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위상변화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들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지만 대기업 대비 경쟁력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한편 일부 업종에서 일방적인 종속, 하청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기업-중소기업 협력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관계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 중소기업과의 불공정거래관행 개선, 그리고 벤처기업,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은 중소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을 가져왔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하청 관계도 상호협력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활발한 창업활동과 함께 많은 양적인 성장을 하였지만 최근에는 대형 벤처비리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실제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의 성장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향상이 동반되었는지 의심되기도 한다.
본문에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양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기술경쟁력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루어졌는지, 실제로 질적인 성장이 있었다면 어떠한 업종에서 이루어졌는지 광공업 통계조사자료의 업종별 노동생산성(1인당 부가가치)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하청중심이었던 전통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외환위기 이후 어떻게 변모하였고 향후 전망은 어떠한지 알아 본다.
양적으로 팽창한 중소기업
지금까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위상은 ‘영세규모, 대기업 하청업체’라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의 부품, 소재 중소기업의 성장과 정보통신 분야 벤처기업들의 성장은 이러한 인식이 바뀌어져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성장은 지난해 수출실적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1년 대기업의 수출은 무려 21.1%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7%의 수출신장세를 보였던 것이다. 특히 벤처기업들의 수출신장률은 14.5%를 기록해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었다. 이로써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비 수출액 비율은 2000년 58.5%에 불과하였으나 2001년에는 75.3%로 격차가 줄어들면서 중소기업 수출이 대기업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고용비중도 현격히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던 중소제조기업의 전체 고용대비 비중은 1997년 69.6%를 기록한 이후 외환위기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0년에는 74.5%까지 상승한다. 생산액도 마찬가지이다. 1997년 44.5%를 기록한 중소제조기업의 전체 생산액 대비 비중은 2000년 45.0%로 증가하였다(중소제조업의 기준은 종업원수 5~499인).
그러나 이 같은 중소기업들의 양적 팽창이 질적인 면을 동반하면서 이루어진 것일까?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1995년 중소제조업체의 1인당 부가가치는 3천9백만원이었으나 2000년 5천3백만원으로 증대되었다. 연간 평균 7.0%씩 성장한 셈이어서 중소제조업체의 노동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는 더욱 벌어져
그러나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과 비교하여 보면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빠른 편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기간 동안 대기업과의 노동생산성 격차는 더 벌어졌다.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수준을 100이라고 하였을 때 1995년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39.8이었다. 이러한 생산성 격차는 2000년에는 더욱 벌어져 대기업 100에 비하여 중소기업은 30.7로 하락하게 된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격차(대기업 대비)도 1995년 64.1%수준에서 2000년 54.6%수준으로 더욱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중소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1단위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드는 노동비용)도 1995년 대기업 대비 160.9의 수준에서 2000년 177.5로 더욱 확대되었다.
일부업종 성장, 대기업 격차 줄어들어
업종별로 보면 이러한 전반적인 추세에서 일부 선전하고 있는 중소제조업체들이 있다. 이는 봉제의복산업과 방송수신기, 영상, 음향산업, 가구 및 기타제조업에서 두드러진다. 아직까지는 대기업 생산성의 60~80%수준이지만 이들 산업은 1995년 30~60%수준에서 급속한 속도로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들 업종의 중소제조업 단위노동비용 역시 1995년 200~220% 수준에서 2000년에는 90~120%로 거의 대기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이들 업종에서는 대기업과 노동비용 측면의 가격경쟁력에서 대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중소기업의 위상을 전체 국민경제적인 입장에서 볼 때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들은 양적으로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부 업종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고 그에 반해 단위노동비용은 더욱 높아져 중소기업의 대기업대비 경쟁력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과의 비교
선진국과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위상을 비교하여 볼 때도 이러한 추세가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국민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양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노동생산성(1인당 부가가치 창출)면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현재 73.9%로 미국(39.1%), 영국(50.3%), 독일(68.3%) 등 서구 선진국에 비하여 월등히 높고 이웃나라 일본(72.4%), 대만(80.0%)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중소기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일본(51.7%)을 제외한 미국(24.8%), 영국(33.7%), 대만(27.4%)에 비하여 매우 높은 47.4%를 점유하고 있다.
