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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인력구조조정의 후폭풍을 관리하라

자료출처: LG경제연구원/주간경제/강승훈 연구원님의 글입니다.

인력구조조정의 생존자(Survivor)들은 생존자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생존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인력구조조정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안을 살펴본다.

가족이나 친지, 혹은 친한 친구를 잃었을 때의 슬픔과 괴로움은 사람에게 말할 수 없이 큰 충격을 준다. 그렇다면 함께 일하던 동료가 감원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어떨까? 동고동락하던 동료의 빈 책상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IMF 이후 대규모의 고용조정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또한 인력구조조정 및 고용조정의 상시화로 ‘56도’나 ‘45정’이란 용어에 이어 이제는 ‘38선’(38세 정년)까지 무너졌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유연한 조직운영이 강조되는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인력감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며, 최근 일본 소니사나 독일의 분데스방크의 대규모 감원선언을 봤을 때, 이는 세계적 추세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은 인력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러나 경영자가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은 한가지 더 있다. 바로 구조조정의 희생자(victim) 1명 뒤에는 5~10명 이상의 생존자(survivor)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구조조정 후에 혁신을 이루어야 하고, 감원된 동료의 일까지 도맡아야 하는 주체는 감원의 생존자이다. 과연 우리는 인력구조조정의 생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인력구조조정의 그늘 : 생존자 증후군(Survivor’s Syndrome)

고용조정 후 조직에 남은 직원, 이른바 생존자들은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되고, 그것은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전쟁, 혹은 비행기 추락사고 등과 같은 재앙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보이는 반응과 유사한데 이를 ‘생존자 증후군(survivor’s syndrome)’이라 부른다.

감원 후 조직원들이 보이는 생존자 증후군의 가장 중요한 형태는 ‘누가 다음 차례인가?’의 문제 즉, 직무 혹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job insecurity)이라 할 수 있다. 계속적인 고용조정 과정에서 혹시 다음 감원대상자가 자신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생존자 증후군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적으로 구조조정 후에는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되고 사기가 급격히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감원으로 동료가 떠난 조직에서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극단적으로 ‘장례식장에서 웃는 행위’처럼 비추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침체된 모습을 보이기 쉽고, 그 결과 조직의 분위기는 대단히 어두워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종업원들이 느끼는 분노나 공격적 성향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감원이 불공정하다고 느껴질 경우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공격적 성향은 다음 감원의 발생시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주변의 동료나 상하급자를 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서원 혹은 팀원간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

셋째, 구성원들은 계속 이어질지 모르는 인력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실패할 우려가 있는 혁신적인 업무나 변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오직 실수나 실패를 피하기 위하여 주어진 임무만 수행할 뿐 더 이상의 업무에 대하여는 의욕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넷째, 조직구성원들의 이직 의도나 이직률이 높아지는 등 이탈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직장을 구하기 쉬운 고성과자(High-performer)가 먼저 조직을 떠나고 조직에는 오직 저성과자만 남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미 많은 기업이 겪은 바 있고, 경영자들도 인력구조조정의 주된 부작용 중 하나로 우수인력의 유출을 꼽고 있다.

다섯째, 조직과 경영층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애정을 가지고 있던 직장과의 심리적 계약이 파기되고 그에 따른 배신감을 느끼게 되면서 경영층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작년에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는 생존자 증후군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 의하면, 감원 후 70% 이상의 응답자가 종업원의 사기가 저하되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종업원의 충성도가 감소했으며, 모티베이션 수준이 낮아졌고, 핵심 기술과 경험이 유출되었으며, 서로를 비난하는 문화가 생겼다는 등 감원이 조직구성원의 심리나 조직 문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생존자 증후군에 의하여 직무에 대한 만족도의 저하, 과도한 업무부담에 대한 불만 및 창의성 저하와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생존자 증후군의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인력 구조조정의 결실을 수확하지 못함은 물론, 오히려 조직 전체가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생존자 증후군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인가?


생존자 증후군의 최소화를 위한 5가지 제언

● 감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라

입시철의 초조한 수험생의 심정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불안한 상황이 닥칠수록 정보에 대한 욕구가 커지게 된다. 특히 대규모의 인원구조조정과 같은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어떤 형태로 얼마나 감원이 될 것인지(how), 누가 대상자가 될 것인지(who), 언제부터 감원이 일어나는지(when)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커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가 결여된다면, 조직내에는 각종 헛소문이 난무하게 되고 이것은 구성원의 불안감과 불신, 그리고 사기저하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이러한 부작용의 예방을 위해서는 정보의 제공을 통하여 종업원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통해 자칫 약화될 수 있는 조직에 대한 신뢰를 유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구성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하여 사실이 아닌 낙관론을 전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욱 큰 분노와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있는 사실을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지극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으므로 구성원의 오해를 막기 위해서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여러 번 반복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Daimler Chrysler사의 경우 이를 잘 실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인원구조조정을 실행하면서 현재까지의 진행상황 및 앞으로의 계획을 사내 신문 및 사내 방송국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종업원들에게 전달하였다. 그 결과 회사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모든 일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하였다.


