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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정보화와 소득격차

너무나 당연한 진리지만,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사람들의 소득은 누군가의 지출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비빔밥이든,컴퓨터 프로그램이든,변호사의 변론이든 수요자가 효용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지출이 발생하고 그 결과 공급자는 소득을 올리게 된다.평범한 월급쟁이의 봉급도 마찬가지다.경제학에서는 이 효용가치를 부가가치라고도 하고 지불용의라고도 한다.따라서 소득이란 자기가 창조한 부가가치의 일부를 자기 몫으로 현금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사람들 사이의 소득격차는 각자가 창조한 부가가치의 크기와,그것을 얼마나 자기 몫으로 현금화하는가의 차이 때문에 생긴다.

전통적인 가치창조 개념은 열심히 땀흘려 일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즉 노동가치설이다.이에 따르면 근로소득만이 정당한 소득이다.그러나 이제는 전문지식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얼마든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지적재산권도 부동산과 같이 하나의 재산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그 소유권이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받게 된 것이다.이제는 땀흘려 일하지 않고도 좋은 아이디어와 약간의 사업가 기질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기가 만든 부가가치를 현금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바로 코스닥시장이고 정부의 지적재산권 보호 정책이다.

이제 경제적 부가가치는 보고 만질 수 있는 물건뿐 아니라,보이지 않는 지적 재산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창조될 수 있게 되었다.한 나라의 경제도 국제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좋은 서비스와 지적 재산을 생산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높은 소득을 올리고 교역과 자유거래를 통해 원하는 물건을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그렇다면 이제 제조업이 국가 경제의 기본이고 반드시 우리 영토에서 우리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통적 산업정책의 기본 전제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공장을 소유하고 부동산을 가진 실물자본가들이 부자였지만,이제는 지적 재산을 소유하고 이것을 기업의 주식으로 현금화한 지식자본가들이 신흥 부유층이 되고 있다.그러나,이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그것은 창의력이나 아이디어,벤처기질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는 점이다.이런 능력은 타고 난 것이고,지능과 정보력이 높은 사람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그리고 그런 사람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전체 인구 중 소수일 수밖에 없다.

산업혁명이 자본가와 자본을 가지지 못한 자의 계층분화와 빈부격차를 초래한 것과 같이,정보통신 혁명은 지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계층분화와 소득격차를 유발할 것이다.

또 예전에는 개인이나 기업이 신기술 개발이나 경영혁신을 통해 사회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더라도,이를 현금화해서 사유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그러나 이제는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이나 기업이 사회에 기여한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을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지금 나타나고 있는 소득격차 심화 현상은 경제위기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기보다는,지금 진행되고 있는 가치창조 구조의 변화와 정보통신 혁명의 불가피한 결과로 사실상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소득 이전을 통한 소득격차의 인위적 축소는 자칫 사회적으로 가치창조 능력이 가장 큰 사람들의 생산의욕을 낮추고,동시에 보조받는 사람들의 자립능력과 의지를 약화시켜 결국 모든 사람의 복지수준을 낮추게 된다는 것이 외국의 경험이고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좋은 선생님은 일등과 꼴찌의 점수 차가 너무 벌어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좋은 선생님은 꼴찌가 낙오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이다.마찬가지로 우리도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오히려 새 경제구조에 적응하지 못해 빈곤선 아래로 추락하는 취약계층의 보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지식 정보화된 경제가 창출하는 엄청난 경제적 잉여의 일부를 이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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