양적으로 선진국에 비하여 뒤지지 않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선진국, 특히 일본과 비교할 때 크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제조업체의 1인당 부가가치대비 중소제조업체의 1인당 부가가치 비율은 우리나라가 69.3%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79.0%로 우리나라보다 고용비중에서 다소 낮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EU 19개국도 전체 기업대비 중소기업의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 비율이 75.0%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높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격차도 우리나라가 2000년 30.8%인데 반하여 유럽연합은 50.0%에 이른다(유럽연합 자료는 서비스업도 포함되어 비교에 주의가 요구됨).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과 비교할 때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은 위상이 미흡함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신경영기법의 도입과 중소기업 변화
그러나 중소기업 비중이나 부가가치만을 가지고 중소기업의 위상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는 상황에서 선진 경영기법의 도입으로 대기업들의 경영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중소기업의 향후 성장과 대기업과의 관계변화가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기 시작한 지식경영과 전문가 시스템(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고객관리시스템(CRM) 등), 그리고 핵심역량이 아닌 주변기능을 아웃소싱하는 경영추세는 산업조직구조의 분업화 추세를 가속화시키며 중소기업의 전문화와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중소기업은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하며 또한 대기업과의 관계도 단순하청관계에서 전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네트워크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아웃소싱 경영이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아웃소싱은 경영컨설팅, 마케팅, 인적자원개발 등의 제조업 지원 비즈니스 서비스업의 발전을 가져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부문을 제외한 제조, 조립생산단계에 대한 아웃소싱이 크게 늘고 있다. 전자산업 분야에서 최근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s)기업들이 대두하고 있는데 미국의 IBM, 시스코시스템, 선마이크로 시스템 등과 유럽의 에릭슨, 노키아, 필립스 등의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업체, 일본의 소니 등 전자업체 들이 EMS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연구개발 과정이 아닌 조립, 생산 단계 공정을 EMS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EMS기업은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여러 지역의 공장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 제품을 납품하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아웃소싱 경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001년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가 조사한 아웃소싱 활용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중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는 전체 71.7%에 달한다. 현재 아웃소싱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청소, 경비, 인재파견, 건물관리, 단체급식 등 비전문성 단순용역이 대부분인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정보시스템과 물류대행 등에 대한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최근 정보통신산업과 물류산업 발전을 반영하고 있어 고무적이라 하겠다.
또한 아웃소싱이 가장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정보통신/컴퓨터 업계(66.6%)가 가장 높았던 점도 향후 이 분야의 중소기업 성장 전망을 밝게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 변화
이러한 아웃소싱의 증대와 벤처기업의 성장,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대기업과의 관계나 중소기업의 위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먼저 도급거래 관행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도급거래에 있어서 수급기업의 평균 거래모기업수는 외환위기 이전까지 줄어드는 추세에서 반전되어 평균거래 모기업수가 다시 증대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주문생산하는 경우 거래하는 기업수가 평균적으로 증대, 다양화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대기업과의 주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급격히 줄고 있다. 원래 거래모기업이 대기업인 수급기업의 비중은 1990년대 들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다. 즉 도급거래에 있어서 대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추세가 외환위기 이후 반전되어 2000년에는 15.6%로 줄어들었다. 반면 거래모기업이 중소기업인 기업의 비중은 1993년 이후 하락하는 추세에 있었지만 1998년 반전되어 2000년에는 64.1%로 90년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계가 약화되고 중소기업간 네트워크가 증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보통신산업에서 두드러진다. 사무, 계산 및 회계용기계산업에서 중소기업 모거래기업 비중은 1998년 29.7%에서 37.5%로 늘어나는 반면 대기업 관련 비중은 같은 기간 44.9%에서 25.5%로 감소하였다.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산업에서도 중소기업 관련 비중이 1998년 30.7%에서 2000년 53%로 증가하는 반면 대기업관련 비중은 같은 기간 45.5%에서 22.4%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거래관계의 변화는 거래모기업에 대한 의존도에서도 나타난다. 주거래모기업에 대한 의존도(납품액 기준)는 199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거래모기업에 대한 납품액 비율로 계산해 볼 때에 업종별로 명암이 구별된다. 사무, 계산 및 회계용기계 산업, 의료, 정밀, 광학, 시계산업, 화합물 및 화학제품 산업, 가구 및 기타제조업 등에서는 거래모기업에 대한 납품액 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현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산업, 기타 기계 및 장비산업, 조립금속제품 산업, 제1차금속제품 산업, 고무 및 플라스틱 산업 등은 오히려 크게 증대되었다.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형태에 있어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주문생산 판매시에 내수와 수출 모두 자기상표수출이 현격히 늘어나는 반면에 납품형태의 주문생산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의 주문생산 수출에서 자기상표를 부착하는 경우는 1997년 6.4%에서 2000년 8.3%로 증대되었고 내수시장에서도 그 비중이 같은 기간 23.2%에서 28.3%로 증대되었다. 