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신경제 서베이...① 신경제의 이해
The Economist 2000.09.29
1899년 전미특허사무국은 "세상에 발명될 수 있는 것은 다 발명됐다"며 스스로 사무소를 폐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19세기 말 기술 혁신의 파노라마가 얼마나 찬란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우습게도, 역사 속에는 이처럼 기술의 진보와 관련된 어리석은 예언이나 선언들이 많다. 어쩌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IT(정보기술) 혁명에 관한 열띤 논란과 예측들도 나중엔 우스운 소리로 들리게 될지 모른다. 그러기에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진지하게 고찰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현재 IT 혁명에 관한 논의는 양 극단으로 나눠져 있다. 한쪽 편에선 이것은 바퀴의 발명 이래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 극찬하고, 다른 한 편에선 전기나 증기기관에 비해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 깎아내린다. 과연 IT 혁명은 우리 인류사에 얼마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IT 혁명의 역사는 1960년대 말 대형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그리고 보다 정확히는 1971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명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 혁명은 인텔의 공동창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제시한 법칙 - 실리콘 칩의 프로세싱 능력은 매 18개월 마다 두배로 증가한다는 법칙 - 그대로, 급격히 진행돼 왔다. 간단히 예를 들어 2010년 일반 컴퓨터의 프로세싱 능력은 1975년도 컴퓨터의 1천만배에 이르게 될 전망.
이처럼 기술이 진보하면서 컴퓨터 네트워크의 연결 속도와 데이터의 처리 능력은 더욱 증가했으며, 반대로 그에 드는 비용은 점점 감소했다. 그리고 비용이 감소할수록 보다 많은 컴퓨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컴퓨터 및 정보 네트워크의 혁명은 마침내 1990년 월드와이드웹이 탄생하고 93년 웹브라우저가 발명되면서 '인터넷'이란 이름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현재 전세계 인터넷 이용인구는 약 3억5천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숫자는 불과 4년 내 10억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 극단의 사이
정보기술은 분명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과 일하는 방법, 그리고 쇼핑하고 오락을 즐기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다방면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 '경제' 자체를 바꿔놓고 있는 것일까?
앞서 밝혔듯이, 극단적인 옹호론자들은 IT 혁명에 따른 결과로 인플레이션의 위협 없이 성장을 지속해가는 이른 바 '신경제'를 주창하고 있으며, 반대로 회의론자들은 현재 신경제의 양상은 버블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느 편이 옳은가? 여기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양 극단 어느쪽의 주장도 완전히 긍정할 수도, 또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즉 이는 양극단의 사이 어딘가에 IT와 신경제에 대한 진실이 놓여 있음을 말한다.
IT의 가치
정보기술과 인터넷의 최대 가치는 어느 곳에서든지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에 있다. 이는 IT 혁명이 기존의 기술 혁명과는 분명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기존의 기술 혁명이 인간의 "근력"을 키웠다고 한다면 IT 혁명은 "브레인 파워"를 키운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IT 혁명은 인류사에 지대한 변혁을 몰고온 기존 기술 혁명과 같은 반열에서 그 가치가 평가될 수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IT 혁명이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통과해야할 테스트가 몇가지 있다.
첫째, IT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시켜 놓았는가 하는 점. 철도나 전기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그야말로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IT 혁명은 우리의 생활상 자체를 철도나 전기만큼 바꿔놓지는 못했다. 즉 사회적 또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IT는 철도나 전기보다 중요하지 않은 발명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적-사회적 파급력이 곧 경제적 파급력으로 전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인터넷과 IT는 과학적-사회적인 중요성은 떨어지더라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이전의 어떤 기술 혁명들 보다도 더 큰 파급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비용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점에서 IT와 인터넷의 경제적 효과는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겠다.
둘째, IT와 인터넷이 경제적 생산활동 과정을 얼마나 폭넓게 재조직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가 하는 점. 이 점에 관해서는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증기기관이 가내수공업으로부터 공장생산 시대를 열고 전기가 수작업으로부터 자동조립라인의 시대를 열었듯이, IT와 인터넷은 다방면에서 생산공정을 효율화하고 사업체계를 일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신기술 혁명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빠른 생산성 향상이야말로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미국의 경우 IT 혁명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는 저인플레-고성장의 신화를 이룩해 왔으며, IT 혁명이 그러한 성장의 일부 이유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그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
이러한 논의들을 종합해 볼 때, 일단 IT 혁명이 경제 전반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음은 인정할 수 있겠다. 게다가 IT 혁명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전세계 인구의 6%만이 인터넷을 이용할 뿐이며, 선진국들만 따져도 그 수치는 35%에 불과하다. 또 미국 내 제조업체들의 1/3만이 생산 판매에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신경제 옹호론자들은 향후 미국 경제가 연평균 4%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IT는 증기기관이나 전기, 또는 철도보다도 더 강력한 성장의 동력원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미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1.5%를 채 넘지 못했다)
한편, 미국 외 여타 세계 지역의 성장 역시 과거보다 빠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이룩한 성과가 유럽이나 일본, 여타 신흥개발 국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면, 그 총합은 훨씬 커질 것이며, 그럴 경우 IT 혁명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거대한 기술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IT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경제의 발흥으로 과거의 경제 법칙들과 정책들은 모두 사장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다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일례로 칼 샤피로(Carl Shapiro)와 할 바리언(Hal Varian)은 그들의 저서 'Information Rules'에서 "기술이 변해도 경제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즉 IT 혁명의 시대에도 경기순환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지나친 고성장은 결국 인플레를 유발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신경제에 관한 논의들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기술이 결코 모든 경제적 질병을 치유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IT의 결실을 모두 수확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역시 정부당국이 투명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근 미국 경제가 거둔 성공은 신기술의 힘에 의한 것 만은 아니며, 보다 안정적인 재정정책과 과감한 규제완화, 그리고 지속적인 자유무역의 증대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윤태희 연구원)
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② IT혁명(上)
The Economist 2000.09.29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매년 점점 더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체 인류역사를 볼 때, 1인당 연간 생산량 증가는 불과 0.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18세기말에 이르러서야 기술혁신에 힘입어 생산량 증가속도가 탄력을 받았으며, 그 이후 200년간은 연간 생산량이 평균 1.2%로 증가했다.
