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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취업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국내 중견 잡지사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K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곳이 잡지사의 자료실이 아니라 비서실이었다.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체격조건을 앞세워 사장 비서로 입사했지만 얼마 못 가 자료실로 부서 이동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사장이 보기에 사회초년병인 그가 회사 내 잡다한 상황을 꿰고 있으면서 조언까지 하는 비서직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한직으로만 보이는 자료실로 발령받자 K씨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직서를 하루에도 너댓번씩 썼다. 그러나 한달만 참고 견뎌보자고 마음을 다잡은 끝에 자료실 발령을 받아들였고 자격증까지 취득해 정사서가 됐다. 지금은 그가 자리를 비우면 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만큼 회사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가 전문 사서로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사장 비서실은 어느새 세번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신흥 건설업체 Y그룹은 유통·레저·정보통신 분야로까지 진출하면서 급성장하는 조직을 짜임새 있게 이끌어갈 자금담당 전무를 찾고 있었다. Y그룹 회장으로부터 직접 의뢰를 받은 지 2주가 넘도록 적합한 후보자를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웠다.


 


그러던 중 친지로부터 모 건설회사 상무였던 L씨를 소개받게 됐다. L씨는 재직하던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20여년 동안 다니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내내 하고 싶던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의 공부는 오랜 직장생활로 인해 나태했던 사고를 일깨워주었고 다양한 국적의 인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온화한 미소에 바위 같은 충직함이 느껴지는 그의 첫인상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사과정도 끝났고 재취업을 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Y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추진시켰고, 그는 이미 구한 자금담당 전무 대신에 계열사 사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실패나 실수의 대가로, 또는 회사 구조조정의 물결에 휩쓸려 원하지 않는 부서로의 이동이나 실직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는가.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한직에서의 경험이나 실직의 뼈아픈 경험은 후에 높은 자리에 올라 피라미드의 정점에서 회사 전체를 조망하는 입장에 처했을 때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좌천이나 실직이라도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한 더 낮은 움츠림으로 생각하자. 잠시 주류에서 밀려난다 하더라도 기회는 멀리 있지 않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에게 인생은 결코 무정하지 않다.
 
<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