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호신용금고업계는 절망적인가?
상호신용금고업계와 은행업계가 금융시장에서 점유해온 위상의 변천과정은 일반 상점, 특히 식료품 상점과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수퍼의 상대적 위상 변화에서 유의한 시사점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마을과 골목마다 수많은 식료품 상점들이 있었지만, 지하에 대형 수퍼를 가진 할인점과 백화점이 들어섬에 따라 골목마다 자리잡고 있던 식료품 상점들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대량구입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박리다매하는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수퍼를 마을에 있는 식품점들이 상대하기가 버겁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식품점들이 문을 닫았다.
작은 상점들을 위협하는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이 등장한 것처럼 금융시장에도 상호신용금고업계에 위협적 요인이 되고 있는 많은 변화들이 진행되어 왔다. 첫째, 규제완화가 이 시대를 특징 짓는 키워드가 되었다. 정부가 은행산업을 엄격하게 규제하던 시절에는 금융시장은 언제나 자금초과수요 상태였으므로 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고금리 저축상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상호신용금고업계는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하며 영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금리자유화로 은행들이 고금리 저축상품을 제공함에 따라 금리규제시대에 상호신용금고업계가 향유했던 고금리 저축상품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증권시장의 호황으로 저축성 자금이 증권회사와 투자신탁회사의 펀드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둘째, 정보화라는 물결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보를 수집, 축적 및 활용하는 비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상호신용금고 업계는 지금까지 적어도 소재하고 있는 지역의 대출고객에 관한 정보에 관한 한 은행보다 월등한 비교우위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지역에 밀착경영을 한 결과 고객에 관한 정확한 신용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의 발달로 은행도 금융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능력이 배가되었다. 은행들도 고객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고, 이를 축적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그 정보를 분석해서 고객별 신용평점을 신속하게 계산할 수 있는 신용평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은행들이 고객별 신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어서 대출자금을 제공할 수 없었던 고객들에게도 신용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것은 지금까지 지역금융기관으로써 지역고객들에 대한 정보의 우위를 통해 상호신용금고업계가 향유해 오던 비교우위가 잠식당하고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금융자율화와 겸업화로 은행이 신상품 개발에 관한 자율 폭이 확대됨에 따라 은행들은 상호신용금고 업계와 매우 비슷한 저축성 상품들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은행은 저축상품뿐만 아니라 거래계정서비스와 신용카드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 그룹기업이나 대기업에 치중하던 은행들이 이제는 중소기업대출과 소비자대출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을의 식료품 상점 고객들이 할인점과 백화점의 수퍼에 몰려들듯 종합금융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들은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상호신용금고업계의 앞날은 절망적인 것처럼 보인다.
2. 상호신용금고업계는 어디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수퍼가 성업한다고 해서, 마을의 식품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록 예전처럼 수가 많지는 않으며 번창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을에는 아직도 성업하고 있는 식품점들이 있다. 그 이유는 마을에 있는 식품점은 밤늦게 아기에게 우유를 먹여할 시각에 분유통이 바닥이 난 것을 깨달은 산모가 새벽 1시에 식료품가계에 전화를 걸어 아기용 분유를 배달해 줄 수 있느냐고 할 때도 잠자리에서 나온 식품점 주인이 아기가 잘 크는지 안부를 물으면서 기꺼이 응해주는 친절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수퍼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유기물 농산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점들도 번창하고 있다. 그것 역시 수많은 상품들을 진열해야 하는 백화점에서는 유기물 농산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점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록 백화점식 장사를 하고 있는 대형은행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상호신용업계에도 비비고 들어갈 여지가 아직은 남아 있어 생존의 희망이 있음을 시사한다.