18세기말 이후의 기술혁신은 4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1780∼1840년대의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영국 산업혁명 시기였다. 두 번째 단계는 1840∼1890년대로 철도의 시기였으며, 세 번째 단계는 1890 - 1950년대로 전기와 자동차가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바로 지금, 정보혁명의 시기다.
사람들은 종종 기술적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인류는 기술혁신이 없을 때 더욱 더 두려움을 가진다. 경제는 자본과 노동이라는 자원의 차원에서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자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때 성장은 그 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1950년대의 전통적 성장모델은 주로 자본과 노동의 산출에 집중돼 있었으며, 기술적 변화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즉, 기술적 변화란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이 외생적(外生的)인 것으로 간주됐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폴 로머(Paul Romer)를 비롯한 일단의 사람들이 개발한 새로운 성장이론에서는 기술적 변화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신경제'에서는 지식창조를 내생적(內生的)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시장의 인센티브를 보다 나은 수익창출 기회 또는 교육에서 찾고 있다.
로머는 기술혁신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최근 몇 년간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혁신을 위한 자금모금이 더욱 쉬워지고 있으며, 이는 다시 보다 큰 세계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세계 GDP에서 연구개발(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술혁신은 신기술에 소요되는 비용 줄여
기술혁신 속도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신기술에 소요되는 비용의 감소추세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930년대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국제전화는 3분에 300달러였다. 물론 이 300달러는 오늘날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현재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통화는 3분에 20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연간 약 10%씩 비용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이전의 신기술 사용 비용은 이처럼 많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1850년대 증기동력의 비용은 1790년대에 비해 50% 정도 밖에 줄어들지 않았고, 미국에서의 철도건설은 화물운송비용을 1870∼1913년 사이에 40% 밖에 줄이지 못했다. 연간 3%에 지나지 않는 비율이다. 전보의 경우엔 소식을 전달하는데 시간을 대폭 줄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비용은 비싼 편이었다. 1860년대에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전보요금은 오늘날로 치면 글자 한 자당 70달러에 달했다. 물론 그 이후 10년간 요금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20글자에 약 200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오늘날에는 2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도 단지 몇 센트에 이메일로 보낼 수 있다. 전기요금도 급속히 떨어지기는 했으나, 1890 - 1920년 사이에 평균 6%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의 경우엔 증기나 전기와 같은 이전의 기술혁신에 비해 비용하락 속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영국에서 증기가 발명된 이후, 이 기술이 주요 전력원으로 자리잡는데는 100년 이상이 걸렸다. 전기가 미국에서 50% 이상의 제조업체들 전력원으로 자리잡는데는 90년이 걸렸는데, 이는 첫 발전소가 설립된 지 40년이나 지난 뒤였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컴퓨터의 경우에는 발명된지 50년만에, 그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명된지 30년만에 미국인의 절반이 PC를 사용하게 됐다. 인터넷은 발명된지 30년만에, 그리고 상용화된지는 지난 93년 이후인 7년만에 50% 이상의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은 급속한 비용하락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4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 IT는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회계 등 거의 모든 기업과 경제 분야에서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증기와 전기, 그리고 철도의 생산성이 주로 제조와 유통 부문에 집중돼 있었던 반면, 인터넷은 건강관리와 교육, 재정, 정부부문 등 서비스 부문에서의 생산성을 향상시킨 최초의 기술혁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미국 GDP의 거의 3/5이 서비스 분야이기 때문이다.
▲ IT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증가시킴으로써 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들어 준다. UBS 워버그의 경제학자들은 인터넷이 투명성을 제고시키기 때문에 신경제를 '누드 경제'라고 부른다. 인터넷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가장 저렴한 가격을 찾을 수 있고, 기업들은 보다 많은 공급업체들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인터넷은 또한 거래비용과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는 보다 완전한 경쟁이 보장되는 교과서적 경제모델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서적 경제모델에서는 보다 많은 정보, 보다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 제로(0)에 가까운 거래비용, 그리고 진입장벽이 없는 상태를 가정하고 있다(그러나 실제로 일부 업계에서는 인터넷으로 인해 오히려 독점이 강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보다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시장에서는 자원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할당된다. 농부들은 다른 지역의 기상과 가격, 그리고 곡물의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상점에서 전자 스캐너를 통해 수요의 변화를 보다 잘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IT는 진정한 세계화를 가능케 한다. 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축적되고, 또한 전달되기 때문이다. IT는 또한 통신비용을 줄임으로써 생산과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를 촉진시킨다. 이처럼 세계화가 촉진되면 경쟁은 더욱 강화되고, 강화된 경쟁은 다시 기술혁신을 유발시키는 동시에 무역과 투자를 통한 신기술의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게 된다.
▲ IT는 혁신 자체의 속도도 빠르게 한다. 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다 쉽고 저렴하게 처리하고, 신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올해 초 완성된 인간 지놈(genome) 지도 역시 보다 강력한 컴퓨터에 힘입어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덜 소요됐다.
(계속) 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② IT혁명(下)
The Economist 2000.09.29
신경제의 핵심은 B2B 전자상거래
많은 경제학자들이 인터넷의 유용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인터넷이 완전한 경제적 잠재력을 실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전자상거래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美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마존(Amazon)이나 이베이(eBay)와 같은 인터넷 소매업체들이 점차 그 명성을 얻어가고는 있으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공급망 체인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B2B 전자상거래야말로 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컨설팅 업체인 가트너 그룹은 "오는 2003년에는 전세계 온라인 소매매출이 4,000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B2B 전자상거래 규모는 4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인터넷의 영향을 분석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이 그래프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투입비용의 하락은 총공급(S1)을 증가시켜 아래와 같이 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S1→S2). 이는 과거 바퀴나 전기의 발명이 가져왔던 것과 같은 이치다. 총수요(D1)가 변함없다면 생산량은 Q1에서 Q2로 증가하고 가격은 P1에서 P2로 하락하게 된다.
