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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新機種 개발을 둘러싼 에어버스와 보잉의 對決

新機種 개발을 둘러싼 에어버스와 보잉의 對決

2000년은 항공기 제작과 항공운송업을 포함하는 항공산업에 있어 큰 변화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기할만한 것은 유럽의 항공기제작 컨소시엄 에어버스에서 새로운 초대형 항공기 A380을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경쟁위협을 느낀 미국 보잉에서 에어버스 신기종 개발에 드는 비용을 유럽각국 정부에서 低利로 융자했다는 것을 근거로 무역제재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여 兩社간에 분쟁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는 이 무역분쟁과 그 배후에 있는 두 거대기업 간의 경쟁구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국제선 비행기, 특히 이코노미席의 좁은 자리에서 10시간 정도 웅크리고 앉아 자는둥 마는둥 했던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 정도 과연 언제 쯤이나 비행기 여행이 쾌적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機內食은 아예 말할 것도 없고 객실내 공기는 건조하기 그지 없어 얼굴과 손발이 부석거리고 붓기까지 하며 엔진 소음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는 뭔가 잘못되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만약 항공기 제작기술이 지난 몇 십년 사이에 컴퓨터 기술만큼이나 발달속도가 빨랐다면 우린 지금보다 훨씬 짧은 시간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뿐더러 훨씬 더 쾌적하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염원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항공기 제작사들이 신기종을 내놓을 때 사람들이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말고도 그런 보다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안전성 면에서 비행기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안전하다고 한다. 쥬라기 공원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에어프레임"을 보면 그런 언급이 나온다. 항공기의 모든 부품과 계기는 하나가 작동이 안될 경우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른 계기가 그 기능을 떠받쳐주도록 중복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여분"(redundancy) 시스템 설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나는 이유는 부품 교체시 정품을 사용하는 대신 항공사에서 비용절약을 위해 제3세계에서 제작된 저급 대체 부품을 사용하는데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물론 소설을 다 믿을 것은 못되지만 일단 안전성은 이것으로 접어두기로 하자. 남은 문제는 속도와 편의성(또는 쾌적성)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켜주기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다. 더구나 비용측면과 이용객들의 높은 요금 지불용의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혁신적인 기술이 나타나지 않는 한 당분간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들이라 하겠다. 다만 새로운 기종이 개발됐을 때 위의 두 가지 요소인 속도와 편의성 중 어떤 측면에 주안점을 두어 개선이 됐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항공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좋은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작년부터 미디어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에어버스의 초대형 제트기 A380을 평가해 보면 위의 두 기술적으로 상반된 목표를 어느 정도 개선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개발비용에 비해 그다지 혁신적인 이점을 가져다주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항공여행이 약간 편해진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높은 요금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겠는가 라는 사업성공의 관건이 달린 문제는 에어버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美-유럽 무역분쟁의 초점

유럽의 에어버스 인더스트리가 새로 개발하는 A380은 이런 문제 말고도 對美 무역관계 측면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무역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 유럽은 역사적으로 항상 앙숙관계에 있어왔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1999년 유럽에의 바나나 수입을 놓고 벌인 분쟁이나 성장촉진 호르몬이 주입된 미국産 쇠고기의 수입을 놓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중재를 요청한 일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작년부터 벌어지고 있는 항공기를 둘러싼 분쟁에 비하면 걸려 있는 금액 면에서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즉 유럽의 항공기 컨소시엄인 에어버스에서 2006년에 첫선을 보일 예정인 600인승 슈퍼점보기 A380 개발비용의 상당부분을 유럽의 컨소시엄 참가국 정부들이 낮은 이율로 융자했으며 이는 미국정부와 보잉 측에서 보면 불공정 경쟁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보잉의 공세에 대해 유럽 정부에선 그 동안 幼稚산업 보호론을 이유로 에어버스를 두둔해왔다. 즉 유럽의 항공기제작산업은 여전히 걸음마단계에 있으며 따라서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고작 5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상용 여객기 시장에서 21%의 점유율(단위 기준)을 갖는데 불과했던 에어버스가 이제 보잉을 따돌리고 55%의 점유율을 과시하는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업체가 된 상태에서 그런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 사실이다.

