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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칼럼]신자유주의와 삶의 위기

  김 형 기(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등장하여 현재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이데올로기이다. 신자유주의는 60억 지구촌 인구 대다수의 삶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경제정책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에 IMF가 우리 나라에 강요한 구조조정 프로그램도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책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삶을 속박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어떤 경제문제이던 시장에 맡겨 놓으면 잘 해결된다고 보는 시장만능주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고의 평가기준으로 삼는 성장지상주의, 사유재산권과 영리추구 활동의 신성불가침을 주창하는 경제적 자유주의 등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 내용이다.
  임금삭감과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부의 사회복지지출의 삭감,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는 규제철폐,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주요 내용들이다. 신자유주의가 지향하는 정부는 국가의 경제적 역할을 줄이고 비대한 국가기구를 축소하는 '작은 정부'이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초에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에 대응한 하나의 유력한 위기 극복의 길로 제시되었다. 2차 대전 이후 1970년대 초까지 선진자본주의는 '고생산성-고이윤-고임금-고성장-완전고용-고복지'가 실현되는 '황금시대'를 누린다. 그러나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는 끝이 난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을 사회민주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임금 및 고용의 경직성과 사회보장지출 증대에 따른 고비용 구조에서 찾는다. 즉 경기가 후퇴하고 기업경영이 악화될 경우 자본가들이 임금을 동결내지 삭감하거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조정을 쉽게 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임금 및 고용의 경직성, 사회보장 지출의 증대에 따른 정부의 재정적자 누적과 기업 부담의 증대, 이 두 요인으로 인한 고비용이 기업의 수익성을 하락시키고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고 보았다.
  따라서 임금 및 고용의 경직성을 폐지하는 것, 다시 말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구하는 것과 복지지출을 삭감하는 것이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위기탈출의 기본 전략이다.
  먼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노동자를 자유롭게 고용하고 해고하며, 임금을 경기변동과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자본의 권능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본가들은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거나 무노조 전략을 구사하여 단체교섭을 약화시키거나 폐지하려는 경영방식을 추구하였다. 노조가 없는 국내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기도 하였다.
  정부는 최저임금제도나 정리해고를 제한하는 법률과 같은 노동시장에 대한 친노동자적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여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촉진하였다. 그리고 국영기업 혹은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공공부문의 노사관계가 시장원리에 지배받도록 하였다.
  사회보장지출을 대폭 삭감하여 복지국가가 후퇴하거나 해체되었다. 교육과 의료에 대한 국가의 사회보장이 후퇴하고, 교육과 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상품화시켜 시장의 수요 공급에 맡긴 결과 지급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증대시키는 케인즈주의 거시경제정책은 후퇴하고 자유시장의 완전성을 믿고 국가 개입에 반대하는 통화주의 정책이 전면에 등장하였다.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금융을 자유화하였다. 즉 이자율 규제를 철폐하고 단기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도 철폐하였다. 이러한 금융의 자유화는 금융의 글로벌화를 촉진하였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1980년대에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와 같은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영국 대처 수상은 영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신자유주의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단언하였다. 이른바 TINA(There Is No Alternative)론을 강변하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의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에 이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다른 선진국, 신흥공업국, 이행도상국(구사회주의권) 등에로 범세계적으로 확산된다. 그래서 '글로벌 신자유주의(global neoliberalism)'이 형성된다.
  이들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체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 외환위기를 당한 채무국에 강제되고 있는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도 그러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 노동의 권리와 자유를 축소된 반면, 자본의 권리와 자유는 확대되었다. 국가의 역할은 약화된 반면 시장의 역할은 강화되었다. 기회의 균등과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공평성의 원칙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원리가 후퇴한 반면, 효율성의 원칙과 적자생존의 경쟁의 원리가 전면에 등장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시됨에 따라 효율성이 강조되고 시장경쟁이 격화된 결과 기술혁신이 촉진되고 경제의 역동성이 증대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점을 과소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공평성과 연대의 원리가 후퇴한 결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 사회의 양극화가 크게 진전된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철회된 결과 시장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된다. 신자유주의의 이러한 부정적 효과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의 삶이 위기에 빠진다. 실업과 빈곤, 생활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이 대다수 사람들에게 삶의 멍에로 지워진다.
  그렇다면 대처가 강변한 것처럼 신자유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은 없는가? 과거와 같은 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도 아니고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은 존재하는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하는가? 21세기 여명기에 인류는 이러한 물음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