반면 납품형식의 주문생산 수출은 1998년 7.4%에서 2000년 5.8%로 줄어들고 내수 납품도 1997년 40.5%에서 2000년에는 24.5%로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납품대금 결제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01년(1~9월)에 현금성 결제가 어음결제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어음결제가 지배적이어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는 하도급거래조사와 기업구매자금융제도가 정착되면서 이러한 관행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어음결제일에서도 총 회수기간이 2000년 122일에서 2001년에는 70일로 대폭 단축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구조가 정착되고, 네트워크 조직이 일반화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탁기업의 거래모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절대적 수준에서는 전체 매출에서 거래모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4.8%, 주거래모기업의 비중이 42.1%로 아직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아직 중소기업은 거래모기업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체 판매액 가운데 주문생산판매액의 비중도 2000년 현재 85.6%로 자체 계획생산판매는 14.4%라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구조 발전과 네트워크형 산업조직의 발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대기업의 하청역할을 주로 담당하였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도급적 하청형태의 조직을 갖고 있는 일본식 기업조직형태의 영향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피라미드식 기업조직구조는 대기업에게는 해외시장에서 규모가 큰 선진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규모를 갖추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효과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중소기업들에게도 안정적인 제품판로의 확보로 중소기업에게 불리한 마케팅과 브랜드 구축비용을 줄이고 대기업의 성장이 지속되는 한 안정적인 성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전략이 산업경제의 초기개발단계에서는 유효하였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되는 상황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개별 기업들의 기술력과 전문화가 중요시됨에 따라 상호간의 경쟁이 결여되고 대기업에 종속적 지위를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어 갈수록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은 개별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로서의 경쟁력, 한 산업에서의 기업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이는 특히 신성장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급속한 기술혁신과 다양한 기술이 출현함에 따라 개별 대기업이 모든 기술들을 내재화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혁신이 급속히 발전하고 제품주기가 단축되는 등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측면에서도 기업간 분업이 활발해진다. 또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개성화, 다양화되는 현상 역시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들이 각자의 핵심고유역량에 집중하고 주변기능들은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외부기업에 아웃소싱하는 경영시스템, 네트워크 시스템이 성장하게 된다.
미래사회의 기업조직형태는 네트워크 조직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경제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는 정보통신의 혁명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보의 유통과 활용을 촉진시키면서 산업간, 기업간 분업화와 전문화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량생산을 통한 조립생산활동의 부가가치는 점차 하락하고 초기단계인 제품 설계와 개발 등의 핵심기술과 최종단계인 서비스 기능 부가가치가 증대하게 된다.
미래 기업의 경쟁력은 자신이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화된 기업들과 얼마나 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미래기업조직구조의 변화는 전문화되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성장이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 되리라는 것을 예견해 준다.
정부정책과 기업전략
정부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몇년전부터 벤처기업 육성과 중소기업들의 IT화 추진, 그리고 소재, 부품 산업의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과 관련한 부정부패사례가 늘어나면서 벤처기업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네트워크화된 시스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사회에서 우리경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을 갖춘 전문화된 중소기업의 성장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적 관계를 통한 네트워크 시스템의 성장이 요구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연계된 산업조직이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러한 네트워크 조직의 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간의 경쟁촉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의 증진을 위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과의 도급 하청관계를 벗어나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대기업과 상호협력 할 수 있는 동반자적 관계로 성장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인식도 전환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원가절감을 위한 하청관계로만 인식한다면 국제적인 시스템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핵심역량에의 집중과 주변기능의 아웃소싱 경영을 통하여 경쟁력을 갖춤과 동시에 전문화된 중소기업들과의 잘 짜여진 연계와 네트워크 형성을 통하여 시스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들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지만 대기업 대비 경쟁력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한편 일부 업종에서 일방적인 종속, 하청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기업-중소기업 협력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관계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 중소기업과의 불공정거래관행 개선, 그리고 벤처기업,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은 중소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을 가져왔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하청 관계도 상호협력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활발한 창업활동과 함께 많은 양적인 성장을 하였지만 최근에는 대형 벤처비리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실제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의 성장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향상이 동반되었는지 의심되기도 한다.