두 나라 사이에 벌이는 논쟁은 다음의 이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잉은 에어버스 컨소시엄 참여국 정부들이 지원하는 개발자금이 4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체 개발비 120억 달러(약 14조4천억원)의 33%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자금은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각 매출건 당 로열티 형식으로 나중에 상환해야 하는 조건으로 주어졌지만 문제는 시장이율보다 낮은 이자율이 적용됐고 이 계획이 실패할 경우 유럽의 납세자들에 부담을 줄 위험을 안고 있다는 논지이다. 보잉은 작년 상반기부터 美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유럽 컨소시엄에 무역제재 압력을 가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사실 두 회사 사이의 무역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에어버스 보조금을 놓고 벌였던 논란 끝에 보잉은 美정부에 대해 유럽에의 무역압력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당시 유럽의 항공사에서 보잉기 구매를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취한 행동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양국간에 타결된 쌍무협정에 따라 유럽은 정부 보조금을 신기종 개발비용 전액의 1/3까지로 자율적으로 제한키로 했고 미국은 NASA의 우주항공 프로그램 등 간접적 보조금 지급액을 연간 매출액의 3%미만으로 동결키로 했던 것이다. 이후 두 회사는 슈퍼점보기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정도까지 가까워 진 적이 있었으나 이 제휴관계도 시장수요의 부족을 이유로 결렬된 바 있다.

이 1992년 합의에 비춰보면 에어버스는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게 된다. 低利 정부융자 40억 달러는 합의 한도 1/3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에어버스 측에서는 보잉이 매출액 3% 한도 규정을 어긴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에 더하여 에어버스는 보잉이 747기종에서 거둬온 독점이윤을 무기로 삼아 다른 소형 여객기에 대한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해왔고 따라서 에어버스의 매출을 빼앗아갔다고 불평한다.

사실 통상합의 위반여부를 놓고 벌이는 두 나라 간의 논쟁은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그 배후에는 自國의 핵심산업을 세계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게 하려는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과 자존심싸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항공산업만큼 많은 하청회사를 거느리는 분야가 드물고 따라서 그 산업연관 효과는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이 산업을 보호 지원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民航산업의 미래

이 싸움은 민간항공 산업의 미래 발전방향에 대한 상이한 예측 제시라는 형태로도 치뤄지고 있다. 에어버스는 지금부터 20년 뒤인 2020년까지 A380과 같은 슈퍼점보기의 전세계 수요가 1,700대에 이를 것이며 이 중에서 자사의 항공기 판매가 절반만 차지하더라도 수익면에서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낙관론은 지난 30년간 보잉 747기가 1,200대나 판매됐으며 그런 증가추세가 앞으로 더 가속화되면 됐지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한다. 또 다른 수요예측에서 同社는 앞으로 15년간 항공기 이용 승객수가 연간 5%씩 늘어날 것이고 2015년경이 되면 한 해의 항공운송량 증가분이 최초의 점보기가 취항하던 30년 전의 연간 전체 교통량과 맞먹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향후 20년동안 교통량은 지금의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A380과 같이 초대형 장거리 항공기의 수요가 크게 늘 것임을 의미하며 특히 항공수요 증가율이 가장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주장이다. A380의 비행거리는 최고 16,200 km에 달하여 서울에서 페루 리마까지 단숨에 날 수 있을 정도이다. A340이나 보잉 747로 예를 들어 서울-뉴욕 간 최고 11,000 km 남짓 거리를 재급유 없이 비행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보가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보잉은 A380이 세계항공시장에서 수송용량 과잉만 초래할 것이고 同 비행기를 운항하는 항공사로서도 경제성이 별로 없을 것이며 어떤 면에서든 좋을 것이 없다고 초를 치고 있다. 즉 超대용량 슈퍼점보기 시장은 앞으로 20년간 에어버스의 추산치 1,700대 보다 턱없이 적은 400대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은 보잉이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同社는 현재 업계의 추세가 장거리 직항로를 선호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으며 따라서 현재 747기 보다 약간 작은 777이나 에어버스의 A340 기종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시장분석에 근거한 보잉의 전략은 에어버스 같이 완전히 새로운 초대형 기종 제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낭비하는 일을 피하고 개발된 지 30년이 넘는 747기를 개량, 확장하여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보잉의 장거리 직항로 중심의 시장 재편 예측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항공사들의 대형기종 선호경향은 과거 엄격한 정부규제에 의해 취항회수를 제한받던 시절에나 적합한 전략이었을 뿐 거의 모든 규제가 풀린 오늘날 항공사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착륙이 가능한 유연성을 갖춘 중소형 비행기 구매를 훨씬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를 보면 이해가 더 쉬울 수 있다. 1987년에만 해도 시카고에서 유럽을 매일 운항하는 노선은 런던行 TWA 747 400인승 한 便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시 뉴욕, 워싱턴 DC 등 미동부 대도시에서 떠나는 유럽行 항로의 60%가 팬암과 TWA 747기로 채워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 유나이티드와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운영하는 시카고發 유럽행 비행편은 하루에도 21차례나 유럽의 11개 도시로 떠나고 있다. 이들 항공편의 대부분은 250-350석 짜리 767, 777 중형기종으로 운항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유럽취항 미국 전체 항공편의 2/3가 767, 777기종이며 나머지 1/3만이 점보제트기로 운항된다고 한다.

