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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취업

토익 965점으로도 부족한 세상








토익 점수가 몇 점이세요?’

누군가가 혹시 ‘토익 점수가 몇 점이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어느 정도 점수가 되면 ‘저의 토익 점수는 000점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개인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리고 보편적으로 900점을 넘으면 그래도 토익점수가 꽤나 높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토익 시험을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900점 맞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면 965점은? 만점이 990점인 시험에서 965점은 정말 대단한 점수가 아닐 수 없다. 어딜 가도 자랑스럽게 내 놓을 수 있는 점수다. 그런데 얼마 전 충격적인(?) 아니 그보다는 깊은 좌절감만 느끼게 해 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은 뉴스가 하나 들려왔다.

바로 토익점수 965점인 한 지원자가 모 공기업에, 그러니까 한국석유공사와 농업기반공사에 지원했다가 연거푸 서류전형에서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는 소식이었다. 965점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면 도대체 합격선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두 기업의 토익점수 합격선은 각각 970점과 975점이었다고 한다.











영어에 대한 불만

많이 또 반드시 영어가 필요한 직업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이해가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회사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석유공사와 농업기반공사가 아닌가. 영어보다는 석유에 대한 관련 지식, 경험이 더 중요하고 영어보다는 농촌에 대한 이해, 경험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도 딱히 표준화시켜 평가의 잣대로 삼을 수 있는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토익을 하나의 평가 잣대로 삼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덧붙여 진짜 영어실력과 비교해서 토익점수가 꽤나 인플레 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분명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전문성으로 승부하자
하지만 이는 혼자서 열 내고 시위한다고 해결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니 일단 접어두고 그럼 어떻게 해야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치는 해결책은 영어 점수를 높이는 것이다. 영어 때문에 떨어졌으니 영어로 승부를 보면 될 것 아닌가? 970점을 넘어 980점, 990점을 얻을 때 까지 계속 영어공부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단 서류전형은 통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게 아니란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중심과 주변이 뒤엉킨 세상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 혹은 진짜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좀 더 눈에 잘 띄고 튀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면접 시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좀 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토익점수 1점이라도 더 올려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취업성공의 문을 통과하는 데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중요도가 뒤바뀌었고 순서가 뒤바뀌었다.

기업 홍보실에 근무하고 싶다면 일단 홍보 관련 전문 서적을 밤새워가며 읽어보자. 사돈에 팔촌 중에서라도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그 분야의 노하우를 얻어내 보자. 쉽게 안 가르쳐 준다면 빼앗겠다는 기세로 한 번 덤벼보자.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는 통신회사에 취업하고 싶다면 신문, 잡지에 나오는 관련 기사를 하루도 빼놓지 말고 스크랩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어떨까? 고객들이 어떤 통신 서비스를 원하고 있으며 A회사의 장점은 무엇인지, B회사의 어떤 점이 고객에게 가장 크게 어필하고 있는지, C회사만의 차별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한다는 생각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영어를 과대평가하지 말자

물론, 위에서도 말했지만 채용시장의 왜곡된 부분 때문에 영어공부를 안할 수는 없다. 최근에는 또 한자공부까지 해야 한다고 한다. 절대 무시하거나 손 놓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혹은 무엇을 잘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나의 젊음을 던져 일하려는 분야에 대한 투자와 노력 없이 어딜 취직하려 해도 일단 영어는 필요하니까 하는 생각에, 즉 보험용으로 영어공부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덧붙인다면 기업에서도 인재들을 찾고 뽑는데 있어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되면, 딱히 영어가 업무에 필수적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합격 때문에 토익점수 970, 980을 위해 오늘도 밤늦게까지 영어책을 붙잡고 씨름하는 수고를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출처: 사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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