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형설지공/취업

한 박자 천천히








구직자는 보디빌더이자 가수이자 댄서?

오늘 아침 모 방송사에서 창사특집의 일환으로 취업난을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수십 대 일, 수백 대 일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마침내 입사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합격의 기쁨에 취해있는 것도 정말 잠시, 이들은 신입사원 연수에서부터 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려는 생각에 어떤 사람은 합격의 기쁨을 랩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긴 면접 때 웃통을 벗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다리를 보여준 사람도 있었다는데 그 정도 랩쯤이야 애교로 봐줄만 하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구직자들 입장에선 그들이 그저 부러워보였을 것이고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부러움과 함께 가슴 저 뒤편에선 씁쓸한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정말 취업이 무엇이기에, 도대체 기업들이 얼마나 잘 났기에 한창 꿈을 품고 살아가야 할 이 시대 젊은이들 좌절시키기도 하고 보디빌더도 아닌데 웃통을 벗게 만들고 가수도 아닌데 랩까지 하게 만든단 말인가.

요즘엔 대학 3학년 때부터 취업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할진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졸업하고 1년, 2년을 소위 말해 백수로 지내는 구직자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취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열과 성을 다 바치게 되는 것이다.

좋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젊음이니까.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음치라도 노래 부를 수 있고 아무리 몸치라도 춤 출수 있으며 아무리 부끄러워도 수십 명의 사람 앞에서 자신을 PR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이 바로 젊음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보기 좋다’를 넘어 어찌 보면 ‘아름답기’까지 하다.











막상 입사하고 보니??

하지만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그래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씁쓸함의 실체는 다름 아니라 ‘취업을 위해 저렇게까지 애쓰고 노력했는데 직장생활이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기대와는 너무 달라 직장생활에 실망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이다. 인생의 가장 황금기인 청춘의 일부분을 취업을 위해 올인했는데 막상 직장생활에서 보람을 찾지 못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선 준비를 통해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한다면 그만큼 취업의 문이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100명을 뽑는 곳에 1000명이 지원하는 것과 100명을 뽑는 곳에 200명이 지원하는 곳 중 어느 곳이 더 취업의 가능성이 높을까? 하나마나한 질문이다. 즉, 인재에 대한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부족한 쪽을 공략할 때 취업에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올라가게 마련이다.











게으름과 구별되는 여유

그래서다. 조금 여유를 가지자고 이야기 하고 싶다. 무슨 등 따시고 배부른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어느 커피 광고의 카피처럼 ‘한 박자 천천히’ 생각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눈 앞의 취업만을 위해 입사했다가 실망하고 두세 박자 뒤처지는 것보다야 지금 당장은 한 박자 늦게 시작하더라도 나중에 두세 박자 빠르게 박차를 가하는 것이 결국엔 이익이 아닐까?

물론, 그것이 쉽지 않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세상 어느 직장이 100% 딱 자신에게 맞고 일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있을까? 또한 취업 못하고 백수로 지낼 동안의 그 힘겨움, 주위의 시선, 자책감 등도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해야 할 일터라면 조금 길게 보고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게으름과 구별되는 여유라면 괜찮은 것 같다. 이번엔 어느 맥주 광고의 카피처럼 ‘세상아 다 덤벼라’는 각오의 자신감을 가지자. 나를 뽑아준 회사에 감사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들어가 주는 회사는 진짜 고마워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자. 일단 취업만 하고 보자는 생각보다는 100%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70~80%는 내 능력을 한없이 펼칠 수 있는 일터를 위해 신중함과 여유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출처: 사람인

'형설지공 > 취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 보고서를 쓰자  (0) 2007.01.05
더 멀리 더 길게  (0) 2007.01.05
가능성 있는 한 방을 노리자  (0) 2007.01.05
토익 965점으로도 부족한 세상  (0) 2007.01.05
CF 모델이 되자  (0) 2007.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