(그림 생략)
B2B 전자상거래는 기업들의 비용을 여러 방면에서 감소시킨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용이 줄어드는 분야는 조달부문으로, 이는 보다 저렴한 공급업체를 물색, 효율적인 물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의 한 보고서는 온라인 구매를 물품을 조달할 경우 석탄업계는 2%, 그리고 전자부품 업계는 약 40%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절감의 결과 B2B 전자상거래는 평균 5%의 생산량을 증대시킬 것으로 골드만 삭스는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안에는 기업활동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구매를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며, 기업들은 또한 사업방법을 재조직함으로써 인터넷으로부터 절감할 수 있는 간접비용에 더해 전체 수익도 상당히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할 경우 비용 뿐만 아니라 실수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는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美 시스코(Cisco)社의 경우 自社 주문의 1/4이 전화와 팩스 주문 시스템에서의 실수로 인해 다시 이루어져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이루어지게 되면, 실수확률이 2%까지 떨어져 시스코는 5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英 브리티시텔레콤(BT)社는 온라인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거래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는 유통비용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특히, 금융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그리고 음악과 같은 서비스와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경우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은행거래를 할 경우 한계비용이 단지 몇 센트에 불과, 현금지급기를 이용할 경우의 27센트, 전화를 이용할 경우의 52센트, 은행 창구를 이용할 때의 1.14달러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하다. 전자상거래는 또한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가 가능하다. 게다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다 정확한 정보로 인해 재고의 부담도 덜 수 있다. 美 델 컴퓨터(Dell Computer)社의 경우, 완벽한 주문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재고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으며, 다른 업체들도 이를 모방하고 있다.
자동차, 철강, 건설, 그리고 항공 등의 분야에서 구축한 B2B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보다 효율적으로 제품을 교환할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는 대부분의 업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GM과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르노-닛산 등은 모든 사업을 B2B 시장으로 옮길 예정인데, 이들의 합작 B2B 사이트 규모는 2,500억 달러에 달하며, 공급업체만 6만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공급업체들을 취급할 경우 자동차 제조비용이 14%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IT는 생산성 증대의 수단
우리가 흔히 구경제와 신경제를 구별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는데, 이는 바로 '신경제란 구경제가 하이테크 산업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경제의 핵심은 구경제가 기술업계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IT가 경제의 모든 분야, 특히 구경제 기업들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러한 효율성 증대를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IT가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서 일치된 견해를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최 욱 연구원)
【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③ IT 혁명을 통한 美 생산성 증가률 급증, 지속될 것인가?(上)
The Economist 2000.09.29
■ 생산성 패러독스(productivity paradox)의 문제
- 생산성 패러독스는 정보기술(IT)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것을 지칭
※ 역사적으로 증기기관이나 전기 등 새로운 기술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오랜 시간적 격차가 존재했는데, 1880년대 초 전기의 도입이 생산성 향상의 가속화로 나타나기까지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림
- 컴퓨터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이후에도 1970,80년대 대부분 국가의 생산성 증가율은 오히려 크게 둔화됨
※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경이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룩했는데, 이에 따라 이것을 과연 생산성 패러독스가 해결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됨
■ 기술과 생산성의 상관관계
- 옥스포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폴 데이비드(Paul David)는 새로운 기술이 생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그 보급률이 50%에 도달한 이후라고 주장함
※ 1920년대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도 美 산업 기계의 최소 절반 이상이 전기 동력을 이용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
- 최근 미국의 컴퓨터 보급률이 50%에 도달한 것(도표1 참조)과 때를 맞춰 미국의 노동 생산성 성장률은 1996년 이후 연평균 2.9%를 기록, 1975~95년의 평균 1.4%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도표2 참조), 올 2/4분기에는 생산성 증가률이 무려 5.2%로 급증함
- 생산성은 단위 노동 투입에 대한 산출 비율인 노동생산성과 노동·자본을 포함한 전체 생산요소 투입에 대한 산출 비율인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으로 구분되는데, TFP 증가율이 높아지면 자연히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높아짐
※ 경제학자들의 경우 생산요소에 대한 투입을 늘이지 않고 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으로써 TFP에 관심을 갖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노동생산성이 더 큰 의미를 가지는데, 이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곧 생활수준의 향상을 의미하기 때문(과거에 비해 임금이 7배 높아졌다는 것은 생산성이 7배 높아졌다는 사실을 나타냄)
- IT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다음 세가지로, 첫째 단위 노동당 투입되는 자본, 즉 기업이 IT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법, 둘째 기술적 진보를 통해 IT 산업의 TFP 성장률을 높이는 방법, 세번째는 IT을 이용하는 분야에서 TFP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있음
※ 1990년대 미국 IT 산업의 생산성은 연평균 24%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러한 IT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나머지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경제학자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림