상호신용금고업계는 마을의 식품점이나 유기 농산물 전문점의 생존전략에서 살아갈 힌트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은행이 눈독을 드리지 않고 있는 틈새시장(niche market)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상호신용금고업계가 비교우위를 갖고 경쟁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개인적 고객관계가 중시되는 지방기업, 영세상공인, 일반 서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부문이다. 지역 연고에 기반을 둔 상호신용금고는 전국 지점망을 가진 대형은행이 가질 수 없는 비교우위인 지역 고객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호신용금고는 지역의 대출고객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은행은 대출고객에 대해 과거 대출금액, 연체경력 등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정보를 수집하기가 십상이지만, 상호신용금고는 대출고객에 관해 기업가로써의 자질이나 평판, 부하직원들이나 이웃의 평판에 관한 정보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대출을 해 준 이후에도 지역밀착 경영을 하고 있는 상호신용금고는 고객이 대출자금을 약속한 용도에 사용하는지를 은행에 비해 정확히 감시할 수 있다. 대출고객도 평소 자기를 잘 알고 있는 상호신용금고에게는 자기의 현재 상황을 보다 더 정직하게 밝힐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도의적 해이 문제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방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즉 상호신용금고는 은행에 비해 대출의 사후관리에 따른 감시비용(monitoring cost)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것은 비록 고객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도 상호신용금고는 대출을 행할 수 있는 비교우위가 있음을 뜻한다. 마치 자동차에 좋은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으면 속도를 내다가도 위험에 직면하면 쉽게 정지할 수 있으므로 그렇지 못한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대출에 문제가 발생하면 금방 알아채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상호신용금고는 비록 사전적으로 고객의 신용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도 대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대형은행은 아무래도 주어진 규정에 따라서 경직적으로 대출을 취급할 가능성이 높아 대출심사가 형식에 치중하고 관료적일 가능성이 높다. 일선 지점에 있는 대출담당자가 현장의 특성에 따라 예외적으로 대출을 취급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그렇다고 본부에 있는 대출심사역이 현장의 사정을 파악해서 적절하게 예외 취급을 인가해 주기도 어려우며, 본점에서는 수많은 지점에서 행하는 대출에 대한 감시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호신용금고는 새벽 1시에 전화를 걸어도 문 닫았다고 거절하지 않고 아기 분유를 배달해주는 마을의 식품점처럼, 고객의 필요에 따라 대출상품의 조건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인간적일 수 있다. 대출담당자가 항상 현장과 가깝게 있어 현장의 필요에 다라 예외로 취급하는 신축성을 보일 여지가 상대적으로 높다. 예컨대 부도위험에 직면한 어느 기업의 대출서류에 사장의 서명날인이 꼭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사장이 급성맹장으로 수술을 받게 되어 불가능한 경우, 신뢰할만한 고객이면 사장의 서명날인을 후에 받기로 하고 구두약속만으로도 대출자금을 공급해서 부도를 막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는 것이 상호신용금고이다.
상호신용금고는 대형은행에 비해 일선 담당자에게 보다 큰 재량권을 허용할 수 있는 것도 비교우위이다. 은행에 비해 상호신용금고가 일선 직원들에게 더 큰 재량권을 허용할 수 있는 까닭은 최고경영자로부터 일선 대출담당자 사이의 단계가 단순해 최고경영자가 문제성 있는 대출을 쉽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선 담당자가 문제성 있는 대출을 감추기가 어려워 대출에 대한 사후감시를 게을리 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자가 부하직원들의 행위를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부하직원들에게 더 큰 재량권을 허용할 수 있다.
대형은행은 상호신용금고만큼 고객에게 개인적 관심과 배려를 해주기 어렵다. 그 이유는 고객들이 광범위한 지역에 산재해 있어 개별 고객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은 대체로 정보가 공개적으로 수집 가능한 고객을 우선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 고객관계를 통해 신용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이 거래은행을 바꾸는 비율도 상호신용금고보다 높다. 더욱이 최근에는 은행들이 고객의 편의와 은행 자체의 비용절감을 위해서 고객들로 하여금 ATM 이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고객과 은행과의 대면관계를 절단하고 있다. 반면에 상호신용금고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예금고객과 대출고객과의 긴밀한 개인적 유대관계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밀착 경영을 통해서 동일한 직원이 장기간 같은 고객을 접할 수 있어 은행지점의 객장에서 텔러가 고객을 맞는 것보다 훨씬 친절하고 개인적인 배려를 할 수 있다. 고객의 직함을 불러주면서 맞이하는 것은 대형은행으로써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비교우위이다.
예금고객들이 모두 수익만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고객들도 항상 가격(대출이자)만 보고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부도위기에 직면할 때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탈출방안을 함께 찾아보는 금융기관을 선호하는 고객이 있다. 그러므로 상호신용금고의 목표고객은 비록 개인적이고 친절한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치르더라도 은행의 불특정 다수고객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 고객들이다. 상호신용금고는 한 지역에 지점도 없이 오랫동안 기반을 둘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오히려 비교우위로 전환해야 한다.