본문에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양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기술경쟁력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루어졌는지, 실제로 질적인 성장이 있었다면 어떠한 업종에서 이루어졌는지 광공업 통계조사자료의 업종별 노동생산성(1인당 부가가치)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하청중심이었던 전통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외환위기 이후 어떻게 변모하였고 향후 전망은 어떠한지 알아 본다.
양적으로 팽창한 중소기업
지금까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위상은 ‘영세규모, 대기업 하청업체’라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의 부품, 소재 중소기업의 성장과 정보통신 분야 벤처기업들의 성장은 이러한 인식이 바뀌어져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성장은 지난해 수출실적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1년 대기업의 수출은 무려 21.1%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7%의 수출신장세를 보였던 것이다. 특히 벤처기업들의 수출신장률은 14.5%를 기록해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었다. 이로써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비 수출액 비율은 2000년 58.5%에 불과하였으나 2001년에는 75.3%로 격차가 줄어들면서 중소기업 수출이 대기업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고용비중도 현격히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던 중소제조기업의 전체 고용대비 비중은 1997년 69.6%를 기록한 이후 외환위기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0년에는 74.5%까지 상승한다. 생산액도 마찬가지이다. 1997년 44.5%를 기록한 중소제조기업의 전체 생산액 대비 비중은 2000년 45.0%로 증가하였다(중소제조업의 기준은 종업원수 5~499인).
그러나 이 같은 중소기업들의 양적 팽창이 질적인 면을 동반하면서 이루어진 것일까?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1995년 중소제조업체의 1인당 부가가치는 3천9백만원이었으나 2000년 5천3백만원으로 증대되었다. 연간 평균 7.0%씩 성장한 셈이어서 중소제조업체의 노동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는 더욱 벌어져
그러나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과 비교하여 보면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빠른 편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기간 동안 대기업과의 노동생산성 격차는 더 벌어졌다.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수준을 100이라고 하였을 때 1995년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39.8이었다. 이러한 생산성 격차는 2000년에는 더욱 벌어져 대기업 100에 비하여 중소기업은 30.7로 하락하게 된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격차(대기업 대비)도 1995년 64.1%수준에서 2000년 54.6%수준으로 더욱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중소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1단위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드는 노동비용)도 1995년 대기업 대비 160.9의 수준에서 2000년 177.5로 더욱 확대되었다.
일부업종 성장, 대기업 격차 줄어들어
업종별로 보면 이러한 전반적인 추세에서 일부 선전하고 있는 중소제조업체들이 있다. 이는 봉제의복산업과 방송수신기, 영상, 음향산업, 가구 및 기타제조업에서 두드러진다. 아직까지는 대기업 생산성의 60~80%수준이지만 이들 산업은 1995년 30~60%수준에서 급속한 속도로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들 업종의 중소제조업 단위노동비용 역시 1995년 200~220% 수준에서 2000년에는 90~120%로 거의 대기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이들 업종에서는 대기업과 노동비용 측면의 가격경쟁력에서 대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중소기업의 위상을 전체 국민경제적인 입장에서 볼 때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들은 양적으로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부 업종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고 그에 반해 단위노동비용은 더욱 높아져 중소기업의 대기업대비 경쟁력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과의 비교
선진국과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위상을 비교하여 볼 때도 이러한 추세가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국민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양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노동생산성(1인당 부가가치 창출)면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현재 73.9%로 미국(39.1%), 영국(50.3%), 독일(68.3%) 등 서구 선진국에 비하여 월등히 높고 이웃나라 일본(72.4%), 대만(80.0%)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중소기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일본(51.7%)을 제외한 미국(24.8%), 영국(33.7%), 대만(27.4%)에 비하여 매우 높은 47.4%를 점유하고 있다.