■ 생산성 향상의 지속성 여부, 즉 생산성 패러독스가 사라졌는가를 둘러싼 이견
□ 가장 낙관적 견해…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스티븐 올라이너(Stephen Oliner)와 다니엘 시첼(Daniel Sichel)
- 생산성 향상의 핵심적 배경은 바로 IT이며, 이러한 추세가 일정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
- 다시 말해 1990년대 노동생산성 증가률 가속화의 절반 정도는 기업의 IT에 대한 투자 증가에 기인한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TFP 증가률이 높아졌기 때문임
※ 또한 TFP 증가률 향상에 따른 노동생산성 증가분의 2/5는 컴퓨터 생산에서의 효율성 증가에 따른 것이며, 결론적으로 노동 생산성 증가률의 대략 2/3 정도는 컴퓨터 생산이나 또는 컴퓨터에 대한 투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주장
□ 하버드 대학의 데일 조겐슨(Dale Jorgenson)과 뉴욕 FED의 케빈 스타이로(Kevin Stiroh)
- 컴퓨터에 대한 엄청난 투자와 컴퓨터 산업에서의 생산성 증가률 향상이 경제 전반의 노동생산성 향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함
- 그러나 컴퓨터 이외의 산업 부분에서의 TFP 성장률 증가는 IT와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IT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던 산업 부분의 생산성 증가률이 더 부진했다고 지적
※ 이러한 결과는 생산성 측정 방법의 문제 때문으로 볼 수 있지만, IT가 경제 전반의 TFP 성장을 가속화시켰다는 주장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킴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 동안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연간 2.3%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인플레 압력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GDP 성장률이 연평균 3.5%에 이를 것으로 낙관함
※ 1995년까지 20년 동안 미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3% 정도였음
□ 회의적 시각…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
- 컴퓨터 부분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부문에서의 TFP 증가는 경기순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
※ 즉 경기 상승국면에는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따라서 생산성이 증가하지만,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 노동생산성은 다시 떨어짐
- 특히 경기순환을 감안할 때 컴퓨터를 포함해 내구재 제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88%의 산업 부분에서 노동생산성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고 지적
※ 그러나 컴퓨터에 대한 투자의 대부분이 이들 나머지 산업 부분에서 발생했으며, 따라서 생산성 패러독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결론을 내림
- IT가 경제 전반의 TFP를 향상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대체할 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이라는 주장
※ 예를 들어 음악을 다운로딩하는 것은 CD를 구매하는 행위를 대체할 뿐이며, 이는 과거 전기의 등장으로 진공청소기나 냉장고 등 새로운 발명이 촉진된 것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름
※ 오히려 노동시간 동안에 발생하는 인터넷 사용이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
□ 고든의 주장에 대한 반박
- 많은 경제학자들은 생산성 향상의 일부는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일 수 있으나, 오직 경기순환 때문이라고 할 경우 경기상승 국면의 시작과 생산성 가속화 시점의 시간적 격차가 크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
- FRB의 알랜 그린스펀 의장 역시 생산성 향상 가속화의 주요인이 경기순환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생산성 증가율이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 역시 경기순환을 감안하더라도 1990년대 미국의 노동생산성 및 TFP 증가율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결론을 내림
- 또한 고든은 소비자의 인터넷 사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B2B 전자상거래 등으로 인한 최대의 경제적 효과들을 간과했으며, IT가 아직까지는 새로운 상품을 창조해내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유전학, 생명공학, 이동전화, 온라인경매 등이 저비용의 컴퓨터 처리과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 놓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음
(계속)
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③ IT 혁명을 통한 美 생산성 증가률 급증, 지속될 것인가?(下)
The Economist 2000.09.29
■ 과연 IT는 경제 전반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가?
- IT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 다시 말해 IT가 다른 산업 부문의 TFP 증가를 가져왔는가 하는 IT와 노동생산성의 상관관계가 관심의 초점이 되는 이유는 노동생산성의 가속화가 주로 자본투입 증가에 기인한다면 IT 장비의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생산성 증가는 계속 유지될 것이며, 또한 IT 부분의 기술적 진보가 둔화될 경우 IT 산업의 TFP 증가율은 물론 다른 산업 부분에서의 IT 투자도 둔화돼 전체 노동생산성이 이중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임
- MIT의 에릭 브리놀프슨(Erik Brynjolfson)와 펜실베니아 대학 로린 히트(Lorin Hitt)의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가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 美 60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987~1994년 사이 컴퓨터에 대한 투자에 의해 TFP 증가률이 연간 0.25~0.5% 가량 높아짐
※ 또한 분석대상 기간을 늘일 경우 생산성 증가률이 더 높았는데, 이는 IT 투자가 온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조정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며, 구조조정과 IT 투자를 병행할 경우 생산성 향상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남
※ IT 투자를 통해 얻어지는 효과는 품질 향상, 시간 절감과 편의성 향상 등의 형태로 나타남
■ 왜 미국의 생산성 증가률이 다른 나라를 월등히 앞서 나가는가?
- 1990년대 모든 G7 국가에서 IT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지만 일본과 유럽 지역 국가의 생산성 증가율은 미국에 훨씬 미치지 못했는데, 그 주요 원인은 IT 투자 비중이 차이에서 찾을 수 있음
- 전체 자본재 가운데 IT 장비의 비율이 미국이 7% 인데 발해 일본과 독일은 단 3%에 그쳤으며, 컴퓨터 보급률도 유일하게 미국이 50%를 넘어섰을 뿐 대부분 선진국들은 아직 50%를 밑돌고 있음(도표1 참조)
※ 최근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순환을 감안할 때 1990년대 미국을 비롯한 호주,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연간 TFP 증가률이 최고 0.5% 포인트 이상 증가한 반면 일본과 다른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컴퓨터 보급률과도 잘 맞아 떨어짐
■ IT 혁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산업혁명에 견줄 수 있을까?