3. 창의와 도전
(1) 지점설치 불가는 운명적인가?
상호신용금고 업계는 지점을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을 영업신장의 한계로 인식하고 있는데, 지점규제를 우회할 방도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우선 지점은 꼭 벽돌로 만든 건물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접점이면 그것이 건물이던 트레일러이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빌(mobile)금고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상호신용금고가 소재하고 있는 가까운 지역에 경제활동이 활발해서 지점을 설치하고 싶은 그런 장소가 있다면 매일 정해진 시각에 트레일러로 한차례 순회할 수 있다. 그것을 트레일러를 지점으로 보아 이를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이 있는지 재확인해보고, 설사 그러한 규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바꿔보는 것은 지점규제를 바꾸는 것보다 용이할 것이다. 중소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상호신용금고는 도심지와 거리가 먼 곳, 특히 은행이 지점을 설치하지 않은 특정 마을이나 기관에 모빌금고를 순회시키며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정말 벽돌로 진 건물을 가진 지점이 꼭 필요하다면, 합법적으로 지점을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미국에서 은행들이 과거 주경계를 넘을 수 없는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시도했던 론오피스(loan office)처럼, 지점업무 가운데 한 가지만, 예컨대 대출 또는 예금만 취급하는 사무실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즉 금융기관법에서 정의하는 지점의 정의에 도전해서, 지점의 일부 기능만을 수행하는 사무실을 대안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현행법상 위법인지 여부를 법적 절차를 통해 한번 검증해 보기 바란다. 고정관념의 벽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능할 것인지 창의적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아울러 모 상호신용금고가 모 시중은행과 협약해서 금고에 제출할 대출서류를 은행지점에 제출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처럼, 거래은행과 협력관계를 통해 지점제약의 탈피를 시도해 보아야 하겠다. 이러한 협력은행과의 네트워크는 금고가 직면한 네트워크 한계를 보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상호신용금고의 영세기업고객이 성공해서 성장하면 금고의 대출한도를 벗어나는 자금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소규모 상호신용금고는 거래은행과 연계해서 은행의 영세기업에 대한 대출에 참여(loan participation)할 수 있다. 은행은 상호신용금고가 부담할 수 있는 위험을 초과할 때 참여하거나, 상호신용금고의 대출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에 참여할 수 있다.
(2) 주문배수시대로부터 주문창출시대로 가야 한다
과거에는 고객이 금융기관을 찾아왔던 시대를 살았다. 이 때는 금융기관들이 앉아서 고객의 주문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주문배수(Take Order)'의 시대였다. 이제는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고객을 찾아가서 주문을 받아와야 하는 '주문창출(Make Order)'의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틈새시장에서 편리성과 편의성이 상호신용금고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비교우위인 만큼, 일반 은행들이 관심이 높은 지역에 함께 진출해서 경쟁하려 하지 말고, 시 이하의 지역, 외딴 지역, 교통이 후진 마을 등에 모빌금고를 통해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상호신용금고가 은행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타이밍(timing)이라는 편리성이다. 대출자금의 가치는 금액의 크기뿐만 아니라 자금이 공급되는 타이밍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 동일한 금액의 대출금도 부도직전 또는 직후에 공급하는 가에 따라 대출자금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다를 수 있다. 은행에 비해 신속한 대출이 가능하다면 이자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민들이 더 많은 돈을 내며 새마을호를 타는 까닭은 꼭 안락해서뿐만 아니라 빨리 가기 때문임은 고객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급행료를 낼 용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상호신용금고의 기동력을 이용해서 급행료(고금리)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3) 우량고객을 알아야 한다
상호신용금고가 영업하는 틈새시장은 은행처럼 대중을 상대로 영업하는 곳이 아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량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이 신규고객을 창출하는 것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먼저 상호신용금고의 수익에 가장 기여하는 우량고객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고객별 수익성분석 소프트웨어도 출현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어느 고객이 대접을 받아야 할 고객인지 선별할 수 있다.
