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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의미

아이 잘못을 야단치지 않고 내버려 두면 그 아이는 버릇없는 아이가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숙제도 안내주고 시험도 보이지 않으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것이다. 직장에서 윗사람의 감독이 소홀하면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해이해질 것이다. 업무실적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져야 더 열심히 일할 유인이 생길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심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싫지만, 우리 모두 생활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이것은 특정 이념이나 가치관에 근거한 관찰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고 있는 개인이나 조직은 결국 나태하고 비효율적이 되고 말 것이다. 아무리 나태하고 무능해도 쫓겨날 걱정이 없다면 누구도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적자가 나도 회사가 망할 걱정이 없다면, 어느 기업주라도 굳이 힘들여 경영개선을 하려 하지않을 것이다. 이 모두 안타깝지만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진실이다.

그러나 이런 도덕적 해이 현상에 대해 특별한 가치판단이나 비판을 할 필요가 없다. 본래 인간본성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고 싶고, 가능하면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기강해이를 용납하고 부추기는 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경제·사회체제가 국민들을 게으르게 만드는가, 부지런하게 만드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경쟁력과 생활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외환위기 직전 한국의 경제제도와 국가관리체제는 국민을 게으르게 만들고 무책임하게 만들어 한국사회를 총체적 비효율과 기강해이 상태에 빠뜨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자기가 생산한 것보다 더 소비하려고 했고, 의무보다 권리를 더 주장했고, 남의 돈으로 편하게 살기 위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뜯어먹기에 몰두했으니, 그 경제가 견뎌낼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한국경제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제도와 관리체제 곳곳에 스며있는 구조적 비효율과 기강해이를 부추기는 요소들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

기강해이 바로잡는 처방

사실 지난 1년여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여러가지 개혁조치들이 바로 이것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정리해고제의 도입, 노사관계제도의 개선, 부실금융기관과 기업의 퇴출, 민영화와 공공부문의 개혁 등이 바로 우리 사회의 해이해진 기강을 다시 잡고, 사람들을 예전처럼 눈을 부릅뜨고 다시 뛰게 만들자는 방안들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 작업을 일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고 부르고 있다.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니까 마치 이것이 무슨 이념이나 경제사상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원리는 공산주의나 자본주의와 같은 이념노선이 아니다. 목적달성의 한 방법론일 뿐이다. 인간의 합리본능과 시장기능을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여, 이를 활용해서 우리 사회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이든지간에,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실용적 문제해결 원리일 뿐이다. 그 목적은 국력배양일 수도 있고, 사회통합일 수도 있고, 교육개혁일 수도 있고, 환경보호일 수도 있다.

마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효율과 생산성만을 추구하고 사회가 추구하는 다른 가치는 모두 부인하는 약육강식의 경쟁만능 논리로 보는 것은 오해이다. 지금 유럽의 사회주의 정당들이 그들의 정치적 이상을 시장경제원리를 활용하여 달성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20세기 후반의 정보통신 혁명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해 전세계가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청동기시대가 철기시대로 변한 것 이상의 인류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거부하는 것은 마치 청동기시대 부족국가가 철기문화의 도래를 거부하는 것과 같이 부질없는 짓이다. 다가오는 시대의 원리는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그동안 유지해왔던 단체주의적 사고, 평등의식, 연고주의, 정치만능주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명분론과 당위론에 입각한 공리공론도 설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경쟁만능논리로 봐선 곤란

앞으로 어느 사회든지 부지런한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 정직과 성실이 보상받는 사회, 투명하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원칙과 기강이 서있는 사회, 공짜와 특혜가 없는 실용주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선택은 이렇게 변화하든지, 아니면 도태되는 것 뿐이다.

그것이 신자유주의든 시장주의든 명칭을 가지고 논하는 것은 또 다른 공리공론의 폐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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