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外風'에 허약하다
한국경제가 외부충격에 너무 약해졌다. 미국금융시장이 조금 흔들려도 한국에는 '태풍'과 같은 충격을 주고 있다. 적절한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할 경우 언제든 제2의 환란(換亂)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전 세계 주가폭락이 빚어졌던 5일 우리나라 주가등락률은 홍콩을 제외한 주변국중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은 6.87%(홍콩 7.18%)였던 반면 일본 2.42%, 싱가포르 5.49%, 태국 6.43%, 인도네시아 3.14%, 말레이시아 2.04%였고, 대만주가는 1.05% 상승했다. 6일 우리나라의 주가하락률도 상대적으로 컸다. 같은 충격에 국내 증시가 가장 심각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외부변수에 대한 한국경제의 민감도가 너무 크다'며 '더구나 들어오고 나가는 달러규모가 갈수록 커져 이제 경제전체가 헤지펀드 등 외국의 투기성자금에 완전 노출되고 있어 자칫 외부충격에 경제 기반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보다 더 개방된 싱가포르와 대만이 97년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던 것은 외부쇼크를 완화할 만한 내부장치가 완비된 덕분'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이 점에서 극히 우려할 만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달러 영향권'에 더욱 빠르게 편입되고 있어 외부충격 노출도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국인증권추자자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들어왔거나 빠져나간 외국인증권자금 규모는 무려 777억3,000만달러로 98년(281억8,000만달러)의 3배 가까이 늘어났고 올해는 1,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로 안정적 달러를 확보해 국부 (國富)를 쌓아가는 것'이라며 '자본개방화 시대엔 경제운용방식도 국제수지관리에 초점을 두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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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77억弗 들락날락 '교란' 위험
외풍에 허약한 한국경제
올핸 1,000억弗예상
위험노출 더 커져
수지흑자 관리해야
'검은 수요일'로 불렸던 4일의 주가 대폭락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의 하락률이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컸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 나아가 경제전체가 나라밖의 움직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결국 외부충격에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1,000억달러가 움직인다 작년 1년간 외국인증권투자자금 순유입액은 51억9,000만달러로 98년 (47억8,000만달러)보다 4억1,000만달러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순유입액이 아니라 유출입 총액이다. 지난해 외국인증권자금 유출입 총액은 777억3,000만달러로 전년도(281억8,000만달러)보다 500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유입액은 164억8,000만달러에서 414억6,000만달러로 늘어났고, 유출액도 117억달러에서 362억7,000만달러로 폭증했다. 달러의 들어오고 나감이 그만큼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진 것이다.
이는 자금이동이 '단기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투기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환율 움직임이 불안해지고 그만큼 시장교란도 커지게 된다. 시장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의 주식투자가 지속되고 금리상승으로 채권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는 1,000억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주가폭락에 따른 각국의 주가 변동 (단위:%, 1월5일 기준)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6.87 -2.42 +1.05 -7.18 -5.49 -6.43 -3.14 -2.04
위험 노출은 더 커진다 5일 주식시장에서 드러났듯이 금융시장의 외부민감도가 유독 큰 국내여건에서 달러 유출입이 더 많아 지고 빨라질 경우 경제 전체가 해외자본 움직임에 완전 노출되고 만다.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에 달해도 밀.썰물을 타는 투기자본 공격에는 당해내기 어렵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외국인주식자금이 밀려들면 환율은 떨어지고 주가는 오른다. 여기서 외국인들은 주식매매차익과 환차익등 이중의 이익을 실현시킨 뒤 일시에 빠져나간다. 하지만 외국인자금이 집단 이탈하면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폭등, 경제는 엉망이 된다. 이 때 외국인들은 다시 국내시장에 들어와, 값싼 원화로 값싼 주식을 사들인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외국인들은 계속 주식 및 환차익을 챙기는 대신 국내경제는 남미처럼 주기적인 경제위기를 겪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관리해야 외부충격에 대한 허약체질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상수지 흑자야 말로 안정적 달러를 확보해, 해외자본의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확충도 경상수지 흑자기조에서만 가능하다. 대만 싱가포르카 위기를 겪지 않는 것도 결국은 경상수지 흑자 덕이었다. 연세대 김정식(金正湜)교수는 '지속적 경상수지적자는 곧바로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초래할 수 있다'며 '경상수지흑자에 초점을 맞춰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년도 경상수지 흑자전망치는 대략 120억달러이나 수출둔화 및 수입급증추세를 감안할때 하반기에는 월간 단위로 적자반전도 예상된다. 이규성(李揆成)전 재정경제부장관도 '우리나라같은 작고 개방된 경제에선 물간안정 못지않게 대외균형, 즉 경상수지를 균형 또는 소폭의 흑자로 유지하는 것에 정책적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경제가 외부충격에 너무 약해졌다. 