우량고객의 특성을 파악한 다음에는 우량고객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파악하고, 현재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한 다음에 우량고객의 특징을 가진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상호신용금고는 수익성 높은 우량고객으로 하여금 금고가 그들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을 알게 하며, 이들 고객에게 충성을 다해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에게 사은품을 주더라도 고객의 기여도에 따라 각기 다른 선물을 제공해야 한다. 우량고객 명단을 가지고는 금고가 제공하는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른바 교차판매(cross-sell)를 시도해야 한다.
상호신용금고는 우량고객을 확보했으면 그 우량고객이 성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영세기업이나 상공기업의 경우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우수한 종업원을 선발하거나 연수하는 일일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 정부나 비영리기관에서 제공하는 연수프로그램을 파악해서 소개할 수도 있다.
가급적이면 고객기업으로 하여금 해당 분야와 산업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도록 대출자금 지원을 해야 하겠지만, 만약 도저히 현재 상태로는 자금지원을 할 수 없는 기업이라도 매정하게 잘라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상호신용금고는 기술적 정보를 제공하고, 재무상태가 안정적이 되면 금고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그렇게 되도록 도와 줘야 한다.
(3) 은행보다 편리해야 한다.
편의성을 비교우위로 삼고 있는 상호신용금고는 은행과 똑같은 시간에 개점하고 똑같은 시간에 폐점하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상호신용금고의 주된 고객 층인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의 사장들은 낮에는 매우 바쁜 사람들이다. 이들 고객들이 원한다면 저녁에라도 상호신용금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업시간이 신축적이어야 한다. 은행은 ATM을 설치해서 365일 서비스체제에 접어들었는데, 상호신용금고만 낮과 주중에만 서비스한다면 손을 뒤로 묶고 경주하는 것과 같다.
은행은 다양한 고객 니드를 충족시키려 하지만, 상호신용금고는 특정 틈새시장에서 전문화를 통해 찾아야 한다. 예컨대 여성기업인들에 대한 대출에 전문화할 수도 있다. 이들은 과거 비즈니스 경력도 없고 시장에 내세울 집안 내력도 없다. 그저 아이디어와 직장경력이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상호신용금고는 대출심사 역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기동력이 약할 뿐만 아니라 시력도 나빠진 고객들이 바로 고령고객들이다. 상호신용금고 가운데 고령고객들이 많은 곳에서는 고령 고객들이 편리하도록 창구에 비치하는 서식을 큰 활자로 인쇄해서 이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동일한 직원이 항상 이들을 맞아 따듯한 인사와 대화로 위안을 드리면서 마치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 비록 저축예금금리가 좀 낮더라도 자기를 특별고객으로 대접해 주는 상호신용금고를 찾을 것이다. 이들 고객 층은 대출수요가 없는 저축고객들이다. 이들 고객들에게 잘만하면 확실하고도 안정적인 예금 원을 확보할 수 있다.
(4) 상호신용금고의 브랜드를 활용하자
상호신용금고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금융기관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형 상호신용금고는 전국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신용을 쌓았다. 전국적으로 공신력을 가진 상호신용금고는 그 이름 즉 브랜드를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상호신용금고의 주된 고객 가운데 하나인 영세기업 가운데는 벤처기업도 있을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광고한다. 그렇지만 고객들은 과거에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의 벤처기업이 광고하는 상품의 품질이나 서비스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주문하면 제 때 배달이 될 것인지 불확실하다. 이 때 상호신용금고가 벤처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이 기업은 우리 금고의 우량고객입니다.'라는 인증을 해당 벤처기업의 홈페이지에 광고형태로 해 줌으로써 벤처기업의 신용을 확인해 줄 수 있다. 가짜 신용카드가 범람하는 세상인지라 벤처기업들도 자기들이 판매하는 상품대금을 구매자로부터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불안하다. 이 때 상호신용금고가 고객을 대신해서 현실세계의 국제무역관행에서 말하는 소위 신용장(L/C)을 전자로 발행해서 벤처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다. 즉 상호신용금고는 거래쌍방으로부터 신뢰받는 중개자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자료: 월간 상호신용금고 (2000. 3)
상호신용금고업계와 은행업계가 금융시장에서 점유해온 위상의 변천과정은 일반 상점, 특히 식료품 상점과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수퍼의 상대적 위상 변화에서 유의한 시사점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마을과 골목마다 수많은 식료품 상점들이 있었지만, 지하에 대형 수퍼를 가진 할인점과 백화점이 들어섬에 따라 골목마다 자리잡고 있던 식료품 상점들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대량구입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박리다매하는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수퍼를 마을에 있는 식품점들이 상대하기가 버겁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식품점들이 문을 닫았다.
