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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독후감상문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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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
▶ 인간이 중심이 되는 뜨거운 경제학 얘기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의 저자이면서 1년 반 동안 MBC 100분토론의 진행자를 맡았던 유시민이 시사평론가로 복귀하면서 처음으로 내놓은 책.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빠진 기존의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자유롭고 신선한 발상이 존재하는 인간 중심의 뜨거운 경제학 이야기로 '경제학 카페'를 차리고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는 특유의 차분하지만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어조로 일반적인 경제학의 정의부터 '거꾸로' 생각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경제학은 인간의 무한한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정의에 대해서 물론 인간은 무한한 물질적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책도 읽어야 하고 영화도 봐야하는, 즉 정신적 욕구를 지닌 존재라고 꼬집는다. 또 '대박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합리적 판단력이 결여된 얼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치부당한 노름도 경제학적 시각을 가지고 살펴본다. 단순히 돈을 얼마 따는 것이 중요해서라기 보다 도박에 있는 스릴과 오락의 재미, 심리적 만족이라는 측면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험한 도박에 탐닉하는 것은 매력 있는 이성을 향한 열정만큼이나 강력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니 '주식투자와 경마로 날린 돈을 국가더러 물어내라고 데모를 하지 않는다면야, 스스로 대박의 꿈을 좇는 불나비가 되어 장렬하게 패가망신하는 것도 합리적인 경제인의 당당한 권리'라고 말한다.

이렇게 저자는 모순덩어리인 인간들이 먹고 사는 문제라는 관점으로 경제학에 접근, 수요, 공급이론, 국가채무, 독점, 한계효용, 로렌츠 곡선 등 기존 경제학의 이론을 적용 또는 비판해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경제학 카페라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쉽게 쓴 책은 아니고 그래프와 도형, 공식도 꽤 실려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미건조한 그래프와 수학공식에서 사람냄새가 나는 독특한 책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권장 도서 목록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실려있어서 경제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하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
▶ 저자 : 유시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재학 시절 학생운동으로 두 번 감옥에 가고 제적을 당한 끝에 졸업을 했다. 이후 독일 요하네스 쿠텐베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가 5년 동안 경제학을 공부했다. 최근까지 MBC 100분 토론을 진행하다 그 일을 그만두고 시사평론가로 복귀했다. 저서로는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97 대선 게임의 법칙』『WHY NOT -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세상 읽기』『유시민과 함께 읽는 유럽문화 이야기』등이 있다.
[ 목차 ]
제1부 인간과 시장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시장경제도 계획경제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꼬리가 개를 흔든다?
‘대박’의 경제학
사회보험, 위험의 국가 관리
마약, 매매춘, 포르노의 경제학
누구나 자기 몫을 가질까?

제2부 시장과 국가

GNP의 허와 실
이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저축도 때로는 악덕이 된다
모든 독점이 사회악은 아니다
새만금 사업과 외부효과
의료 서비스 시장과 정보 불균형
조세정의에 대하여
국가채무, 어떻게 볼 것인가
국가의 실패와 이익단체 정치
지역주의 정치경제학
합리적 다수결은 없다

제3부 시장과 세계

자유무역의 수혜자와 피해자
자유무역과 기득권
환율의 마법
달러의 세계 지배
국제금융자본의 ‘모럴 해저드’

-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권장도서

[ 책속으로 ]
저축도 때로는 악덕이 된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는 진실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그렇다. 개인에게 옳은 것이 사회 전체에도 언제나 옳다는 법은 없다. 예컨대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인 1998년을 생각해 보자. 실업자가 폭증하고 봉급이 깎이고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자 대부분의 주부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렸다.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더 큰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서 외식비를 줄이고 아이들 학원을 끊고 남편의 용돈도 깎았다. 미장원 출입을 삼가고 새 옷 사는 일을 미루었고, 고장난 세탁기도 고쳐서 썼다. 이 모두가 다 개인적으로는 불가피하고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명한 개인들이 고려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내가 무언가를 지출해야 다른 누군가가 소득을 얻을 수 있고, 다른 누군가가 지출을 해야 내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지출을 줄이면 그야말로 되는 장사가 하나도 없게 된다. 내가 또는 나의 아내나 남편이 다니는 회사도 예외일 수 없다. 물건이 팔리지 않고 앞으로도 팔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기업은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생산량을 줄이고 종업원을 해고한다. 정부가 이자율을 낮추어도 기업은 투자를 꺼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저축이라는 누출은 많아지고 투자라는 주입은 줄어 수조의 물이 마르고 국민들은 가난해진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IMF의 요구 때문에 연리 30%에 육박하는 고금리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니 한국경제가 전례 없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중략) 저축이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미덕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심각한 악덕이 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여러 가지가 보인다. 예컨대 1998년 봄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는 상암동 월드컵 축구전용구장 건설을 반대하면서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판국에 정부가 흥청망청 돈을 써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이건 현명한 개인들이 저지르는 저축이라는 ‘사회적 악덕’을 상쇄하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지출을 늘려야 할 국가더러, 민간가계와 똑같이 행동함으로써 그 악덕을 부채질하라고 주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 때로는 이처럼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
--- pp.157-160


