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IT경기의 미약한 회복세, 주가하락 및 자산 디플레이션 등의 국제금융불안,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등의 위기 요인들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경제는 국제금리 하락과 재고조정에 힘입어 지난 2002년 상반기 중에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이후 미국과 EU경제가 둔화되는 등 과거의 경기회복기에 비해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소강 국면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지난 90년대 이후 세계경기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IT경기의 미약한 회복세, 국제금융 불안,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03년에도 세계경제는 상반기까지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라크 전쟁 등 불안요인들이 해소될 경우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닥 탈출 이후에도 불안한 행보
먼저 세계 IT경기는 지난해와 올해 재고조정이 빠르게 이뤄졌지만 90년대의 과잉투자에 대한 조정이 계속되면서 전반적으로 수요 부진 상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컴퓨터와 통신장비 분야의 수요가 부진하며 2000년초 회복세를 나타냈던 반도체 가격도 하반기에 들어서는 다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IT 분야의 기술혁신이 기존 제품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한편 새로운 수요창출 효과가 단기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IT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국제금융시장도 90년대의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과 9.11테러 이후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급관리협회(ISM) 경기지수가 금년에 크게 개선된 반면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항공사, 보험사의 경영불안을 계기로 표출된 거대 기업의 돌연사 현상이 회계 부정 문제와 맞물려 에너지, 통신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의 국제자금 유입 금액이 감소하면서, 미국경제 뿐만 아니라 개도국 금융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풍부한 유입자금을 바탕으로 개도권으로 재투자하는 국제자금 중개기능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각국에서는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며, 2003년에도 중남미 금융환경은 크게 개선되기 힘들 전망이다.
주가하락과 디플레이션의 세계적 파급
국제금융 측면에서 또 다른 불안요인은 디플레이션의 진행에 따라서 금융정책이 무력화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1년 이후 11차례에 걸친 대규모 금리인하 정책이 실시됐지만, 주가하락이 지속되고 은행대출은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경제가 사상최대의 버블을 형성했다가 붕괴되는 과정에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버블이 붕괴된 이후에는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되고, 그 결과 금리인하를 통한 금융정책도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4%를 밑돌아 39년만의 최저수준이다. 2002년 1/4분기중 미국 주식시장에는 176억달러의 해외자금이 유입됐다가, 2/4분기에는 115억달러로 유입 규모가 줄었다. 한편 국채시장에서는 1/4분기중 외국인들이 30억달러 어치를 순매도했던 반면 2/4분기에는 43억달러의 순매수가 발생했다. 외국인자금이 채권 쪽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독일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4.4% 정도인데, 이는 직전 최고 수준이었던 3월의 5.3%에서 반년 사이에 0.9% 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이제 세계의 투자가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지양하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들도 국채 가치가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고 있지만 국채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리스크 회피 때문이다.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주가는 더욱 하락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야기되는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은 글로벌 디플레이션으로 파급되면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국제금융 협조정책이 가시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위기 요인들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이중침체(double dip)에 빠질 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돌발변수
세계경제 전망에 있어서 돌발변수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들 수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의회 승인과 우방국의 공격 지지, 병력배치 등이 완료되는 올 연말에서 내년 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국제유가는 지난 8월 중순 이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기 시작하여 배럴당 30달러(WTI 기준)를 웃돌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제유가에 ‘전쟁 프리미엄(배럴당 2∼4달러 수준)’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국제유가는 이라크를 둘러싼 긴장이 완전 해소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나서지 않는 한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실현될 경우, 국제유가(WTI 기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4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서도 유가 추이는 달라질 것이다. 단기에 큰 피해없이 전쟁이 끝날 경우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유가는 배럴당 25∼30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시나리오1). 반면 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배럴당 30달러를 크게 웃도는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시나리오2). 우려되는 것은 시나리오2의 경우로서, 세계소비 심리의 위축이 유가급등과 맞물려서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둔화시키거나 좌절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진권 경제 2%대 저성장 예상
