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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경제파괴 행위를 중단하라

정치판이 점입가경이다. 시민단체들이 비리ㆍ무능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낙천·낙선운동을 펴며 무엇인가 바꿔보겠다고 나섰다.

각 정당들은 이를 교묘하게 역이용해 다른 계파의 후보자들을 낙천시키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겨 지지기반을 넓히고 있다. 탈락한 낙천자들은 억울함을 하소연하면서 신당을 만들고 또 다른 지역정당을 획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들이 지역정당이나 사당(私黨)으로 전락하고 정치는 뒤로 한 채 표 모으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문제는 IMF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겨우 일어선 경제가 이와 같은 숨막히는 타락정치 바람에 밀려 언제 다시 쓰러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총선을 의식해 개혁이 멈춘 지 이미 오래다. 경제개혁의 마지막 차례라는 공기업 민영화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손도 못대고 있다. 대우와 투신사 구조조정은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도 불구하고 얼마가 들지 모르는 공적자금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사회를 내세우면서도 국민연금제도 개선은 이해당사자들간의 갈등과 불만을 우려해 슬며시 꼬리를 감췄다. 그런가 하면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갖가지 세제지원책, 개발정책, 부채탕감 등 재원도 없는 선심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정부 빚은 200조원에 이르는데 국민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세수초과분을 선심지출에 쓴다고 나서 선거를 위해서라면 후손들에게 주는 부담으로라도 넘기겠다는 무리수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래서야 경제가 어떻게 살아난단 말인가. 설상가상으로 경제의 대외여건이 악화일로에 있다. 원화는 지속적으로 절상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엔화는 급격한 절하추세를 기록해 수출 길이 막히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으며 실물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유가는 급등하고 호화사치품의 수입이 급증해 무역수지 악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 1월 4억달러 적자에 이어 2월말 적자가 2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게다가 빈번한 외국자본의 유출입은 투기를 고조시켜 코스닥시장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만들었다. 또 단기외채까지 증가하고 있어 IMF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선거에 경제가 휘말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의 생계기반인 경제를 인질로 자신들의 표만 챙겨온 것이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다. 문제는 경제에 피해를 주는 차원을 떠나 아예 먹이로 희생시키는 것이다.

정경유착 병으로 경제가 쓰러진 IMF 위기가 바로 엊그제 아닌가. 그로 인해 200만명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참담한 실업의 고통을 겪고 중산층은 자생력을 잃어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판의 경제파괴 행위가 다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IMF 위기를 극복하고 겨우 비틀거리는 경제에서 말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치인들인가. 실로 국민을 경제비극의 수렁으로 다시 밀어넣지 않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현재와 같은 정치싸움판을 집어치워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비리에 연루되거나 자질이 안되는 사람들은 물러나야 한다. 그리하여 참신하고 양심적인 세력들이 새로운 국회를 구성하고 진실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