미국금융시장이 조금 흔들려도 한국에는 '태풍'과 같은 충격을 주고 있다. 적절한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할 경우 언제든 제2의 환란(換亂)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전 세계 주가폭락이 빚어졌던 5일 우리나라 주가등락률은 홍콩을 제외한 주변국중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은 6.87%(홍콩 7.18%)였던 반면 일본 2.42%, 싱가포르 5.49%, 태국 6.43%, 인도네시아 3.14%, 말레이시아 2.04%였고, 대만주가는 1.05% 상승했다. 6일 우리나라의 주가하락률도 상대적으로 컸다. 같은 충격에 국내 증시가 가장 심각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외부변수에 대한 한국경제의 민감도가 너무 크다'며 '더구나 들어오고 나가는 달러규모가 갈수록 커져 이제 경제전체가 헤지펀드 등 외국의 투기성자금에 완전 노출되고 있어 자칫 외부충격에 경제 기반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보다 더 개방된 싱가포르와 대만이 97년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던 것은 외부쇼크를 완화할 만한 내부장치가 완비된 덕분'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이 점에서 극히 우려할 만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달러 영향권'에 더욱 빠르게 편입되고 있어 외부충격 노출도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국인증권추자자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들어왔거나 빠져나간 외국인증권자금 규모는 무려 777억3,000만달러로 98년(281억8,000만달러)의 3배 가까이 늘어났고 올해는 1,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로 안정적 달러를 확보해 국부 (國富)를 쌓아가는 것'이라며 '자본개방화 시대엔 경제운용방식도 국제수지관리에 초점을 두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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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77억弗 들락날락 '교란' 위험
외풍에 허약한 한국경제
올핸 1,000억弗예상
위험노출 더 커져
수지흑자 관리해야
'검은 수요일'로 불렸던 4일의 주가 대폭락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의 하락률이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컸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 나아가 경제전체가 나라밖의 움직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결국 외부충격에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1,000억달러가 움직인다 작년 1년간 외국인증권투자자금 순유입액은 51억9,000만달러로 98년 (47억8,000만달러)보다 4억1,000만달러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순유입액이 아니라 유출입 총액이다. 지난해 외국인증권자금 유출입 총액은 777억3,000만달러로 전년도(281억8,000만달러)보다 500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유입액은 164억8,000만달러에서 414억6,000만달러로 늘어났고, 유출액도 117억달러에서 362억7,000만달러로 폭증했다. 달러의 들어오고 나감이 그만큼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진 것이다.
이는 자금이동이 '단기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투기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환율 움직임이 불안해지고 그만큼 시장교란도 커지게 된다. 시장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의 주식투자가 지속되고 금리상승으로 채권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는 1,000억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주가폭락에 따른 각국의 주가 변동 (단위:%, 1월5일 기준)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6.87 -2.42 +1.05 -7.18 -5.49 -6.43 -3.14 -2.04
위험 노출은 더 커진다 5일 주식시장에서 드러났듯이 금융시장의 외부민감도가 유독 큰 국내여건에서 달러 유출입이 더 많아 지고 빨라질 경우 경제 전체가 해외자본 움직임에 완전 노출되고 만다.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에 달해도 밀.썰물을 타는 투기자본 공격에는 당해내기 어렵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외국인주식자금이 밀려들면 환율은 떨어지고 주가는 오른다. 여기서 외국인들은 주식매매차익과 환차익등 이중의 이익을 실현시킨 뒤 일시에 빠져나간다. 하지만 외국인자금이 집단 이탈하면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폭등, 경제는 엉망이 된다. 이 때 외국인들은 다시 국내시장에 들어와, 값싼 원화로 값싼 주식을 사들인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외국인들은 계속 주식 및 환차익을 챙기는 대신 국내경제는 남미처럼 주기적인 경제위기를 겪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관리해야 외부충격에 대한 허약체질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상수지 흑자야 말로 안정적 달러를 확보해, 해외자본의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확충도 경상수지 흑자기조에서만 가능하다. 대만 싱가포르카 위기를 겪지 않는 것도 결국은 경상수지 흑자 덕이었다. 연세대 김정식(金正湜)교수는 '지속적 경상수지적자는 곧바로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초래할 수 있다'며 '경상수지흑자에 초점을 맞춰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년도 경상수지 흑자전망치는 대략 120억달러이나 수출둔화 및 수입급증추세를 감안할때 하반기에는 월간 단위로 적자반전도 예상된다. 이규성(李揆成)전 재정경제부장관도 '우리나라같은 작고 개방된 경제에선 물간안정 못지않게 대외균형, 즉 경상수지를 균형 또는 소폭의 흑자로 유지하는 것에 정책적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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