대학교 선생님들은 경제학개론 강의 중간고사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내는 수가 많기때문이다. '경제학의 정의에 관해 논하시오' 이건 사실 황당한 요구다. 경제학이 뭔지몰라 배우러온 학생들한테 겨우 열다섯시간 남짓 강의를 하고서는 대뜸 그 어렵다는 학문이 무엇인지 물으니 말이다. 이제 겨우 말귀나 알아들을법한 유치원생 더러 '인생이 무엇인가' 논하라고 하는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러나 어쨌든 이 문장은 경제학이 사람을 조금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고백을 담고있기때문에 깊이 음미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경제학이란 인간의 무한한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위해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쉽게말해 가진 돈이 1만원 뿐인데(유한한 자원) 하고 싶은 건 너무 많다고(무한한 욕구)하자. 그 돈으로 무얼할 것인가? 자장면을 한그릇 먹고 비디오방에나 갈것인지, 호프집에 가서 생맥주를 한잔 때릴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서울역 지하도의 노숙자에게 집어줄 것인지, 여하튼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때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찰한다. 그리고 왜 저런 짓을 할까, 그걸 밝히느라 불철주야 고민을 거듭한다. 경제학이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는 건 이런 뜻이다.
--- p.18-20


미래세대가 혜택을 보는 사업은 빚으로 해도 된다. 학교와 대학,교통망등의 이른바 인프라를 세금으로만 만들 경우 부담은 지금 세금을 내는 세대가 지고 혜택은 다음 세대가 주로 누리게 된다. 이건 분명 불공평하다. 이런 사업은 투자재원을 부분적으로 차입해야 다음 세대도 납세자가 되어 원리금 상환부담을 나눠가지게 된다.. 북한을 지원하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북한 퍼주기' 비난은단견과 무지의 소치다.
--- p.225

시장경제도 계획경제다
사회주의 혁명운동이 탄생한 19세기 이후 오랫동안 사람들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놓고 대립해 왔다. 특히 1917년 볼셰비키혁명을 통해 러시아에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출현하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동유럽과 중국이 붉은 깃발로 뒤덮이자, 사회주의 세계의 지도자들은 ‘자본주의의 필연적 몰락’을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몰락의 운명을 맞은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 계획경제였다.

그렇다면 이것을 ‘계획경제’에 대한 ‘시장경제’의 전면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대결이라는 도식은 이데올로기적 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경제는 계획경제다. 아무도 ‘계획’을 세우지 않는 국민경제는 있을 수 없다. 1989년을 전후하여 벌어진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은 ‘계획경제’ 일반이 아니라 ‘중앙통제식 계획경제’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러면 ‘시장경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분권적 계획경제’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보통 말하는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다른 것은 국가와 기업과 가계가 세우는 서로 다른 계획들 사이의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며, 사회적·기술적 분업을 조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계획경제’는 중앙집권적이고 ‘시장경제’는 분권적이다.
--- pp.31-32

누구나 자기 몫을 가질까?
소득분배의 불균등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재능의 불평등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천적 장애를 안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도 많다. 둘째는 기회의 불균등이다. 재력과 지성을 겸비한 부모를 만나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흙 속의 진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셋째는 상속이다. 부모의 회사를 물려받아 30대에 대기업 경영자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나이에 더 나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연봉 5천만 원짜리 샐러리맨으로 일하는 사람도 많다. 넷째는 차별이다.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남성과 여성이 승진과 급여에서 상이한 대우를 받는 현상은 차별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다섯째는 우연이다. 인생은 설계도에 따라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저런 행운과 불행을 만나는 것은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시장은 이 모든 차이를 무시하고 오로지 기여도에 따라 보상한다. 이것을 정당화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모든 사람이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하며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 둘째, 모든 사람이 규칙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같은 조건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믿는다면 그 결과에 따른 소득분배의 정당성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헌법과 법률이 있는 한 완전하게 평등한 조건에서 출발하는 공정한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균등하지 못한 소득분배는 곧 정의롭지 않은 소득분배로 간주해 마땅하다.
--- p.120