● 감원에 대한 구성원의 이해를 얻어라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영자는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이 왜 필요한지, 감원으로 인한 비용구조의 개선의 정도는 얼마나 되는지, 그것이 경쟁력 강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구성원들의 감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은 물론, 그들로부터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좋은 예로서 리바이스사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1997년 미국과 캐나다 내 생산인력의 35%에 육박하는 인원을 감축하면서 당시의 CEO였던 Robert Haas가 직접 종업원들에게 구체적인 감원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CEO가 직접 감원의 이유, 즉 과다한 잉여생산능력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일부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으며, 인력구조조정이 비용절감을 위한 외국 이전의 전단계가 아님을 진실하게 설명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 하였다.

많은 연구들의 결과를 살펴보면 구성원이 감원의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을 하고 있고 감원이 회사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란 의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감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줄어들게 됨은 물론, 감원 이후에도 사기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감원대상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

누구나 사실상의 잠재적 감원대상자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감원대상자로 선정된 동료에게 회사가 얼마만큼의 지원을 하는가의 문제는 감원 생존자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을 회사에 충성해왔고, 또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부당한 대접을 받으며 회사를 떠나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면 감원 생존자에게도 감원대상자와 마찬가지로 배신감과 불만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감원대상자의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회사를 떠난 후의 삶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배려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겪을 수 있는 심리적인 충격을 치료하거나 변화된 환경에서의 가정생활 등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원과의 상담을 지원하는 것이 퇴직자에 대한 배려의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퇴사 후에도 계속하여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감원대상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에 대한 교육 및 알선 서비스와 같은 전직지원서비스(outplacement service)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Ericsson사의 경우 감원을 시행하면서 외부의 전직지원서비스 전문 회사를 통하여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였으며, 재취업 전문 상담자와의 1대 1 상담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퇴직자의 재취업을 최대한 지원하였다. 그 결과 많은 종업원들로부터 비록 회사를 떠나야 했지만, 회사가 자신들의 재취업을 도와주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자신들이 회사에 근무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등 바람직한 반응을 얻어냈다.


● 감원대상자를 인간적으로 대하라

흔히 ‘책상을 뺀다’라는 표현을 쓴다. 어느 날 출근해 보면 자신이 사용하던 책상이 사라지고, 이것은 회사에서 퇴출되었음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런 식의 감원 통보를 사용하는 회사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예전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Cap Gemini란 회사에서는 종업원들이 자신이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음성 이메일을 통해 통보했다고 한다. 동료들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당신은 해고 되었소‘라는 음성을 듣는 것이다. 이런 비인간적인 통보 방법은 비단 해고 대상자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감원생존자들에게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원의 대상은 불필요한 직무, 혹은 단순히 ‘자리’가 아닌 ‘인간’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직장을 떠남으로 인해서 한 인간과 그 가족의 삶이 변할 수도 있다. 또한 남아있는 사람들도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면서 회사를 떠나는 동료를 목격한 경우에는 당연히 회사에 대한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앞서 언급한 감원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영자들은 감원대상자들의 심리적인 충격이나 모욕감을 최소화하고 자존심이나 명예를 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인간적인 방향으로 감원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AT&T사의 경우 대규모의 감원을 시행하면서 관리자들의 올바른 대화법 및 행동기준을 만들어 교육시킴으로써, 종업원에게 가급적 상처나 모욕을 주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하였다.

●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라

감원시 발생하는 무력감의 증대나 통제력의 상실은 특히 구성원들이 감원 의사결정의 진행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을 경우 커지게 된다. 반대로 구성원들이 감원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과정에 참여를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었다면, 감원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짐은 물론 생존자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것은 중요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인력구조조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기여함은 물론,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흔들린 조직을 빠르게 재구축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자들이 간파하기 어려운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공기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미국의 Sky Chefs사는 지난 1990년대 초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적극적으로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즉 본사의 모든 종업원이 참여하는 모임을 개최하여 감원의 필요성과 그 규모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음은 물론, 종업원들이 적극적으로 감원의 진행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구조조정과 관련된 필요한 데이터를 종업원들로부터 얻었으며, 종업원들이 구성한 구조조정 위원회가 그러한 정보를 평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팀을 구성하여 정기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Sky Chefs사는 구조조정 및 인력구조조정 후에도 높은 수준의 사기를 유지하였으며, 생산성 증가와 영업이익의 증가가 현실화 되었다.

결국은 조직문화가 변해야

IMF 이전까지의 우리나라 기업은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온정주의적 기업문화가 지배해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인력운영의 유연성이 강조되는 현재의 경영환경 하에서는 그에 적합한 새로운 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은 각자가 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직장이 아닌 직업에 충실하고자 해야 할 것이며, 기업 역시 구성원들의 이런 변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개인의 경력개발을 지원하고 전문성을 강조하는 등의 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계속적인 인력구조조정에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