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형설지공/경제경영

1983년 시장균형이론에 새분석방법 도입 연구 / 제라르 드브루

1983년 시장균형이론에 새분석방법 도입 연구 / 제라르 드브루



드브루와 한국경제

 

드브루교수는 말의 모호함을 철저히 경계하였다. 그는 수학자 출신답게 그가 접하는 어떠한 경제이론도 '말'이 아니라 수학의 논리로서 풀어온 수리경제학자이다. 이것이 일반균형이론을 수학적으로 압축정리해 놓은 그의 저서 『가치론』에 잘 나타나 있다. 불과 100페이지 남짓한 이 책에서 현대자본주의 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일반균형이론을 수학적으로 깨끗이 증명해 놓았다. 따라서 그의 이론은 너무 일반성 및 형식적 구조에 치우쳐 역사성이 결여된 경제이론이라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혹자는 애로우와 드브루를 정점으로 하는 현대 수리경제학자들이 구축한 일반균형이론체계는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전달해 주지 못한다고 한다.

즉 일반균형이론체계는 장엄화려한 동어반복에 불과하며 그 현식적 의미는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옹호에 그치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인 스태그플레이션, 공해 등에 대해서는 시사하는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수리경제학은 경제학의 과학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현실경제문제 해결에 무력하다는 비판들이 근년 들어 경제학계에서 특히 높아지고 있고, 경제이론에 수학공식만 입히면 모든 것이 과학적으로 보인다는 수리경제학의 환상을 경제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현상에 대한 인위적, 사회경제적, 인간심리적 작용을 배제한 일반균형이론의 비현실성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때 드브루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수 있는 충분조건을 이론적으로 밝혀내어 이로써 자유방임이 가능하고 또 가능하지 않은 한계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가치론』이후의 자유방임주의와 국가간섭주의간의 논쟁은 자연히 현재의 경제 현실이 드브루가 제시하는 충분조건과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으로 변화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거론되는 각종 자유화·자율화의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그는 현실의 경제정책론에는 전혀 관여치 않았으며 그의 학문적 입장은 일체의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려 애썼다. 그는 자기이론이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강의시간에 학새들로부터 그런 불평 섞인 질문을 받으면 주저없이 "듣기 싫으면 나가라"고 말했다. 이론이란 학문으로 충분한 것이며 구태여 현실을 설명해야 하느냐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일생을 상아탑에만 뭍혀 논리적 완전성에 의한 보편적 법칙만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그의 눈에는 현실의 경제문제가 어떻게 비칠지, 그가 제시할 수 있는 처방책은 어떤 것일지 자못 궁금하다.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볼 때 드브루교수의 이론은 아직까지는 여과되고 되새김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