시장은 이 모든 차이를 무시하고 오로지 기여도에 따라 보상한다. 이것을 정당화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모든 사람이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하며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 둘째, 모든 사람이 규칙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같은 조건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믿는다면 그 결과에 따른 소득분배의 정당성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헌법과 법률이 있는 한 완전하게 평등한 조건에서 출발하는 공정한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균등하지 못한 소득분배는 곧 정의롭지 않은 소득분배로 간주해 마땅하다.
--- p.120


일정한 노동력에 더 많은 양의 자본을 결합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러한 생산적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투입된 자본에 대한 이자를 지불한다는 설명은 과학적 이론이 아닌 일종의 우화에 불과하다.
--- p.150


자유무역론이 경제학의 세계를 석권한 지가 벌써 200년이 지났는데도 실제 세계에서는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수많은 제도적 장애물이 널려 있다. 이것은 국제무역을 축구 A매치처럼 어느쪽이 이기면 다른 쪽은 질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대중의 '직관적 판단',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회피해 보려는 국내 기업의 로비, 그리고 대중의 반감과 업계의 요구를 활용하여 표를 모아보려는 정치가들의 전략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현실이다.
--- p. 279


'조국 근대화의 상징'인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 정부는 주차장이 없는 사람도 차를 살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도시의 간선도로와 이면도로에서는 낮밤 없이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제자리걸음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로 도시의 공기가 더러워지고, 그러면 세탁소가 돈을 버는 것은 물론이요 이비인후과나 암센터에도 손님이 늘어난다. 자동차 생산이 늘고 휘발유 판매량도 늘고 세탁소와 병원의 매출도 늘어 국민총생산도 자꾸 올라가지만,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복지가 그만큼 높아진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 pp.132-133

모든 독점이 사회악은 아니다
철도, 전력, 가스, 상수도, 전화, 우편 배달 같은 산업 분야에 무슨 특별한 문제가 있기에 국가가 독점 공기업을 만든 것일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것이 모두 ‘길’, ‘파이프’ 또는 ‘선’(線)과 모종의 관련이 있는 일종의 ‘운송사업’이라는 사실을 감 잡았을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현대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물류’(物流, logistic)라고 하는 산업에 속한다. ‘물류’는 사람이나 사물, 정보의 시간적·공간적 이동을 의미한다. 앞에서 든 공기업은 모두 파이프, 전기선, 전화선, 철로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우편 배달은 그런 설비는 없지만 우편물의 ‘이동 경로’와 관계가 있다.

철도를 예로 들어보자. 여러 개의 경쟁기업이 각자 철로를 깔고 사업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기업들은 처음에 엄청난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철로를 놓는 비용은 나중에 태우게 될 승객의 수나 화물의 양과 무관하게 들어간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손님이 하루 10만 명인 경우와 1만 명인 경우 한 사람을 수송하는 데 들어가는 평균비용은 당연히 10만 명인 경우가 훨씬 적다. 따라서 승객을 많이 확보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운임을 더 적게 받고서도 버틸 수 있다. 철도회사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르겠지만, 이 전쟁의 끝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어느 한 회사가 다른 모든 경쟁자를 축출하고 독점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되고 나면 새로운 기업이 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다른 경쟁자의 출현이 완벽하게 봉쇄되어 있다면 이 독점기업은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운임을 결정한다. 본격적으로 고객의 등을 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열차를 타든가 타지 않든가, 선택은 하나뿐이다.
--- pp.165-166