양적으로 선진국에 비하여 뒤지지 않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선진국, 특히 일본과 비교할 때 크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제조업체의 1인당 부가가치대비 중소제조업체의 1인당 부가가치 비율은 우리나라가 69.3%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79.0%로 우리나라보다 고용비중에서 다소 낮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EU 19개국도 전체 기업대비 중소기업의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 비율이 75.0%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높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격차도 우리나라가 2000년 30.8%인데 반하여 유럽연합은 50.0%에 이른다(유럽연합 자료는 서비스업도 포함되어 비교에 주의가 요구됨).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과 비교할 때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은 위상이 미흡함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신경영기법의 도입과 중소기업 변화
그러나 중소기업 비중이나 부가가치만을 가지고 중소기업의 위상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는 상황에서 선진 경영기법의 도입으로 대기업들의 경영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중소기업의 향후 성장과 대기업과의 관계변화가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기 시작한 지식경영과 전문가 시스템(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고객관리시스템(CRM) 등), 그리고 핵심역량이 아닌 주변기능을 아웃소싱하는 경영추세는 산업조직구조의 분업화 추세를 가속화시키며 중소기업의 전문화와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중소기업은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하며 또한 대기업과의 관계도 단순하청관계에서 전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네트워크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아웃소싱 경영이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아웃소싱은 경영컨설팅, 마케팅, 인적자원개발 등의 제조업 지원 비즈니스 서비스업의 발전을 가져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부문을 제외한 제조, 조립생산단계에 대한 아웃소싱이 크게 늘고 있다. 전자산업 분야에서 최근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s)기업들이 대두하고 있는데 미국의 IBM, 시스코시스템, 선마이크로 시스템 등과 유럽의 에릭슨, 노키아, 필립스 등의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업체, 일본의 소니 등 전자업체 들이 EMS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연구개발 과정이 아닌 조립, 생산 단계 공정을 EMS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EMS기업은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여러 지역의 공장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 제품을 납품하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아웃소싱 경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001년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가 조사한 아웃소싱 활용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중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는 전체 71.7%에 달한다. 현재 아웃소싱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청소, 경비, 인재파견, 건물관리, 단체급식 등 비전문성 단순용역이 대부분인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정보시스템과 물류대행 등에 대한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최근 정보통신산업과 물류산업 발전을 반영하고 있어 고무적이라 하겠다.
또한 아웃소싱이 가장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정보통신/컴퓨터 업계(66.6%)가 가장 높았던 점도 향후 이 분야의 중소기업 성장 전망을 밝게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 변화
이러한 아웃소싱의 증대와 벤처기업의 성장,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대기업과의 관계나 중소기업의 위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먼저 도급거래 관행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도급거래에 있어서 수급기업의 평균 거래모기업수는 외환위기 이전까지 줄어드는 추세에서 반전되어 평균거래 모기업수가 다시 증대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주문생산하는 경우 거래하는 기업수가 평균적으로 증대, 다양화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대기업과의 주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급격히 줄고 있다. 원래 거래모기업이 대기업인 수급기업의 비중은 1990년대 들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다. 즉 도급거래에 있어서 대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추세가 외환위기 이후 반전되어 2000년에는 15.6%로 줄어들었다. 반면 거래모기업이 중소기업인 기업의 비중은 1993년 이후 하락하는 추세에 있었지만 1998년 반전되어 2000년에는 64.1%로 90년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계가 약화되고 중소기업간 네트워크가 증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보통신산업에서 두드러진다. 사무, 계산 및 회계용기계산업에서 중소기업 모거래기업 비중은 1998년 29.7%에서 37.5%로 늘어나는 반면 대기업 관련 비중은 같은 기간 44.9%에서 25.5%로 감소하였다.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산업에서도 중소기업 관련 비중이 1998년 30.7%에서 2000년 53%로 증가하는 반면 대기업관련 비중은 같은 기간 45.5%에서 22.4%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거래관계의 변화는 거래모기업에 대한 의존도에서도 나타난다. 주거래모기업에 대한 의존도(납품액 기준)는 199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거래모기업에 대한 납품액 비율로 계산해 볼 때에 업종별로 명암이 구별된다. 사무, 계산 및 회계용기계 산업, 의료, 정밀, 광학, 시계산업, 화합물 및 화학제품 산업, 가구 및 기타제조업 등에서는 거래모기업에 대한 납품액 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현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산업, 기타 기계 및 장비산업, 조립금속제품 산업, 제1차금속제품 산업, 고무 및 플라스틱 산업 등은 오히려 크게 증대되었다.