여러 가지 불확실한 경제변수들을 감안할 때 세계경제는 2003년에도 불안한 행보를 지속하면서 소강 국면을 보일 전망이다. 권역별로 보면, 내년도 선진권 경제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지난해와 올해에 비해서 성장률이 높아지겠지만 전반적으로 회복세는 미진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상반기까지 침체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제는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한편 기업의 설비투자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2003년까지 2%대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나 국제금융위기 등 돌발변수가 극단적으로 악화되지 않을 경우 이중침체는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90년대의 IT 버블의 붕괴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 압력이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와 주택가격 상승 덕분에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던 민간소비는, 주식가격 하락에 따른 마이너스 자산 효과, 지나친 부채부담과 낮은 저축률이라는 악화된 가계 지출구조 때문에 향후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민간소비의 둔화로 인해 최종수요의 본격적인 증가 역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설비투자도 매우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경제는 대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출경기 회복에 힘입어 상반기 중에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였으나 내수부진으로 인해 앞으로도 성장세는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부문에서는 엔화 절상과 주요 시장인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로 인해 2003년에도 수출의 급격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수 역시 금융부실 문제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공공투자 부진 등을 고려해 볼 때 큰 폭으로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03년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0.7%로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경제는 수출 및 산업생산 부진에 따라 2002년에도 1%대의 저조한 성장세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2003년부터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부문의 완만한 성장에 힘입어 연간으로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최대국인 독일의 2002년 6월 제조업수주가 전월비 3.2% 감소하는 등 유로존 내 기업수주와 생산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연내 경기회복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또한 EU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경제의 연내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EU경제의 성장세 회복은 2003년에나 가서야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경제위축이 개도권 성장 제약
개도권 경제는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아시아 경제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중남미 경제의 위축 등으로 2003년 성장률은 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중국 경제는 수출과 외국인 투자 증가세가 유지되고, 민간 소비도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와 비슷한 7.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무역자유화와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는 금융과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남아경제는 수출이 완만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2003년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져 4%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이외에 민간소비와 투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03년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경제는 아르헨티나 금융불안이 베네주엘라, 우루과이, 브라질 등으로 확산되면서 2002년 성장률은 -0.5%로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경제의 커다란 변수인 브라질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IMF가 30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금융 지원을 결정했으나 이것이 10월 대통령 선거 후의 좌파 정권 수립 등의 영향으로 실패할 경우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기본적으로 금융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중남미경제는 2003년에도 1.8%의 저조한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러동구 경제는 주요 교역대상국인 EU의 경기침체로 인해 2002년에 3.5%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2003년에는 러시아 및 폴란드 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4%대의 회복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달러화 약세·국제금리 소폭 상승
연초 이후 엔/달러 환율이 130엔대, 달러/유로 환율이 0.89달러 수준을 유지했으나 4월 중순 이후 달러약세가 진행되면서 9월 21일 현재 엔/달러 환율은 123엔대, 달러/유로 환율은 0.98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일시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조로 정착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따라서 2002년 하반기에 엔/달러 평균환율은 118엔대를 기록, 상반기에 비해 9.6% 가량 절상될 것으로 전망되며 유로화 역시 10% 가량 절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미달러화 약세추세는 10여년에 걸친 미국경제의 고성장으로 인해 가려졌던 경상수지적자, 주가버블 등 구조적 문제에 따른 조정과정으로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의 불확실한 영향, 국제유가 향방 등이 달러화의 위상을 불안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1년 미국으로의 국제투자자금 순유입액은 3,940억달러, 경상수지 적자가 3,930억 달러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금년 1/4분기중 경상수지적자는 1,125억달러였던 것에 비해 자본순유입액은 910억달러에 그쳤다.
