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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노벨경제학상수상자]카너먼 Daniel Kahneman

카너먼

Daniel Kahneman

1934 이스라엘 텔아비브~ .

이스라엘 태생의 미국 인지심리학자·경제학자.

이스라엘 출신의 동료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1937~96)와 함께 불확실한 조건에서의 인간의 판단 및 의사결정에 관한 선구적인 심리학적 실험 연구를 통해 경제심리학·행동경제학·실험경제학이라는 불모의 분야를 개척하면서 경제학 연구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02년 미국의 경제학자 버논 스미스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카너먼은 1934년 텔아비브에서 유대계 프랑스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 때 부모를 따라 파리로 갔다. 6살 때 파리가 독일군에게 점령되자 그의 가족은 노란 별을 달고 다녀야 했고 강제수용소에 끌려갈 상황에 놓였다. 다행히 화학자였던 그의 아버지가 독일군에게 끌려갔다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인력으로 분류되어 풀려나오자, 그의 가족은 미점령 지역으로 도망가 숨바꼭질을 하듯 옮겨 다니며 숨어 살았다. 그의 아버지는 1944년에 죽고, 그는 어머니와 함께 2년 뒤 팔레스타인으로 떠났다. 유년시절에 겪은 공포는 그로 하여금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거나 지식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불신하게 만들었다.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수학을 공부했으며(1954 졸업)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1961)를 받았다. 이후 히브리대학교(1961~78),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1978~86),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1986~94)에서 심리학을 강의하고 1993년부터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공공문제를 강의했다.

1973년 그는 트버스키와 함께 불확실한 조건에서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지배적인 경제 이론인 기대효용이론의 전제, 즉 인간의 '합리적 판단'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휴리스틱스 이론'(heuristics and bias)을 발표해 큰 주목을 끌었다. 이는 불확실한 조건에서 판단을 내릴 때 인간은 확률이나 효용극대화 이론을 복잡하게 따지려 들기보다는 경험 법칙에 비추어 어림짐작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여겨지는 방법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형적인 예는 '택시 시나리오'이다. 어느 날 밤 어느 택시가 행인을 치고 달아났는데, 한 노인이 자신의 집 창문 너머로 파란색 택시가 뺑소니를 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피해자의 변호사는 사건을 성립시키기 위해 다음의 2가지 사실을 제시했다. 첫째, 이 도시에 택시 회사라고는 '블루택시', '블랙택시' 두 곳밖에 없는데, 사건 당시 운행된 택시의 85%는 검은색, 나머지 15%는 파란색이며, 둘째, 사건 당일 밤과 비슷한 조건에서 목격자의 시력을 면밀히 검사한 결과 사건 당시 뺑소니 택시의 색상에 대한 목격자의 판단 정확도가 80%라는 것이었다. 주어진 조건에서 뺑소니 차량이 파란색일 수학적 확률은 절반도 안 되는 0.41, 즉 41%에 불과하고 뺑소니 차량이 실제로 검은색일 확률이 더 높지만, 배심원은 목격자의 진술이 옳을 확률이 0.8, 즉 80%이므로 뺑소니 택시가 파란색이었다고 판단하고 블루택시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십상이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배심원의 평결을 옳다고 받아들인다. 또한 평결 후 배심원에게 수학적 확률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배심원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유명한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큰 병원이든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작은 병원이든 사내아이 출산율이 모두 60%를 넘을 것이라고 생각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의 경우 표본이 크다고 해서 불확실성이 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이는 확률론에서 말하는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을 배제하고 작은 수의 법칙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 투자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펀드 매니저가 2년 연속 주가지수를 알아맞힌다고 생각되면 실제 그의 수익률이 다른 펀드 매니저들보다 훨씬 낮아도 그를 더 유능하다고 판단하기가 일쑤여서, 주가가 별 까닭 없이 널뛰기를 하게끔 만든다. 또 다른 예는 대표성(representativeness)이다. 피실험자들에게 무작위로 추출한 개인들에 관한 정보를 주고 이들을 '판매원' 또는 '하원의원'으로 분류하게 한 결과,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 사람들을 정치인으로 쉽게 단정했다. 심지어 인구구성에서 정치인보다 판매원이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사전에 알려 주었지만 결과는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트버스키와 함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이라는 획기적인 이론을 수립해 1979년 계량경제학회지 <이코노메트리카 Econometrica>에 발표함으로써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불확실한 조건에서의 의사결정에 관한 이 논문에서 두 사람은 전통적인 이론적 관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의 행동, 즉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소한 설비 보험 계약서에는 선뜻 서명하면서도 몇 푼 안 되는 할인 혜택을 받으러 소액 구매를 위해 장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거나, 반대로 그 정도나 그보다 더 비싼 상품을 절약하는 일에나 평생수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뉴스를 접하고도 소비를 줄이는 일에는 인색하게 구는 행동들을 실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위험이 수반되는 일련의 의사결정을 할 때, 전통적인 기대효용이론의 모델과는 달리 손익의 비중과 확률을 다르게 잡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설령 기대 손익의 크기가 같더라도 기대 이익에 따르는 기쁨보다는 손실에 따르는 괴로움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주식 투자자의 경우 1달러를 잃을 때 느끼는 고통이 1달러를 벌 때 느끼는 기쁨의 2배에 이른다고 본다. 또한 두 사람은 등가(等價)의 상황이라도 손익의 어느 쪽과 관련되는가에 따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다름을 발견했다. 이들은 또한 사람들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보다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경향을 보임을 발견했다. 주식 투자자들의 경우 눈앞의 이익에 대해서는 위험을 기피한 반면 눈앞의 손실에 대해서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는 일련의 실험과 이론화, 일상 경험의 날카로운 포착을 통해 불확실한 조건에서의 판단 및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행동 양식을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심리학은 물론 통계학·법학·의학경영학과 의사결정자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해 손익을 판단해야 하는 제반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건을 법정에 가져갈 것인지를 고심하는 소송 당사자나 안전조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공학자, 파리 신혼여행과 할부 차량 구입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저울질하는 신혼부부의 의사결정을 이들의 연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무엇보다도 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험심리학회·계량경제학회·미국예술과학 아카데미 회원, 미국실험심리학자연합회·미국심리학회 특별회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미국심리학회 특별공로상(1982), 힐거드상 평생공로상(1995)을 수상했다.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