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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첫사랑의 한계효용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 직장일을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정채봉의 시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에 나오는 상쾌한 언어들이다. 우리는 항상 처음 경험하는 일에 가장 큰 감흥을 받는다. 첫사랑을 못잊어하는 것도, 새 옷을 즐겨 찾는 것도, 남이 갖지 않은 새 것을 원하고,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하는 용기도 모두 이에서 비롯된다.

이런 현상은 경제활동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무엇이든 첫 번째 단위의 소비에 가장 큰 만족을 얻고, 소비량이 늘어감에 따라 단위당 만족은 점차 감소하게 마련이다. 한 가구에서 두 차량을 구입할 때, 첫 번째 자동차에서 얻는 감흥이 훨씬 큰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소비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이나 행복감, 충만함을 경제학에서는 ‘효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소비단위를 하나씩 증가시킬 때마다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효용을 ‘한계효용’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모든 상품의 첫번째 소비에서 가장 큰 한계효용을 누린다. 소비단위가 늘어날 때마다 처음의 만족이 감소하는 것은 한계효용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것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는 ‘새 것’과 ‘처음’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경제법칙이다. 첫사랑의 감정이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같은 종류의 그 어떤 사랑보다도 첫사랑의 한계효용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한계효용은 모든 상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소비자는 결코 자신의 한계효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물과 다이아몬드의 예를 들어보자. 물은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중요한 생활필수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는 물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왜 그러한가? 물은 흔하여 새로움이 없고 따라서 한계효용이 작지만, 다이아몬드는 희소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다이아몬드의 한계효용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번에는 물 한 방울 없는 무인도에서 생활하는 로빈슨 크루소를 상상해 보자. 그곳에서는 물이 귀하고 새롭기 때문에 물 한잔의 한계효용이 매우 커질 수 있다. 산 정상에서 판매하는 청량음료가 시장에서보다 훨씬 더 비싸지 않은가.

18세기에 경제학자들은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싼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들이 가치의 비밀을 터득하는 데에는 무려 100년이 걸렸다. 그것은 바로 상품의 가치가 전체소비량에서 얻는 효용의 합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 단위마다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한계효용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계효용이 큰 제품을 개발해야만 재화(財貨)의 가치를 높이고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새 기능을 추가하여 차별화시켜야만 새로움에 높은 한계효용을 부여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것이 어디 소비뿐이랴. 이 칼럼도 매주 참신한 내용이 가득해야만 독자의 한계효용을 처음처럼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해도 항상 처음처럼 느끼게 만든다면, 높은 수준의 한계효용을 만끽하며 삶의 질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시의 제목처럼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한계효용은 체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