한편 국제금리는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부진한 가운데 증시불안, 추가테러 발생 가능성 등으로 인해 채권 수요가 증가하여 매우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국제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3년 하반기 이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의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2003년 하반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다소 긴축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국제금리 하락과 재고조정에 힘입어 지난 2002년 상반기 중에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이후 미국과 EU경제가 둔화되는 등 과거의 경기회복기에 비해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소강 국면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지난 90년대 이후 세계경기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IT경기의 미약한 회복세, 국제금융 불안,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03년에도 세계경제는 상반기까지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라크 전쟁 등 불안요인들이 해소될 경우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닥 탈출 이후에도 불안한 행보
먼저 세계 IT경기는 지난해와 올해 재고조정이 빠르게 이뤄졌지만 90년대의 과잉투자에 대한 조정이 계속되면서 전반적으로 수요 부진 상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컴퓨터와 통신장비 분야의 수요가 부진하며 2000년초 회복세를 나타냈던 반도체 가격도 하반기에 들어서는 다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IT 분야의 기술혁신이 기존 제품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한편 새로운 수요창출 효과가 단기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IT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국제금융시장도 90년대의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과 9.11테러 이후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급관리협회(ISM) 경기지수가 금년에 크게 개선된 반면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항공사, 보험사의 경영불안을 계기로 표출된 거대 기업의 돌연사 현상이 회계 부정 문제와 맞물려 에너지, 통신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의 국제자금 유입 금액이 감소하면서, 미국경제 뿐만 아니라 개도국 금융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풍부한 유입자금을 바탕으로 개도권으로 재투자하는 국제자금 중개기능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각국에서는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며, 2003년에도 중남미 금융환경은 크게 개선되기 힘들 전망이다.
주가하락과 디플레이션의 세계적 파급
국제금융 측면에서 또 다른 불안요인은 디플레이션의 진행에 따라서 금융정책이 무력화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1년 이후 11차례에 걸친 대규모 금리인하 정책이 실시됐지만, 주가하락이 지속되고 은행대출은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경제가 사상최대의 버블을 형성했다가 붕괴되는 과정에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버블이 붕괴된 이후에는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되고, 그 결과 금리인하를 통한 금융정책도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4%를 밑돌아 39년만의 최저수준이다. 2002년 1/4분기중 미국 주식시장에는 176억달러의 해외자금이 유입됐다가, 2/4분기에는 115억달러로 유입 규모가 줄었다. 한편 국채시장에서는 1/4분기중 외국인들이 30억달러 어치를 순매도했던 반면 2/4분기에는 43억달러의 순매수가 발생했다. 외국인자금이 채권 쪽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독일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4.4% 정도인데, 이는 직전 최고 수준이었던 3월의 5.3%에서 반년 사이에 0.9% 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이제 세계의 투자가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지양하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들도 국채 가치가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고 있지만 국채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리스크 회피 때문이다.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주가는 더욱 하락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야기되는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은 글로벌 디플레이션으로 파급되면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국제금융 협조정책이 가시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위기 요인들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이중침체(double dip)에 빠질 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돌발변수
세계경제 전망에 있어서 돌발변수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들 수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의회 승인과 우방국의 공격 지지, 병력배치 등이 완료되는 올 연말에서 내년 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국제유가는 지난 8월 중순 이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기 시작하여 배럴당 30달러(WTI 기준)를 웃돌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제유가에 ‘전쟁 프리미엄(배럴당 2∼4달러 수준)’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국제유가는 이라크를 둘러싼 긴장이 완전 해소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나서지 않는 한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실현될 경우, 국제유가(WTI 기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4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서도 유가 추이는 달라질 것이다. 단기에 큰 피해없이 전쟁이 끝날 경우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유가는 배럴당 25∼30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시나리오1). 반면 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배럴당 30달러를 크게 웃도는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시나리오2). 우려되는 것은 시나리오2의 경우로서, 세계소비 심리의 위축이 유가급등과 맞물려서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둔화시키거나 좌절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진권 경제 2%대 저성장 예상
