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형설지공/경제경영

[노벨경제학상수상자]스티글리츠 oseph E. Stiglitz

스티글리츠

Joseph E. Stiglitz

1943 미국 인디애나 개리~.

미국의 경제학자.

1901년에 시작된 여타 5개 부문 노벨상과 달리 1969년에 첫 수상자를 배출한 노벨 경제학상(스웨덴 리크스방크에서 제정하여 리크스방크 경제학상으로 불리기도 함)의 2001년 상금 1,000만 크로나(약 93만 3,000달러)는 조지프 E. 스티글리츠를 비롯해 정보경제학(Economics of Information)이라는 현대 경제학의 신기원을 이룬 미국 경제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스티글리츠는 공동 수상자인 애컬로프와 스펜스에 이어 정보 비대칭(asymmetries of information) 이론과 관련, 왕성한 연구 활동을 통해 숱한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정보경제학의 이론체계를 실질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경제학계에서는 그의 노벨상 수상이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애컬로프는 정보의 격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선택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곧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는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는 데 주목했고, 스펜스가 정보 보유량이 많은 경제 주체가 보유량이 적은 상대 주체에게 신호를 보냄(시그널링)으로써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에 천착했다면, 스티글리츠는 정보가 부족한 경제 주체가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은 쪽으로부터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함으로써 정보 비대칭 이론을 사실상 완결지었다.

스티글리츠는 보험시장을 전형적인 사례로 들어 스펜스의 시그널링과는 역방향의 상황을 분석하면서 정보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는 또 다른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보험사는 보험상품 판매 초기에 개별 고객의 신상이나 성향에 관한 정보 보유량에서 해당 고객 본인에 미치지 못한다. 고객이 더 많은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상황을 자신에 유리한 쪽으로 조작해 제시한 경우라도, 보험사는 평균 사고위험율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적정한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보험시장에는 보험 가입자 가운데 사고 위험율이 낮은 우량 고객은 비싼 보험료에 반발해 사라지고, 사고 경험이 있거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가입자만 남는 까닭에 보험사로서는 역선택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스티글리츠는 이러한 시장 왜곡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른바 '스크리닝'(screening)에 주목한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효과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함으로써 고객의 위험 상황에 관한 정보를 추출해 낼 수 있다. 정보를 추출·심사하는 이 스크리닝 과정을 통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비로소 정보의 균형상태'(equilibrium)가 형성되며 보험사는 보험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상이한 사고 위험 등급을 설정하고 고객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보험상품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스티글리츠는 경제 주체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빚어지는 비효율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가령,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일단 보험에 가입하고 나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전보다 느슨해지거나 구태여 전처럼 비용을 들여가며 차량을 정비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보험 처리라는 뒷받침을 믿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는 애초 보험시장의 이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용어였으나, 오늘날 대단히 다양한 시장 상황에 아주 유효한 개념으로 적용되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한 시장', 곧 수요·공급의 일치로 효용이 극대화되는 시장 개념은 정보의 완전성을 전제로 했다고 지적하고, 현실 시장경제는 정보에서 심대한 결함 또는 불완전성이 존재하는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완전한 시장'이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정보의 불완전성이 비록 사소한 정도일지라도 막대한 경제적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경제학 모델은 정보의 비대칭성, 곧 '더 아는 사람이 있고 덜 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는 시각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맥락에서 그는 보험시장의 분석을 필두로, 노동시장·신용거래시장·국제금융시장 등 여러 시장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예리하게 분석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시사하는 바를 폭넓게 조명했다. 그는 이 같은 연구 업적으로, 시장의 작동 원리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사고 방식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학자 경력 30여 년 동안 미시경제학·거시경제학·산업조직론·국제경제학·노동경제학 등 경제이론의 모든 하위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의 단초를 제시하고 그 기초를 다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무려 3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12권을 남겼다.

스티글리츠는 1943년 미국 인디애나 주 개리에서 태어나서, 1964년 매사추세츠 주의 애머스트대학을 졸업하고, 1967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약관 27세로 예일대학교 교수직에 임용된 이래 옥스퍼드대학교·프린스턴대학교를 거쳐 1988년부터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 석좌교수로 있다가 2001년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직을 맡았다.

그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1993~95)·위원장(1995~97)으로 일하면서 연금제도의 단순화 작업, 항공관제 시스템의 기업화, 원격통신·금융·환경규제 등의 개혁에 관여했다. 그는 또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부총재(1997~99)로 있으면서, 당시 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외환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및 재정 긴축 처방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경제 정책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개발도상국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인물답게 2001년 10월 10일 노벨상 수상 통보를 받은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진 제국의 자국 중심 시장개방 논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지구촌의 뿌리 깊은 경제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적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는 1979년 미국경제학회가 경제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격년으로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또 고작 29세에 계량경제학회 특별회원이 되었으며, 미국학술원 특별회원, 계간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American Economic Review> 편집위원 등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