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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투자은행(Investment Bank)

단순한 증권 중개만으로는 증권사 수익개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투자은행이란?

투자은행이란 개념은 1933년 대공황 이후 미국이 Glass-Steagall 법안을 제정하면서 은행업과 증권업을 분리한데서 비롯되었다. 주가폭락으로 은행들이 잇따라 파산하자, 투자위험이 높은 인수업무를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 취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데서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란 상대적 개념이 출현한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 의미의 투자은행이라 함은 유가증권 인수업무(Underwriting)를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투자은행으로는 메릴린치,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 투자은행의 주요 업무가 시간이 흐르면서 인수업무 중심에서 점차 M&A, 구조조정 컨설팅, 자산관리 등으로 확대되고, 또 유가증권 인수 대상도 주식, 채권 등과 같은 전통적 증권에서 파생상품은 물론 기업의 특정 상황과 목적에 부합되게 새롭게 설계된 소위 ‘최적 증권(Optimal Security)’ 차원까지 그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이와 같은 포괄적인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증권사를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투자은행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본력과 증권설계 능력이 핵심 성공요인

9월 현재 LG투자, 삼성, 대우, 동원 등 4개 증권사가 금융감독원에 장외파생상품 겸업 인가를 최종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은행을 비전으로 삼고 있는 증권사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들 증권사들의 공통점을 보면 일단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증권설계 능력, M&A 및 구조조정 능력, 리스크 관리 능력, 자문능력 등 투자은행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역량을 이미 오래 전부터 강화해 왔다는 점이다. 투자은행 사업에서는 특히 자본력과 증권설계 능력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만일에 하나 자금조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큰 증권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증권 발행이 불가능한 특수 상황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증권을 설계할 수 없다면 기업의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증권설계 능력이 투자은행의 핵심성공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투자은행 도약의 걸림돌

단기적으로는 국내 대형 증권사조차 현대적 의미의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야 겨우 장외파생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등 외국계 증권사에 비하여 증권설계 능력과 경험이 크게 부족하다. 그 결과 고객들로부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외국계 투자은행의 경우 외국계 상업은행과 제휴하여 투자은행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국내에서 업무영역 제한에 따른 사업기회의 상실은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국내 일부 대형 증권사는 산업자본이라는 한계 때문에 금융그룹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비록 국내 금융산업의 겸업화로 국내 증권사의 업무영역이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증권사가 사업영역에 대한 제한 없이 전세계적인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과 경쟁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