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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스타 뒤엔 수많은 유성이...

손오공과 사오정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면접시험을 치르게 됐다. 초조한 사오정은 여느 때처럼 손오공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손오공은 우쭐 거리며, “첫째 질문은 좋아하는 운동선수를 묻는 것인데,‘예전엔 차범근인데 지금은 박찬호’라고 하면 되고, 둘째 질문은 역사문제로 산 업혁명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느냐를 묻는데, ‘17세기 영국’이라고 해라. 마지막은 과학문제로 UFO의 존재를 믿느냐는 것인데,‘남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과학적 논리성이 없어서 믿지 않는다’라고 하면 된다.”
드디어 사오정은 자신있게 면접장으로 갔는데, 아뿔싸 긴장이 풀어져 먼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걸 잊었다. 그러자 첫번째 질문. “이름이 어떻게 되지?” “옛날에는 차범근인데, 지금은 박찬호입니다.” “어 그래…. 그럼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가?” “17세기 영국입니다.” 알쏭 달쏭한 표정으로 면접관이 다시 물었다. “그래? 남들이 자네보고 좀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사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네. 남들은 그렇다고 하지만, 저는 과학적 논리성이 없어서 믿지 않 습니다.”

만약 손오공의 답안이 모든 수험생에게 명답이 될 수 있었다면, 대단한 인기를 누렸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가치 있는 정보로 공유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한 유머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그 유머조차도 널리 유통되지 못한다면 사람들에게 아무런 효용도 증가시켜 주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유머의 가치도 얼마나 쉽게 복사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사실은 이 두가지를 만족시키면 그 무엇이라도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는 셈이다.

쉽게 복사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한계비용이 낮다는 것을 말한다. 한계비용이란 재화나
용역을 하나 더 추가적으로 생산하는 비용이다. 따라서 한계비용이 낮으면 추가로 공급하는 비용이 적게 든다. 많이 생산할수록 비용이 적어지면 이 시장에서는 대량 공급하는 대기업이 비용 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적게 생산하는 다른 기업보다도 저렴한 생산비를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서 수확체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에서는 일정한 생산규모를 초과하면 오히려 평균생산비가 증가되는 수확체감이 발생한다. 그만큼 제조업 제품은 슈퍼스타로서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에서는 초기 생산비가 비싸지만, 추가로 복사하는 한계비용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모든 종류의 CD가 그렇고 디자인, 로고, 프로그램, 정보를 담은 콘텐츠, 영화와 비디오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라이언 킹이나 텔레토비도 이런 식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슈퍼스타의 둘째 조건은 동시에 많은 소비자에게 공급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가장 빨리 효율적으로 보급시킬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 매체가 바로 방송과 인터 넷의 융합이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대중에게 보급할 수 있어야만 슈퍼스타가 탄생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타임워너와 AOL처럼 방송과 온라인업체가 합병하고, 이업종간에도 인터넷 사업자와 제휴해 소비자와 연결되는 망(網)을 넓히려고 한다. 우선 가입자가 많아야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시공을 초월한 가상세계가 있기 때문에 위의 두 조건이 더욱 쉽게 만족된다. 따라서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그 무엇을 더욱 쉽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공 한번 던지는 데 150만원을 받는 박찬호 못지 않은 세계적인 캐릭터도 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필요조건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경쟁의 세계에서는 하나의 슈퍼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해 수 없이 많은 유성이 사라진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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