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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인터뷰]포항제철 유상부 회장 인터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겠다"

포항제철 유상부(劉常夫)회장은 "앞으로 포철이 눈에 띄게 달라질 것 "이라고 강조했다.

劉회장은 "포철이 민간기업으로 바뀐 만큼 공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관료적.고압적 자세에서 벗어나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겠다" 고 말했다. 민간기업으로 바뀐 포철의 劉회장을 양재찬 산업부장이 만났다.

- 민영화되고 석달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나.

"공기업 체질이 하루 아침에 바뀌긴 어렵다. 지난해부터 업무 프로세스 혁신(PI)작업을 추진했고, 전사적자원관리(ERP)와 통합공급망(SCP)을 도입했다. 내년 7월부터 이를 통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가동한다. 그러면 공기업 시절의 타성에서 벗어나 주주.고객.시장의 목소리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대신 회장은 힘들다. 그전에 1~2분만에 통과됐던 안건을 요즘에는 두시간 넘게 사외이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올해 1백10여건의 이사회 안건 중 10여건이 수정됐다."

- 거대기업이 제품 공급을 독점하다보니 횡포를 부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정한다. 고객(기업) 위에 군림하는 직원을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 그래서 감사실을 한 팀에서 네 팀으로 늘렸다. 민영화한 만큼 감사원과 국회 국정감사가 없어지므로 자체 감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고객과 함께 철강으로 만든 최종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공동 마케팅을 하고 고객의 제품 개발도 지원하겠다. 내년부터 열연제품을 고객이 주문한 뒤 물건을 인도하는데 한달 걸렸던 것을 14일로 줄이겠다. 고객 입장에선 16일간의 재고를 줄일 수 있으므로 금융 비용과 인력.창고 비용이 절감된다. 임직원의 사고와 행동을 고객의 눈높이로, 때로는 고객의 가슴높이로까지 맞추겠다."

- 내년에 세계적으로 철강경기가 어려워지리란 전망이 지배적하다.

"올해 세계 철강 생산량은 사상 최고다. 공급과잉에 따른 영향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선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철강이 속성상 가격이 싸다고 팔리는 것도 아닌데 공급물량이 많아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 그렇다면 포철부터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임직원에게 안전벨트를 매라고 했다. 갑자기 우회전할 지,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국 철강업계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전에는 경기순환이 4~5년 걸렸는데 요즘은 8개월이나 1년만에 빠르게 상황으로 바뀐다. 몇달만에 가격이 급등락한다."

- 일본산 핫코일이 밀려 들어오고 있는데.

"9월까지만 해도 t당 2백56달러에 수입되던 일본산 핫코일이 요즘 2백5달러에 들어오고 있다. 일본 제품은 커미션(종합상사 구전)이 포함돼 있어 실제론 1백97달러에 수입되는 셈이다. 국제시장 가격보다 상당히 낮다. 사실확인을 거쳐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업체와 싸우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 영업실적은 좋은데 시장에서 주가가 따라주지 않아 다른 기업들도 걱정이 많다.

"하반기 주가하락은 경제주체의 자만이 불러왔다고 본다. 허리띠를 빨리 푼 결과다. 자만은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 올해 여러 기업이 주가를 관리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이란 처방을 썼다. 큰 기업들이 동시에 하면 효과가 더 클텐데.

"민영화 과정에서 유통물량을 줄이려고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가격이 많이 내렸다. 개인적으론 시장의 유통 물량을 줄여 주가를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지속적으로, 시장이 인정할 때까지 해야 한다."

- 외국인 지분이 50%에 가까운데 경영상 특별한 대책이 있는지.

"외국인들은 정말 민영화가 됐느냐, 잉여자본은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를 많이 묻는다. 내 건강까지 체크한다. 외국인 주주는 주식 보유기간이 짧기 때문에 1년 이내의 경영성과에 대해 관심이 많다. 장기적 청사진은 물론 단기.중기 성과에도 신경쓰겠다. 내년 2월 미국 뉴욕에 가서 투자설명회(IR)를 가질 예정이다."

- SK의 차세대이동통신 사업에 2대주주로 지분 참여를 했는데.

"포철의 주력은 어디까지나 철강이다. 차세대이동통신 사업 지분 참여는 SK의 통신사업 능력과 포철의 자본력을 합친 것이다. 전문경영인을 중용하는 등 SK의 기업문화가 포철과 비슷하다. 새로운 통신시대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사업 아이템이 생길 것이다. 여기에 포철도 참여하겠다."

- 한때 포철 회장이 바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웃으면서)나는 직접 듣지 못했다."

- 박태준 전 총리와는 자주 만나나.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주로 일본에 계시기 때문에 자주 뵙지 못했다. 서울에 계실 때 한번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