여러 가지 불확실한 경제변수들을 감안할 때 세계경제는 2003년에도 불안한 행보를 지속하면서 소강 국면을 보일 전망이다. 권역별로 보면, 내년도 선진권 경제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지난해와 올해에 비해서 성장률이 높아지겠지만 전반적으로 회복세는 미진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상반기까지 침체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제는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한편 기업의 설비투자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2003년까지 2%대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나 국제금융위기 등 돌발변수가 극단적으로 악화되지 않을 경우 이중침체는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90년대의 IT 버블의 붕괴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 압력이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와 주택가격 상승 덕분에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던 민간소비는, 주식가격 하락에 따른 마이너스 자산 효과, 지나친 부채부담과 낮은 저축률이라는 악화된 가계 지출구조 때문에 향후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민간소비의 둔화로 인해 최종수요의 본격적인 증가 역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설비투자도 매우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경제는 대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출경기 회복에 힘입어 상반기 중에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였으나 내수부진으로 인해 앞으로도 성장세는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부문에서는 엔화 절상과 주요 시장인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로 인해 2003년에도 수출의 급격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수 역시 금융부실 문제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공공투자 부진 등을 고려해 볼 때 큰 폭으로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03년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0.7%로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경제는 수출 및 산업생산 부진에 따라 2002년에도 1%대의 저조한 성장세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2003년부터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부문의 완만한 성장에 힘입어 연간으로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최대국인 독일의 2002년 6월 제조업수주가 전월비 3.2% 감소하는 등 유로존 내 기업수주와 생산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연내 경기회복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또한 EU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경제의 연내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EU경제의 성장세 회복은 2003년에나 가서야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경제위축이 개도권 성장 제약
개도권 경제는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아시아 경제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중남미 경제의 위축 등으로 2003년 성장률은 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중국 경제는 수출과 외국인 투자 증가세가 유지되고, 민간 소비도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와 비슷한 7.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무역자유화와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는 금융과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남아경제는 수출이 완만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2003년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져 4%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이외에 민간소비와 투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03년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경제는 아르헨티나 금융불안이 베네주엘라, 우루과이, 브라질 등으로 확산되면서 2002년 성장률은 -0.5%로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경제의 커다란 변수인 브라질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IMF가 30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금융 지원을 결정했으나 이것이 10월 대통령 선거 후의 좌파 정권 수립 등의 영향으로 실패할 경우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기본적으로 금융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중남미경제는 2003년에도 1.8%의 저조한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러동구 경제는 주요 교역대상국인 EU의 경기침체로 인해 2002년에 3.5%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2003년에는 러시아 및 폴란드 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4%대의 회복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달러화 약세·국제금리 소폭 상승
연초 이후 엔/달러 환율이 130엔대, 달러/유로 환율이 0.89달러 수준을 유지했으나 4월 중순 이후 달러약세가 진행되면서 9월 21일 현재 엔/달러 환율은 123엔대, 달러/유로 환율은 0.98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일시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조로 정착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따라서 2002년 하반기에 엔/달러 평균환율은 118엔대를 기록, 상반기에 비해 9.6% 가량 절상될 것으로 전망되며 유로화 역시 10% 가량 절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미달러화 약세추세는 10여년에 걸친 미국경제의 고성장으로 인해 가려졌던 경상수지적자, 주가버블 등 구조적 문제에 따른 조정과정으로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의 불확실한 영향, 국제유가 향방 등이 달러화의 위상을 불안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1년 미국으로의 국제투자자금 순유입액은 3,940억달러, 경상수지 적자가 3,930억 달러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금년 1/4분기중 경상수지적자는 1,125억달러였던 것에 비해 자본순유입액은 910억달러에 그쳤다.
한편 국제금리는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부진한 가운데 증시불안, 추가테러 발생 가능성 등으로 인해 채권 수요가 증가하여 매우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국제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3년 하반기 이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의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2003년 하반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다소 긴축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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