행복지수=a*(충족시킨 욕구의 양/충족시키려는 욕구의 양) ; a는 양(+)의 상수

이 방정식이 말하려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돼지가 얼마나 행복하니는 자기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 가운데 얼마만큼을 실제로 충족시키느냐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돼지가 더 행복해지려면 이 '행복방정식'의 좌변이 커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변의 분자를 키웠다. 먹이, 화장실, 침대, 룸살롱, 세계일주는 다 그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력과 시간의 낭비에 불과하다. 그는 조금도 더 행복해질 수가 없다. 그 이유를 아는 데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수학만으로 충분하다. 자원의 양은 유한하기 때문에 그걸로 충족할 수 있는 욕구의 양 역시 유한하다. 방정식 우변의 분자는 유한한 크기라는 말이다. 그런데 충족시키고 싶은 욕구는 무한하다. 분모는 무한대라는 이야기다. 유한한 것을 무한한 것으로 나누면 뭐가 되나? 답은 0이다. 이건 '수학적 진리'다. 돼지가 새로운 그 무엇을 소유하고 소비할 때마다 느낀 행복은 '심리적 착각'에 불과하다. 수학적으로 볼 때 '무한한 욕망'을 가진 돼지의 행복지수는 언제나 0이다. 그가 지배하고 처분하고 소비하는 '자원의 양'은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어떤 경제학자가 아무리 절묘한 '선택'의 이론을 제시한다 할지라도 이 수학적 진리를 폐기하지는 못한다. 앞서 인용한 정의를 고수하는 한, 경제학은 사람을 조금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것이다.
--- p.21


환경파괴를 고려하면 진정한 '국부의 증가'는 각국의 경제성장률 수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국민총생산 증가율 통계를 가지고 대중의 눈을 현혹하며 자기네가 저지른 정책적 오류와 환경 파괴 행위를 감추려는 경제 전문가와 정치인들의 교언(巧言)에 귀를 기울이지 마시라!
--- p.136

[ 추천평 ]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경제에 대한 정보와 경제학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제공한다. 이 카페는 대학에서 경제학개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환영한다. 학생들은 여기에서 경제학과 경제학자에 대한 야유와 조롱을 들음으로써 경제학과 일정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숲을 보려면 덜컥 숲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피해야 한다. 또한 '경제학 카페'는 경제를 알고 싶지만 경제학 교과서를 펴들 의향은 전혀 없는 평범한 독자들을 정중하게 초대한다. 이 가페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모두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현실문제들이다. 경제문제가 신문 경제면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카페 손님들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 미디어 리뷰 ]
이야기 나누듯 경제 궁금증 풀이

‘저축이 왜 때론 악덕이 될까?’‘GNP는 높아졌는데 더빈곤함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어째서 다방커피 한잔이자장면 한그릇보다 비쌀까?’

살아가면서 흔히 생기는 이러한 의문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복잡하게 꼬인 세상 밑바닥을 이해할 수 있게된다.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제문제의 본질도 점차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최근 ‘시사평론이란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며 ‘MBC 100분 토론’ 진행자에서 물러난 유시민씨가 현실속의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통해 경제학적 개념을 명료하게 정리한 책 『유시민의 경제학카페』(돌베개 펴냄)를 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학 지식 자체가 아니라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제공한다.복잡한 세상사 근저엔 어떤 경제적 문제들이 얼기설기 놓여 있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경제적 통설들이 갖고 있는 의외의 거짓과 진실 등에 관해본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테면 그는 GNP수준이 복지수준과 반대로 가는 사례를 통해 ‘GNP의 허와실’에 대해 들려준다.‘근대화의 상징’인 자동차산업을 위해 정부는 주차장이 없어도 누구나차를 살 수 있도록 했다.그 결과 도로는 주차장이 돼버렸고 공기는 오염됐으며 이비인후과와 암센터엔 손님이 넘쳐난다.자동차회사와 병원의 매출이 늘고 국민총생산은 늘어났지만 안타깝게도 국민복지까지 비례해 높아지지는 않는것이다.

그는 이처럼 매일 신문이나 TV에서 만나는 경제현상을 ‘국가채무’‘조세정의’‘환율의 마법’‘대박의 경제학’ 등 25개의 의제로 선정해 마치 카페에 독자들을 초청해이야기를 나누듯 경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간다.

--- 대한매일신문 임창용 기자 (2002년 2월 1일 금요일)
사회 현상으로 본 '경제학' 재밌네요

경제학은 어찌 보면 수학에 가까운 듯하다. 복잡한 수치와 곡선들, 용 어들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높은 담안의 것이 아니다.

경제학 이론을 우리 주변의 이야기 속에서 쉽게 풀어 설명하는 작업을 해온 시사평론가 유시민 씨가 누구나 들러 경제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 는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돌베개)를 냈다.

저자는 경제학의 핵심 축인 수요와 공급,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부 터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 같은 용어가 오히려 이해의 어려움을 초래하 는 경제학 이론을 주변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통해 설명해나간다.