작은 상점들을 위협하는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이 등장한 것처럼 금융시장에도 상호신용금고업계에 위협적 요인이 되고 있는 많은 변화들이 진행되어 왔다. 첫째, 규제완화가 이 시대를 특징 짓는 키워드가 되었다. 정부가 은행산업을 엄격하게 규제하던 시절에는 금융시장은 언제나 자금초과수요 상태였으므로 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고금리 저축상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상호신용금고업계는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하며 영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금리자유화로 은행들이 고금리 저축상품을 제공함에 따라 금리규제시대에 상호신용금고업계가 향유했던 고금리 저축상품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증권시장의 호황으로 저축성 자금이 증권회사와 투자신탁회사의 펀드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둘째, 정보화라는 물결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보를 수집, 축적 및 활용하는 비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상호신용금고 업계는 지금까지 적어도 소재하고 있는 지역의 대출고객에 관한 정보에 관한 한 은행보다 월등한 비교우위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지역에 밀착경영을 한 결과 고객에 관한 정확한 신용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의 발달로 은행도 금융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능력이 배가되었다. 은행들도 고객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고, 이를 축적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그 정보를 분석해서 고객별 신용평점을 신속하게 계산할 수 있는 신용평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은행들이 고객별 신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어서 대출자금을 제공할 수 없었던 고객들에게도 신용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것은 지금까지 지역금융기관으로써 지역고객들에 대한 정보의 우위를 통해 상호신용금고업계가 향유해 오던 비교우위가 잠식당하고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금융자율화와 겸업화로 은행이 신상품 개발에 관한 자율 폭이 확대됨에 따라 은행들은 상호신용금고 업계와 매우 비슷한 저축성 상품들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은행은 저축상품뿐만 아니라 거래계정서비스와 신용카드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 그룹기업이나 대기업에 치중하던 은행들이 이제는 중소기업대출과 소비자대출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을의 식료품 상점 고객들이 할인점과 백화점의 수퍼에 몰려들듯 종합금융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들은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상호신용금고업계의 앞날은 절망적인 것처럼 보인다.
2. 상호신용금고업계는 어디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수퍼가 성업한다고 해서, 마을의 식품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록 예전처럼 수가 많지는 않으며 번창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을에는 아직도 성업하고 있는 식품점들이 있다. 그 이유는 마을에 있는 식품점은 밤늦게 아기에게 우유를 먹여할 시각에 분유통이 바닥이 난 것을 깨달은 산모가 새벽 1시에 식료품가계에 전화를 걸어 아기용 분유를 배달해 줄 수 있느냐고 할 때도 잠자리에서 나온 식품점 주인이 아기가 잘 크는지 안부를 물으면서 기꺼이 응해주는 친절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수퍼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유기물 농산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점들도 번창하고 있다. 그것 역시 수많은 상품들을 진열해야 하는 백화점에서는 유기물 농산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점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록 백화점식 장사를 하고 있는 대형은행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상호신용업계에도 비비고 들어갈 여지가 아직은 남아 있어 생존의 희망이 있음을 시사한다.
