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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기업 확장과 거래비용

젊은 사람들은 연인이 생기면 몇가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모든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사소한 일에도 웃게 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며, 용돈은 항상 적자가 난다. 들려오는 노래가 모두 자기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586에서 286컴퓨터로 전락한 것처럼 맹한 느낌을 갖기도 한다. 전화요금이 갑자기 많이 나오는 것 역시 급격한 변화다.

연인의 교제비용을 경제학에서는 거래비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독립된 두 주체 사이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비용을 말한다. 거래에 직접 수반되는 전형적인 비용의 사례는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되는 복비(福費)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등록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도 모두 거래비용에 해당된다. 거래비용은 항상 다른 경제주체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부동산을 내가 사서, 나한테 팔 수 있다면 거래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주체와의 거래는 계약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완벽한 계약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약 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예기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미처 계약서에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거나 계약의 해석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외부에서 공급받은 원재료의 품질이 기대만큼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이 현재화될 때 거래비용도 현실화된다. 분쟁이 관례에 따라 원만히 해결될 때도 많지만 엄청난 거래비용을 유발할 때도 많다.

얼마 전 쉼표 하나를 잘못 찍어 무려 7000만달러의 거래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바로 세계 제2의 항공기 제작기업인 록히드사가 계약서에 쉼표 하나를 잘못 찍어 부담하게 된 비용이다. 군용수송기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물가연동률에 쉼표를 잘못 찍은 것이 이렇게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물론 록히드사는 계약의 수정을 고객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실과 잘못된 계약의 이행에 따른 손실을 저울질한 끝에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것 역시 제3자와의 거래관계에서 발생된 전형적인 거래비용에 해당된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시장은 불완전하며, 사람의 판단은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는 항상 존재한다. 거래비용이 부담스러워지면 기업은 외부와의 거래 대신 자신이 직접 생산하는 것을 선택한다. 즉 부품을 직접 만들 것이냐, 살 것이냐(make or buy)에서 전자를 선택한다. 그래서 하청업체 대신에 자신이 직접 계열기업을 설립해 버린다. 이 때문에 기업의 다각화가 등장하는 것이다. 남의 골프장에 부킹하기가 힘드니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외부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내부화시키는 전형적인 사례다. 불필요한 것 같은 계열기업도 사실은 거래비용의 절약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이 불완전할수록 거래비용은 많아지고, 자신이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아진다. 다시 말하면 거래비용이 바로 기업을 설립하고 확장하는 본질적 원천이 되는 것이다. 두 남녀가 교제비용을 줄이고 한 살림을 차리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물론 한 살림 차리는 내부의 비효율이 높다면 거래비용의 내부화는 당연히 실패로 돌아간다. 대기업의 조직비대화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하는 ‘X-비효율’도 거래비용 내부화의 부작용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아웃소싱을 한다. 한 살림 차린 후에 오히려 싸우거나 외박하는 날이 많을 때, 옛날을 회상하며 후회하는 인간사가 모두 이에 해당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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