그는 경제학적 지식을 전하면서 일정한 비판적 거리를 독자들에게 제시 한다. 즉 경제에 대한 정보와 지식 그 자체를 전달해주는 것보다 경제학 적 사고를 통해 독자가 비판적인 시각으로 경제현상들을 바라보는 길을 가르쳐주려 한다.

도박과 주식투자의 경제학, 사회보험과 같은 위험의 관리 경제학, 마약 ·매매춘의 포르노 경제학 등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일들의 경제학적 배경과 현실적 문제를 그의 강의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새만금사업과 의료서비스시장, 조세정의, 국가채무의 문제 등 사회문제 로 등장한 이슈를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제시한다.

세상을 통해 경제를 이해하고 경제학을 통해 사회를 뒤집어보는 이면 읽기의 재미를 제공하는 책이다.

--- 내외경제신문 출판 이윤미 기자 (2002년 2월 1일 금요일)
“저는 ‘지식소매상’ 지식을 쉽게 풀어 유통시키는 사람”

문화방송 <100분 토론>의 진행자였던 유시민(43)씨가 본업인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펴냈다. 그는 지난달 11일 방송 진행을 접은 뒤 인터넷 언론매체 프레시안에 시사 칼럼을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연구자가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내놓는 사람들이라면, 저는 기왕 만들어진 지식들을 보통 사람들이 이용하기 쉽게 풀어 유통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소매상'이란 그런 맥락에서 제가 자처한 직함이예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책도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놓는 식이어서, 수치와 딱딱한 개념어만 도드라진 경제학 교과서의 느낌은 없다. 팬터지 소설처럼 흥밋거리야 될 수 없겠지만 지적인 호기심만 있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글쓰기 원칙 때문이다.

“너도나도 경제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대통령을 뽑는 기준으론 경제 문제를 가장 먼저 내세울 거구요. 하지만 사람들은 막상 경제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하지 않고 불평만 합니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도 경제 이슈가 주제가 되면 시청률이 바로 떨어져요. 우선 딱딱하고 재미가 없으니까요.”

일단 책은 경제학 입문서 모양새지만, 최근 몇년간 사회·경제적 이슈의 물길을 타고 흘러간다. 경제학의 기본 이론들을 이런 저런 이슈들에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서 경제학에 더 쉽게, 더 실용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 고민을 시작으로 아이엠에프 체제 아래의 고금리 문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정책의 좌초, 모럴 해저드 논란 등 흔히 접해온 우리 사회의 두통거리들을 경제학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이 국가 경제 정책을 따져볼 수 있어야 잘못된 선동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주가를 3000 포인트까지 띄우겠다는 둥 정치인들이 말도 안되는 주장을 꺼낼 수 없겠지요. 책 제목을 `경제학 이만큼은 알아야 화도 낸다'로 붙일까도 생각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 한겨레신문 책과사람 정세라 기자 (2002년 2월 2일 토요일)
경제는 숫자 아닌 주변의 이야기

봉급생활자에게 있어 경제ㆍ경영서를 섭렵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유 용하다.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동료 상사와 대화할 때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 바쁜 봉급생활자에게 어디 충분한 독서시간이 있겠는가. 혹시 그 동안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했다면 이번 휴가철에 적어도 경제ㆍ경영분야 몇몇 책들은 반드시 읽어두자. 진정 앞으로 남은 2002년의 6개월을 활기차게 보낼 에너지를 충전시키길 원한다면 말이다.

경제학은 현실 학문이다. 그러나 '현실'이 항상 정확한 건 아니며 현 실적인 숫자와 통계로 설명하는 경기예측은 틀리는 사례가 더 많다. 현실 이면에는 늘 '인간의 감성'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 유시민 씨는 '경제는 숫자가 아닌 인간의 일'이라는 입장에 선다. 유씨는 '국가는 무조건 작을수록 좋다'고 외치는 경제학자들은 영원 히 대학 캠퍼스를 떠나지 말라고 말한다. 캠퍼스 밖에는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그런 세상은 없으며 결국 국가는 불공정 거래를 감시해야 하며 사회보험을 유지하고, 길을 뚫고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 한다.



--- 매일경제 정철진 기자 (2002년 7월 10일 수요일)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수있을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있어 경제학자는 성직자를 능가 할 수 없다.

경제학은 현실의 학문이다. 그러나 현실이라고 해서 정확한 건 아니다. 현실적인 숫자와 통계로 경제를 설명하는 이름난 경제학자나 연구소의 경기예측은 맞아떨어지는 경우보다 틀리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숫 자나 통계로 표현되는 현실의 이면에는 '인간의 감성'이 숨어있기 때문 이다. 인간의 감성을 수치화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인간의 경지에 이르기 어렵고 그 인간들을 행복하게 하기도 힘 든 학문이다.

