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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모기도 국민소득 늘린다?

여름철에는 어김없이 모기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올해에는 북쪽에서 내려올 낯선 말라리아 모기까지 걱정해야 한다니,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름철에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모기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사계절로 바람잘 날 없는 한국의 국민소득이 평생동안 모기 걱정 없는 타히티섬보다 더 높게 평가된다는 사실이다. 모기 때문에 살충제를 만들어야 하고, 추위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는 활동이 모두 국민소득을 증가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림 같은 해변에서 상하(常夏)의 여유를 만끽하는 편이 훨씬 좋을 텐데, 통계로 계측되는 소득은 더 낮게 평가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민소득은 국민의 후생이나 생활의 윤택함을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없는가. 왜 이런 괴리가 나타나는가.

국민소득은 국내총생산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국내총생산(GDP)은 ‘일정기간 동안에 국내에서 거래된 최종생산물의 가치를 경상가격으로 합계’한 것이다. 경제학의 모든 ‘정의’가 그렇듯이 상당히 어려워 보이는 설명이지만 간략히 말하면 세 가지 요소로 설명된다.

즉, 일정 기간의 국내거래와 최종생산물, 경상가격의 뜻이 함축돼 있다 여기에서 ‘국내’
를 ‘국민’으로 바꾸면 국민총생산(GNP)이된다. 전자는 지역 중심으로 국내를 대상으로 하고, 후자는 국적 중심으로 평가하는 개념인데 최근에는 GDP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일정기간 거래’는 통상 1년 동안 시장에서 거래된 재화와 용역을 말한다. 축적된 부(富)와 국민소득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99년의 GDP는 그 해의 생산을 포함할 뿐 과거에 축적된 부를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시장거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화가 덜 된 나라의 국민소득은 저평가되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김치를 담글 줄 모르는 젊은 세대는 시장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국민소득을 증가시킨다. 즉, 같은 김치를 먹어도 부모세대보다 더 많은 국민소득을 창출하는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금(金)치라고 부를 수도 있으리라.

GDP는 경상가격이 기준이 되므로 물가가 올라가면 생활은 어려워져도 소득은 덩달아 올라간다. 달러가치로 환산할 경우에는 일단 국내가격으로 측정한 다음에 환율로 나누기 때문에, 환율이 내려가면 역시 달러표시 국민소득은 상승한다.

환율로 인해 국민소득에도 인플레 현상 이 나타나는 셈이다. 한때 1만 달러 소득이 무너질까봐 환율을 인상하지 못했다는 근거 없는 풍문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셈이다.

공해를 배출하는 산업을 많이 유치해도 환경에 관계없이 소득은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민총공해(GNP:Gross National Pollution)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따라서 국민후생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활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국민후생지표 (GNW:Gross National Welfare)를 만들어야만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산과 국제비교의 편의성 때문에 아직도 많은 나라가 GDP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GDP는 국민의 후생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절대지표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어떻게 삶의 질을 시장에서 거래된 생산물의 가치만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

GDP는 단지 국민경제의 총량과 성장추세를 개략적으로 측정하는 지표일 뿐이다. 비록 1인당 소득이 낮게 평가되더라도 윤택한 삶의 질이 보장된다면 누가 이것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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