- IT 혁명이 과거 산업혁명에 맞먹는 것인가는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과거의 경제통계와 향후 10년 간의 경제 전망치를 비교해 보는 것을 가능함
- 사실상 과거 기술 혁명을 통한 생산성 증가는 매우 완만하게 이뤄짐
※ 1차 산업혁명기의 영국의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률은 연간 1% 수준이었으며, 전기가 이용된 1920년대 미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률은 5%를 넘었지만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 증가률은 2.3%이었음(도표3 참조)
- IT와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 방식의 혁신으로 1990년대 후반의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률이 향후 10년간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바탕으로 할 경우 향후 10년 간 미국의 1인당 GDP 성장률 전망치는 연간 3% 수준으로 1차 산업혁명의 절정기인 19세기 중반의 평균 1인당 GDP 성장률 1.5%보다 앞섬
- 신경제주의자들 역시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률이 연간 3~4%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IT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과거 전기나 전화, 자동차가 가져온 영향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
- 이들의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1인당 GDP 성장률을 연간 2.5% 정도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IT 혁명이 최소한 산업혁명에 버금간다는 판단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음
※ 2.5%라는 성장률은 미국의 1인당 GDP 성장률이 1800~40년 0.6%에서 1960-99년 2.3% 점차 증가해왔다는 사실과도 부합됨
The Economist 2000.09.29
1899년 전미특허사무국은 "세상에 발명될 수 있는 것은 다 발명됐다"며 스스로 사무소를 폐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19세기 말 기술 혁신의 파노라마가 얼마나 찬란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우습게도, 역사 속에는 이처럼 기술의 진보와 관련된 어리석은 예언이나 선언들이 많다. 어쩌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IT(정보기술) 혁명에 관한 열띤 논란과 예측들도 나중엔 우스운 소리로 들리게 될지 모른다. 그러기에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진지하게 고찰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현재 IT 혁명에 관한 논의는 양 극단으로 나눠져 있다. 한쪽 편에선 이것은 바퀴의 발명 이래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 극찬하고, 다른 한 편에선 전기나 증기기관에 비해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 깎아내린다. 과연 IT 혁명은 우리 인류사에 얼마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IT 혁명의 역사는 1960년대 말 대형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그리고 보다 정확히는 1971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명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 혁명은 인텔의 공동창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제시한 법칙 - 실리콘 칩의 프로세싱 능력은 매 18개월 마다 두배로 증가한다는 법칙 - 그대로, 급격히 진행돼 왔다. 간단히 예를 들어 2010년 일반 컴퓨터의 프로세싱 능력은 1975년도 컴퓨터의 1천만배에 이르게 될 전망.
이처럼 기술이 진보하면서 컴퓨터 네트워크의 연결 속도와 데이터의 처리 능력은 더욱 증가했으며, 반대로 그에 드는 비용은 점점 감소했다. 그리고 비용이 감소할수록 보다 많은 컴퓨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컴퓨터 및 정보 네트워크의 혁명은 마침내 1990년 월드와이드웹이 탄생하고 93년 웹브라우저가 발명되면서 '인터넷'이란 이름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현재 전세계 인터넷 이용인구는 약 3억5천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숫자는 불과 4년 내 10억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 극단의 사이
정보기술은 분명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과 일하는 방법, 그리고 쇼핑하고 오락을 즐기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다방면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 '경제' 자체를 바꿔놓고 있는 것일까?
앞서 밝혔듯이, 극단적인 옹호론자들은 IT 혁명에 따른 결과로 인플레이션의 위협 없이 성장을 지속해가는 이른 바 '신경제'를 주창하고 있으며, 반대로 회의론자들은 현재 신경제의 양상은 버블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느 편이 옳은가? 여기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양 극단 어느쪽의 주장도 완전히 긍정할 수도, 또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즉 이는 양극단의 사이 어딘가에 IT와 신경제에 대한 진실이 놓여 있음을 말한다.
IT의 가치
정보기술과 인터넷의 최대 가치는 어느 곳에서든지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에 있다. 이는 IT 혁명이 기존의 기술 혁명과는 분명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기존의 기술 혁명이 인간의 "근력"을 키웠다고 한다면 IT 혁명은 "브레인 파워"를 키운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IT 혁명은 인류사에 지대한 변혁을 몰고온 기존 기술 혁명과 같은 반열에서 그 가치가 평가될 수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IT 혁명이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통과해야할 테스트가 몇가지 있다.
첫째, IT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시켜 놓았는가 하는 점. 철도나 전기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그야말로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IT 혁명은 우리의 생활상 자체를 철도나 전기만큼 바꿔놓지는 못했다. 즉 사회적 또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IT는 철도나 전기보다 중요하지 않은 발명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적-사회적 파급력이 곧 경제적 파급력으로 전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인터넷과 IT는 과학적-사회적인 중요성은 떨어지더라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이전의 어떤 기술 혁명들 보다도 더 큰 파급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비용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점에서 IT와 인터넷의 경제적 효과는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겠다.
둘째, IT와 인터넷이 경제적 생산활동 과정을 얼마나 폭넓게 재조직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가 하는 점. 이 점에 관해서는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증기기관이 가내수공업으로부터 공장생산 시대를 열고 전기가 수작업으로부터 자동조립라인의 시대를 열었듯이, IT와 인터넷은 다방면에서 생산공정을 효율화하고 사업체계를 일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신기술 혁명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빠른 생산성 향상이야말로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미국의 경우 IT 혁명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는 저인플레-고성장의 신화를 이룩해 왔으며, IT 혁명이 그러한 성장의 일부 이유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그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
이러한 논의들을 종합해 볼 때, 일단 IT 혁명이 경제 전반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음은 인정할 수 있겠다. 게다가 IT 혁명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전세계 인구의 6%만이 인터넷을 이용할 뿐이며, 선진국들만 따져도 그 수치는 35%에 불과하다. 또 미국 내 제조업체들의 1/3만이 생산 판매에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신경제 옹호론자들은 향후 미국 경제가 연평균 4%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IT는 증기기관이나 전기, 또는 철도보다도 더 강력한 성장의 동력원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미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1.5%를 채 넘지 못했다)
한편, 미국 외 여타 세계 지역의 성장 역시 과거보다 빠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이룩한 성과가 유럽이나 일본, 여타 신흥개발 국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면, 그 총합은 훨씬 커질 것이며, 그럴 경우 IT 혁명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거대한 기술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IT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경제의 발흥으로 과거의 경제 법칙들과 정책들은 모두 사장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다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일례로 칼 샤피로(Carl Shapiro)와 할 바리언(Hal Varian)은 그들의 저서 'Information Rules'에서 "기술이 변해도 경제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즉 IT 혁명의 시대에도 경기순환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지나친 고성장은 결국 인플레를 유발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신경제에 관한 논의들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기술이 결코 모든 경제적 질병을 치유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IT의 결실을 모두 수확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역시 정부당국이 투명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근 미국 경제가 거둔 성공은 신기술의 힘에 의한 것 만은 아니며, 보다 안정적인 재정정책과 과감한 규제완화, 그리고 지속적인 자유무역의 증대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윤태희 연구원)
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② IT혁명(上)
The Economist 2000.09.29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매년 점점 더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체 인류역사를 볼 때, 1인당 연간 생산량 증가는 불과 0.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18세기말에 이르러서야 기술혁신에 힘입어 생산량 증가속도가 탄력을 받았으며, 그 이후 200년간은 연간 생산량이 평균 1.2%로 증가했다.
