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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무질서·방종도 공해다

지금 한국사회는 중병에 걸려 있다.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이 의사당 안에서 동료 의원에게 저질스런 욕설을 해대고,노조 대표라는 사람이 수사의 독립성이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특별검사를 찾아가 듣기에도 민망한 협박성 욕설을 공개적으로 퍼붓는다.

신문에 일일이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보다 더 저질스럽고 민망한 일들이 학교에서,길거리에서,운전 중에,우리 주변에 만연되어 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 리 없기 때문에,우리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병이 도대체 무슨 병인지도 알 수가 없다.병명은커녕 그 원인이나 대책도 짐작하기가 어렵다.지금 이대로라면,조만간 우리 사회는 환란보다 더 큰 사회적 위기에 빠질 지도 모른다.

경제학에서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도 가해자가 거기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 않게 되는 현상을 일종의 시장실패로 보고 있다.공해가 대표적인 시장의 실패현상이다.하천에 폐수를 방류하면 자기는 이득을 보지만,불특정 다수의 국민은 피해를 보게 된다.

도심지 뒷골목에 불법주차한 사람은 남들에게 불편을 주지만,본인은 상당한 편익을 얻게 된다.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남이 보는 앞에서 욕지거리를 하면 욕을 먹은 사람은 망신을 당하고 괴롭지만,본인은 후련하고 통쾌할 것이다.따라서 이런 행위는 방치해두면 사회적으로 과잉 발생하게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시장의 실패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지금 우리 사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질서와 방종은 전형적인 공해현상이다.갓길 운행과 새치기,길거리에 난립한 입간판,지도층의 거짓말,폭력시위도 모두 공해다.최근에 문제가 된 어느 국회의원의 저질스런 욕설과 특별검사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적인 언행을 한 노조 간부의 행위도 공해유발 행위다.

가끔 의협심에서 다른 사람의 무례하거나 무질서한 행위를 보고 타이르거나 항의하는 사람이 있다.그러나 역시 우리의 통상적인 생활경험은 그래보았자 되돌아오는 것은 모욕적인 욕설이거나 언쟁일 뿐이다.그러니 남들의 무례하고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보고도 침묵하고 외면할 수밖에 없다.

또 일부에서는 예의와 질서를 지키자고 사람들의 시민의식과 양식에 호소하기도 한다.물론 이것은 환경보호 운동과 같이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그러나 그런 캠페인에 호응하는 사람들은 애당초 양심이 살아 있는 사람이다.지금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그만한 양심도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자고 캠페인을 하면 양식있고 착한 사람들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이 캠페인에 협조하지 않고 자가용 이용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길만 터주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시장의 실패는 민간의 자율 조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따라서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

공해문제의 근본 원인은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그 행위를 한 사람들이 거기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환경규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공권력을 가지고 남에게 가한 피해만큼 강제로 본인에게 부담시켜야 한다.그것이 불법주차든 폐수방류든 공해를 근원적으로 막으려면 철저하게 적발해서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공해를 유발하는 사람들은 그런 행동이 자기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따라서 철저한 적발과 처벌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손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무례한 행동과 언사로 우리 사회에 막대한 공해를 유발한 사람들에게 공해유발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이번에도 그냥 지나가면 이런 행위는 사회 전체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보다 사회 전체가 혼탁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주변에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 편리만을 챙기는 크고 작은 무질서 행위에 대한 철저한 적발과 처벌이 시작되어야 한다.그래야만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법을 지킬 유인도 생기고,품위를 지키면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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