상호신용금고업계는 마을의 식품점이나 유기 농산물 전문점의 생존전략에서 살아갈 힌트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은행이 눈독을 드리지 않고 있는 틈새시장(niche market)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상호신용금고업계가 비교우위를 갖고 경쟁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개인적 고객관계가 중시되는 지방기업, 영세상공인, 일반 서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부문이다. 지역 연고에 기반을 둔 상호신용금고는 전국 지점망을 가진 대형은행이 가질 수 없는 비교우위인 지역 고객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호신용금고는 지역의 대출고객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은행은 대출고객에 대해 과거 대출금액, 연체경력 등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정보를 수집하기가 십상이지만, 상호신용금고는 대출고객에 관해 기업가로써의 자질이나 평판, 부하직원들이나 이웃의 평판에 관한 정보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대출을 해 준 이후에도 지역밀착 경영을 하고 있는 상호신용금고는 고객이 대출자금을 약속한 용도에 사용하는지를 은행에 비해 정확히 감시할 수 있다. 대출고객도 평소 자기를 잘 알고 있는 상호신용금고에게는 자기의 현재 상황을 보다 더 정직하게 밝힐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도의적 해이 문제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방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즉 상호신용금고는 은행에 비해 대출의 사후관리에 따른 감시비용(monitoring cost)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것은 비록 고객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도 상호신용금고는 대출을 행할 수 있는 비교우위가 있음을 뜻한다. 마치 자동차에 좋은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으면 속도를 내다가도 위험에 직면하면 쉽게 정지할 수 있으므로 그렇지 못한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대출에 문제가 발생하면 금방 알아채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상호신용금고는 비록 사전적으로 고객의 신용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도 대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대형은행은 아무래도 주어진 규정에 따라서 경직적으로 대출을 취급할 가능성이 높아 대출심사가 형식에 치중하고 관료적일 가능성이 높다. 일선 지점에 있는 대출담당자가 현장의 특성에 따라 예외적으로 대출을 취급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그렇다고 본부에 있는 대출심사역이 현장의 사정을 파악해서 적절하게 예외 취급을 인가해 주기도 어려우며, 본점에서는 수많은 지점에서 행하는 대출에 대한 감시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호신용금고는 새벽 1시에 전화를 걸어도 문 닫았다고 거절하지 않고 아기 분유를 배달해주는 마을의 식품점처럼, 고객의 필요에 따라 대출상품의 조건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인간적일 수 있다. 대출담당자가 항상 현장과 가깝게 있어 현장의 필요에 다라 예외로 취급하는 신축성을 보일 여지가 상대적으로 높다. 예컨대 부도위험에 직면한 어느 기업의 대출서류에 사장의 서명날인이 꼭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사장이 급성맹장으로 수술을 받게 되어 불가능한 경우, 신뢰할만한 고객이면 사장의 서명날인을 후에 받기로 하고 구두약속만으로도 대출자금을 공급해서 부도를 막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는 것이 상호신용금고이다.
상호신용금고는 대형은행에 비해 일선 담당자에게 보다 큰 재량권을 허용할 수 있는 것도 비교우위이다. 은행에 비해 상호신용금고가 일선 직원들에게 더 큰 재량권을 허용할 수 있는 까닭은 최고경영자로부터 일선 대출담당자 사이의 단계가 단순해 최고경영자가 문제성 있는 대출을 쉽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선 담당자가 문제성 있는 대출을 감추기가 어려워 대출에 대한 사후감시를 게을리 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자가 부하직원들의 행위를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부하직원들에게 더 큰 재량권을 허용할 수 있다.
대형은행은 상호신용금고만큼 고객에게 개인적 관심과 배려를 해주기 어렵다. 그 이유는 고객들이 광범위한 지역에 산재해 있어 개별 고객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은 대체로 정보가 공개적으로 수집 가능한 고객을 우선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 고객관계를 통해 신용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이 거래은행을 바꾸는 비율도 상호신용금고보다 높다. 더욱이 최근에는 은행들이 고객의 편의와 은행 자체의 비용절감을 위해서 고객들로 하여금 ATM 이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고객과 은행과의 대면관계를 절단하고 있다. 반면에 상호신용금고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예금고객과 대출고객과의 긴밀한 개인적 유대관계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밀착 경영을 통해서 동일한 직원이 장기간 같은 고객을 접할 수 있어 은행지점의 객장에서 텔러가 고객을 맞는 것보다 훨씬 친절하고 개인적인 배려를 할 수 있다. 고객의 직함을 불러주면서 맞이하는 것은 대형은행으로써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비교우위이다.
예금고객들이 모두 수익만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고객들도 항상 가격(대출이자)만 보고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부도위기에 직면할 때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탈출방안을 함께 찾아보는 금융기관을 선호하는 고객이 있다. 그러므로 상호신용금고의 목표고객은 비록 개인적이고 친절한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치르더라도 은행의 불특정 다수고객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 고객들이다. 상호신용금고는 한 지역에 지점도 없이 오랫동안 기반을 둘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오히려 비교우위로 전환해야 한다.
