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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법경제학노트]법경제학의 정의

법경제학의 정의

Law and economics는 어쩌면 "법과 경제"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여타 분야의 전통을 따라 "법경제학"으로 불리우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는 그 관행을 따르고 있습니다.

법경제학이란 첫째, 법의 제정과정(law-making process)에 관한 연구입니다.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물건을 사고 파는 일반시장이 아니라 "정치시장"입니다. 따라서 효율성과 질이 주관하는 일반시장과는 달리 여러가지 다른 목적으로 법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극단적으로, 정치인들이 표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일반국민들을 희생시키면서 까지 특수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만을 좇아 만들어내는 법들이 바로 그 예입니다. 그 경우 보통 법 제1조에 나오는 그럴듯한 법의 목적과는 달리 제2조 이하는 완전히 신발을 거꾸로 싣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기 쉽지요. 또 입법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서로 멱살잡고 싸우는 것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한 충성심의 발로일 것이라기 보다는 그만큼 정치적 스테이크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토론문화를 모르는 소치이기도 하고요....) 즉 법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 것이 법경제학의 첫째 연구 분야입니다.

둘째, 설사 아무리 좋은 법이 만들어져도 그 법의 집행과정(law enforcement process)은 완전히 다른 스토리입니다. 우리는 법의 집행이 중립적이고 능력있는 사람, 마치 수퍼컴퓨터에 의해 완벽히 집행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실 그렇게 교육받았고요. 그러나 법원, 검찰, 경찰, 공무원, 기타 법의 집행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들임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경제학의 기본시각입니다. 따라서 법의 집행과정에 그들의 인센티브가 반영되기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범죄예방의 이슈를 생각해보지요. 이론으로 보자면 범죄예방당국의 목표는 범죄율을 극소화하는데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대체로 "검거극대화"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기관의 실적이 많이 잡혀 예산배정 등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범죄당국은 일정 수준의 범죄율을 선호한다는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 기관의 중요성이 인지되어 안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법경제학은 바로 이런 가설들을 세우고 증명하는 작업을 합니다. 더불어 같은 내용의 법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어떤 식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즉, 어떤 집행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 또한 분석대상이 됩니다.

셋째, 법경제학은 법의 실제 경제적 효과를 분석합니다. 그래서 법내용(legal contents)의 분석이라고도 불리웁니다. 겉으로 보기에 훌륭하고 우리의 가슴을 속시원히 하는 법이 만들어 졌다고 그 본래 취지대로의 효과를 달성하는 일은 드물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통쾌하고 칼로 자르는 듯한 내용으로 가득찰수록 그 궁극적 효과는 의심쩍고 때론 정 반대의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미성년자의 음주를 막겠다고 심야영업을 규제하는 법이 과연 우리의 청소년을 보호했을까요? 십부제를 썼다고 서울의 교통체증이 풀렸나요? 각종 보호막과 지원금을 늘렸다고 대기업위주의 경제에서 탈피하여 건전한 중소기업들이 양성되었나요? 제 생각으로는 (설사 미리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러한 법들의 실제 효과는 매우 미미했거나, 정말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의 배만 살찌웠거나, 아니면 완전히 반대의 부작용들을 양산했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면 경제주체들의 가장 근본적인 인센티브, 즉 시장경제의 운용메카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법경제학은 미시경제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바로 이런 효과들을 예측하고 검증합니다. 얘기나온 김에 한 마디 더 하자면, 세상에 가장 저질의 법은 도저히 실천하기 힘든 법들입니다. 나라나 조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도저히 실천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불법자가 되고 따라서 힘있는 자가 마음먹는 대로 선별하여 처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힘있는 사람에게 더욱 힘이 집중되고, 만연하는 것은 부패일 뿐이지요. 후진국은 물론 잘 생각해보면 낙후된 조직일수록 이러한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무조건 법을 지키라 강요하고, 또 설사 법이 준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법치주의(rule of law)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겠지요. 좀 거창하게 얘기하면, 공정성과 효율성을 지닌 표리일치의 좋은 법이 제대로 제정되고 또 엄격히 집행되는 상태, 즉 진짜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 애써보자는 것이 법경제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일중 (숭실대학교 경제국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