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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1971년 경제성장의 역사적 검증 / 사이먼 크즈네츠

1971년 경제성장의 역사적 검증 / 사이먼 크즈네츠

크즈네츠와 한국경제

 

쿠즈네츠의 학문적 업적을 살펴보고 느낀 소감은 우리도 그와 같은 꾸준하고 깊이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과거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 바탕 위에서 현실과 미래를 살펴보며 이론과 현실을 과학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정책을 수립하는 바르고 양심적인 태도는 앞날을 멋대로 점치며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경정되는 경제정책 과정을 경험할 때 더욱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구미에서 직수입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경제이론을 우격다짐으로 맞추려 하는 사람을 만날 때, 또는 아무런 이론과 논리도 없이 몇 개의 통계수치만으로 모든 경제를 풀이하려는 삶들을 대할 때 우리는 쿠즈네츠와 같은 학자를 동경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도 이제 쿠즈네츠류의 한국경제 성장서가 있어야 하겠고, 이를 토대로 우리 경제의 장래를 조망하는 건실한 이론의 정책경쟁이 아쉬운 단계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한국경제학도 이러한 바탕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학자로서의 쿠즈네츠에 관해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장기적인 조사연구과제에 대한 그의 일관된 접근방법이라 할 것이다. 어떤 연구과제에 접하게 되면 그는 우선 현존하는 통계자료를 살펴본다. 통계출처와 사실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사용될 시계열과 도표, 개념과 가설에 잘 연결되어 있다. 사실을 추적하고 자료를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시험적 가설은 계속해서 수정된다.

이러한 가설은 처음에는 계획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과 새로운 도표를 계속적으로 필요로 하게 된다. 쿠즈네츠는 연구의 특정적인 단계를 "측정으로부터 추정으로, 그 다음 분류, 그 다음 설명, 그 다음 추측으로"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또한 발견된 사실의 집단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언제나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설명은 시사(예를 들면 요소에 관한 관찰된 발전추세 또는 변명) 이상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적(試行的) 설명'은 관찰된 추세의 안전성, 다른 현상과의 관계, 국가간 또는 시기간의 비교에 대한 것과 같은 쿠즈네츠의 더 이상의 추측의 기초로 꼭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래에 대한 추측도 가능하게 된다. 명석하고 잘 구체화된 조건과 경고 및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이러한 예측이 쿠즈네츠의 저서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과 방법에는 새로운 것이 부족하다는 비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에는 안정성이 있고 여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편 쿠즈네츠의 국민소득, 투자와 저축에 대한 연구는 우리들에게 직접 사용을 가능케 하고 있고, 현실과 이론을 바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 또한 개념구성, 분석방법, 가설정립, 장기예측, 국가비교 등은 우리의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확실히 쿠즈네츠 스타일의 경제분석은 모든 경제이론, 경제학사, 경제사 및 경제정책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의 경제학세계는 테이블 위에서 추상적으로 경제이론을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현실 속에서 통계와 기존모델을 이용해, 한편으로는 창의와 비전을 이용해 경제현실을 분석하고, 거기서 새로운 이론과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정확하고 착실한 학자적 양심은 우리 경제와 같은 복잡하고 격동하는 곳에서 더욱 긴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며, 쿠즈네츠의 접근법으로 참다운 경제이론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쿠즈네츠는 사무엘슨이 주도하는 주류경제학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이겨낼 수 있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 받들어질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경제학의 정립에도 현실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학자의 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