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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스팸 메일의 경제학

스팸 메일의 경제학




스팸 메일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메일발송에 따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 기인한다.

인터넷 사용자층이 확대되고 이메일이 기업의 마케팅에 폭넓게 활용되면서 “스팸 메일(spam mail)”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본래 미국의 한 식품회사가 햄 통조림을 홍보하면서 공해에 가까울 정도로 광고를 남발한 것에서 유래된 이 명칭은, 수신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발송되는 대량의 상업성 이메일을 지칭한다. 관련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일주일에 받는 스팸메일은 지난 2001년의 경우 평균 32.65개이며, 이용자들이 받는 이메일 중 44.5%가 스팸메일이라고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임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허위, 과장 내용을 담은 광고성 이메일을 발송할 경우 발송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스팸 메일 규제대책”까지 발표하기도 하였다.

스팸 메일의 폐해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메일 이용자들은 원치않은 메일을 삭제하기 위하여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으며, 스팸 메일 때문에 정작 필요로 하는 메일을 받아보는 데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또한 네트워크의 트래픽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메일 서버의 유지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스팸 메일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스팸 메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거론할 수 있다. 이미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첫째 방안은 적절한 필터링 방식을 개발하여 스팸 메일로 의심되는 메일들을 자동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메일의 제목 등을 분류기준으로 삼는 필터링 방식이 완전할 수는 없으며, 스팸 메일의 발송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네트워크 트래픽의 문제는 잔존한다.

둘째 방안은 최근 공정위의 조치처럼 정부의 법적 규제를 통한 방법이다. 그러나 스팸 메일을 수신한 이용자들이 읽지도 않고 삭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스팸 메일 발송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법망의 빈틈은 언제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첫째 방안은 스팸 메일의 발송자에 대한 규제 없이 수신자들이 그 비용을 고스란히 지불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으며, 정부에 의한 규제라는 둘째 방안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는 달리 최근 제시되고 있는 셋째 방안은 스팸 메일의 발송자들에게 메일 발송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스팸 메일의 발송 자체를 억제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 또는 마케팅 행위에 속하는 스팸 메일이 남발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메일 발송에 따른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광고비용(메일 발송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적정 수준 이상의 광고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 스팸 메일 문제의 본질인데, 셋째 방안의 핵심은 광고행위의 주체에게 광고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코우즈 정리(Coase Theorem)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경제적 행위가 적절한 대가 또는 보상 없이 이루어질 때, 즉 외부성(externalities)이 존재할 때에는 항상 과잉생산 또는 과소생산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스팸 메일의 발송자에게 비용 부담을 강제하게 되면, 외부성을 야기하는 행위가 시장 안으로 내부화됨으로써 과잉생산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즉 광고 주체로 하여금 광고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도록 하면, 스팸 메일의 발송량이 줄어들면서 적정 수준의 광고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한계생산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정보재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무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스팸 메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짜”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또한 메일 수신자와 메일 서버 운영자에게 끼치는 폐해와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다면, 사회전체의 효율적 자원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을 “공짜”라고 할 수도 없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경제행위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도록 함으로써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공짜는 없다”라는 경제원칙에는 예외가 없으며, 스팸 메일 발송이라는 경제적 행위에 대한 적절한 가격설정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