3. 창의와 도전
(1) 지점설치 불가는 운명적인가?
상호신용금고 업계는 지점을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을 영업신장의 한계로 인식하고 있는데, 지점규제를 우회할 방도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우선 지점은 꼭 벽돌로 만든 건물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접점이면 그것이 건물이던 트레일러이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빌(mobile)금고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상호신용금고가 소재하고 있는 가까운 지역에 경제활동이 활발해서 지점을 설치하고 싶은 그런 장소가 있다면 매일 정해진 시각에 트레일러로 한차례 순회할 수 있다. 그것을 트레일러를 지점으로 보아 이를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이 있는지 재확인해보고, 설사 그러한 규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바꿔보는 것은 지점규제를 바꾸는 것보다 용이할 것이다. 중소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상호신용금고는 도심지와 거리가 먼 곳, 특히 은행이 지점을 설치하지 않은 특정 마을이나 기관에 모빌금고를 순회시키며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정말 벽돌로 진 건물을 가진 지점이 꼭 필요하다면, 합법적으로 지점을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미국에서 은행들이 과거 주경계를 넘을 수 없는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시도했던 론오피스(loan office)처럼, 지점업무 가운데 한 가지만, 예컨대 대출 또는 예금만 취급하는 사무실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즉 금융기관법에서 정의하는 지점의 정의에 도전해서, 지점의 일부 기능만을 수행하는 사무실을 대안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현행법상 위법인지 여부를 법적 절차를 통해 한번 검증해 보기 바란다. 고정관념의 벽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능할 것인지 창의적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아울러 모 상호신용금고가 모 시중은행과 협약해서 금고에 제출할 대출서류를 은행지점에 제출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처럼, 거래은행과 협력관계를 통해 지점제약의 탈피를 시도해 보아야 하겠다. 이러한 협력은행과의 네트워크는 금고가 직면한 네트워크 한계를 보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상호신용금고의 영세기업고객이 성공해서 성장하면 금고의 대출한도를 벗어나는 자금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소규모 상호신용금고는 거래은행과 연계해서 은행의 영세기업에 대한 대출에 참여(loan participation)할 수 있다. 은행은 상호신용금고가 부담할 수 있는 위험을 초과할 때 참여하거나, 상호신용금고의 대출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에 참여할 수 있다.
(2) 주문배수시대로부터 주문창출시대로 가야 한다
과거에는 고객이 금융기관을 찾아왔던 시대를 살았다. 이 때는 금융기관들이 앉아서 고객의 주문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주문배수(Take Order)'의 시대였다. 이제는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고객을 찾아가서 주문을 받아와야 하는 '주문창출(Make Order)'의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틈새시장에서 편리성과 편의성이 상호신용금고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비교우위인 만큼, 일반 은행들이 관심이 높은 지역에 함께 진출해서 경쟁하려 하지 말고, 시 이하의 지역, 외딴 지역, 교통이 후진 마을 등에 모빌금고를 통해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상호신용금고가 은행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타이밍(timing)이라는 편리성이다. 대출자금의 가치는 금액의 크기뿐만 아니라 자금이 공급되는 타이밍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 동일한 금액의 대출금도 부도직전 또는 직후에 공급하는 가에 따라 대출자금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다를 수 있다. 은행에 비해 신속한 대출이 가능하다면 이자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민들이 더 많은 돈을 내며 새마을호를 타는 까닭은 꼭 안락해서뿐만 아니라 빨리 가기 때문임은 고객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급행료를 낼 용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상호신용금고의 기동력을 이용해서 급행료(고금리)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3) 우량고객을 알아야 한다
상호신용금고가 영업하는 틈새시장은 은행처럼 대중을 상대로 영업하는 곳이 아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량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이 신규고객을 창출하는 것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먼저 상호신용금고의 수익에 가장 기여하는 우량고객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고객별 수익성분석 소프트웨어도 출현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어느 고객이 대접을 받아야 할 고객인지 선별할 수 있다.
우량고객의 특성을 파악한 다음에는 우량고객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파악하고, 현재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한 다음에 우량고객의 특징을 가진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상호신용금고는 수익성 높은 우량고객으로 하여금 금고가 그들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을 알게 하며, 이들 고객에게 충성을 다해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에게 사은품을 주더라도 고객의 기여도에 따라 각기 다른 선물을 제공해야 한다. 우량고객 명단을 가지고는 금고가 제공하는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른바 교차판매(cross-sell)를 시도해야 한다.