궤변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경제는 숫자가 아닌 인간의 일이다'정도로 요약하면 이해가 쉽다.

이렇게 길게 도입부를 쓴 이유는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돌베개 펴냄) 라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MBC 100분 토론 진행자로 유명한 시사평론가 유시민씨는 서울대 경제학 과를 나왔고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그대학에서 5년 동안 경제학을 공부 했으니 경제학자라는 말을 붙여도 무난한 사람이다. 유시민의 책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경제학 개론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복잡한 세상사와 경제적 문제들간의 관계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 론 비판적이다. 유씨는 책에서 '숫자 경제학'의 많은 이면을 지적한다. GNP(국민총생산) 의 경우를 보자. 사실 국민총생산은 해당 국가의 행복과 일치하지는 않 는다.

예를들어 정부는 주차나 교통문제는 고려하지 않은채 무차별로 차 를 만들어 파는 것을 허용한다. 그로인해 웬만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 케 하고 자동차의 배기가스로 인해 공기가 탁해졌다. 그러자 세차장과 세탁소가 돈을 벌고 이비인후과나 암센터도 돈을 벌었다. 자동차 생산과 휘발유 판매량과 병원의 매출이 늘면서 국민총생산이 올라가지만 국민의 복지가 그 만큼 높아졌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따라서 과거 군사정권처럼 GNP를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큰 오류다.

개발을 통해 높아진 GNP에는 그로인해 사라진 것들에 대한 통계 는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개발을 통해 사라진 갯펄과 산, 더 러워진 공기와 물 등은 다시 복구하려면 그것을 파괴하면서 얻은 GNP의 몇배가 소모되는 일이다.

유씨는 또 '국가는 작을 수록 좋다(작은 정부론)'고 외치는 경제학자들 은 영원히 대학캠퍼스를 떠나지 말라고 말한다. 캠퍼스 밖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그런 세상은 없기 때문이다. 즉 경제학의 원리처럼 사람들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라면 국가는 작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합리적이 아니다. 그래서 국가는 의무교육 제도도 만들어야 하고, 불공정 거래를 감시해야 하며, 사회보 험을 유지해야 하고, 길을 뚫고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진후 젊은 여성들이 밤거리로 나서지 않은 나라 는 동독뿐이 없다고 한다. 서독의 사회복지 제도가 그대로 이식됐기때문 이다. 국가가 격변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규모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유씨는 경제구조를 '자본주의=시장경제'와 '사회주의=계획경제'로 분류 하는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같은 이분법이 이데올로기가 만든 과 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모든 경제는 계획경제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 국가경제가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시장경제 역시 계획 경제다. 차이가 있다면 사회주의는 '중앙통제식 계획경제'고 자본주의는 '분권적 계획경제'일 뿐이다. 유씨는 이제 환경문제가 경제학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한 다.

맑은 물에 발을 담그기위해 교통체증을 뚫고 몇 시간을 자동차를 몰 아 달려가야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경제관을 가진 국가라면 새만금 사업처럼 환경파괴를 동반하는 국책사업에 대해 최대한 소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의 경제적 가치는 시간이 지 날수록 늘어나고 그것이 파괴됐을 경우 수백 수천배의 지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읽다보면 그 비판이 경제학을 통해 세상사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수단임을 알게된다. 어짜피 경 제학은 사회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의 자리로 돌아가야하기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학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매일경제신문 허연 기자 (2002년 2월 2일 토요일)


얼마전 ‘MBC 100분 토론’ 진행을 그만둔 시사평론가 유시민씨가 본업으로 돌아왔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경제학 이론들을 소비자가 먹기 좋게 해주겠다며 다시 ‘지식소매상’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 책은 시시콜콜한 생활속 이야기들을 통해 경제학 개념을 풀어주고, 세상을 경제학적으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의 ‘눈’을 틔워주겠다고 손을 내민다. 여기에 미디어를 거치면서 일반 상식으로 굳어져온 경제적 통설들을 까뒤집으려는 시도까지…. ‘카페에 장식품(그래픽·표)이 좀더 많이 걸려있으면 보다 편안할텐데’하는 욕심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친절함은 소매상의 덕목이기에.

--- 경향신문 책마을 권석천 기자 (2002년 2월 2일 토요일)

[YES24.COM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