18세기말 이후의 기술혁신은 4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1780∼1840년대의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영국 산업혁명 시기였다. 두 번째 단계는 1840∼1890년대로 철도의 시기였으며, 세 번째 단계는 1890 - 1950년대로 전기와 자동차가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바로 지금, 정보혁명의 시기다.
사람들은 종종 기술적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인류는 기술혁신이 없을 때 더욱 더 두려움을 가진다. 경제는 자본과 노동이라는 자원의 차원에서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자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때 성장은 그 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1950년대의 전통적 성장모델은 주로 자본과 노동의 산출에 집중돼 있었으며, 기술적 변화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즉, 기술적 변화란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이 외생적(外生的)인 것으로 간주됐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폴 로머(Paul Romer)를 비롯한 일단의 사람들이 개발한 새로운 성장이론에서는 기술적 변화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신경제'에서는 지식창조를 내생적(內生的)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시장의 인센티브를 보다 나은 수익창출 기회 또는 교육에서 찾고 있다.
로머는 기술혁신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최근 몇 년간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혁신을 위한 자금모금이 더욱 쉬워지고 있으며, 이는 다시 보다 큰 세계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세계 GDP에서 연구개발(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술혁신은 신기술에 소요되는 비용 줄여
기술혁신 속도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신기술에 소요되는 비용의 감소추세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930년대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국제전화는 3분에 300달러였다. 물론 이 300달러는 오늘날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현재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통화는 3분에 20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연간 약 10%씩 비용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이전의 신기술 사용 비용은 이처럼 많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1850년대 증기동력의 비용은 1790년대에 비해 50% 정도 밖에 줄어들지 않았고, 미국에서의 철도건설은 화물운송비용을 1870∼1913년 사이에 40% 밖에 줄이지 못했다. 연간 3%에 지나지 않는 비율이다. 전보의 경우엔 소식을 전달하는데 시간을 대폭 줄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비용은 비싼 편이었다. 1860년대에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전보요금은 오늘날로 치면 글자 한 자당 70달러에 달했다. 물론 그 이후 10년간 요금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20글자에 약 200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오늘날에는 2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도 단지 몇 센트에 이메일로 보낼 수 있다. 전기요금도 급속히 떨어지기는 했으나, 1890 - 1920년 사이에 평균 6%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의 경우엔 증기나 전기와 같은 이전의 기술혁신에 비해 비용하락 속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영국에서 증기가 발명된 이후, 이 기술이 주요 전력원으로 자리잡는데는 100년 이상이 걸렸다. 전기가 미국에서 50% 이상의 제조업체들 전력원으로 자리잡는데는 90년이 걸렸는데, 이는 첫 발전소가 설립된 지 40년이나 지난 뒤였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컴퓨터의 경우에는 발명된지 50년만에, 그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명된지 30년만에 미국인의 절반이 PC를 사용하게 됐다. 인터넷은 발명된지 30년만에, 그리고 상용화된지는 지난 93년 이후인 7년만에 50% 이상의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은 급속한 비용하락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4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 IT는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회계 등 거의 모든 기업과 경제 분야에서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증기와 전기, 그리고 철도의 생산성이 주로 제조와 유통 부문에 집중돼 있었던 반면, 인터넷은 건강관리와 교육, 재정, 정부부문 등 서비스 부문에서의 생산성을 향상시킨 최초의 기술혁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미국 GDP의 거의 3/5이 서비스 분야이기 때문이다.
▲ IT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증가시킴으로써 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들어 준다. UBS 워버그의 경제학자들은 인터넷이 투명성을 제고시키기 때문에 신경제를 '누드 경제'라고 부른다. 인터넷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가장 저렴한 가격을 찾을 수 있고, 기업들은 보다 많은 공급업체들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인터넷은 또한 거래비용과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는 보다 완전한 경쟁이 보장되는 교과서적 경제모델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서적 경제모델에서는 보다 많은 정보, 보다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 제로(0)에 가까운 거래비용, 그리고 진입장벽이 없는 상태를 가정하고 있다(그러나 실제로 일부 업계에서는 인터넷으로 인해 오히려 독점이 강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보다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시장에서는 자원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할당된다. 농부들은 다른 지역의 기상과 가격, 그리고 곡물의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상점에서 전자 스캐너를 통해 수요의 변화를 보다 잘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IT는 진정한 세계화를 가능케 한다. 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축적되고, 또한 전달되기 때문이다. IT는 또한 통신비용을 줄임으로써 생산과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를 촉진시킨다. 이처럼 세계화가 촉진되면 경쟁은 더욱 강화되고, 강화된 경쟁은 다시 기술혁신을 유발시키는 동시에 무역과 투자를 통한 신기술의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게 된다.
▲ IT는 혁신 자체의 속도도 빠르게 한다. 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다 쉽고 저렴하게 처리하고, 신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올해 초 완성된 인간 지놈(genome) 지도 역시 보다 강력한 컴퓨터에 힘입어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덜 소요됐다.
(계속) 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② IT혁명(下)
The Economist 2000.09.29
신경제의 핵심은 B2B 전자상거래
많은 경제학자들이 인터넷의 유용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인터넷이 완전한 경제적 잠재력을 실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전자상거래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美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마존(Amazon)이나 이베이(eBay)와 같은 인터넷 소매업체들이 점차 그 명성을 얻어가고는 있으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공급망 체인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B2B 전자상거래야말로 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컨설팅 업체인 가트너 그룹은 "오는 2003년에는 전세계 온라인 소매매출이 4,000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B2B 전자상거래 규모는 4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인터넷의 영향을 분석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이 그래프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투입비용의 하락은 총공급(S1)을 증가시켜 아래와 같이 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S1→S2). 이는 과거 바퀴나 전기의 발명이 가져왔던 것과 같은 이치다. 총수요(D1)가 변함없다면 생산량은 Q1에서 Q2로 증가하고 가격은 P1에서 P2로 하락하게 된다.
