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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칼럼]우방 도산을 보면서 지역경제를 생각한다

김 형 기(경북대 교수, 대구사회연구소장)


  대구의 대표적 건설업체인 우방이 마침내 도산하였다. 우방의 도산은 대구지역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지금 당장 2,000여개에 이르는 하청업체들의 연쇄도산이 예상되고 있다. 우방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아파트 청약자들의 엄청난 손실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이제 대구경제는 끝났다는 비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섬유, 건설업체 기업들이 거의 모두 워크 아웃 상태이거나 도산하였다.
  지역경제를 주도하던 기업들이 이처럼 망했거나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마도 혁신보다는 정경유착을 통해 이윤을 추구한 낡은 경영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TK 정권 동안 혁신능력 없이 권력에 줄을 대어 생존을 도모하고 폐쇄적 울타리를 쳐서 기득권을 지키던 기업들이 지금 망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보호망이 날라가고 무한 경쟁의 세계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경제위기가 닥치자 자생력이 없는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우방의 도산이 지역경제에 가할 엄청난 파급효과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서서 수습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우방 도산의 폭풍으로 대구지역경제가 격심하게 휘청거릴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할 것이다.   따라서 그 피해를 최소한에 그치게 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방 처리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방의 도산은 낡은 경제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경제의 파산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수습만 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역경제의 앞날은 참으로 암울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구지역 경제를 이끌어온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우방처럼 권력에 줄을 대고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호황을 기대하는 낡은 경영 패러다임으로 돈벌이를 해 왔다. 이제 그러한 경영 패러다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방의 도산을 계기로 지역 기업들이 대오 각성하여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갖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이을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이 망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망하는 기업이 있으면 흥하는 기업도 있다. 따라서 어찌 보면 우방이 도산해도 그것을 대신하는 새로운 경쟁기업이 흥하면 지역경제로서는 별 문제가 없다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구 지역 경제를 주도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낡은 경영 패러다임을 가진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라는 데 있다. 대구 지역경제에서는 '창조적 파괴'를 하는 혁신(innovation)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가들이 드물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21세기 지식기반경제를 주도할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도 이른바 '보따리 장사'를 하는 한탕주의 장사꾼에 불과한 기업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대구지역경제의 회생과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부단히 혁신하는 기업가들-장사꾼이 아니라-이 등장하여 지역경제를 새롭게 이끌지 않으면 지역경제는 더욱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다.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가진 기업가들에 의한 지역경제 리더 쉽의 교체는 지역경제 중흥의 제1의 조건이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가 혁신되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개발독재 시대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서 지식기반경제의 도래에 대비하여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자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교육투자를 해야 하고 통제와 규제 위주의 산업행정으로부터 조정과 지원 중심의 산업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과 별 연계 없이 상아탑으로 안주하고 있는 지역대학들의 자기혁신도 중요하다. 특히 지역대학은 기업과 정부와 함께 지역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창조적 파괴'를 하는 혁신활동이 장려되고 존경받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술혁신,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지역사회 전체가 총체적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지금 지역의 장래를 걱정하는 뜻 있는 시민들이 지역혁신 운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