이런 추세는 대서양 노선 뿐 아니라 태평양 노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현재 미국에서 출발하는 아시아行 노선의 80%가 일본 이외의 지역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80%의 미국發 항공편이 토쿄 도착편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非일본 아시아 도시로의 직항편이 급속하게 늘 것이고 따라서 보잉의 777과 에어버스의 A340 같은 장거리, 중소형 기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라 한다. 그런 상황에서 A380과 같은 초대형 비행기를 새로 내놓는다는 것은 업계추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보잉주장의 요지이다.

에어버스는 보잉의 그런 주장을 일부 인정하기는 한다. 물론 중소형기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세계 항공시장은 A380과 같은 초대형 여객기를 원하고 있다고 맞선다.

하늘의 궁전 A380

그러면 여기서 에어버스의 야심작 A380이 어떤 비행기인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한 대당 가격이 2,600억원(2억2천만 달러)에 달하는 "하늘의 궁전" A380의 기내에는 별도의 침대칸과 면세점, 카지노, 헬스클럽까지 완비되어 있다. 모델유형에 따라 481명에서 최고 656명까지 태울 수 있는 A380은 날개폭 79.8 미터, 전장 79.4 미터, 높이 24.1 미터의 위용을 자랑한다. 롤스로이스와 엔진 얼라이언스(GE와 프랫 휘트니의 합작법인)가 제작한 최신형 엔진을 장착하게 될 이들 A380 모델은 실내 공간이 보잉의 747기종보다 49%나 넓게 설계됐지만 승객좌석 수는 33%밖에 더 많지 않다. 그렇다는 것은 승객 일인당 공간이 더 넓어져 좀더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어버스의 자료에 따르면 승객 일인당 운영비용이 경쟁사 유사기종에 비해 17%가 낮고 화물 1톤당 비용은 무려 30%가 저렴하다고 한다. 더구나 이 더블데크(2층 구조) 항공기는 연료소비율도 20% 낮고 엔진소음 발생도 훨씬 낮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작년 3월 첫 주문을 따낸 이후 10개월만에 에어버스는 에어프랑스, 에미레이츠, ILFC(International Lease Finance Corp.), 콴타스, 버진 아틀란틱, 싱가폴에어라인 등 전세계 6개 주요 항공사들로부터 50대의 A380 주문을 받아내 더욱 더 자신감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보잉 747 기종 보유대 수에서 세계 제 4위의 항공사 싱가폴에어라인이 A380을 25대나 구입하기로 결정,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총 액수 86억 달러에 달하는 이 거래가 성사됨으로써 보잉은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지구상 단연 최고의 항공기 제작사라는 높은 자존심에도 금이 가게 된 것이다. 반면 에어버스의 입장에서 이 거래는 2000년 12월부터 동 기종 생산을 공식적으로 개시하기 전에 최소 생산물량을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극히 유리한 경쟁우위 확보라는 의미를 갖는다.

더구나 싱가폴 에어라인은 서비스와 수익률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항공사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同 항공사의 A380 주문은 이 기종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으며 싱가폴을 주요 거점공항으로 삼고 있는 콴타스 등 항공사에서 후속주문을 하는데도 중요한 요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버진아틀란틱의 지분 49%를 보유하는 싱가폴 에어라인은 버진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입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에어버스가 이렇듯 도박에 가까운 초대형 프로젝트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어 든든한 재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한때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항공기 제조업체들의 느슨한 마케팅 연합체에 불과했던 에어버스는 작년 1월1일자로 명실공히 하나의 통일된 회사로 탄생할 수 있었다. 同社 지분의 80%는 유럽항공방위우주회사(EADS)가 소유하고 나머지 20%는 영국의 BAE 시스템스가 갖는 것으로 결정됐다. EADS는 영국의 BAE 시스템스와 프랑스의 라가디에 소유 아에로스파시알 마트라, 다임러크라이슬러 에어로스페이스(DASA), 스페인의 CASA 등이 작년에 합작으로 설립했으며 하루아침에 세계 제 3위의 항공 및 방위산업체로 떠오른 회사다.

