심 많은 형과 착한 아우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우는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 나무를 한 짐 해놓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무언가가 머리에 뚝 떨어졌다. 개암이었다. 아우는 개암을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열심히 나무를 했다.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 서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우가 서둘러 산을 내려 오고 있을 때, 후둑후둑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디 비를 피할만한 곳이 없을까?"

그러다가 조그만 외딴집을 발견했다. 비가 멎기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쿵쾅쿵쾅'하는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우는 덜컥 겁이 나서 대들보 위로 숨었다. 그 무리는 머리에 뿔이 달린 도깨비들이었다. 도깨비들은 방망이로 마룻바닥을 둥당둥당 두드리며 신나게 놀았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두드릴 때마다 금과 은이 쏟아졌다. 아우는 도깨비들의 신기한 놀이에 흠뻑 빠져 들었다. 신이 난 도깨비들은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아우는 슬슬 배가 고팠다. 주머니에 있는 개암을 꺼내어 깨물었다. "따악"하고 개암껍질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 바람에 도깨비들은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소리지? 집이 무너지는 소리 아냐? 아이코! 도망가자." 도깨비들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마루 위에는 도깨비들이 버리고 간 방망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우는 장난삼아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려 보았다. "금 나와라, 뚝딱!" 그러자 금이 좌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해서 아우는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아우를 보자 형은 골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형은 아우에게서 들은 대로 산으로 올라갔다. 개암나무 아래 앉아 개암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개암이 하나 떨어졌다. 형은 개암을 얼른 주머니에 넣고 어두워지기만 기다렸다. 이윽고 해가 지자 형은 외딴집을 찾아 갔다. 밤이 깊어지자 한 떼의 도깨비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형은 "따악"하고 개암을 힘껏 깨물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도깨비들이 도망을 가기는 커녕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흠, 어제 그 놈이 또 왔구나. 어서 그 놈을 잡아내어 혼을 내주자." 도깨비들은 형을 찾아내어 펑펑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형은 마루에 꿇어 앉아 제발 목숨만 살려 달라고 싹싹 빌었다. 이리하여 도깨비 방망이를 구하러 갔던 욕심장이 형은 매만 실컷 맞고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야기 속의 도깨비 방망이는 참으로 좋은 것이다. 온갖 재물과 보화가 쏟아져 나오는 귀물이다. 그런가 하면 마음씨 착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마음씨 나쁜 사람에게는 벌을 내리는 권선징악의 상징이기도 하다.

신재효의 '박타령'에서 보면 흥부가 박을 타는 대목들이 나온다. "어기여라 톱질이야, 좋을씨고 좋을씨고." 슬근슬근 둘째 박을 탁 타 놓으니, 온갖 보물이 다 나온다. 순금궤 하나에 금거북 자물쇠가 채였으되, 흥부 은근히 좋아라 한다. 이윽고 금궤를 열어 보니 황금, 백금, 천은이며, 밀화, 호박, 산호, 금패, 진주, 주사, 사향, 용뇌, 수은이 가득 찼거늘 쏟아 놓으면 가득 차고, 쏟아 놓고 나서 돌아 서서 보면 다시 가득하니 흥부 내외가 좋아서 밥먹을 새도 없다.

이처럼 소중하고 고마운 것들을 서양사람들은 '좋은 것'(goods)이라고 불렀다. 단순하면서도 솔직한 표현이다. 똑같은 대상을 두고 동양사람들은 재화(財貨)라고 불렀다. 흥부의 박속에서 쏟아져 나온 온갖 재물과 보화처럼 사람들을 신명나고 살맛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재화이다. 즉, 재화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형의 대상인 것이다.


4. 황금알을 낳는 거위


재화는 자연속에서 얻어진다. 그러나 거저 얻어지지는 않는다. 자연에 인간의 손길(노동)이 가해질 때 비로소 원하고 바라는 것들이 얻어진다. 재화는 본원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이다. 흙을 나르고 나무를 잘라 집을 만든다. 땅속을 파서 석유를 꺼내고, 바닷물을 가두어 소금을 만든다. 이들 재화를 퍼올리는 샘터가 바로 자원(resources)이다. 그런 즉 자원은 삶의 젖줄이자, 도깨비 방망이요, 열려라 참깨의 동굴이다.

자원은 황금알이라고 하는 재화를 낳는 거위이다. 사람들은 그 황금알을 얻고 만족해한다. 그러므로 만족을 구하려면 재화를, 재화를 구하려면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역사상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던 것도, 따지고 보면 자원을 좀더 많이 확보하려는 인류 생존사의 처절한 투쟁 과정이다.

세상에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에서는 만족을 느끼지만, 쓸모 없는 것에서는 만족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쓸모가 있는 것은 갖고, 쓸모가 없는 것은 버린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져서 버려진 것이 쓰레기이다.

무엇이든 쓸모만 있으면 버려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로부터 만족을 얻을 테니까. 그러니 쓸모는 꼭 눈에 보이게 포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쓸모만 있다면 구체적인 형태를 띠지 않아도 된다. 라이브 콘서트에서 열창하는 가수를 보고 관객들은 열광한다. 그의 매혹적인 목소리는 포장하지 않은 쓸모이다. 사람들은 포장한 쓸모를 재화, 포장하지 않은 쓸모를 용역(用役, services)이라 하고,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을 비재화(非財貨, bads)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