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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콜럼버스와 실패한 기업가

콜럼버스의 달걀’은 처음 시작하는 일의 어려움과 발상의 전환을 비유하는 일화다.

소년시절부터 탐험정신이 가득했던 콜럼버스는 선장의 딸과 결혼한 후, 서쪽항로의 꿈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 모험을 위해 여러 왕가에 도움을 청원했지만 영국도, 프랑스도 모두 우스꽝스런 얘기로 외면해 버렸다. 그러다가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역사적 대발견을 하게 된다.

시대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에게도 많은 사람들의 시기와 비난이 뒤따랐다. “서쪽으로 가면 누구나 신대륙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무엇이 그리 대단한 일이냐”는 비아냥이었다.

어느날 콜럼버스는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 앞에서 “누가 달걀을 세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과연 누가 타원형의 계란을 세울 수 있겠는가. 조용해진 사람들 앞에서 콜럼버스는
계란의 모서리를 평평하게 두드려 깬 다음 책상위에 세워 놓았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제서야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중얼거렸다.

달걀을 세운 그의 기지와 발상의 전환이 곧 대발견을 하게 된 모험정신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모험정신을 지원한 스페인은 전쟁 한번 치르지 않고 광활한 영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달걀의 교훈은 경제에도 그대로 살아있다. 시장경제는 슘페터가 지적한 대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창조적 파괴를 거듭하는 기업가 정신에 의해서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가는 이윤을 ‘발견’하기 위해 생산활동을 영위한다. 그 이윤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원천에서 발생한다.

첫째는 위험부담에 대한 대가이고, 둘째는 시장의 불균형에 따른 일시적 이익, 셋째는 불공정거래를 통한 부당한 혜택이다. 이 세 가지 중 비난받아야 할 이윤의 원천은 불공정거래로부터 얻게 되는 부분이고, 다른 요인에 의한 이윤은 아무리 많아도 비난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기업가를 움직이는 힘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부담에 대한 대가(premium)로서의 이윤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사회적으로 장려돼야만 한다. 그래야만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이 살아남아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 프리미엄은 당연히 위험을 좇아 선택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제한된 특권인 셈이다. 반대로 모험을 기피하는 사람은 프리미엄을 받을 기회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과연 위험을 선호하는 기업가 정신이 있는가.

1000만원을 투자해 실패할 확률이 50%이고, 100%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50%라고 하자. 이 경우 평균적인 기대값은 원금 전액손실 가능성(0×0.5)과 100%수익기대값 (2000×0.5) 이므로 결국 원금과 같다.

전액을 날려버릴 위험의 확률이 50% 이상으로 올라가도 투자를 하면 위험을 선호(risk-loving)하는 것이고, 수익의 확률이 50% 이상 더 올라갈 경우에만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위험을 기피(risk-averse)한다고 분류한다.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기업가는 위험을 선호하는 기질이 있어야만 그 어려운 투자결정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이다.

70년대 사막의 황무지에 건설수출의 바람을 몰아오고, 반도체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모험정신이 오늘 우리 경제를 가져오지 않았는 가. 물론 모든 모험적 투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모험이란 애초부터 실패의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시장경제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부도처리와 실패한 기업인의 퇴출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따라서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만 풍요롭게 지내는 폐습은 사라져야 하지만, 실패한 기업가를 사회의 공적(公敵)으로 몰아붙이는 풍토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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