이렇듯 구매주문이 줄을 잇고 재정상태도 튼튼함에도 불구하고 이 비행기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지 여부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결국 문제는 항공이용객들이 속도나 여행의 편안함 면에서 약간 나아진 데 대해 얼마만큼의 프레미엄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을지 여부로 귀착되며 이에 대해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380을 밀어붙이는 에어버스에 있어 불확실성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즉 새로 제작될 초대형 비행기가 순조롭게 이착륙을 하기 위해선 기존의 공항설비가 대대적으로 증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거대한 수송용량을 갖는 이 기종은 여객 또는 화물 수송빈도가 높은 일부 노선에만 경제성을 갖는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에어버스의 기종 대형화 전략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한 것이 사실이다. 이밖에도 自國産 비행기를 당연히 선호할 미국의 항공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에어버스에겐 최고의 고객처럼 보였던 루프트한자, 브리티쉬 에어웨이 같은 유럽의 주요 항공사들도 당분간 A380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에어버스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보잉의 반격

에어버스의 A380이 계획대로 초기의 판매목표를 달성한다면 이제까지 30년동안 보잉 747이 누려왔던 점보제트기 시장에서의 독점을 깨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최대의 항공기제작사 보잉이 가만히 앉아서 이를 바라보고만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잉은 A380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보잉 747-400 기종을 개량한 747X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에어버스가 120억 달러를 들여 완전히 새로운 기종을 개발하는 것과는 달리 보잉은 40억 달러의 낮은 비용으로 기존 747을 개선한다는 보다 경제적인 신제품 개발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보잉은 중소형기 운항을 통한 장거리 직행로 중심의 시장재편이라는 자체적인 분석에 근거하여 717 기종과 같은 100석 규모의 소형기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사의 장기예측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100인승 단거리용 항공기의 수요는 2,600대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성장폭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대도시와 중간규모 도시를 연결하는 비행거리 1,500 킬로 미만 시장이었고 이밖에도 아시아와 유럽에서 과거 험한 산악지형 때문에 항로가 개설되지 못했던 지역을 잇는 단거리 항공시장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보잉의 전략이 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신기종 개발에 적은 비용을 들인다는 방침은 투자자들을 아주 만족시키는 일임에 틀림없다. 보잉의 소형화 전략이 유효하다는 사실은 다른 경쟁사들도 보잉을 뒤따르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판매價 약 300억원(2,5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보잉 717에 비하여 거의 유사한 사양을 갖는 에어버스의 A318은 정부의 저리융자에 부분적으로 힘입어 더 낮은 가격에 주문을 받아 보잉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세계 제 3, 4위 제트기 제작업체인 캐나다의 봄바디에와 브라질의 엠브레이어 또한 각각 90인승, 100인승 단거리 항공기를 개발 제작 중에 있다.

보잉이 2005년에 내놓을 747X는 에어버스의 A380에 비해 운항 적용범위가 훨씬 넓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이 기종에 대한 주문을 아직 한 건도 받아놓지 못하고 재정적 위험을 분담할 파트너 확보를 해야 할 처지에 있으면서도 보잉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신형 비행기에 대한 전체수요는 미국 내외에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보잉 최대의 수요처인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高油價로 한몫 본 중동에서도 신형 비행기 주문이 쇄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속하게 신장하는 항공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절반만 유지하더라도 보잉으로선 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그 점유율 절반 유지가 말만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에어버스 측에선 이미 2억2천만 달러 짜리 신기종 A380을 구입하는 첫 고객사들에게 대폭적인 할인과 옵션장비 무료설치 등을 약속하고 있다. 한편 보잉은 현재 개발 계획 단계에 있는 747X를 에어버스보다도 더 높은 할인을 제공하는 안을 고려중이다. 보잉은 심지어 자사의 777기를 사주는 조건으로 싱가폴 에어라인이 이미 주문해놓은 에어버스의 A340기를 재매입하겠다는 이례적인 제안까지 해놓은 상태다. 그렇게 되면 보잉은 에어버스의 비행기를 판매해야 하는 우습지도 않은 입장에 처하게 된다.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앞으로 5-6년 내에 결판나게 될 이 보잉-에어버스 주도권 다툼은 그 이후의 항공업계 판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느 회사의 비전과 사업성이 성공할 것인가는 전세계 항공사들과 수 만개에 이르는 부품 및 소재공급업체들의 운명을 좌우할 뿐더러 이들 비행기의 고객이 될 여행객들과 항공화물 운송업자들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국항공우주산업 같은 防産 전투기 제작업체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같은 국내항공사들도 세계의 항공산업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화물수송량 면에서 세계 4위, 승객수송량에서 21위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이나 그 규모에 있어 대한항공의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는 아시아나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중요한 고객사로서 각각 112대, 54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2000년 12월 현재). 따라서 이들 항공사에 있어 어떤 항공기종이 더 경제성이 높고 세계 항공산업계의 주된 모델로 떠오를 것인가를 점쳐보는 것은 회사의 장래를 위해서 극히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