(그림 생략)
B2B 전자상거래는 기업들의 비용을 여러 방면에서 감소시킨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용이 줄어드는 분야는 조달부문으로, 이는 보다 저렴한 공급업체를 물색, 효율적인 물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의 한 보고서는 온라인 구매를 물품을 조달할 경우 석탄업계는 2%, 그리고 전자부품 업계는 약 40%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절감의 결과 B2B 전자상거래는 평균 5%의 생산량을 증대시킬 것으로 골드만 삭스는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안에는 기업활동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구매를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며, 기업들은 또한 사업방법을 재조직함으로써 인터넷으로부터 절감할 수 있는 간접비용에 더해 전체 수익도 상당히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할 경우 비용 뿐만 아니라 실수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는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美 시스코(Cisco)社의 경우 自社 주문의 1/4이 전화와 팩스 주문 시스템에서의 실수로 인해 다시 이루어져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이루어지게 되면, 실수확률이 2%까지 떨어져 시스코는 5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英 브리티시텔레콤(BT)社는 온라인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거래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는 유통비용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특히, 금융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그리고 음악과 같은 서비스와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경우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은행거래를 할 경우 한계비용이 단지 몇 센트에 불과, 현금지급기를 이용할 경우의 27센트, 전화를 이용할 경우의 52센트, 은행 창구를 이용할 때의 1.14달러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하다. 전자상거래는 또한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가 가능하다. 게다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다 정확한 정보로 인해 재고의 부담도 덜 수 있다. 美 델 컴퓨터(Dell Computer)社의 경우, 완벽한 주문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재고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으며, 다른 업체들도 이를 모방하고 있다.
자동차, 철강, 건설, 그리고 항공 등의 분야에서 구축한 B2B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보다 효율적으로 제품을 교환할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는 대부분의 업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GM과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르노-닛산 등은 모든 사업을 B2B 시장으로 옮길 예정인데, 이들의 합작 B2B 사이트 규모는 2,500억 달러에 달하며, 공급업체만 6만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공급업체들을 취급할 경우 자동차 제조비용이 14%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IT는 생산성 증대의 수단
우리가 흔히 구경제와 신경제를 구별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는데, 이는 바로 '신경제란 구경제가 하이테크 산업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경제의 핵심은 구경제가 기술업계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IT가 경제의 모든 분야, 특히 구경제 기업들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러한 효율성 증대를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IT가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서 일치된 견해를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최 욱 연구원)
【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③ IT 혁명을 통한 美 생산성 증가률 급증, 지속될 것인가?(上)
The Economist 2000.09.29
■ 생산성 패러독스(productivity paradox)의 문제
- 생산성 패러독스는 정보기술(IT)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것을 지칭
※ 역사적으로 증기기관이나 전기 등 새로운 기술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오랜 시간적 격차가 존재했는데, 1880년대 초 전기의 도입이 생산성 향상의 가속화로 나타나기까지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림
- 컴퓨터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이후에도 1970,80년대 대부분 국가의 생산성 증가율은 오히려 크게 둔화됨
※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경이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룩했는데, 이에 따라 이것을 과연 생산성 패러독스가 해결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됨
■ 기술과 생산성의 상관관계
- 옥스포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폴 데이비드(Paul David)는 새로운 기술이 생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그 보급률이 50%에 도달한 이후라고 주장함
※ 1920년대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도 美 산업 기계의 최소 절반 이상이 전기 동력을 이용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
- 최근 미국의 컴퓨터 보급률이 50%에 도달한 것(도표1 참조)과 때를 맞춰 미국의 노동 생산성 성장률은 1996년 이후 연평균 2.9%를 기록, 1975~95년의 평균 1.4%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도표2 참조), 올 2/4분기에는 생산성 증가률이 무려 5.2%로 급증함
- 생산성은 단위 노동 투입에 대한 산출 비율인 노동생산성과 노동·자본을 포함한 전체 생산요소 투입에 대한 산출 비율인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으로 구분되는데, TFP 증가율이 높아지면 자연히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높아짐
※ 경제학자들의 경우 생산요소에 대한 투입을 늘이지 않고 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으로써 TFP에 관심을 갖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노동생산성이 더 큰 의미를 가지는데, 이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곧 생활수준의 향상을 의미하기 때문(과거에 비해 임금이 7배 높아졌다는 것은 생산성이 7배 높아졌다는 사실을 나타냄)
- IT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다음 세가지로, 첫째 단위 노동당 투입되는 자본, 즉 기업이 IT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법, 둘째 기술적 진보를 통해 IT 산업의 TFP 성장률을 높이는 방법, 세번째는 IT을 이용하는 분야에서 TFP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있음
※ 1990년대 미국 IT 산업의 생산성은 연평균 24%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러한 IT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나머지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경제학자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림
■ 생산성 향상의 지속성 여부, 즉 생산성 패러독스가 사라졌는가를 둘러싼 이견
□ 가장 낙관적 견해…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스티븐 올라이너(Stephen Oliner)와 다니엘 시첼(Daniel Sichel)
- 생산성 향상의 핵심적 배경은 바로 IT이며, 이러한 추세가 일정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
- 다시 말해 1990년대 노동생산성 증가률 가속화의 절반 정도는 기업의 IT에 대한 투자 증가에 기인한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TFP 증가률이 높아졌기 때문임
※ 또한 TFP 증가률 향상에 따른 노동생산성 증가분의 2/5는 컴퓨터 생산에서의 효율성 증가에 따른 것이며, 결론적으로 노동 생산성 증가률의 대략 2/3 정도는 컴퓨터 생산이나 또는 컴퓨터에 대한 투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주장
□ 하버드 대학의 데일 조겐슨(Dale Jorgenson)과 뉴욕 FED의 케빈 스타이로(Kevin Stiroh)