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형태에 있어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주문생산 판매시에 내수와 수출 모두 자기상표수출이 현격히 늘어나는 반면에 납품형태의 주문생산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의 주문생산 수출에서 자기상표를 부착하는 경우는 1997년 6.4%에서 2000년 8.3%로 증대되었고 내수시장에서도 그 비중이 같은 기간 23.2%에서 28.3%로 증대되었다. 반면 납품형식의 주문생산 수출은 1998년 7.4%에서 2000년 5.8%로 줄어들고 내수 납품도 1997년 40.5%에서 2000년에는 24.5%로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납품대금 결제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01년(1~9월)에 현금성 결제가 어음결제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어음결제가 지배적이어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는 하도급거래조사와 기업구매자금융제도가 정착되면서 이러한 관행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어음결제일에서도 총 회수기간이 2000년 122일에서 2001년에는 70일로 대폭 단축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구조가 정착되고, 네트워크 조직이 일반화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탁기업의 거래모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절대적 수준에서는 전체 매출에서 거래모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4.8%, 주거래모기업의 비중이 42.1%로 아직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아직 중소기업은 거래모기업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체 판매액 가운데 주문생산판매액의 비중도 2000년 현재 85.6%로 자체 계획생산판매는 14.4%라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구조 발전과 네트워크형 산업조직의 발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대기업의 하청역할을 주로 담당하였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도급적 하청형태의 조직을 갖고 있는 일본식 기업조직형태의 영향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피라미드식 기업조직구조는 대기업에게는 해외시장에서 규모가 큰 선진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규모를 갖추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효과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중소기업들에게도 안정적인 제품판로의 확보로 중소기업에게 불리한 마케팅과 브랜드 구축비용을 줄이고 대기업의 성장이 지속되는 한 안정적인 성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전략이 산업경제의 초기개발단계에서는 유효하였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되는 상황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개별 기업들의 기술력과 전문화가 중요시됨에 따라 상호간의 경쟁이 결여되고 대기업에 종속적 지위를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어 갈수록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은 개별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로서의 경쟁력, 한 산업에서의 기업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이는 특히 신성장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급속한 기술혁신과 다양한 기술이 출현함에 따라 개별 대기업이 모든 기술들을 내재화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혁신이 급속히 발전하고 제품주기가 단축되는 등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측면에서도 기업간 분업이 활발해진다. 또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개성화, 다양화되는 현상 역시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들이 각자의 핵심고유역량에 집중하고 주변기능들은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외부기업에 아웃소싱하는 경영시스템, 네트워크 시스템이 성장하게 된다.
미래사회의 기업조직형태는 네트워크 조직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경제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는 정보통신의 혁명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보의 유통과 활용을 촉진시키면서 산업간, 기업간 분업화와 전문화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량생산을 통한 조립생산활동의 부가가치는 점차 하락하고 초기단계인 제품 설계와 개발 등의 핵심기술과 최종단계인 서비스 기능 부가가치가 증대하게 된다.
미래 기업의 경쟁력은 자신이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화된 기업들과 얼마나 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미래기업조직구조의 변화는 전문화되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성장이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 되리라는 것을 예견해 준다.
정부정책과 기업전략
정부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몇년전부터 벤처기업 육성과 중소기업들의 IT화 추진, 그리고 소재, 부품 산업의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과 관련한 부정부패사례가 늘어나면서 벤처기업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네트워크화된 시스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사회에서 우리경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을 갖춘 전문화된 중소기업의 성장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적 관계를 통한 네트워크 시스템의 성장이 요구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연계된 산업조직이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러한 네트워크 조직의 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간의 경쟁촉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의 증진을 위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과의 도급 하청관계를 벗어나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대기업과 상호협력 할 수 있는 동반자적 관계로 성장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인식도 전환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원가절감을 위한 하청관계로만 인식한다면 국제적인 시스템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핵심역량에의 집중과 주변기능의 아웃소싱 경영을 통하여 경쟁력을 갖춤과 동시에 전문화된 중소기업들과의 잘 짜여진 연계와 네트워크 형성을 통하여 시스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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