상호신용금고는 우량고객을 확보했으면 그 우량고객이 성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영세기업이나 상공기업의 경우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우수한 종업원을 선발하거나 연수하는 일일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 정부나 비영리기관에서 제공하는 연수프로그램을 파악해서 소개할 수도 있다.
가급적이면 고객기업으로 하여금 해당 분야와 산업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도록 대출자금 지원을 해야 하겠지만, 만약 도저히 현재 상태로는 자금지원을 할 수 없는 기업이라도 매정하게 잘라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상호신용금고는 기술적 정보를 제공하고, 재무상태가 안정적이 되면 금고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그렇게 되도록 도와 줘야 한다.
(3) 은행보다 편리해야 한다.
편의성을 비교우위로 삼고 있는 상호신용금고는 은행과 똑같은 시간에 개점하고 똑같은 시간에 폐점하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상호신용금고의 주된 고객 층인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의 사장들은 낮에는 매우 바쁜 사람들이다. 이들 고객들이 원한다면 저녁에라도 상호신용금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업시간이 신축적이어야 한다. 은행은 ATM을 설치해서 365일 서비스체제에 접어들었는데, 상호신용금고만 낮과 주중에만 서비스한다면 손을 뒤로 묶고 경주하는 것과 같다.
은행은 다양한 고객 니드를 충족시키려 하지만, 상호신용금고는 특정 틈새시장에서 전문화를 통해 찾아야 한다. 예컨대 여성기업인들에 대한 대출에 전문화할 수도 있다. 이들은 과거 비즈니스 경력도 없고 시장에 내세울 집안 내력도 없다. 그저 아이디어와 직장경력이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상호신용금고는 대출심사 역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기동력이 약할 뿐만 아니라 시력도 나빠진 고객들이 바로 고령고객들이다. 상호신용금고 가운데 고령고객들이 많은 곳에서는 고령 고객들이 편리하도록 창구에 비치하는 서식을 큰 활자로 인쇄해서 이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동일한 직원이 항상 이들을 맞아 따듯한 인사와 대화로 위안을 드리면서 마치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 비록 저축예금금리가 좀 낮더라도 자기를 특별고객으로 대접해 주는 상호신용금고를 찾을 것이다. 이들 고객 층은 대출수요가 없는 저축고객들이다. 이들 고객들에게 잘만하면 확실하고도 안정적인 예금 원을 확보할 수 있다.
(4) 상호신용금고의 브랜드를 활용하자
상호신용금고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금융기관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형 상호신용금고는 전국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신용을 쌓았다. 전국적으로 공신력을 가진 상호신용금고는 그 이름 즉 브랜드를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상호신용금고의 주된 고객 가운데 하나인 영세기업 가운데는 벤처기업도 있을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광고한다. 그렇지만 고객들은 과거에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의 벤처기업이 광고하는 상품의 품질이나 서비스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주문하면 제 때 배달이 될 것인지 불확실하다. 이 때 상호신용금고가 벤처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이 기업은 우리 금고의 우량고객입니다.'라는 인증을 해당 벤처기업의 홈페이지에 광고형태로 해 줌으로써 벤처기업의 신용을 확인해 줄 수 있다. 가짜 신용카드가 범람하는 세상인지라 벤처기업들도 자기들이 판매하는 상품대금을 구매자로부터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불안하다. 이 때 상호신용금고가 고객을 대신해서 현실세계의 국제무역관행에서 말하는 소위 신용장(L/C)을 전자로 발행해서 벤처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다. 즉 상호신용금고는 거래쌍방으로부터 신뢰받는 중개자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자료: 월간 상호신용금고 (2000. 3)
'형설지공 > 경제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전자화폐 (0) | 2001.03.03 |
---|---|
사이버 화폐시대 예감 (0) | 2001.03.03 |
공적자금은 공짜가 아니다 (0) | 2001.03.03 |
예금보험제도와 예금보험공사 (LG 주간경제) (0) | 2001.03.03 |
The Case Against Currency Boards System (0) | 2001.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