- 컴퓨터에 대한 엄청난 투자와 컴퓨터 산업에서의 생산성 증가률 향상이 경제 전반의 노동생산성 향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함
- 그러나 컴퓨터 이외의 산업 부분에서의 TFP 성장률 증가는 IT와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IT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던 산업 부분의 생산성 증가률이 더 부진했다고 지적
※ 이러한 결과는 생산성 측정 방법의 문제 때문으로 볼 수 있지만, IT가 경제 전반의 TFP 성장을 가속화시켰다는 주장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킴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 동안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연간 2.3%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인플레 압력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GDP 성장률이 연평균 3.5%에 이를 것으로 낙관함
※ 1995년까지 20년 동안 미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3% 정도였음
□ 회의적 시각…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
- 컴퓨터 부분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부문에서의 TFP 증가는 경기순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
※ 즉 경기 상승국면에는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따라서 생산성이 증가하지만,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 노동생산성은 다시 떨어짐
- 특히 경기순환을 감안할 때 컴퓨터를 포함해 내구재 제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88%의 산업 부분에서 노동생산성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고 지적
※ 그러나 컴퓨터에 대한 투자의 대부분이 이들 나머지 산업 부분에서 발생했으며, 따라서 생산성 패러독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결론을 내림
- IT가 경제 전반의 TFP를 향상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대체할 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이라는 주장
※ 예를 들어 음악을 다운로딩하는 것은 CD를 구매하는 행위를 대체할 뿐이며, 이는 과거 전기의 등장으로 진공청소기나 냉장고 등 새로운 발명이 촉진된 것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름
※ 오히려 노동시간 동안에 발생하는 인터넷 사용이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
□ 고든의 주장에 대한 반박
- 많은 경제학자들은 생산성 향상의 일부는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일 수 있으나, 오직 경기순환 때문이라고 할 경우 경기상승 국면의 시작과 생산성 가속화 시점의 시간적 격차가 크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
- FRB의 알랜 그린스펀 의장 역시 생산성 향상 가속화의 주요인이 경기순환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생산성 증가율이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 역시 경기순환을 감안하더라도 1990년대 미국의 노동생산성 및 TFP 증가율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결론을 내림
- 또한 고든은 소비자의 인터넷 사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B2B 전자상거래 등으로 인한 최대의 경제적 효과들을 간과했으며, IT가 아직까지는 새로운 상품을 창조해내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유전학, 생명공학, 이동전화, 온라인경매 등이 저비용의 컴퓨터 처리과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 놓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음
(계속)
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③ IT 혁명을 통한 美 생산성 증가률 급증, 지속될 것인가?(下)
The Economist 2000.09.29
■ 과연 IT는 경제 전반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가?
- IT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 다시 말해 IT가 다른 산업 부문의 TFP 증가를 가져왔는가 하는 IT와 노동생산성의 상관관계가 관심의 초점이 되는 이유는 노동생산성의 가속화가 주로 자본투입 증가에 기인한다면 IT 장비의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생산성 증가는 계속 유지될 것이며, 또한 IT 부분의 기술적 진보가 둔화될 경우 IT 산업의 TFP 증가율은 물론 다른 산업 부분에서의 IT 투자도 둔화돼 전체 노동생산성이 이중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임
- MIT의 에릭 브리놀프슨(Erik Brynjolfson)와 펜실베니아 대학 로린 히트(Lorin Hitt)의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가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 美 60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987~1994년 사이 컴퓨터에 대한 투자에 의해 TFP 증가률이 연간 0.25~0.5% 가량 높아짐
※ 또한 분석대상 기간을 늘일 경우 생산성 증가률이 더 높았는데, 이는 IT 투자가 온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조정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며, 구조조정과 IT 투자를 병행할 경우 생산성 향상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남
※ IT 투자를 통해 얻어지는 효과는 품질 향상, 시간 절감과 편의성 향상 등의 형태로 나타남
■ 왜 미국의 생산성 증가률이 다른 나라를 월등히 앞서 나가는가?
- 1990년대 모든 G7 국가에서 IT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지만 일본과 유럽 지역 국가의 생산성 증가율은 미국에 훨씬 미치지 못했는데, 그 주요 원인은 IT 투자 비중이 차이에서 찾을 수 있음
- 전체 자본재 가운데 IT 장비의 비율이 미국이 7% 인데 발해 일본과 독일은 단 3%에 그쳤으며, 컴퓨터 보급률도 유일하게 미국이 50%를 넘어섰을 뿐 대부분 선진국들은 아직 50%를 밑돌고 있음(도표1 참조)
※ 최근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순환을 감안할 때 1990년대 미국을 비롯한 호주,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연간 TFP 증가률이 최고 0.5% 포인트 이상 증가한 반면 일본과 다른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컴퓨터 보급률과도 잘 맞아 떨어짐
■ IT 혁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산업혁명에 견줄 수 있을까?
- IT 혁명이 과거 산업혁명에 맞먹는 것인가는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과거의 경제통계와 향후 10년 간의 경제 전망치를 비교해 보는 것을 가능함
- 사실상 과거 기술 혁명을 통한 생산성 증가는 매우 완만하게 이뤄짐
※ 1차 산업혁명기의 영국의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률은 연간 1% 수준이었으며, 전기가 이용된 1920년대 미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률은 5%를 넘었지만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 증가률은 2.3%이었음(도표3 참조)
- IT와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 방식의 혁신으로 1990년대 후반의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률이 향후 10년간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바탕으로 할 경우 향후 10년 간 미국의 1인당 GDP 성장률 전망치는 연간 3% 수준으로 1차 산업혁명의 절정기인 19세기 중반의 평균 1인당 GDP 성장률 1.5%보다 앞섬
- 신경제주의자들 역시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률이 연간 3~4%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IT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과거 전기나 전화, 자동차가 가져온 영향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
- 이들의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1인당 GDP 성장률을 연간 2.5% 정도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IT 혁명이 최소한 산업혁명에 버금간다는 판단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음
※ 2.5%라는 성장률은 미국의 1인당 GDP 성장률이 1800~40년 0.6%에서 1960-99년 2.3% 점차 증가해왔다는 사실과도 부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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